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을 기억하다

宮 프로젝트 두 번째展   2015_0206 ▶ 2015_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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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5_0206_금요일_03:00pm

참여작가 김동원_김유진_김은정_김지현_박혜수 이지민_이태정_장지영_정민경_정윤지_정채은

주최 /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미술공예학과 전통회화반 기획 / 권지은(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미술공예학과 교수)

관람시간 / 11:00am~05:30pm

갤러리 한옥 GALLERY HANOK 서울 종로구 북촌로 11길 4(가회동 30-10번지) Tel. +82.2.3673.3426 galleryhanok.blog.me www.facebook.com/galleryHANOK

궁 프로젝트-덕수궁편: 덕수궁의 모나드(Monad) ● 2013년 시작된 궁 프로젝트(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미술공예학과 전통회화반)는 창덕궁의 감정적 복원과 시각적 재해석으로 과거를 소환하며 포문을 열었다. 오늘 그들이 재설정한 두 번째 궁은 덕수궁이다. 대한민국 역사 속 궁은 어느 시대, 어떤 궁이던 스스로의 이야기를 내포한 유기적有機的 모습이다. 더구나 개인 저택에서 궁궐로의 개축과 서양식 건물의 추가 등으로 정연하지 못한 전각의 배치를 안고 있는 덕수궁은 위엄의 상징이기에 앞서 내재된 이야기의 세밀한 감정선이 분명한 궁임에 틀림없다. 필자가 이번 프로젝트를 '덕수궁의 모나드(Monad)'라 가칭한 것은 궁이라는 거시의 시선 보다 궁 내부의 스토리라 볼 수 있는 분화된 개체들이 주를 이룬 시각 활동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궁과 일련의 사건들, 그 속에 존재했던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면면의 실체와 그 표상에 대해 시각적 재현을 구축한 여러 작품들을 목격함에 있다.

김유진_대한제국 大韓帝國_비단에 채색_24×41.5cm_2014 김유진_위로 慰勞_비단에 채색_20×36cm_2014 정윤지_정관헌 화훼화 靜觀軒 花卉畵_비단에 채색_67×125cm_2014 이지민_석조전 石造殿_비단에 채색, 금박_140×50cm×5_2014

김유진의 '대한제국'과 '위로(慰勞)'는 일명 가비시리즈로 고종황제가 즐겼던 커피에 대한 시각적 재현으로 대상의 목격보다 대상의 심상을 드러낸다. 이 단순하고 불가분(不可分)한 실체를 통해 서양문물을 받아들인 조선의 왕의 모습을 드러내는 수단이자 표상이다. 정윤지의 '정관헌 화훼화(靜觀軒 花卉畵)' 역시 서양 양식 틀에 동양식 단청장식으로 치장된 건축물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이지민이 목격한 '석조전(石造殿)'은 1910년에 완공된 대한제국의 이오니아식, 로코코풍의 유럽양식의 조선을 벗어나 대한제국으로의 경계지점을 포착한 것이다. 이들 모두 그러나 덕수궁을 근본으로 삼고 있으나 그 자체의 본질적 작용은 궁의 감성, 그 표상(表象)에 있다.

정채은_석어당 昔御堂안에서 즉조당 卽阼堂으로_비단에 채색_117×89cm_2014 김동원_덕수궁 만다라 德壽宮 曼茶羅_비단에 채색_83×83cm_2014

표상에는 의식적인 것 외에 무의식적인 미소표상(微小表象)도 포함되는데, 이는 곧 외부의 것이 내부의 것에 포함되는 것을 나타낸다. 정채은의 '석어당(昔御堂)안에서 즉조당(卽阼堂)으로'와 '중화전(中和殿)에서 중화전으로'와 같은 작품이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안에서 밖으로의 시선과 밖에서 안으로의 시점을 역사를 바라보는 현대시각예술가의 관점으로 예리하게 포착하여, 카메라의 셔터타이밍과 같은 구조로 설득해냈다. 이에 좀 더 다차원적 시공(時空)이 존재하는 김동원의 '덕수궁 만다라(德壽宮 曼茶羅)'는 극락정토로 가는 영혼의 수레바퀴 아래 고종이 염원했던 극락정토의 텃밭인 덕수궁의 요소를 담아 새로운 구성의 만다라를 창출했다. ● 이러한 관점을 통해 궁은 외부와의 단절이라는 대의적 개념 외에 다양한 관계를 가질 수 있게 되는 데 이렇게 확장된 시각예술의 시선은 김지현의 '덕수궁 전경(德壽宮 全景)'을 통해 개인 저택에서 궁궐로의 개축, 옛 조선의 건축양식과 서양식 건축양식, 그리고 무엇보다 그 과거적 시점과 공존하는 현대적 건물의 포위를 보여준다. 여기에 이들 모두의 시선을 모아 정민경은 프로젝트팀원들이 재현해 낸 덕수궁의 모나드와 전경을 또 다시 자신의 관점으로 분화, 정렬의 방식을 취한다. 개채와 본채를 담은 정민경 '덕수궁(德壽宮)의 色'이다.

