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틈 Deep in the Abyss

김혜수展 / KIMHAESOO / 金憓秀 / sculpture.painting   2015_0204 ▶ 2015_0210

김혜수_The gray monster inside me #3_양모, 철사, 천_90×80×75cm_2015

초대일시 / 2015_0204_수요일_05:00pm

갤러리 도스 2015 상반기 기획공모展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_12:00pm~06:00pm

갤러리 도스 GALLERY DOS 서울 종로구 삼청로 7길 37(팔판동 115-52번지) Tel. +82.2.737.4678 www.gallerydos.com

"이미지는 사유의 증가를 위해 첨가되어 부정되고 지양되는 대상이 아니라, 사유 자체의 결핍을 드러내는 사유의 작패(double)이다. 그것은 사유가 재현할 수 없어 지배할 수 없는 비가시성이다." (자크 데리다, 『에코그라피(Echographies)』 중에서) ● 세밀한 선묘 드로잉 작업들, 패브릭 오브제가 덧붙여진 꼴라주 부조, 나아가 양모오브제 설치작업에 이르기까지 작가 김혜수의 작업은 그 매체의 다양성에서 엿보이듯 소재접근과 작업방식에 대한 한계에 매몰되기를 거부하는 듯하다. 그러나, 이렇게 다양한 작업 형식 사이를 가로지르고 있는 '무엇이라 명명되기 어려운 비형상체'는 작가 김혜수의 작업 안에서 일관되게 나타난다.

김혜수_Bundle_강관, 철망, 울_180×176×135cm_2015

작가는 어느 순간부터, 의식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뇌'형상을 그리기 시작했고, 이는 신체 내부 장기와 신경조직을 모티브로 한 드로잉 작업으로 이어졌다. 의식 너머의 공간, 미지의 우주로서 '무의식'에 관심을 갖던 작가의 시선은 인간 신체, 신경감각, 그리고 인간의 의식과 심리상태의 흐름에 대한 궁금증으로 옮아간다. 그러나, 그 탐구는 생물학적인 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의식과 무의식의 혼재, 그리고 그 사이적 공간으로서 '(무)의식의 차원'으로 몰입하게 된다. 작품의 소재가 되는 신경다발과 감각기관은 바로 이런 작가적 관심의 반영인 것이다. 때문에, 작가의 표현은 단순히 신체기관이나 감각신경의 형상을 재현하는 것에 있지 않다. 그녀는 다양한 비형상 작업을 통해 자신이 경험한 '재현 (불)가능한 것으로서의 이미지를 구현'하고자 하며, 의식 저편에 무엇이 있는가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 '재현되지 않아 의식의 저편에 남겨진 잉여적인 존재를 인식하는 것'에 보다 집중하고 있다. 결국, 그녀의 작업은 재현적이면서도 비재현적이고, 구상적이면서도 비구상적인 특성들로 점철되어 있다. 작가 스스로 언급했듯 "의식과 무의식 사이의 틈,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의 틈,"이 대립물들이 혼재된 '틈(void)'에 대한 사유를 거쳐 나타난 (비)형상체들은 작가가 경험했던 '의식 너머의 공간', '내면세계'에 대한 흔적인 듯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비형상적 이미지들은 작가 자신이 사유한 의식과 무의식 사이의 간극의 틈을 드러내기 위한 그녀만의 방식으로 읽혀진다.

김혜수_Map #1_종이에 연필_90×75cm_2015
Map #2_종이에 연필_90×75cm_2015

틈으로의 초대를 위해, 작가는 감각적 사유에 몰입한다. 평면이 가진 구성적인 소묘기법의 한계를 실험하듯 선묘 드로잉과는 다른 감각적 드로잉작업을 시도하는데, Travel 시리즈가 바로 그러하다. 프란시스 베이컨이 그로테스크한 비구상화를 통해 감각을 구현하려했다면, 작가 김혜수는 신체 기관과 내면세계의 직간접적인 프로세스를 보다 감각적인 드로잉으로, 나아가 유연한 패브릭작업들을 통해 표출해내고 있다. 특히, 드로잉 작업의 형식을 벗어나 유연한 패브릭 소재로의 매체 전환을 선보이고 있는 「The Gray Monster」와 「감각다발」, 「Marbling Pin」 작업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한층 더 촉감각적인 사유를 선사하는 듯하다. 본 전시에는 빠져 있지만, 컬러풀한 울 소재의 실타래를 선묘드로잉처럼 재현해 놓은 양모시리즈 작업은 「The Gray Monster」 이전의 패브릭오브제 작품에 속한다. 컬러플한 양모시리즈를 거쳐, 그레이톤의 패브릭 오브제를 만들어 낸 「The Gray Monster」 에서 작가는 소재적 질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채로운 색감을 걷어내고 그레이 컬러의 패브릭만을 선택적으로 비형상화했다. 선별된 색채를 통해 패브릭 소재가 가진 질감을 한층 더 부각시켜줌으로써, 작가가 선(先)경험하고 우리에게 인도하고자 하는 비가시적인 '틈(void)'을 보다 유연하게 넘나들도록 유도하고 있다.

김혜수_Mental process_레진_25×23×20cm_2015
김혜수_20130522:1_pvc, 양모_70×70×25cm_2013

데리다(Jacques Derrida)가 『에코그라피(Echographies)』에서 언급하길, "이미지는 사유의 증가를 위해 첨가되어 부정되고 지양되는 대상이 아니라, 사유 자체의 결핍을 드러내는 사유의 작패(double)이다. 그것은 사유가 재현할 수 없어 지배할 수 없는 비가시성이다."라고 했다. 김혜수 작가가 우리에게 인도하고자 하는 이미지의 세계는 이처럼 사유의 작패 사이의 틈을 사유함으로써, 경험하게 되는 비가시적인 그 무엇이 아닐까? 그런 점에서, 김혜수의 비형상체작업은 의식과 무의식, 재현과 비재현 사이, 바로 그 간극의 틈을 사유한 작가의 잉여물들이고, '감각 체험을 통한 틈(Void)의 사유로의 초대'라 할 수 있겠다. 따라서,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바라보는 이들이 다시금 각자의 새로운 간극의 틈을 경험하길 권하고 있는 것이다. ■ 강지용

김혜수_Marbling pin_혼합재료_43×55×7cm_2015
김혜수_429127_혼합재료_22.5×30cm_2014

When one stumbles upon a unfamiliar cuisine, coming up with words to express the exact taste can be quite difficult due to lingual limitations. Just like taste, the senses of sight, hearing, smell and touch can never be exactly communicated through language. The inexplicable abyss, which exists between our brain's perception of the five senses and our effort to verbally explain them, is the main focus of the artist's works. The artist portrays this incessant struggle between humankind's willingness to define and put in words of the senses we feel, and the inevitable failure in doing so. The atypical shapes and forms and loud coloration is the illustration of this abyss and struggle, which she believes is our subconsciousness. ● In addition, the artist puts her work in the very space between our reality and imagination, consciousness and subconsciousness, in hoping that the audiences will view her work as a conduit or a bridge to understanding the unexplained. The artist invites all to come into senses with the incomprehensible, which we all live in. ■ KIMHAESOO(Translation_Roy Kim)

Vol.20150204e | 김혜수展 / KIMHAESOO / 金憓秀 / sculpture.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