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과 환상

2015_0210 ▶︎ 2015_0506 / 월요일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강영민_강형구_고명근_유현미_이광호_천성명_최수앙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수_10:00am~09:00pm / 월요일 휴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Seoul 서울 종로구 삼청로 30 제 3,4전시실 Tel. +82.2.3701.9500 www.mmca.go.kr

환영과 환상, 그리고 진실의 파편들 ● 현대 자본주의 사회는 인간의 무의식을 집중적으로 공략해 더 그럴듯한 환영을 현실에 반영하는 이미지를 생산해 낸다. 이런 이미지들은 익숙하게 우리 주변을 맴돌고 부유하며 세상에 넘치고 있지만, 허무와 무의미로 가치가 부재된 채 떠다니고 있다. 시각 예술가들은 이런 시대상을 반영하거나 비판하며 다른 방식과 태도를 보여 준다. 여기서는 삶의 문제를 다루는데 있어 재현, 환영과 환상에 관하여 말하고자 한다. 사실과 재현을 출발점으로 해서 환영을 거치고, 가장 먼 듯한 사실과 환상이라는 두 세계 사이를 잇고 있는 예술가의 작품을 살핀다. 결과물로써의 환영적 또는 환상적 이미지가 아닌, 현실의 억압을 뚫고 나가 인간의 내적인 욕망을 성취하려는 위장된 형태를 환상의 속성, 즉 환상성으로 보고 그 다양한 방법을 고찰한다. 환상성은 미술가들의 확장된 사유의 태도이며, 그 창의적이고 긍정적인 면은 동시대 미술의 다양성과 예술의 본질적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다. ● 참여작가 강영민, 강형구, 고명근, 유현미, 이광호, 천성명, 최수앙 7인의 작업은 사실과 재현이라는 일차적인 통로를 거쳐 우리를 다른 세계로 이동시키고, 환영과 환상을 통해 낯선 세계를 열어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환영이 이미지 자체에서 발생되어 드러나는 부분적이며 수동적 형태라면, 환상은 주체의 능동적 행위(상상력)가 개입되는 적극적이고 확장된 커다란 세계와 같다. 이들 작품에는 인간의 내적인 욕망의 발화로 볼 수 있는 환상성이 있다. 그들의 환상은 프로이트(S. Freud)가 「햄릿」의 플로니우스의 대사를 빌려 말한 '진실이라는 잉어를 낚아 올리는 허구적 미끼'이고, 융(C. Jung)이 말하는 자아를 극복하기 위한 능동적 상상이며, 스스로의 생명력을 지니는 의식 너머의 것이다. 이는 생산적이고 긍정적인 속성을 지닌다. 문학과 예술에서 사용되는 환상성은 결과가 아닌 과정이고 통로이며, 결국 예술의 본질이기도 한 생의 진실 그리고 의미 찾기의 문제를 제기하는 하나의 방편이다. 우리의 근원과 본질, 진실의 세계에 접근하려는 아주 인간적인 욕망이자 창의적 의지가 반영된 살아있는 역동의 세계이다. ● 이들 작품은 이러한 맥락에서 의미를 얻으며, 보는 이에게는 조금은 불편하거나 낯선 방법이 사용된다. 불편한 선물을 받은 우리는 그 앞에서 더 머무르며, 다르지만 깊이 보도록 정중히 요청받는다. 이들의 작품들은 환상성을 다루는데 있어 주요 쟁점 요소로써 시공간의 제약, 일상의 현실에서 심리적 현실로의 전복,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기, 현실과 비현실의 충돌 등을 활용한다. 이는 하나의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넘어가는 낯선 문이 된다. 우리 눈앞에 드러난 이미지의 표피를 벗겨내고 그 너머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작품에 드러나는 환상성은 결국 인간과 삶의 진실에 닿으려는 예술창작자들의 애끓는 목마름이다. 환상이란 통로를 통해 삶과 진실에 이르는 문제를 각기 다르게 제기하는 이들의 작품은 은밀히 담아낸 '진실의 파편들'이다.

이광호_선인장 No.33_캔버스에 유채_259.1×193.9cm_2009

이광호(1967~)의 선인장은 극단적으로 커지고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이것은 우리를 심리적으로 동요시키고 보는 이로 하여금 평범함의 이면에 숨겨져 있는 욕망과 대면하게 만든다. 그 앞에서 우리는 지극히 모호하고 생경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림을 마주하고 발생하는 감각적, 촉각적 감정은 자신 안의 감각의 확장과 변화를 들여다보게 한다.

