수면의 원근법 Perspective of Rim

정용국展 / JEONGYONGKOOK / 鄭容國 / drawing.installation   2015_0115 ▶︎ 2015_0123 / 월요일 휴관

정용국_썰물 Ebb Tide_종이에 숯가루_77×112cm×6_2014 정용국_가장자리 Rim_종이에 흑연가루_54×79cm×2_2014 정용국_수면의 원근법 Perspective of Rim_종이에 숯가루_112×77cm×3_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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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5_0115_목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5:00pm / 월요일 휴관

인천아트플랫폼 INCHEON ART PLATFORM 인천시 중구 제물량로 218번길 3 G1 Tel. +82.32.760.1000 www.inartplatform.kr

영화『황해』는 신자유주의 노동 구조가 양산한 이주 노선을 그대로 따른다. 하지만 남한에 도착한 구남은 '노동자'가 아니라 '살인자'가 된다. 연변의 조선족 구남은 빚에 시달리는 '택시 운전수'이다. "성질은 더러운데 깡패는 아니고, 맨날 맞고 다니지만 불쌍하지는 않은" 구남은 "평생 개들처럼 맞고 살" 운명에 놓이자, 남한으로 이동한다. 그러나 남한에 도착한 구남은 '살인자'(정확히 말하면 살인 누명을 쓴다)가 되어 도망(이동) 다닌다. 연변에서 남한으로 장소를 이동했지만, 과도한 폭력성은 여전하다. 남한에서도 구남은 개들처럼 맞는다. 연변에서 황해를 건너 남한(울산, 논현동, 안산, 가리봉, 인천, 부산)에 도착한 구남은 정착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미끄러진다. 그리고 연변으로도 돌아가지 못한다. 어릴적 부터 자란 곳이 있고, 가야할 곳의 주소가 있지만 그는 끝내 당도하지 못한다. 배멀미가 난다. 마치 황해를 처음 건널 때 처럼. ● 인천시 서구 경서동 472-1 '혜천민박' / 인천시 서구 경서동 472-1 '인천 블루레이크 아파트 신축공사'. 조선족 구남은 중국에서도 한국에서도 외부자이다. 그에게는 돌아갈 곳의 좌표가 없다. 아니 좌표를 빼앗겼다. 주소가, 지도가 있지만 어긋나 있다. 그에게 지금-여기는 '미로'이다. 어리둥절하고, 혼란스럽다. 그러기에 자신의 모든 변화와 자극에 예민해진다. 그리고 끊임없이 주변을 살핀다. 수평적 세계는 발디디지 못하게 한다. 여기가 무너지고(매립되고), 저기가 무너지고(매립되고), 거기가 무너진다(매립된다). 그리고 여기/저기/거기에 저 멀리에서도 알아 볼 수 있는 웅장한 '빛'을 새긴다. 어둠과, 풍경과, 수평적 세계는 빛에 잠식당한다. (『살아있는 밤의 산책자』(2014, 공간 지금-여기)의 연계 프로그램 '미끄러지는 낭독회'의 이대범 원고 중 일부) ■ 이대범

정용국_수면의 원근법 Perspective of Rim_종이에 숯가루_112×77cm×3_2014

놀기. '잘 놀기'는 어렵다. 왜 잘 놀아야 하는지 생각해본다면, 그에 대한 답은 '살아온 것과 살고 있는 것, 살아갈 것'으로 문제의 핵심이 귀결된다. 그러니까 계속해서 '살기'의 문제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 어디서든 '사는 것'이 문제다. 정신분석에서도 마르크스주의에서도 그랬다. 그러니까 문제는 어느 하나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문제다. 그래서 '살기'위해 무엇이든 해야 한다. 그래도 어느 것 하나 틈이 없다. 여지가 없다. 어찌 할 바를 몰라 틈새를 비집는다. ● 요즘은 낙서에 빠져서 산다. 필기도구는 필수 지참품이고 종이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다. 책상에 책 산 쌓기 놀이를 하며 산다. 쌓아만 놓는다. 그래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추워서 동물원은 엄두도 못 내고 집 근처에서 실실 돌아다니며 산다. 손, 발뿐만 아니라 온 몸이 덜덜 떨린다. 이가 먼저 떨린다. 그게 재미있어 실실 돌아다니며, 실실 웃으며 산다. 이걸 지켜보는 엄마가 미친년이라고 해도 엄마가 좋다. 잠결에 거실에 나가면 부스스한 엄마가 바닥에 누워 눈도 안 뜨고 내게 곁을 내어주니까 산다. 연말연시 카드를 쓰면서 이사람 저사람 한 명 한 명 떠올리니까 산다. 만날 똑같은 밥에 똑같은 반찬을 먹어도 어느 날은 김치가 맛있고, 어느 날은 밥이 잘 됐고, 어느 날은 멸치볶음이 좋아서 산다. 그리고 이름만 떠올려도 왈칵 눈물이 나는 사람이 나랑 똑같이 사니까 산다. ● 살아야 되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이유가 너무도 많다. 그 장소도 다양하고 방법도 다양하다. 그러니까 그 방법도 규칙도 다양한데, 놀기의 이유를 굳이 다시 말하자면, 내가 살고 있고 네가 살고 있기 때문이다. ■ 하정현

