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그림이다

2015 교류展   2015_0212 ▶ 2015_0321 / 일요일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 황세준_김기수_이제_호상근

프로그램「호상근 재현소」 2015_0314_토요일_02:00pm 2015_0314_토요일_04:00pm

후원 / 우민재단

관람시간 / 2월_10:00am~06:00pm / 3월_10:00am~07:00pm / 일요일 휴관

우민아트센터 WUMIN ART CENTER 충북 청주시 상당구 사북로 164 우민타워 B1 Tel. +82.43.222.0357 www.wuminartcenter.org

동시대 미술에서 추구하는 새로움과 다양성으로 회화는 진부한 매체로 치부되기도 했지만 현존하며, 역사성을 갖는 전통 있는 매체로 자리한다. 이번 전시는 설치와 미디어 작품이 주도하는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적인 회화가 갖는 의미와 지속 가능성에 대해 재조명한다. 재현이 불가능한 시대에 재현을 시도하는'회화'를 통해, 회화가 지금 여기서 갖는 잠재성을 확인한다. 전시 제목『다시, 그림이다』는 호크니(David Hockney)와 게이퍼드(Martin Gayford)의 대담집 『다시, 그림이다』(디자인하우스, 2012)에서 차용한 것으로, 호크니가 다양한 매체를 경험하고 결국 다시 그림으로 돌아왔을 때 한 생각들을 함께 고민하려는 의도이다. 호크니는 사진이 회화를 대체했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고, 보는 것을 묘사하려는 원초적 욕망에서 회화의 존립 이유를 찾는다.'회화'가 아니라'그림'인 것은 전통적인 의미의 회화에서 나아가 좀 더 넓은 의미의'그림'을 보고자 함이다.

다시, 그림이다展_우민아트센터_2015
다시, 그림이다展_우민아트센터_2015

민중미술을 경험한 세대(황세준)부터 386세대(김기수), 298세대(이제), 삼포세대(호상근)로 구성된 참여 작가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현실을 재현하며, 회화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모더니즘 이후 회화에서 리얼리즘적 재현은 거부되었지만, 다른 방향의 재현은 지속되어왔다. 작가들은 현실 재현을 대신해, 우리 삶 속의 '기억'을 재현한다. 전시는 '재현'의 내용과 과정, 방식, 대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황세준_거리의 담화-조국은 はねだ(羽田)_캔버스에 유채_160×320cm_2013~4

황세준은 '재현의 내용'에 주목한다. 1980년대 작가는 사회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예술에 대해 고민하며, 민주화 투쟁을 그렸다. 현실을 그림 속에 그려냄으로써 그 고통을 기억하고자 했던 과정이었다. 2000년 이후 작가는 삶의 일상 속 장면들을 그리며 자본주의 사회 속에 존재하는 화려함과 그 이면에 대해 조명한다. 연관 없는 장면들을 자연스럽게 병치시켜 익숙함 속의 묘한 어색한 언캐니(uncanny)를 이끌어낸다. 이것은 너무나 익숙하고 일상적이라 지나쳤던 것에 대해 의심하고 생각하도록 한다.

김기수_대단지 입구_캔버스에 유채_112×145cm_2014

김기수는 '재현의 과정'을 변주하며 작업을 확장한다. 작가는 한국의 근대화 문제를 개념적인 방식으로 재현하다가, 다시 회화로 돌아왔다. 그림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던 작가는『대단지 입구』(2014, 아트 스페이스 풀)에서 흐릿한 초점과 어두운 색감으로'광주대단지 사태'를 둘러싼 기억을 들춰낸다. 사적 기억을 공적 기억으로 치환하여, 사회적 문제를 다시 현재의 시점에서 돌아보게 한다.

이제_길_캔버스에 유채_90.9×72.7cm_2013

이제는 '재현하는 방식'에서 강한 회화의 물성을 보여준다. 화면 속 사물의 적절한 가감과 붓질, 물감의 덧칠로 작가는 삶 속에 늘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희망을 그린다. 미시적 풍경에 주목하던 작가는 거시적으로 시각을 넓혀 도시의 일상적 풍경을 포착하고, 그 안에서 사람이 주는'희망'을 본다. 밤과 새벽의 장면을 연출하는 것은 힘겨운 하루 끝에 갖는 소박한 희망을 잔열(殘熱)로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일까. 무심하게 그려진 붓질 속에 한줄기 빛은 그 의미가 더 간절하게 다가온다.

호상근_직장인의 매너_종이에 연필, 색연필_29.7×21cm_2013
호상근_해병대식 매너_종이에 연필, 색연필_29.7×21cm_2013

호상근은 '재현의 대상'을 자신의 기억에서 타인의 기억으로 확장한다.『호상근 재현소』는 찾아오는 관객에게 이야기를 요구해 한 장면을 엽서에 그린다. 길 위에서 우연히 마주친 본인의 장면(내가 본 것)과 재현소에 찾아오는 관람객의 장면(네가 본 것)을 그리면서 그들과 기억을 공유한다. 이러한 새로운 소통은 회화적인'상호 작용성'으로 볼 수 있다. 작가는 교류적 소통으로 그림이 주는 사소한 즐거움과 안락함을 선사한다.

다시, 그림이다展_우민아트센터_2015
다시, 그림이다展_우민아트센터_2015

4인의 회화 작업들은 상이한 묘사 방식과 주제를 가지면서도, 회화가 갖는 장점을 아우른다. 그림은 일상을 흥미롭게 만들어 보지 않았을 것들을 보게 하고, 보고 그리는 행위로 감정을 교류시킨다. 이것이 바로 회화가 갖는 가능성과 잠재성일 것이다. ■ 정지영

Vol.20150212f | 다시, 그림이다-2015 교류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