천성명_그림자를 삼키다_혼합재료_100×30×23cm_2008

천성명(1971~)은 아이일 수도 어른일 수도 있는 경계 지점의 주인공 '사내'가 스스로의 내면과 마주하며 자아의 어두운 면(그림자)을 성찰하고 극복하는 과정을 연극적인 공간에 서사구조로 풀어낸다. 자신으로부터 시작된 그림자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담고 있는 연작 '그림자를 삼키다'는 잔혹하고 낯선 두려움을 통해 진정한 자아를 회복하려는 의지를 드러낸다. ● 그림자를 삼키다 이 작품은 2007년부터 진행 중인 '그림자를 삼키다'의 연계작업으로, 그 중심 소재가 되는 풍경에 매달린 작은 물고기-잠들 때도 눈을 감지 않는다하여 늘 깨어있음을 상징한다-와 그것을 잡으려는 사내의 상처에 관한 이야기이다. ● 사내가 마주한 거대한 바위산은 그가 안고 있는 물고기의 아가리와 같다. 물고기를 잡기위해 상처투성이가 되어버린 사내는 결국 눈 없는 물고기를 안고 유리장식장에 보관되어 있다. 그리고 그가 가진 갈망과 상처는 박제된 채 지속된다. 결국 사내가 잡으려는 물고기는 물에 비친 달처럼 볼 수 있지만 잡을 수 없는 형상인지 모른다. ● 그림자는 형상이 있음을 전제로 한다. 즉 그림자는 어떤 형상으로부터 비롯하고 그것의 모습에 따라 변화한다. 작품 '그림자를 삼키다'는 형상이 자신으로부터 시작된 그림자를 받아들이는 과정의 이야기이다. 풍경에 매달린 물고기가 종소리를 내는 순간 귓불을 스치는 바람에 솜털이 일어나듯 작지만 전체와 같은 몸부림이 전해지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사내'로 이름 지어진 주인공이 이름 없는 숲을 헤매는 하루 동안의 시간으로 구성된 3부작은 개인전(2007, 2008)과 출판을 통해 1부가 완료되었다. 주요 등장인물은 주인공과 방관자 그리고 안내자가 있으며 사내가 포박된 채 깨어나 숲을 헤매는 과정에서 방관자와 안내자는 각기 다른 형상으로 표현된다.

최수앙_Condition for Ordinary_Colonization_레진에 유채, 철_103×45×52cm_2013

최수앙(1975~)이 말하듯 우리가 사는 세상은 자극적이다. 그리고 세상은 자극을 부추긴다. 그의 작품 표면에 흐르는 극단적인 사실성은 형상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형상 너머를 보는 자극이 된다. 몸의 혼성(混成)과 이상(異常), 파편들은 표피적 몸에 집착하는 시대와 우리들의 사고를 역설적으로 환기시킨다. 그가 다루는 몸은 뚫고 나가야할 하나의 문이다. ● 내가 사는 세상은 자극적이고, 가변의 역동성은 늘 자극을 만들어낸다. 자극적인 세상은 내부를 비우고 껍질을 향한다. 껍질은 이미지의 잔상을 남기고 이내 사라진다. 무한히 복제된 조금씩 다른 잔상은 서로 다른 모습인 냥 주절거린다. 나는 주변의 현상을 담담히 담아내려한다. 나의 작업과 그 과정들은 내가 살아가는 세상의 군상들과 닮아가고 있다. (최수앙 작가노트)

강형구_자화상_캔버스에 유채_193×386cm_2006_영은미술관

강형구(1954~)의 인물의 시선은 나의 시선의 마주침으로 인해 강력한 진동을 울린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인물의 외형 모습에 작가가 상상하고 사유한 해석이 밀도 있게 녹아있고 주름, 눈빛, 솜털을 표현한 붓질에서는 다른 생명감을 느끼게 한다. 그는 살아보지 않은 시간들을 끌어들여 '진실 같은 허구'를 보여주며, 때로는 그 반대의 문제를 제시하기도 한다.

