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모텔 777호 : 열정을 위한 다시茶時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신진작가 기획展   2015_0127 ▶ 2015_0412 / 월,설연휴 휴관

초대일시 / 2015_0126_월요일_04:00pm

참여작가 강상빈_강호성_나광호_박병일_박희자_신성환 신정희_안진국_우금화_이세준_이시내 이주형_이호영_장고운_조문희_조은주

관람료 / 성인 2,000원 / 청소년 1,000원 / 어린이 500원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설연휴 휴관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YANGJU CITY CHANGUCCHIN MUSEUM OF ART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권율로 211 1층 Tel. +82.31.8082.4241 changucchin.yangju.go.kr

1. 예술, 젊음, 재생 ● 『예술모텔 777호 : 열정을 위한 다시茶時』는 폐모텔을 재생하여 미술창작스튜디오를 조성하는 777레지던스의 첫 번째 기획전시 타이틀이자 레지던스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표제어이다. 이 타이틀은 세 가지 키워드인 '예술', '젊음', '재생'으로 구성되었다. 폐모텔에서 예술모텔의 공간으로 새롭게 시작하는 777레지던스는 각 분야별(회화, 사진, 복합매체)로 7명씩 총 21명에게 창작공간 및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명칭 그 자체로 특성화된 전문 미술창작스튜디오임을 드러낸다. ● 경기도 장흥에 위치한 777레지던스의 모텔공간은 건물 자체가 시대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장흥은 1980년대 우리나라 등록 사립미술관 1호인 토탈야외미술관의 등장과 함께 여러 카페가 들어서면서 예술과 낭만이 있는 곳으로 젊은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주목받았다. 또한 산과 강, 예술이 어우러진 특별함으로 1990년대까지 서울근교의 최고 대학교 엠티 장소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많이 모이면 훼손과 변질이 생기듯 점차 더 많은 식당과 러브호텔, 모텔 등이 난립하면서 자연의 한가로움과 예술적 여유로움이 사라져갔다. 2000년대 들어서는 대성리, 강촌, 춘천 등 타 유원지의 부흥에 밀려 쇠락하기 시작했고. 심지어 2004년에 장흥역이 폐장하면서 장흥유원지는 서서히 잊혀져가고 있었다. 그러나 2005년 가나아트파크의 등장과 모텔을 개조해 아틀리에로 조성한 가나아틀리에, 크라운해태 아트밸리, 양주시 장흥조각공원, 장흥조각아틀리에를 중심으로 다시 예술의 장소로 서서히 이미지가 회복되기 시작하였다. 이 시기 양주시에서도 아틀리에빌리지 조성을 위해 모텔을 매입(2009)하였으나 여러 가지 사정으로 몇 년 동안 그대로 방치되었다. 그러다 2013년 폐모텔이 된 건물을 1차 재생의 과정을 거쳐 현재의 777레지던스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버려진 모텔의 운명과도 같이 문화예술의 불모지가 된 장흥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한 시대적 염원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777레지던스는 현재 예술을 위한 최적의 장소로 재생되고 있는 중이다. 777레지던스는 기존의 모텔이 가진 부정적인 이미지를 숨기지 않고, 이를 적극 활용해 젊은 예술가들의 꿈을 실현시키는 '예술모텔'로 당당하게 변모해가고 있다. ● 이처럼 입주작가와 예비입주작가의1) 패기와 열정으로 조성되고 있는 777레지던스의 두 번째 키워드는 '젊음'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레지던스의 방향성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있기에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꿈을 향해 자신을 쏟아내는 젊음, 그리고 그 젊음의 원동력인 '열정'은 입주작가 뿐만 아니라 777레지던스의 강력한 에너지가 될 것이다. 예술을 향한 열정은 공간의 크기가 아니라, 그 공간을 채우는 가치 있는 행위들로 결실을 맺는다. 이 예술적 행위는 창작열을 스스로 불태워야 하는 강렬한 책임감을 동반한다. 그 책임감은 어디까지나 잠재태이지만 이미 '내 안에 있는 가능성'을 확인하는 일이다. 마찬가지로 777이라는 예술모텔 또한 젊은 작가들의 예술적 행위와 함께 공간의 잠재성을 확인해갈 것이다. 예술가들이 모여 서로의 영혼을 공유하거나, 철저히 자신과의 예술적 고독과 독대해야 하는 창작의 순간들을 모두 기록하는, 그리하여 훗날 지금의 순간을 기억의 향수로 소환하는 장소가 될 것이다. ● 예술모텔 777호의 세 번째 키워드는 '재생'이다. 여기서 재생은 이중적인 의미를 지닌다. 우선, 방향을 고쳐서 새롭게 한다는 재생再生은 쓸모가 사라진 모텔에서 예술공간으로의 재탄생을 뜻하며, 동시에 입주작가의 창작활동에 대한 재생 또한 의미한다. 레지던스 입주를 통해 작가 개인의 창작활동에 새로운 변화가 생겨나 작업의 활력을 찾는 '생산'의 직접적인 원동력이 될 것이다. 이러한 예술적 생산을 위해 예술가들과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인 다시茶時(차 마시는 시간) 2) 가 두 번째 재생의 의미라 하겠다. 차를 마시며 토의를 하는 다시茶時는 지성과 예술을 서로 공유하며, 777레지던스의 예술공간과 작가 개인의 '재생'을 실현해 나갈 것이다.

