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folded Order

기슬기展 / KISEULKI / 奇슬기 / photography   2015_0210 ▶︎ 2015_0326 / 일요일 휴관

기슬기_Enfolded Order展_스페이스K_서울_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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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5_0210_화요일_05:00pm

주최 / 코오롱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요일 휴관

스페이스K_서울 SPACE K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301(신사동 630-7번지) 3층 Tel. +82.2.3496.7595 www.spacek.co.kr

'Enfolded Order' 근원적 질서에 대한 탐구 ● 카를 구스타프 융은 "바깥을 보는 자는 꿈을 꾸고 안을 보는 자는 깨어난다"고 했다. 인간은 고대로부터 영적, 종교적, 철학적 전통이나 예술적 활동을 통해 자기 안의 세계에 대한 갈망을 드러내 왔지만, 외부의 물질 세계만이 유일한 것이라고 간주하는 서양적 인식이 지배하게 되면서부터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먼 얘기가 되어 버렸다. 인간의 내부 세계를 경험하고 탐구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명상' 외에도 감각차단실(sensory deprivation chamber) 같은 일종의 장치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빛과 소리가 완전히 차단돼 있고 알맞은 온도의 공기가 제공되는 작은 공간에 들어가 적절한 부력을 갖도록 마련된 물 위에 떠 있으면 5감이 서서히 멀어지면서 신체를 비롯한 모든 외부 감각이 사라지고 비로소 외부 세계를 떠난 '관찰자', '의식체'로서의 나만 남아 있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기슬기_Crystal Lake 07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60×60cm_2014

예술과 철학, 종교, 과학은 각기 접근방식은 다르지만 '근본적인 것'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상당 부분을 공유하고 있다. 특히 사물의 물리적 성질과 현상 전반을 설명하려는 물리학은 어떤 지배적인 이론이 몇백 몇천 년 동안 사람들의 세계관을 결정짓는 패러다임으로 작용했다. 지금의 견지에서 보자면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아리스토텔레스의 물리적 세계관을 이어 그 모든 것을 뒤집어 버린 뉴튼의 물리적 세계관 또한 탄탄한 수학적 정확성을 기반으로 지금까지 흔들림 없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 놀라울 만한 정확성을 무기 삼아 '정신'은 안중에도 없이 점점 더 작은 물질을 향해 파고들던 물리학은 1900년에 이르러 물질의 최소 에너지 단위인 '퀀텀'을 발견하면서 비로소 내부 세계로 통하는 뒷문을 우연히 발견하게 된다. ● 이해할 수 없는 미스테리한 실험 결과들을 접하게 된 많은 퀀텀물리학자들은 자연스레 철학자가 되었고 그 중의 한 사람인 David Bohm은 드러난 현실 세계의 이면에 그 모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으면서도 우리에게 드러나지 않는 내적 질서가 있음을 알고 이를 'Enfolded Order' 혹은 'Implicate Order'라고 하고, 우리의 관찰로 인해 인식에 드러난 현실 세계를 'Unfolded Order' 혹은 'Explicate Order'라고 했다. 이후 100여 년의 실험 결과가 결론적으로 말해주는 것은 놀랍게도 외부의 물질 세계는 의식체인 우리가 관찰하고 그 결과로 얻은 '데이터'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바깥은 우리의 관찰로 만들어낸 허상이고 실상은 오히려 그것을 관찰하고 인지하는 내부라는 뜻이다.

기슬기_Post Tenebras Lux 04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90×135cm_2014

기슬기의 작업은 점차 그러한 깊은 내부 세계, 즉 'Enfolded Order'를 향해 들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Crystal Lake'와 'Post Tenebras Lux' 시리즈를 보자마자 나는 칼라비-야우 공간과 끈처럼 진동하는 근원적 에너지의 이미지를 떠올렸다. 'Enfolded Order'를 다루는 현대 물리학의 최근 분야 중 하나인 수퍼스트링 이론에 따르면 물질의 가장 근본적인 상태는 크기가 아무리 작더라도 하나의 알갱이가 아니라 파르르 진동하는 끈 모양의 에너지로 되어 있으며 이것이 서로 다르게 진동하면서 다른 상태와 성질의 물질로 드러난다는 것이다. 이것을 수학적으로 설명하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친숙한 3차원의 공간과 1차원의 시간을 넘어 총 10차원이 요구되는데, 여기에 가장 중요한 수학적 모델을 제공하는 것이 바로 6차원의 '칼라비-야우 공간(Kalabi-Yau manifold)'이다. 너무 꼬깃꼬깃 말려 있어서 아무리 들여다 봐도 우리에게는 드러나 보이지 않는 숨은 공간인 셈이다.

