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보던 숲

강성은_김세은 2인展   2015_0206 ▶︎ 2015_0216

강성은_자주 보던 산_종이에 연필_각 79×109cm_2015

초대일시 / 2015_0206_금요일_05:00pm

관람시간 / 12:00pm~06:00pm

갤러리 175 Gallery 175 서울 종로구 안국동 175-87번지 안국빌딩 B1 Tel. +82.2.720.9282 blog.naver.com/175gallery

이븐더넥(www.eventheneck.org) 라운드테이블-강성은, 김세은과 이븐더넥 콜렉티브 3인의 대화이븐: 숲은 깊고 위험하고 아름다워서 인류에게 복합적인 알레고리를 제시한다. 숲은 수많은 문학 작품에 등장한다. 탐험의 장으로, 모르는 것이 계속 등장하고 숨고 사라지는 곳으로. 강성은과 김세은에게 숲은 바라보는 대상인가? 자주 보는 숲은 자신들의 살아가는 환경을 상징적으로 부르는 말인가? - 세은: 시각적으로 정신적으로 찾고 있는 대상이다. 내가 보는 자연은 항상 단출했다. 사실 매우 부족했다. 그래서 지속적으로 마음 속에 숲을 만들고 있었다고 말하면 어떨까? 그러다가 마음속에 그리던 것들 중 어떤 장면을 현실에서 찾았을 때 그것을 그림으로 옮긴다. - 성은: 나는 숲을 찾는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나는 그냥 숲이 뜬금없이 나타나는 곳에 살고 있는 느낌이다. 그래서 문득 시선을 멈추고 바라보는 곳이 숲이다.

강성은_자주 보던 산_종이에 연필_54×79cm_2015

이븐: 미술에서 숲은 흔히 풍경의 다른 말로 생각할 수 있다. 보는 것, 관찰하는 것, 그것을 그리는 것, 그리고 화면에 그려진 것을 다시 눈으로 보는 과정이 어떤 현상이나 사물에 대해 정통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화가에게 숲은 '바라보는 것'으로서 풍경화의 중요한 소재가 된다. 강성은에게 풍경은 무엇인가?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곳인가? 자신이 경험하는 시각적 환경인가? - 성은: 나에게 풍경은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장소이자 실제 삶의 환경, 내가 스스로 적응하고 체화하는 시공간이다.

김세은_Nearly Forest_water mixed oil on canvas_80.5×100cm_2015

이븐: 강성은이 바라보는(또는 경험하는) '숲' 은 강성은의 또 다른 그림의 소재인 '남의 집', '밤'과 어떻게 다른가? - 성은: 골목이 좁아 누군가의 집에 아주 가까이 서게 된 것을 그린 것이 '남의 집' 이다. 쉽게 퍼져서 넓은 면을 채우기 용이한 한지와 먹으로 그렸는데 오히려 세필을 세워 연필처럼 일정한 굵기의 수많은 직선을 그어 그렸다. 부드럽고 친밀한 붓을 단단하고 중립적으로 사용하는 훈련을 하는데 많은 시간을 들였다. 대학에서 한국화를 전공한 나는 역사가 길고 익숙한 질료를 낯설고 개별적인 재료로 바꾸어 현재의 나를 위해 쓸 수 있는 가에 대한 관심이 있었다. 그래서 어둡고 먹처럼 깊이 퍼지는 '밤'을 그렸을 때는 얇은 연필을 선택했다. 연필선을 쌓고 쌓아 밤의 어둠을 넓고 검은 면으로 표현했다. 그리기 방식에 '긴 시간'을 포함하는 것으로 밤의 질감을 얻어내고 싶었다. '숲'은 기차나 버스를 타고 가다 자주 보는 것으로 순수한 감상의 대상이다. 대상과의 거리감과 오래 응시할 수 없는 속도 때문에 숲은 더 감각적인 대상이 됐다. 비교적 그리기의 초기 단계에서 감각과 톤이 정해지도록 하나의 그림을 오래 붙들지 않았다.