이주형_사구가 보이는 풍경2 Landscape with Shifting sands2_캔버스에 유채_180×150cm_2014

2. 열여섯 작가를 위한 다시茶時 ● 차(茶)는 예로부터 인간의 정신과 멋을 추구하는 최고의 풍미로 여겼다. 차를 마시는 행위 속에는 이미 문화와 예술에 대한 예의와 향유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렇기에 다시茶時는 단순히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아니라, 문화와 예술을 서로 공유하며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생산의 시간을 함께 함을 의미한다.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의 신진작가기획전『예술모텔 777호 : 열정을 위한 다시茶時』는 정신적이고 예술적인 가치들에 대해 논의하고자 다시茶時의 개념을 통해 각 작가들의 작품을 네 가지 섹션으로 구분하여 살펴보았다. 백호白毫, 찻잎 위에 돋아난 순수한 흰털"앉아서 반 바퀴쯤 된 달을 마주해 / 조용히 석잔의 차를 기울이노니 / 어떻게 하면 두 날개를 달고 가서 / 천상의 계수나무 꽃을 완상할꼬." (서거정(徐居正, 1420~1488)의 『사가집(四佳集)』「달을 대하여 차를 마시다」중에서) ● 백호는 어린 찻잎에 난 흰털을 가리키며, 이 차를 백차(白茶)라 한다. 백호 가득한 차나무의 싹과 잎을 따 얇게 널어 건조시키는 백차는 가공을 가장 적게하여 맛이 매우 단아하고 신선하며, 차의 천연의 맛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다. 작가 이주형, 이호영, 박병일, 우금화는 이러한 순수한 백호와 같이 이상적이고 근원적인 세계관을 선보인다. ● 이주형은 습지와 사구의 개념을 통해 명확함을 향한 이상향을 추구한다. 그런데 그에게 이상향은 현실과의 대비를 통해 도달할 수 있는 개념이다. 그는 습지를 축축한 현실로, 사구를 명확한 이데아로 설정하였다. 그리하여 축축하고 눅눅한 털과 바짝마른 나무 합판을 대비시켰다. 작품「사구가 보이는 풍경」은 털과 털뭉치로 뒤덮힌 인간의 얼굴형상과 배경에 그려진 나무, 또는 자연의 모습이 서로 대치된다. 치밀하게 묘사된 털은 한 덩어리의 자아를 의미하며, 배경에 그려진 나무는 그가 추구하고자 하는 사구의 세계이며, 그 작품을 통해 근원으로 향하고자 하는 예술적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이호영_사이 Between Definition and Un-definition #009_C 프린트_60×60cm_2013

이호영의 사진은 하나의 완벽한 우주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페인트가 뒤섞이는 찰나의 순간을 사진으로 기록하는데, 그 찰나의 순간은 생명의 탄생과 우주의 시작을 연상케 한다. 그는 이러한 형상 속에서 존재와 융합의 의미를 찾고자 한다. 미시적인 세계를 보여주며 현상의 본질을 향하는 그의 물감방울은 그것 자체의 아름다움을 넘어 철학적인 사유로 관객들을 끌어당긴다. 그것은 마치 미지의 우주탐사를 열망하는 인류의 숙원과도 같이 오래되고 순수한 호기심을 유발한다.

