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 콜라주

윤성지_이광기_조은지展   2015_0129 ▶︎ 2015_0513 / 월요일 휴관

텍스트 콜라주展_경남도립미술관_2015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전시설명 / 11:00am,02:00pm,03:00pm,04: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월요일 휴관

경남도립미술관 GYEONGNAM ART MUSEUM 경상남도 창원시 의창구 용지로 296 3전시실 Tel. +82.55.254.4600 www.gam.go.kr

경남도립미술관은 2015년 첫 전시로 세 개의 현대미술기획전을 펼쳐 보인다. 그 중 하나가 텍스트와 이미지의 경계를 넘나드는 세 명의 작가로 구성된 『텍스트 콜라주』展이다. 이 전시는 일상적으로 익숙한 문자들이 현대 미술의 맥락에서 어떻게 운용되는지 살펴보는 전시이다. 20세기에 접어들어 텍스트와 이미지가 자유롭게 결합하는 방식이 새로운 미술의 형태로 등장했으며 지금에 이르러서는 보편적인 미술적 표현으로 자리 잡았다. 일상적으로 텍스트는 어떤 의미를 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사용되지만 미술에서 텍스트는 어떤 대상을 설명하거나 재현하는 것이 아닌 그 자체로 하나의 오브제로 작동한다.

텍스트 콜라주展_경남도립미술관_2015

현대 미술에서 텍스트는 종종 약속된 체계를 거부하고 맥락을 상실한 상태로 등장하기도 하는데 이때 그 의미는 계속해서 이동되고 무한히 생성된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과정(독해 불가능한 텍스트로의 변모)에서 발생하는 뜻하지 않은 텍스트의 유희를 즐기고자 한다. 또한 이를 통해 일상의 영역을 벗어난 텍스트가 얼마나 낯설어질 수 있는지 직시하도록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윤성지, 이광지, 조은지 작가가 펼치는 문자 놀이를 통해서 우리는 전시를 본다는 행위가 단순히 이미지를 감상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윤성지_신운명 핑크 Neo Destiny pink

윤성지 작가는 이런 실험을 지난 10여 년 동안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그녀의 작업은 일상적 맥락에서 탈출한 텍스트들이 전시실을 뛰어다니게 한다. 「신운명 핑크」에는 '784M3A2F8ck'라는 문자가 적혀있다. 특별한 의미가 있나 싶어 이리저리 생각해보고 포털사이트에 검색해보아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의미 없는 글자들인데도 우리는 그 앞에서 어떤 의미를 찾으려고 무단히 애를 쓴다. 진짜 의미 있는 것들을 외면하고 무시하고 흘려보내면서 말이다. 웹(web)가 앱(app)을 떠돌며 의미 없는 것들에 의미를 부여하고 또 의미를 삭제하는 우리 일상을 비꼬는 행동 같기도 하다. 2000년에 시작하여 이번에 새롭게 설치되는 Desire dot Act(2014)는 1990년대에 작가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은 자전적인 장편소설이다. 그런데 이 책은 표지 타이틀 Desire ․ Act라는 영어 외에 이해할 수 있는 문자가 아무 것도 없다. 끄적끄적 반복된 볼펜의 흔적만이 있을 뿐이다. 이 소설에서 우리는 무엇을 읽을 수 있을까.

이광기_인식_이것을 인식하기 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어렵다_스테인리스에 음각_20.5×50cm_2007

이광기 작가는 영상 및 설치작업 뿐만 아니라 개념적 작업을 통해 텍스트가 이미지 안에서 작동하는 효과를 직관적으로 파악하는 작품을 만든다. 재현의 영역에 귀속되지 않은 채 재현의 공간에서 또 다른 이미지를 생산하는 그는 텍스트를 재조합하여 의미파악의 시간을 지연하기도 하지만 텍스트의 의미를 단순하게 드러내 우리가 쉽게 끄집어내지 못하는 말들에 직면하도록 만들기도 한다. 작가는 2006년에 한글의 기본 제자원리에서 한글 자음을 알파벳으로 대체하는 새로운 문자를 개발(?)했다. 한글의 모음과 영어 알파벳의 자음으로 이루어진 이 문자는 그 규칙을 알기 전에는 알아볼 수 없는 문자이자 이미지이다. 그러나 그 조합의 구성을 이해하게 되면 이 문자는 독해 가능한 글로 이해되면서 새로운 인식 대상으로 변모한다. 이해의 단계에 따라 문자는 전혀 의미를 알 수 없는 기호에서 뜻을 가진 기호로 전환되는 것이다.

조은지_아담과 이브의 영원한 사랑

조은지 작가는 일상에서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관념이나 의식에 대해서 딴지를 거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아주 사적인 이야기를 다루기도 하지만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차원의 문제를 건드리기도 한다. 그녀의 작업은 주로 프레임이 없는 캔버스 천에 그림을 그리거나 어눌한 형태의 글씨를 쓰고 찍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어눌한 글씨는 유려한 글씨와는 또 다른 느낌을 불러일으키는데 이는 왼손으로 작업을 해서 만들어낸 의도적인 형태이다. 예컨대 「누가 내 잠을 방해하는가 Who disturbs my slumber」(2013)는 한 편의 아주 짧은 단편소설을 읽는 느낌이다. 성희롱 때문에 버스나 지하철에서 편히 잠조차 잘 수 없는 현실을 재미나게 표현한 이 글은 5분 정도의 시간을 들이면 충분히 다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작품 앞에 5분은커녕 1분도 서있지 않는다. 1분 따위로는 내 작품은 이해할 수 없다는 걸 말하려는 것인지 그녀의 작업에는 글들이 빼곡하다. ■ 경남도립미술관

Vol.20150129i | 텍스트 콜라주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