김세은, Park-Blueprinted_water mixed oil on canvas_120×162cm_2013

이븐: 김세은 작품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이미지는 아파트와 공원에 인공적으로 조성된 나무들 이다. 김세은에게 '풍경' 은 무엇인가? - 세은: 나는 뉴타운에서 성장했다. 내가 누렸던 자연은 원래의 자연을 파내고 뒤집어 엎은 땅 위에서 자라난 것이다. 나의 그림에는 콘크리트 구조물과 똑같이 잘린 나무들이 공존한다. 나는 그것을 섣불리 크리틱 할 수 없다. 그것이 지난 27년간 나를 보호하고 길러준 삶의 조건이기 때문에. 나의 풍경은 길을 걸으면서 천천히 시야에 등장하고, 지나다가 사라지고, 또 다음날 똑같이 등장하고 지나가는 장면이다. 나는 이것을 계속 그린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 이해하기 위해. 나에게 그림은 주변을 신체적으로 이해하는 방법이다. 바라보고 시간을 보내고 한 대상을 알아가는 행동과 과정이 있기 때문이다.

강성은_자주 보던 산_종이에 연필_79×109cm_2015

이븐: 이전, 김세은의 '그림 그리기'에는 퍼포먼스가 중요한 요소로 등장한다. 집 앞의 공원을 수 개월 동안 반복적으로 걸으면서 내가 대면했던 나무의 변화를 수 백장씩 그렸다. - 세은: 아파트 단지 내 공원에는 걸을 수 있는 길이 정해져 있다. 정해진 대로 걸으며 양손으로 사진기를 들고 팔의 높이를 일정하게 유지했다. 팔의 높이를 제어하기 위해 팔 위에 판자를 올리고 끈으로 고정 시켰다. 팔과 어깨를 고정한 뒤 매 세 걸음 마다 멈춰 서고 사진을 찍는다. 이런 방법을 4개월 동안 매일 반복하고 그림으로 그렸다. 나는 자주 이미지들을 수집하고 정리, 나열을 하며 놀았는데, 그럴때면 잘 보이지 않고, 이해가 어려운 '시간'이 만질 수 있는 것으로 변해있었다. 한 가지를 이해하기 위해 시간을 길게 보내고, 기억하고, 그림으로 그리면 말로 표현된 적 없는 현실과 시간이 눈 앞에 나타났고, 기록된 이미지는 오랫동안 내 곁에 머물 수 있었다.

김세은_Façade of the woods_water mixed oil on canvas_162×130cm_2015

이븐: 그렇게 걷는 사람의 시점에서 그려지던 풍경이 최근 매우 달라졌다. 최근 그림에 등장하는 '장면'은 아주 멀리서 보기도 하고 가까이에서 보기도 하고, 땅에서 발을 떼어 고층으로 올라가기도 하고, 육안으로는 볼 수 없을 정도로 먼 곳의 것을 카메라로 확대한 시선이 눈에 띈다. 그것은 시간의 기록이나 그리기의 개별 대상에 대한 관심보다 어떤 '장면', 더 나아가 '스펙타클'에 대한 관심으로 보인다. 어떤 필요에서 생긴 변화인지 설명해 줄 수 있나? - 세은: 그동안 걸어 다니면서 아파트 촌에 있는 최소한의 자연물에서도 미세한 진동과 같은 움직임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것을 알았고 그것을 그림으로 기록했다. 하나가 모여 집단을 이룰 때 그 움직임은 크게 드러나고 에너지는 커진다. 이것이 숲이다. 전체를 보고 싶었다. 그러나 높은 빌딩들이 내 눈 앞에 버티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더 높은 빌딩으로 올라갔다. 그때 장면은 발로 밟아 가까이 알던 예전 것과 매우 다른 것이었다. 아파트 건물을 타고 끈질기게 올라가고 있는 나무들을 보았다. 그 나무들을 자세히 보고 싶어 카메라로 당겨서 보았다. 갑자기 다가온 남의 얼굴을 본 것처럼 고양된 나의 감정, 화면을 지나가는 적극적인 붓의 움직임이 스펙타클의 이유라면 그럴 것이다.