유현미_작업실 안의 우주(Cosmos Series)_잉크젯 프린트_ 195×130cm×5(190×650cm)_2013_국립현대미술관

유현미(1964~)의 작업은 실제 공간에 일상의 오브제나 조각을 설치하고 그 위에 그림처럼 칠을 한 후 사진을 찍어 완성된다. 이것은 현실과 비현실의 모호한 경계 사이에서 조각과 회화, 사진의 과정을 담아 장르를 넘나드는 일루전을 보여준다. 2차원과 3차원, 현실과 비현실, 장르 간의 경계 넘기는 감상자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 모호한 시각적 유희를 제공한다. 작업실 안의 우주Cosmos in Studio 작업실 안의 햇빛에 반짝이는 무수한 먼지들은 우주의 은하수와 다르지 않다. 일상의 사소하고 평범한 사물에서 심상의 우주를 발견한다. 현실의 일상적인 사물은 머릿속이라는 거대한 또 다른 우주로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가더니 다시 뒤집혀 나와 또 다른 차원의 낯선 세상을 보여준다. ● 그림이 된 남자Bleeding blue-A man 영화『그림이 된 남자』는 한 평범한 남자가 미술작가에 의해 유린당하듯 강제로 그림이 되어버린다는 이야기이다. 사람들은 예술가들을 비정상이며 철없는 사차원적인 인물쯤으로 치부한다. 그러면서도 예술가가 지루한 일상을 전복할 새로운 곳으로 이끌어 주어 비루한 현실로부터 탈출할 수 있기를 또한 간절히 고대한다. 예술가가 이끄는 그곳은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이며 아름답고 두려우며 고혹적이고 위험한 세상이다. (유현미 작가노트)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만들어진 다양한 환경은 거대한 환영을 만들어내고 그 안에는 진정한 실체가 부재한다. 강영민(1969~)은 설치작업에 사용된 분절된 요소들을 재결합해 새롭고 낯선 상상으로 전환시키며 현대사회와 환영, 환상의 문제를 새롭게 제기한다. 그의 작업은 해체, 재조합, 발견과 해석 등을 통해 현상과 그 이면에 감추어진 세계를 보려는 의도와 통찰을 지닌다. 가위눌림-자본주의적 건설과 파괴의 딜레마 매체 속에 갇혀진 사물이나 공간이 수없이 복제되고 반복되는 과정은 리얼리티를 떠난 새로운 환경, 즉 광범위한 의미의 환영을 제공한다. 이 작품은 사건, 이미지, 상품, 기호 등 분절된 요소들을 접합하고, 다른 상상과 표식으로 전환되는 극적인 순간을 연출하여 총체적인 환영의 문제를 드러낸다. 인간을 둘러싼 비실재적 환경이 만들어낸 환상은 소비의 욕망과 생존의 경쟁 사이를 오가는 기괴한 꿈이며, 무기력한 가위눌림과 닮았을 것이다. (강영민 작가노트)

고명근_타이페이 10-4_디지털필름 입체콜라주_85×78×78cm_2014

고명근(1964~)은 자연과 인간, 그리고 시간이 담긴 건물로부터 채집된 사진 이미지를 재구성해 투명한 사진 조각을 만든다. 건축적 상상력으로 재탄생된 '투명한 용기(Transparent container)'들은 평면과 입체, 시간과 공간, 차원의 경계, 비움과 채움 등을 다룬다. 빛과 시각에 따라 달리 받아들여지는 이 비어있는 조각은 보는 이의 상상에 의해 채워진다. ● 보는 각도에 따라 변하는 이미지와 텅 빈 느낌을 통하여, 세상은 이미지에 불과한 '그림자 세상'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내가 의도하는 '본다는 것'은 '비어있음'을 보는 것을 말한다. 그 공간은 내용적인 면에서 비어있으며 보는 사람의 상상으로 채워지는 곳이다. 비어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 역설적으로 그것을 가시화시켜야하지만, 나의 작품 속에서 그 공간은 소우주적 질서와 개인적 평정을 생성하는 장소이다. (고명근 작가노트)국립현대미술관

전시 연계 프로그램 전시를 말하다-환영과 환상 - 일시 및 장소: 3월 18일(수) 18:30~20:00 (예정), 서울관 멀티프로젝트 홀 - 대상: 문화예술 전반에 관심 있는 일반성인 및 미술계전문인 등 - 내용: 전시 큐레이터와 참여 작가들이 함께하는 전시토크 어린이․가족 교육 프로그램 - 교육명: 테마가 있는 미술관/ 거꾸로 보는 미술관 - 일시: 3월 14일, 28일/4월 11일, 25일- 2, 4주 토요일 * 테마가 있는 미술관- 10:30~12:30/ 거꾸로 보는 미술관- 14:00~16:00 - 장소: 서울관 교육동 강의실2 - 대상: 테마가 있는 미술관- 미취학7세 및 초등1~2학년 어린이포함가족 * 거꾸로 보는 미술관-초등 3~6학년 어린이 - 내용: 전시와 연계된 연상활동을 통한 창작활동(전시감상+창작활동) 전시 해설 - 일시 및 장소: 화~일 15:00, 제 3 전시실 - 내용: 기획전 심층 해설 * 상기 일정은 상황에 따라 변경될 수 있습니다. * 세부 일정은 추후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www.mmca.go.kr)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Vol.20150210d | 환영과 환상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