박병일_LANDSCAPE_한지에 먹_195×135cm_2014

박병일은 수묵화를 통해 도시풍경을 그리는데, 그는 도시의 풍경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비워내는 것에 집중한다. 도시 빌딩들 사이에 세워진 하얀 나무는 실제로 그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가 마치 숨(breath)을 불어넣듯이 나무라는 자연의 공간을 비우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화선지에 흰색으로 나무를 칠하는 것이 아니라 나무를 제외한 빌딩과 도시를 채색한다. 그에게 나무의 빈 공간은 우리가 채워가야 할 정신적인 도시의 참모습인 것이다.

우금화_햇빛 드로잉 Sunlight Drawing_ 종이에 다양한 현상에 의해 만들어진 내추럴 프린팅_44×60cm×8_2013

우금화는 한 단어가 가진 의미의 근원을 진지하게 연구한다. 오랜 시간의 기록을 통해 작품을 완성해가는 수행적인 그녀의 작품은 유쾌하면서도 철학적이다. 그녀의 작품「햇빛드로잉」은 옥상에서 3개월간 진행된 '드로잉 배양 작업'으로, 순수한 자연의 햇빛이 만들어낸 드로잉이다. 햇살과 비, 바람이 만들어낸 드로잉은 말 그대로 '햇빛드로잉'인 것이다. 그녀는 이러한 드로잉의 과정이 우연히 아니라 자연이 주는 필연적 결과라고 말한다. 그 예로 드로잉을 제작하는 과정 중에 하루를 촬영한 영상작품「하루」는 '햇빛드로잉'의 필연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녀의 작품은 우리가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다시, 그리고 그것을 가치있게 바라보게 만든다.

신성환_If I Knew_혼합재료_가변설치_2013

눈향嫩香, 여린잎의 신선한 향기"강하고 솔 난간 돌며 괴로운 맘 읊다가도 / 다원에서 차 덖는 향기에 가슴 시원하여라." (대각의천(大覺義天, 1055~1101)의 『화롱서운(和隴西韻)』중에서) ● 녹차(綠茶)는 살아있는 잎에 높은 열을 가하거나 증기로 찌는 살청(殺靑)을 통하여 폴리페놀 산화효소의 활동을 멈추게 해 발효를 중지시켜 녹색을 유지한다. 녹차는 싱그럽고 향기가 오래 지속되며 깔끔한 차인데, 여린 잎의 신선한 향기를 눈향(嫩香)이라 일컫는다. 작가 신성환, 나광호, 박희자, 이세준은 녹차의 신선한 눈향과도 같이 우리 인간의 내면세계 깊은 곳에서 출발하는 푸른 향기를 작품속에 머금고 있다. ● 신성환은 빛과 영상, 그리고 소리와 같은 테크놀로지를 통해 예술적인무대를 만든다. 그것은 마치 연극무대처럼 설치되는데, 그는 극을 위한 배경이 아니라 그 공간의 공기와 소리, 분위기, 시간을 모두 담아내어 관객들에게 특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수평선이 펼쳐지고 파도소리로 가득 찬 작품「If I Knew」는 우리들의 기억 저편에 있는 특정한 정서를 환기시킨다. 누군가는 바닷가에서의 아름다웠던 기억을, 또 누군가는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릴 것이다. 그의 메시지는 바로 나의 내면속으로 들어가 나 자신과 만나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에게 있어 테크놀로지는 자아의 내면세계로 향하는 징검다리와도 같다.

나광호_Infandult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세리그래피_324×260.6cm_2014

나광호는 작품「Infandult(Infant+Adult)」와 같이 어린아이들의 그림을 조합하여 하나의 거대한 그림을 완성한다. 아이처럼 순수한 세계관을 갖지 못하는 어른들의 모습이 아이와 같기를 희망하는 그는 주문을 걸어 삐뚤빼뚤하지만 정감 있는 그림을 완성한다. 그의 작품은 이성과 언어, 그리고 개념적인 의미로 가득 찬 눈에 보이지 않는 이미지 만들기에 혈안이 된 어른들에게 끊임없이 질문한다. 언제부터 그림 그리기가 두려워졌느냐고. 아이와 같이 그림을 그리는데 평생이 걸렸다는 피카소의 고백과도 같이, 그의 작품은 우리들 내부에 잠들어 있는 순수한 자아를 깨우고 있다.