정용국_수면의 원근법展_인천아트플랫폼_2015

말라버린 풀이 가득한 들판너머 장벽처럼 늘어선 고층아파트는 화성에 세워진 도시처럼 낯설었다. 공유수면매립으로 밀물의 시간은 섬 너머에서 머물렀고 말라가는 갯벌은 하얗게 염분을 토하며 균열했다. 섬을 육지로 편입한 대규모 매립사업으로 확장된 수평의 세계는 수직적 상승의 열망과 위태롭게 교차한다. 육지에 잔류한 수면에 잠긴 풍경은 미풍에도 흔들리며 끝없이 밀려간다. 불시착한 자의 시선은 머물지 못하고 미끌어진다. ■ 정용국

정용국_환상곡 Fantasia_밀러 필름에 스크래치_가변크기_2015_부분
정용국_환상곡 Fantasia_밀러 필름에 스크래치_가변크기_2015_부분

얕은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청라국제도시 역 앞에 섰다. 주위에 이 바람을 막아 줄 것은 보이지 않는다. 등 뒤에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을 뽐내며 육중한 몸체로 역 만이 서있다. 역 앞의 풍경은 영화 '매드 맥스'의 배경을 연상시킨다. 정리되지 않은 땅 끝에 청라 도시가 들어서 있다. 도시를 향해 가는 동안 3개의 진입금지 표지와 2곳의 공사현장, 2곳의 놀이터를 마주한다. 얕은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걸어간다. 도시로 다가갈수록 머리에 인식되어있는 도시의 이미지와 청라 신도시의 이미지와의 간극이 벌어진다. 갯벌위에 땅을 만들고 그 위에 수직적 욕망의 건물들과 그들을 바라보며 수평적으로 퍼져있는 상권들에 비해 그곳은 바람만이 주위를 서성이거나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맴 돌았다. 청라를 가로지르는 인공호수와 도시공원은 더욱 인공적인 느낌을 가공시켜 그 간극이 극과 극을 향하게 만든다. 그곳에 익숙해지지 못한 체, 해가 넘어 가는 방향으로 발길을 돌린다. 가는 동안 3개의 진입금지 표지와 2곳의 공사현장, 2곳의 놀이터를 마주한다. 얕은 바람을 맞으며 걸어간다. 등 뒤로 새로운 빛이 그곳을 메우기 시작한다. 수직적 욕망과 그 욕망을 바라보며 퍼져 있는 수평적 욕망은 어둠이 다가 올 수록 더욱 자신들을 드러낼 빛을 발한다. 그 빛으로 인해 정작 어두워야 할 밤하늘은 어두워 질 수 없다. 마치 어두운 방안에 검정 배경으로 설정된 LED모니터의 바젤에서 뿜어 나오는 빛 번짐 현상처럼, 청라의 밤하늘은 검정색이 될 수 없다. 청라의 밤은 밤이 왔음에도 잠들 수 없다. ■ 안동일

* 이 글은 이대범의 제안으로 '청라국제도시'를 방문한   4명(이대범, 하정현, 정용국, 안동일)의 파편적인 단상이다.

Vol.20150115h | 정용국展 / JEONGYONGKOOK / 鄭容國 / drawing.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