김지현_덕수궁 전경 德壽宮 全景_종이에 수묵채색_85×120cm_2014 정민경_덕수궁 德壽宮의 色_비단에 채색, 혼합재료_35×35cm×5_2014

"현상을 드러내는 궁극적 실재를 실체라는 표상으로 보았을 때 시공간 안에 주어지는 물질적 사물, 우리가 "하나의 책상", "하나의 걸상"이라고 말하는 그런 사물의 "하나"가 실체적 단순성을 의미하는 것일 수는 없다." (한자경,『자아의 연구』) ● 덕수궁 프로젝트에 등장하는 여러 시각예술작품들도 이와 같다. 김은정의 '전 채용신 고종황제어진(傳 蔡龍臣 高宗皇帝御眞)모사'와 박혜수의 '임인진연도병(壬寅進宴圖屛)모사', 장지영의 '덕혜옹주 초상(德惠翁主 肖像)'과 이태정의 '덕수궁 감로도(德壽宮 甘露圖)'는 역사적 인물과 사건의 기록을 단순한 모사나 임모가 아닌 역사를 복기하여 새로운 가치로 재발견한 가치를 지닌다. 실존 인물의 과거의 기록과 현재의 시선, 역사적 기록물에 대한 시각예술로써의 연구 등이 이러한 결과물의 가치와 의의가 된다.

김은정_전 채용신 고종황제어진 傳 蔡龍臣 高宗皇帝御眞 모사_비단에 채색_118.5×68.8cm_2014 장지영_덕혜옹주 초상 德惠翁主 肖像_비단에 채색_171×82cm_2014 박혜수_임인진연도병 壬寅進宴圖屛 모사_비단에 채색_108×38cm×10_2014_부분 이태정_덕수궁 감로도 德壽宮 甘露圖_종이에 수묵_120×160cm_2014

부분적으로 이루어진 궁 속 인물의 감정 대상인 기물과 기록물이 된 서양식 건축물의 현존, 존재했던 인물의 초상과 그들을 바라보는 현대인의 시선과 기억. 이 모든 것들은 덕수궁을 드러내는 표상이자 모나드의 역할을 가진다. 각각이 가진 이 사물적 특성은 오히려 한 호흡으로 귀결되며 복합 및 다양을 정체성으로 가진 덕수궁의 실체를 고스란히 담아낸다. 궁 프로젝트의 덕수궁편은 이렇듯 단순한 궁의 거죽을 읽어내는 데 급급하지 않고 그 안에 담긴 담론과 가치, 현대적 시점과 과거의 복기 등이 통일적으로 내재화되며 생성과 소멸의 경계에 서있던 덕수궁을 안전하게 불러내는데 성공했다. 결국 이번 궁 프로젝트의 덕수궁편은 궁이라는 역사의 대명사가 가지고 있는 가치와 면면히 연구하고 분석한 새로운 시각예술행위의 시도이며, 각각의 작품이 특별한 주제를 가지고 시각예술가의 손들이 분주히 움직인 결과물에 대한 시각적 가치의 재설정을 통한 고전의 복원, 역사의 복기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궁 프로젝트 덕수궁편은 이렇듯 마치 모나드처럼 각각 독립적으로 보여 지는 표상 간에 조화와 통일로 정해진 끈끈한 유기성이 엿보이는 프로젝트다. ■ 김최은영

Vol.20150206d | 덕수궁을 기억하다-宮 프로젝트 두 번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