박희자_The Women of island-Crouch_피그먼트 잉크젯 프린트_80×120cm_2013

박희자는 30대를 살아가는 여성의 삶의 모습을 사진에 담는다. 불행하지도 행복하지도 않은 삶의 권태를 안고 살아가는 여성들과 그들의 삶의 공간을 무미건조하게 보여주는 화이트 톤의 깨끗한 사진은 단순히 인물에 대한 사신작가의 시선이 아니라, 대상이 된 여성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결혼 후 낮 시간의 무료함이 표현된 삼십대 여성의 신체는「The Women of Island」라는 제목처럼 외롭게 고립되어 있다. 그 고립의 권태로움은 피사체인 여성의 몸을 통해 다시 우리들에게 돌아온다. 그녀는 사진을 통해 묻는다. 우리들의 삶은 어떠한가라고.

이세준_아무것도 아닌 모든것_캔버스에 유채_73×60.9cm_2014

이세준의 작품에는 다양한 식물과 동물들, 그리고 인간이 뒤엉켜있는 복잡한 세계가 표현되어 있다. 여러가지 유기체들이 모여 거대한 세계를 드러내는 복잡한 구조는 경계도 없이 흘러내리거나 서로 맞물려 있다. 그는 이러한 복잡함이 바로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계의 모습이라고 말한다. 즉, 완전히 하나인 주체가 아니라 여러 주체들이 분열된 각각의 상황들에 맞게 재구성되고 또 해체된다는 것이다. 그의 작품「세계의 내장」은 그의 전작 '무한을 유한 속에 담는 방법'과 마찬가지로, 이성과 비이성의 다양한 의미들이 난무하는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계의 내면을 잘 보여주고 있다.

강상빈_Untitled_도자기, 거울, 의자, 나무_가변설치_2014

기문향祁門香, 꿀과 같이 달콤하고 과일처럼 새콤한"한잔을 마시니 창자를 물로 깨끗이 씻어낸 듯 하고 / 두 잔을 마시니 정신이 상쾌하여 신선이 된듯하고 / ... / 어이하여 일곱 잔은 반도 안 마셔 울금향 같은 / 맑은 차 향기 옷깃에 일고 하늘 문 바라보이며 / 바로 곁에는 소삼(蕭森)한 봉래산이로구나." (한재(寒齋) 이목(李穆, 1471~1498)의『다부(多賦))』「일곱 주발의 차노래」중에서) ● 인도의 다즐링, 스리랑카의 우바와 함께 세계 3대 홍차에 속하는 중국 안휘성의 기문에서 생산되는 기문홍차(祁門紅茶)의 기문향(祁門香)은 향이 꿀과 같이 달콤하고, 과일과 같이 새콤하며 꽃과 같이 우아하기로 유명하다. 현실과 초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신화, 빛, 믿음의 의미에 대해 연구하는 강상빈, 강호성, 안진국, 장고운의 작품은 붉은 홍차의 달콤하고 새콤한 향기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 강상빈은 '믿음'의 도상(아이콘)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반영되고 있는지에 관심이 많다. 그는 성상과 우상의 이미지가 특정의 믿음에 의해 생성된다고 보고 이를 차용하여 새로운 믿음의 체계를 구축하거나, 현대의 이성적 맹신에 대해 폭로한다.「Seventh Sons」은 18세기 후반 기괴한 그림을 그렸던 프란시스코 고야의 작품을 차용하여 폭력과 파괴의 믿음이 어떻게 숭배되는가에 대해 실험한다. 또한 그는 헤비메탈의 아이콘과 중세시대 수도승의 모습을 통해 파괴와 종교적 숭배의 도상들을 뒤섞어 놓는다. 불완전한 믿음에 대한 강박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은 이러한 아이콘들이 사회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일이라고 그는 작품을 통해 말한다.

강호성_격고擊鼓(북을 치다) Play a Drum_실크에 채색_110×85cm_2013

강호성은 신화적인 이야기를 중심으로 작품 활동을 한다. 설화와 동화, 주술문화,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넘나들며 판타지와 같은 작품을 선보인다. 비단에 전통 동양화의 기법으로 채색하는 그의 작품은 마치 동화의 초현실 세계로 우리들을 초대하는 듯하다. 특히나「격고」,「서낭당」(귀면와)과 같은 작품은 우리나라 민간신앙과 연결된다. 신화와 주술의 이야기가 허구이지만 인간의 믿음과 상상력을 위해 필요한 것처럼, 그는 작품을 통해 이 시대의 아름다운 동화를 그려내고자 한다.

