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의 탄생

Birth of a Scene展   2015_0122 ▶ 2015_0324 / 월요일 휴관

박진영_버려진 화분-존 버거 Abandoned pots-John Berger_C 프린트_120×150cm_2008

초대일시 / 2015_0122_목요일_06:00pm

모서리를 걷는 사진들 Photographs on the edge 2015_0122 ▶ 2015_0221 참여작가 권오상_김도균_박승훈_박진영 백승우_원성원_윤정미_이윤진

의문의 태도를 지닌 사진들 Photographs with questions 2015_0225 ▶ 2015_0324 참여작가 권오철_김두하_김용태_김익현_김진희 김흥구_윤승준_차주용_최중원_홍진훤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룩스 GALLERY LUX 서울 종로구 필운대로7길 12(옥인동 62번지) Tel. +82.2.720.8488 www.gallerylux.net

작업실의 이사를 준비하면서 여러 가지 물건들을 정리합니다. 평소 정리정돈이 안 되는 사람에게 이사는 좋은 핑계거리이자 기회이기도 합니다. 서랍장 구석에 다이어리 사이즈의 명함첩이 여섯 권이 있습니다. 필름은 정리가 안 되지만 명함첩은 그나마 정리되어 있는 편입니다. 받는 순서대로 넣어 두면 되니까요. 반 정도가 사진관련 명함들입니다. 그 중 이름만대면 알만한 사진가들의 그 옛날 명함을 보고 있자면 그 디자인이나 글꼴이 얼마나 촌스러운지 문득문득 생각나 혼자 웃곤 한답니다. 또한 흘러간 세월만큼이나 여러 형태로 사라져 버린 인물들의 명함들을 보고 있자면 온갖 생각이 떠오릅니다. 그래서 이런 느낌을 사람들은 '만감이 교차 한다'라고 복잡 미묘하게 표현하나 봅니다.

권오상_성모상과 울트라 몬스터 Holy Mother & Ultra Monster_C 프린트, 혼합재료_126×98×74cm_2013
김도균_w.pl-51_C 프린트_100×78cm_2011 김도균_w.pl-41_C 프린트_100×134cm_2011

'디지털'이라는 상상을 뛰어 넘는 기술력은 사진을 더 이상 사진가를 위한 전유물이 아닌 모두의 것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사제관계하의 도제식 교육이 더 이상 필요치 않으며 간단한 이론서나 실용서로도 쉽게 시작해서 쉽게 사용 가능한 분야가 된 것입니다. 기술력이 우리에게 다양한 표현이 가능한 툴들을 선사한 반면, 획일적인 프린트나 화려한 프레임으로 인해 작가만의 독특한 기법이나 스타일은 점점 더 옅어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반면 시인들이 찍는 사진은 얼마나 감성적인지 화가들이 찍는 사진은 얼마나 새로우며 기묘한 지 가끔 숨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좋은 이미지들은 수없이 생산되고 있습니다. 또한 전장의 저널리스트들이 찍지 못하는 장면을 현지의 주민들이 스마트폰으로 찍어 올린 이미지들은 얼마나 생생한지 나아가 초단위로 SNS에 올라오는 몇몇 상황들의 이미지들은 여러 분야에서 실제 사용해도 무방할 만큼 좋은 이미지들로 넘쳐나는 시대를 마주한 것입니다.

박승훈_TEXTUS 201-1 Wall Street 1_C 프린트_120×150cm_2014
백승우_Tuesday Morning_디지털 프린트_50×61cm_2011

『장면의 탄생』이라는 전시가 하나 만들어졌습니다. 더 이상 전시의 형태로 사진을 보여준다는 것이 이 시대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고민을 하면서도, 역으로 전시만이 보여줄 수 있는 방향성, 시대성, 작업의 맥락적 서사를 다시 한 번 생각합니다. 2006년에 『견고한 장면』(아트비트 갤러리(관장 박강훈) 개관전(2006), 기획: 박진영. 참여작가: 구성수, 권순관, 박진영, 방병상, 백승우, 오상택, 정연두, 최원준.)이라는 전시를 기획한 적이 있습니다. 작가로도 참여한 작은 전시였지만 한정된 공간, 시간에 어떻게 하면 작품들을 돋보이게 할 수 있을지, 작가들을 어떻게 대하고 초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적지 않은 공부가 된 전시였습니다.

원성원_장남의 별아파트 The Star Apartment of the Eldest Son_C 프린트_105×86cm_2013
윤정미_백치 아다다 Imbecile Adada_라이트젯 프린트_79×100cm_2008