기슬기_HAZE 01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55×42cm_2010

Crystal Lake 시리즈는 작은 정사각형의 투명한 평면으로부터 시작된다. 이 2차원의 투명 공간에 컬러 패턴이 주어지고 여섯 개가 서로 합쳐지면서 고유한 성질의 컬러를 띠는 3차원의 공간이 생겨나는데 그 모양새 자체만으로도 간결하면서 세련된 아름다움을 지닐 뿐 아니라 평면에서 입체가 되어 다시 평면으로 드러나는 과정을 통해 감춰진 차원이 새로이 탄생하는 듯한 묘미가 있다. 작가 자신도 이것을 가능한 최소의 공간으로 가정하고 놀이를 시작했다고 하듯 이것은 자신의 가장 사적인 내밀(內密)한 공간일 뿐 아니라 마치 모든 것을 잉태한 채 고유의 아름다움을 드러낼 플랑크 길이(Planck length)의 '근원 공간'을 보는 듯하다. 플랑크 길이는 1.616 x 10-35 미터로 더 이상 작아지면 공간으로서의 의미 자체가 사라지는 그야말로 최소 단위의 근본 길이를 말한다.

기슬기_Imputed Scenery Monkey 조작된 풍경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90×90cm_2012

퀀텀물리학의 발견을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그렇게 작은 세계의 물질들은 순간 순간 탄생과 소멸을 끊임없이 반복할 뿐 아니라 어디에 있다기보다는 구름처럼 안개처럼 모든 공간에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근본적인 'Enfolded Order'에서는 우리식의 존재나 부재, 여기와 저기, 현재와 과거 등은 그 의미를 잃고 만다. Post Tenebras Lux 시리즈에서 작가는 스스로 천을 뒤집어 쓰고 대자연 안에서 춤을 추듯 움직인다. 또렷한 자연의 사물 안에서 시공간의 흔적인 움직임을 통해 오히려 흐릿한 진동으로 돌아감으로써 다시금 '언제 어디'라는 현실의 인식에서 멀어지려 한다. 그 제목은 원래 라틴어로 번역된 성경(Vulgate version) 욥기 17장 12절의 "Post tenebras spero lucem" 즉 "어둠이 지나고 밝은 빛을 희망하노라"에서 온 것으로 훗날 개신교의 모토가 되었다. 작가가 그 의미를 그대로 제목으로 차용했다기보다는 움직임으로 인한 빛의 누적으로 생기는 밝고 어두움의 상징적 의미로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있는 그대로의 모든 것을 상징하는 듯한 숲 속 그 자연 안에서 정해진 바 없는 충동적 움직임에 의해 만들어진 결과로서의 이미지는 우리로 하여금 3차원의 안일한 '플랫랜더'를 벗어나 세상을 다시 바라보지 않겠냐고 말을 건넨다.

기슬기_Boundary_혼합재료_75×100×60cm_2014

Imputed Scenery 시리즈는 바로 그 '다시 바라보기'의 연장선에 있다. 밤이나 새벽 시간에 만나는 사람의 발길이 끊긴 텅빈 거리나 공원에는 왠지 모를 낯선 아늑함이 있다. 잠시 사유화된 공간 한 구석에서 만나는 동물 한 마리는 마치 나를 보는 듯한데, 그건 내가 그런 속성을 부여한 (그래서 imputed인 셈이다) 것일 뿐 자세히 보면 그건 그저 검은 종이 조각에 불과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소통하며 살아가지만 나는 아무도 없는 벌판에 서 있는 곰이나 가로등 비치는 공원에 불안하게 내려 앉는 독수리처럼 홀로일 뿐만 아니라 그조차 한 면으로 투사된 허상일지도 모르겠다.

기슬기_The Ongoing Moments_슬라이드 프로젝터_2014

이번 전시에서는 그 동안의 선택된 작품들뿐 아니라 그것이 발전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다른 면들을 함께 엿볼 수 있도록 마련되었다. 작가 자신도 작업을 시작할 때 아직 스스로에게 알려지지 않은 가능성에 마음 설렜을 것이고 글을 쓰는 이도 자신의 견해 안에서 넌지시 반응을 보였으니 이젠 관객과 만나 풍부하고 섬세한 화학 반응을 일으킬 차례다. ■ 최창호