안진국_유리된 폭발 Separate Eruption_캔버스에 유채_90.9×72.7cm_2015

안진국은 경계를 인식하는 시선을 그림으로 표현한다. 그에게 안과 밖의 경계는 단순히 내부의 주체와 외부의 타자 개념으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그 경계가 유리면과 같이 서로를 반사시킨다면 우리는 과연 무엇을 볼 것인가에 대한 물음들로 채워져 있다.「유리된 폭발」에서와 같이 액자화 된 폭발의 현장을 바라보는 여인의 뒷모습은 마치 뉴스를 통해 전쟁소식을 접하는 것과 같이 나와 상관없는 타자의 거리가 상정된 것이다. 우리의 주체는 우리가 바라보는 저편의 타자로 인해 또 다시 타자화 된다. 나는 무엇을 보고 있는가? 그의 물음은 작품을 바라보는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던져진다.

장고운_겨울밤 바닥에 비친 빛 그림자 Reflection of Light in Late Night Winter_ 캔버스에 유채_117×80cm_2014

장고운은 벽면에 비친 빛의 아른거림과 흔들림을 쫓아 그림을 그린다. 추상회화처럼 보이는 그녀의 그림은 현실세계에 투영된 초현실의 흔적을 찾는 것과 같이 막연하다.「겨울밤 바닥에 비친 빛 그림자」,「3개의 서로 다른 시간대의 햇빛」과 같이 그녀는 현실의 구체적인 현상을 그린다. 그러나 그것은 현실에 존재하지만 단지 순간적인 빛으로만 머물러 있는 아른거림의 시간이다. 그 시간이 지나가면 또 그와 똑 같은 빛은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 그녀는 이 순간을 예술적으로 사유하고자 한다. 그녀의 작품을 통해 우리는 초현실의 세계가 내재된 현실의 공간 구석구석에서 아름다운 예술의 빛을 발견해낼 수 있다.

조문희_A Shape in The Scene_단채널 영상, 사운드_2015

보이普洱, 오래두고 느끼는 부드러움"밥을 먹고 선방에서 잠깐 차를 마시었는데 / 산 중턱의 붉은 해가 벌써 서쪽으로 비끼었네." (백운(白雲) 이규보(李奎報, 1168∼1241)의『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팔월이일(八月二日)」중에서) ● 흑차(黑茶)는 미생물에 의해 발효가 진행되는 후발효차로 중국 운남성의 운남보이차(雲南普洱茶)가 유명하다. 오래될수록 맛과 향이 깊어지며 부드럽고 순해진다. 조문희, 이시내, 신정희, 조은주는 오랜 시간 적정의 거리를 두고 바라본 도시풍경, 혹은 도시와 관련된 오브제를 토대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 조문희는 도시를 다니면서 찍은 건축물이나 도로의 사진에서 표시판이나 창문 등을 지워내고 비워내는 과정을 통해 도시를 낯설게 보이게 한다. 마치 3D게임 속 도시풍경이나 비현실적인 인공의 공간으로 보이게 함으로써 풍경자체에 조형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도시를 구성하는 밋밋한 건축물들은 텅 비어있는 건축의 조감도처럼 가볍고 표면적인 이미지가 되어 어디에서나 존재할 수 있는, 그러나 존재하지 않는 무공간이 된다. 그녀는 이러한 때 묻지 않은 도시의 평평한 무공간의 건축물을 통해 반대로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의 도시를 바라보게 한다.

이시내_파편Ⅵ FragmentⅥ_혼합재료_가변설치_2014

이시내는 버려진 도시공간의 오브제들을 끌어와 새로운 조형작품으로 재탄생시킨다. 그녀는 건축물의 파편들을 모아 하나의 조각작품으로 만드는데 철근과 철망, 목재와 유리는 마치 순수한 오브제처럼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받는다. 특히 그녀는 '긍정적이고 역동적인 에너지'를 가진 유기체적 존재가 바로 인공 건축물이라는 생각을 전제로 폐허의 인공공간에서 예술적 형상을 발견해내고자 한다. 그녀의 설치조각은 건축물에 내재된 긍정적이고 미래적인 에너지로 꽉 찬 가능성의 예술작품인 것이다.