『장면의 탄생』은 아직 대학을 졸업하지 못한 대학생의 습작에서부터 아마추어로 시작해 작가반열에 들어 선 작가들, 의미 있는 작업을 수년째 진행하면서도 제대로 된 기회가 없었던 예비 작가들, 탄탄한 실력으로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묶은 전시입니다. 이 전시는 새롭게 출발하는 갤러리 룩스의 재개관과 함께 합니다. 한 사람에 의해 기획된 전시라는 것이 어차피 한정된 시간과 공간에서 보여주는 것임으로, 감히 당대를 대변한다거나 최근 작품의 경향을 보여준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평론가나 기획자가 아닌 작가인 저에게 이 일이 맡겨진 것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래서 이번 전시는 '룩스'라는 갤러리의 인사동에서 옥인동으로 이동하는 과정과 전시의 타이틀만 제시하고, 작품의 선택은 작가에게 맡기는 형태의 전시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작품에 대한 설명이나 작가의 이름도 들어가지 않는 전시를 만들 예정입니다. 다만 작가의 선정은 가급적 '결정적인 순간을 찍는 형식'이 아닌 '익숙한 상황을 자신의 언어로 풀어내는 형식'의 스타일을 지닌 분들을 모셨습니다. '찰나'를 포착하던 시대에서 '장면'을 만들어 내는 시대가 온 것처럼 말입니다.

이윤진_Urbanscape Nr.32_C 프린트_188×152cm_2010
김진희_에이프릴-003 April-003_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에 자수_120×153cm_2014

맞습니다. 아무리 새로운 시도를 한다고 한들 이번 전시는 보는 눈에 따라 그리 새롭지도 않을뿐더러 명멸하는 수많은 전시 중 하나로 사라질지도 모를 일입니다. 하물며 개인전이 아닌 열 명이 넘는 작가들의 작품을 보여준다고 생각하니, 제가 가진 능력의 한계를 절감하는 바입니다. 언젠가 감동적으로 읽은 선배 사진가의 글귀를 언급하고 싶습니다. ● "(중략) 나는 전람회장에 들어온 관람객을 압도해 보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 대신 작은 소리로 선뜻 느낌을 주거나, 조용하게 설득을 하려고 한다. 그리고 할 수 있다면 전람회에 온 사람들을 보다 오래 사진 앞에서 머물게 하려고 온갖 궁리를 다 한다. 빨리 보고, 바쁘게 전람회장에서 나가게 하는 것이 서비스가 아니라, 오래 머물며 보고 또 보게 하는 것이 작가로서의 도리라고 생각한다. 이 갈등 저 갈등, 그리고 여러 시시콜콜한 과정을 거쳐서 마침내 걸어놓은 작품 앞을 관람객이 단 몇 초 만에 지나가는 것을 보고 행복해 할 작가는 없다." (강운구,『오래된 풍경』, 열화당, 2011, pp. 14-15.)

김용태_눈 내리는 날 3 Snowy Day 3_피그먼트 프린트에 스티로폼_75×110cm_2013
차주용_3947's_돌에 잉크_100×100cm_2014
김흥구_트멍_무등이왓 Teumeong_Dancing kids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100×140cm_2013

우리 곁에 있었던 몇몇 사진 갤러리 중 가장 오래되었고 꾸준하게 많은 작가들이 거쳐 간 곳이 바로 갤러리 룩스입니다. 이제는 인사동의 삐걱대는 나무계단을 오르내릴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면 허전하기도 하지만 새롭게 시작하는 옥인동 시대를 응원합니다. 전시가 진행되는 기간 중에 '작가와의 만남' 이라는 밥 맛 없는 행사 대신「사진판 뒷담화 - 안오면 까이고, 와도 까인다(가제)」라는 토론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사진계의 몇 분을 패널로 모시고, 반나절 정도 사진계의 여러 가지 분야에 대한 난상토론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패널들끼리 토론하고 막판에 질문 한 두개 받는 형식의 토론이 아니라, 몇 개의 사안을 패널들이 즉흥적으로 정하고 관객들과 함께 토론할 예정입니다. 형식과 시간이 보다 자유로운 상황에서 진행되는 만큼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김두하_보통소녀 Ordinary girl_캔버스에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150×150cm_2013
윤승준_해부도–전유#1 Anatomical Chart–appropriation_피그먼트 프린트_108×144cm_2014
김익현_서재필박사상 Statue of Doctor Seo Jaepil_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_40×50cm_2014

최근에 받은 명함 중 사진가라는 명함이 가장 많습니다. 본업은 변호사나 의사, 탤런트, 회사경영자, 술집점주, 부동산관리 등 실로 다양하지만 본업 말고 사진가의 명함을 따로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은 시대가 만들어낸 일종의 로망처럼 느껴집니다. 하긴 사진가가 면허가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그들의 명함은 또 제 명함첩에 들어갈 것입니다. 저는 또 어딘가 혹은 이 판 언저리에서 왔다 갔다를 하고 있겠죠. 사진이라는 꿈같은 걸 쫓으며 어딘가를 걷고 있을 겁니다. ■ 박진영

홍진훤_붉은_초록 #01 어승생악 일제동굴진지, 제주도, 대한민국 Crimson_Green #01 Japanese Military Dugouts in Eoseungsaengak, Jeju island, Republic of Korea_ 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_120×150cm_2014
최중원_스카이아파트 Sky Apartment_잉크젯 프린트_80×240cm_2008
권오철_킬리만자로 Kilimanjaro_엡손 울트라스무스 파인아트지에 울트라크롬 HDR 잉크_60×90cm_2011