강성은_untitled_종이에 연필_39×54cm_2015

이븐: 어떤 그림을 볼 때 원경에서 숲의 지형도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숲 속으로 확 들어온 느낌이 들기도 한다. 작가가 대상을 바라보는 신체적 위치가 바뀐 것으로 그림은 아주 다른 국면을 맞이하는 듯 하다. - 세은: 늘 알아왔던 나무들은 내게 조금 기묘하지만 익숙하고 또 사색적인 것이었다. 그런데 아주 높이 올라가니 나에게 길, 나무, 빌딩 사이 관계의 판이 보였다. 거대하고, 자비심 없는 인공구조물 옆에 최소한의 자리를 차지한 나무들은 치열하고 시끄럽고 매우 능동적인 것이었다. 시력이 닿지 않는 먼 거리에 서서 오히려 그런 나무 하나하나를 가까이 들여다 보고 싶었다. 그리고 '풍경'은 육안으로 볼 수 없는 것을 느끼고 볼 수 있는 것, 또는 꼭 봐야 하는 것이 된 것 같다.

김세은_Façade of the structures_water mixed oil on canvas_162×130cm_2015

이븐: 강성은에게도 어떤 대상을 바라보고 그림으로 그릴 때 작가의 신체적 위치가 중요해 보인다. '남의 집'에서 고집스럽게 견지한 작가의 '정면에만 서기'는 설계도가 없이 지어도 매우 비슷한 이웃집들의 조금씩 다른 정면을 보여준다. 여기서 집의 내부는 사라지고 건물의 외피만 한 겹 추출하여 이를 그래픽 같은 먹선으로 기록한다. 반면, '밤'에서 강성은의 신체는 매우 다른 방식으로 존재하는 것이 보인다. 작가가 대상을 바라보는 것을 멈추고, 외려 대상이었던 '밤'이 스스로 신체를 가지게 됐거나, 밤이 작가의 신체가 된 것이 아닐까. 이렇게 표피 안쪽에 있는 것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종이 위에 집요하게 어둠을 만들던 작가가 그리기의 과정을 통해 '밤'에게 피부를 지어준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 보이는 산과 그 아래 풍경들은 작가가 버스를 타고 집에 가면서 어김없이 보던 창 밖의 풍경이다. 작가는 버스 안에 앉아 상당한 거리를 두고 그 장소를 '지나가는' 중이다. 어떻게 달라졌는가? - 성은: 강북의 어느 동네, 좁은 골목의 담벼락을 따라서 끝없이 늘어선 집 중 한 곳에 살던 몇 년 동안, 나의 풍경은 옆집이었다. 너무 좁아 뒤로 물러설 곳 없는 골목에 빽빽이 들어선 집은 그 전체가 보이지 않아서 오직 정면에 드러난 문과 창 난간의 모양 등으로 각각의 집을 인지 했고 그것을 선으로 그렸다. '밤' 그림은 내가 밤 산책을 좋아해서 시작했다. 직접 체감했던 어둠의 온도와 그 질감이 낮에 느꼈던 것과 달랐는데 그것은 나에게 어떤 식으로 매우 분명한 것이었다. 내 몸을 완전히 둘러싼 밤의 분명함을 그릴 수 있을지 스스로 시도해 본 작업이다. '숲'은 원경이다. 형태와 면은 단순해졌다. 자세한 것이 보이지 않아 좀 더 관조적이 되었다고 하면 좋겠다. 이것은 대상과 나의 거리가 가진 항상성이 늘 변하는 풍경을 더 잘 보게 하는 조건이 된 것 같다. - 세은: 강성은은 지난 작업 '밤' 시리즈에서 밤을 대상이 아닌 '대상 너머'로 그림에 불러온 것 같았다. 사람들이 이를 통해 '존재'를 말하지만 난 작가가 말한 '밤의 질감'이나 '밤의 촉각' 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 사실 강성은의 관심은 대상과 화면의 '피부' 또는 '표면'의 관계가 아닐까? 풀어지는 먹을 이용해서 건조하고 단호한 선을 만들었고, 딱딱한 선을 가지고 있는 H연필을 종이에 스며들게 할 만큼 쌓아서 검고 넓은 면을 만들었다. 굳이 재료 본연의 성질을 거스르고 원하는 대로 훈련하기 위해 수많은 시간과 수고를 들인 그의 작품을 보면 계속 양극에 있는 성질을 가지고 대상과 그림의 표면을 저울질 하는 것 같다. 화면에 재료가 닿고 긁히는 촉각에 대한 강성은의 결정이 그림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 아닌가? 이번 '숲'의 그림 안에는 누군가를 처음 만난 긴장감 같은 것이 있다. 이제 막 마주한 숲과 작가가 서로를 알아가고 있는 중으로 보이는 것은 산의 겉모양이 눈에 띄고 까칠거리는 표면이어서 그런가 보다.