신정희_설렘을 기본으로 한 두려움 Fear on The Basis of Romance_잉크젯 프린트_41×58cm_2013

신정희는 다막극이라는 옴니버스 형식의 사진실험을 통해 시선과 주체성의 문제를 건드린다. 그녀는 이방인인 비둘기의 시선에서 도시 풍경 속 사람들과 사람모형 오브제(사진 위에 놓고 다시 찍은 장난감 인형)를 바라본다. 그러나 그 비둘기는 또한 사람들에 의해 다시 보여짐을 당한다. 대체 누가 누구를 보고 있는가? 사진으로 재구성된 그녀의 작품의 주제는 '가출'이다. 집을 나와 세상을 경험하면서 마주하는 수많은 사건들은 비둘기의 시선에서 또 그녀 자신의 시선에서 끊임없이 교차된다. 그녀의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유쾌한 사진픽션 연극은 도시를 바라보는 우리들의 시선을 즐거움으로 인도한다.

조은주_공간의 위로 Soul Space_한지에 혼합재료_72.7×90cm_2014

조은주는 카페에 앉아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는 카페 풍경에 관심이 많다. 그녀의 그림은 카페를 그린 따뜻한 풍경처럼 보이지만, 서로의 관계가 단절되어 홀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이 시대의 고독한 자아를 대변한다. 화면에서 인물은 서로의 눈을 마주치지 않고 유령이 된 것처럼 비어있다. 마치 의자와 같이 하나의 사물이 되어버린 인물은 서서히 풍경 속에서 사라진다. 그리고 남은 것은 붉은색과 노란색, 초록색의 색면만 남게 된다. 그녀는 색을 통해 따뜻함과 차가움을 표현한다. 그러므로 그녀의 카페풍경은 심경으로 느끼는 정서적 풍경인 것이다. 3. 다시 '재생'을 향하여 ●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신진작가기획전『예술모텔 777호 : 열정을 위한 다시茶時』는 단순히 레지던스 입주작가 전시가 아닌, 777레지던스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매우 중요한 전시이다. 777레지던스는 태생적 난제인 '공간의 재생'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이 재생을 완성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함께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폐모텔을 '예술모텔'로 변모시키는 일은 지속적인 관심과 열정을 필요로 한다. '재생'은 단지 작가 개인의 '입주'의 문제만이 아니라, 이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의 염원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장흥을 예술과 낭만이 있었던 곳으로 추억하는 사람들과 문화예술로 부흥시켜야 하는 기관 종사자들, 아름다운 자연과 예술을 함께 향유하기를 원하는 관객들의 기대는 이곳이 언제나 활기로 가득 찬 따뜻한 곳이기를 희망한다는 것이다. '재생'은 단지 레지던스가 가진 공간적 힘에 의해 변화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레지던스를 움직이게 하는 모든 이들의 들끓는 열정과 정신적 의지가 모여졌을 때 가능하다. 이제 예술모텔 777호는 '재생'을 위한 한 바가지의 마중물이 준비되었다. 이 마중물은 777레지던스를 아름다운 예술모텔로 승화시키고, 장흥을 활기 있게 만들 것이다. 이 가치 있는 에너지를 위해 풍부한 예술세계를 창조해 낼 열여섯 명의 신진작가들이 777레지던스와 함께 나란히 뛰어갈 것이며 또한 함께 성장해 갈 것이다. 777레지던스의 전신(全身)이자 역사를 함께 기록할 젊은 작가들의 실험적인 예술작품들은 공간이 가진 한계를 훨씬 뛰어넘어 그들 자신으로 향하는 무한한 창작의 에너지로 발산된다. 그 에너지는 스스로 빛을 발하는 예술적 아우라로 화답하여 우리들을 자연스럽게 끌어당기고 있다. 이제 재생을 향한 향긋한 차 향기가 서린 예술모텔 777호의 본격적인 전시가 시작된다. ■ 백곤

* 주석 1) 777레지던스는 2013년 회화입주작가 공모를 통해 7명을 선정하여 1차 재생을 거쳤고,     2014년 선정된 사진,복합매체 작가 9인은 문화관광부 '생활문화센터 조성사업' 선정에 따른     리모델링 공사계획에 의해 입주가 지연되어 예비입주작가로 양주시립미술창작스튜디오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예비입주작가들은 2015년 입주를 완료할 예정이다. 2) 다시(茶時)는 현재의 티타임(Tea tinme)이라 할 수 있다. 다시의 유례는 고려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려시대 다방(茶房)이라는 관청과, 관헌들이 매일 한 번씩 등청하여 한자리에 앉아 토의를 하는     다시(茶時)제도가 있었으며, 이러한 다시를 통해 중요한 공사를 의논하였다.     이 다시는 조선말까지 행해진다.

Vol.20150127a | 예술모텔 777호 : 열정을 위한 다시茶時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