As I am getting ready to move to a new studio, I go through my belongings. For a person who is normally not very organized, moving provides a good excuse, if not an opportunity, to sort things out. In the corner of a drawer, there are six diary-size folders filled with business cards. The film negatives are in disarray but the business card folders are in asomewhat orderly state. One simply has to insert them in the order they are received. Half of these cards are from photography related people. When I look at some of these cards, whose names will be instantly recognizable to most people, I find myself smiling about the tacky design or dated font. Then again, all kinds of thoughts run through my mind when I see how some of them have faded away, like the hours of the past. ● Digital technology has surpassed the imagination of people and photography is no longer an exclusive domain of photographers but is for everyone. Furthermore, the master-apprentice system of training is not a prerequisite anymore for it is now possible to study and do photography with a simple manual or how-to books. While technology has made diverse expressions available to people, an original approach or style by an artist is becoming more rare as a consequence of the uniform ways of printing or ostentatious framing. On the other hand, there are so many photographs churned out by "poets" or by "artists" that are very impressive in their lyrical, unique, and peculiar expression that I wonder if I should give up photography altogether; moreover, we live in a time period when we are inundated with remarkable images, such as vivid pictures taken by the residents from the site of war that the photojournalists would be hard pressed to capture or the minute-by-minute series of real-life circumstances that are posted on SNS that could be applied for formal or official use. ● An exhibition called "Birth of a Scene" is going to be opening. While one can seriously question the validity of presenting photographs in a setting called a "gallery" in this day and age, conversely, perhaps one can reflect on the direction, historicity, and the contextual narrative of the work that can be shown only by way of an exhibition. Back in 2006, I curated an exhibition called "A Solid Scene" (Gallery Art Beat in 2006. Area Park was the curator and Koo Sungsoo, Kwon Sun Kwan, Area Park, Bang Byoungsang, Back Seung Woo, Oh Sang-taek, Jung Yeondoo, and CheOnejoon were the participating artists.) in which I also participated in as an artist. From this experience, I learned much about how to enhance the artwork in a small exhibition, which was taking place in a confined space, as well as how to deal with artists and invite them to participate. ● The "Birth of a Scene" showcases diverse artists, ranging from sketches done by students who haven not yet finished college, those who have now established themselves as artists having begun as amateurs, artists in waiting who have been active for many years but have not had an opportunity for an exhibition,and artists whose works are showninternationally. It will take place at the new site wherethe Gallery Lux will reopen. I am well aware that an exhibition prepared by a single person, which is shown in a limited space and time period, cannot by any means represent an era, let alone the recent trend in the art world. Perhaps that is the reason I was given this opportunity, and not to a critic or a professional curator. ● Consequently, the only things at my disposal were the theme of the Gallery Lux moving from Insadong to Ogindong and the title of the exhibition, whereas the choice of artwork was left up to the artists themselves. It will also be an exhibition where no information on the work or the name of the artists will be presented to the public. However, I have included the images that show "not a decisive moment" but ones in which an artist has chosen to interpret an ordinary moment with a unique vision. From an era of capturing a moment,we have come to an era where photography is about constructing a scene. ● For some people, no matter how original the approach, this could come off as one of the countless exhibitions that does not seem fresh at all and that which will flicker momentarily and disappear. I can only confess to the utter limitation of my abilities as I find myself showing works of not just one artist but also ten. I would like to quote a statement by another photographer that greatly inspired me. ● "I have never aspired to overwhelm a viewer who came to see my exhibition. Instead, with a quiet resonance I try to be persuasive or stir them with a tiny sound. And if I can, I mull over how I could enable my viewers to linger longer before my photograph. To make them see quickly and leave the gallery hastily is not a true service; rather it is the duty of an artist to make people view work for a long time, and over and over. After going through all kinds of difficulties, not to mention a number of seemingly trivial processes before the artwork is finally hung in front of the people, there can't be an artist who will be happy to see the public give it only a few seconds viewing." (Kang Woongu, "Old Scenery," Seoul, Youlhwadang, 2011, pp. 14-15.) ● The Gallery Lux is the oldest of all the photo galleries and where many photographers have consistently shown their work. Although I am saddened not to be able to climb up the worn-out steps at its former place, located in Insadong, I look forward to its future in Ogindong. In place of an off-putting thing called, "Artist Talk," ascheduled event is entitled, "Gossiping about the photography world—whether or not you show up, you'll be slammed." A number of photographer panelists have been invited for a half-day free talk on different themes related to photography. It will not proceed as usual whereby the panelists will engage in a debate then have a Q&A afterward but instead they will come up with several subjects right there and then and carry on a discussion with the audience. As it will be a much more open forum, so everyone is welcome to be part of it. ● Of all the business cards I got recently, the ones from photographers outnumberthe others. Even though a lot of people already have a profession, such as lawyer, physician, entertainer, CEO, bar owner, or realtor, they all carry a separate name card indicating photography as their (a)vocation. It seems to me in our time, photography,for many people,is kind of a romantic aspiration. Especially since it does not require a license to become one. These cards will once again go into my folder. As for me, I shall be going to and fro from the periphery of this and that scene—in pursuit of a dream called photography. ■ Area Park

Vol.20150122a | 장면의 탄생 Birth of a Scene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