강성은_자주 보던 산_종이에 연필_39×54cm_2015

이븐: 강성은은 스스로 그리는 대상과 끈질기게 독대한다. 그림이 눈 앞에 놓이면 작가의 집중이 서늘하다. 대상의 표피와 그림에서 보이는 표면의 관계는 강성은 작업의 신체이자 내용이다. 그 선택적 장면의 특유한 나열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림에 등장한 낯선 이미지가 이전에 무슨 일이 있었거나 무엇인가 기억날 것 같은 장소가 된다. 스스로 훈련한 그만의 매체 사용법으로 강성은이 만든 장면들은 위트있고, 때로 까탈스럽고,매우 깊게 퍼진다. - 세은: 강성은의 그림은 그리고자 하는 것을 골똘히 바라볼 때부터 시작한다. 이때부터 단호하다고도 할 수 있을 만큼의 간결한 구도가 만들어지고 그녀가 원하는 질감을 위한 연필 선의 방향이 정해진다. 같은 방향으로 서로 엉키며 쌓인 선을 보고 있으면 강성은의 움직임을 직접 보고 있는 것 같다. - 성은: 그렇게 반복되는 과정을 매번 꼿꼿하게 마주하고 싶다. 어려운 일이다.

김세은_Black Lights_water mixed oil on canvas_72.5×91cm_2015

이븐: 김세은은 그리는 대상을 향해서 스스로 움직인다. 생각 속의 이미지를 외부 현실에서 찾아내 정확한 장면으로 불러내야 하고, 또 현실에서 발견한, 상상도 못해본 장면이 나타나면 그것을 자신의 생각의 과정에 포함하기 위해 시간을 들인다. 수십 번 같은 행동을 반복해야 하는 노고도 기꺼이, 긴 시간이 걸리는 것도 개의치 않는다. 새로울 것도 개성도 없는 공원과 나무, 그리고 이제는 숲을 소재로 삼은, 우직한 김세은의 풍경 그림이 작가 자신이 원하는 페인터로 만들어 줄 수 있을까? - 성은: 우직한 김세은 좋은데..? 나는 그림 그리는 사람의 우직함에 대한 신뢰가 있다. - 세은: 풍경은 나의 안쪽에 있고 바깥 쪽에도 있다. 게다가 다른 사람의 삶의 안팎에도 풍경이 펼쳐져 있다. 모든 곳에 있으니 한 동안은 떠나기 힘들 것 같다. - 성은: 빠른 시간 내에 원하는 페인터가 될 수 있는 묘안을 누군가 알려 줄 때 까지..?

Vol.20150206f | 자주 보던 숲-강성은_김세은 2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