Enfolded Order', Quest for the Primordial State ● C. G. Jung once said, "Who looks outside dreams, who looks inside awakens." Humans have always had a yearning for the inner world in the form of spiritual, religious, philosophical or artistic traditions, but since the western view prevailed that only the exterior physical world is all that exists it became something forgotten. However, we can still explore human inner world with several methods, one of which is the widely-known 'meditation', another may be a device called the 'sensory deprivation chamber'. In the completely dark, sound proof, air-conditioned chamber one floats in the water prepared to have a proper buoyancy, also temperature-controlled. The person gradually loses all senses from external stimulations, including one's own body sensation. When successful, one finally faces only oneself as 'the observer' or 'the awareness' in the immense nothingness, which should be quite a profound experience. ● Art, philosophy, religion and science have much in common in the sense that they all pursue something fundamental, although the approaches may vary between them. Physics, to be specific, is about trying to explain physical properties of matter and all phenomena in general. Thus a predominant theory of physics in a given era has played a paradigm against which to view everything in the perceived world. From the Aristotelian physics that from the current understanding seems quite questionable to the Newtonian world view with its mathematical precision, which in general has served as an unfailing world view till today. The physics where there had been no place for the 'mind' stumbled upon a hidden back door to the inner world in 1900, when it proposed the concept of 'quantum', the smallest possible unit of energy. ● Some of the quantum physicists who faced the mysterious results of experiments quite naturally became philosophers. David Bohm, among them, later proposed his concepts of the 'Enfolded Order' and the 'Unfolded Order'; the former refers to the unmanifest, non-perceivable state of order pregnant of all potentials from which everything comes into being, the latter to the physical world manifest to our perception. Since the inception of the quantum physics a century's experiments have surprised us to show that our physical world is the 'data' or 'information ' obtained from our observations. In other words, what is out there is an illusion created by our consciousness whereas the inner consciousness that is aware and perceiving is the fundamental reality. ● In the similar context, Seulki Ki's work seems to be probing the Enfolded Order, deeper and deeper. As soon as I saw her series of 'Crystal Lake' and ' Post Tenebras Lux' I envisioned the Calabi-Yau manifold and the image of the primordial energy of vibrating strings. According to the superstring theory, the latest development of physics that deals with the Enfolded Order, proposes the fundamental state of matter is something like a vibrating string of energy, not like a super tiny ball and that different vibrations manifest as different states of matter. To explain it mathematically they need a total 10-dimension spacetime beyond our all familiar 3-dimension space and 1-dimension time. The 6-dimension Calabi-Yau manifold plays a key role for its mathematical integrity. The hidden dimensions are so tiny and curled-up that no observation has ever been made yet. ● 'Crystal Lake' starts from a transparent piece of flat plastic square. Simple color patterns are added to the transparent planes and 6 of them combine to construct a 3-dimensional space with its own color characters. The shape and color alone has exquisite beauty and further it leads the viewer to appreciate the manifestation of hidden dimensions through the process where the planes become a cube and in turn a plane of image again. As the artist herself says she began the play imagining each cube as the smallest possible space, it is not only her most private intimate space but also a 'primordial space' of Planck length full of every potential to bloom into beauty. The Planck length is the smallest possible distance of 1.616 x 10-35 meter which if smaller loses the significance as length, thus a fundamental unit of space. ● One of the reasons it is hard to understand the discoveries of quantum physics is because the tiniest elements of matter are constantly popping in and out of existence moment by moment, and furthermore seem to exist all over the place at the same time like cloud or haze, rather than in a pointed place. So in this fundamental state of Enfolded Order our concepts of being and not-being, here and there, now and then lose their meaning. In the 'Post Tenebras Lux' the artist covers herself with a piece of textile mostly of a bright achromatic color and moves like a dancer in a forest or rather nature. Through the oscillating dance, an accumulation of time and space, in the contrastingly sharp objects of nature, she returns to the blurred vibration and keeps herself away from the familiar notion of 'when and where'. The title itself comes from the Vulgate version of Job 17:12, "Post tenebras spero lucem" meaning "I hope for light after darkness." which later became the motto of the Protestant Reformation. I don't think the artist has borrowed it as the literal meaning itself; rather she uses it as a symbol of brightness and darkness created by the accumulated movement of light. The images resulting from the impulsive, unpredetermined subtle movement in the forest which may represent all there is, seem to question us to reflect deeper on the world beyond our easy sense of '3D flatlander'. ● The 'Imputed Scenery' stays on the same line as the 'deeper reflection'. There is an unknowable , unfamiliar coziness to the night scenes of empty streets and parks where people populated in the day time. Animals found in a corner of temporarily privatized place look somewhat like 'myself', but it is because the viewer has imputed so; in actuality it is nothing but a piece of black cardboard. All of us live meeting, communicating with many others but maybe we are all alone like the bear standing in the lonely wilderness or the eagle insecurely landing on the street lamp-lit park, and furthermore maybe all of it is just an illusion projected flat by our imperfect view. ● This show also exhibits some of her materials from which the viewers can peek into the internal process of each series, as well as the selected works. As the artist herself started with uncertain possibilities and maybe was thrilled with the delicate branches of choices to make, and the writer has shown my own responses with my own view point, now it's the viewers' turn to appreciate their own chemistry. ■ Chang-Ho Choe

Vol.20150210b | 기슬기展 / KISEULKI / 奇슬기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