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ntasy Landscape -새, 이상향을 품다

허은오展 / Eunice Hur / ??? / mixed media   2015_0211 ▶ 2015_0217

허은오_Capturing the Moment of Fantasy Land_유채_91×91cm_2014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리더스 갤러리 수 LEADERS' GALLERY SOO 서울 종로구 인사동5길 21(관훈동 198-55번지) Tel. +82.2.733.5454 www.gallerysoo.kr

2015년 달력의 두번째 장을 넘기며, 벌써 우리가 을미년의 9분의 1을 흘려보낸 것에 생각이 닿는다. 구일신(苟日新) 일일신(日日新) 우일신(又日新). 진실로 하루가 새로워지려면, 나날이 새롭게 하고, 또 날로 새롭게 하여야 한다는 성탕의 고사처럼, 새해 벽두에 다시금 지나온 삶을 돌아보며 새로운 나를 다듬어 세운 그 마음이 흐트러지진 않았는지, 다시 가다듬는 시간이다. ● 리더스 갤러리 수의 15년 첫 초대 작가인 허은오는 숙명여대에서 학사와 석사, 그리고 미국 뉴욕의 명문 로체스터 공과 대학에서 미술 석사를 수여받고 현재 숙명여자대학원 조형예술학과 박사 과정을 밟고 있으며, 국내와 국외로 꾸준한 작품 활동과 발표를 하며 전북대와 모교인 숙명여대에 출강까지 하고 있다.허은오 작가는 마음이 확고하게 서서 모든 기초를 세워 자립한다는 '이립'(而立)을 넘어 세상에 유혹당하지 않고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다는 '불혹'(不惑)으로 향하고 있는 1982년 생 불과 34살의 한국 여성 미술의 차기 기대주이다. '한국 여성'을 강조함은 그만큼 해외로 진출하여 인정받는 한국 작가들이 손에 꼽을 만큼 적은 외국 미술계에서 작품성을 인정 받고 주목 받을 수 있는 뚜렷한 작가적 색채와 작품성, 대중성, 그리고 작가가 내밀하게 그리고 온전하게 본인의 감성으로 승화시킨 한국인으로서의 감성과 사유, 그리고 동양 철학을 모두 녹여내어 담고 있기 때문이다. ● 본 초대전에서 작가는 유화, 판화의 형태로 발표 해 왔던 본인의 작품 영역을 초월하여, 작품 내의 도상, 즉 앵무새나 박새 등의 조류와 해조류, 대나무 등의 식물을 평면에서 해방시켜 은으로 만든 환조 작품을 선보인다. 작가 자신의 표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상처받기 쉽고 연약한 존재는 동그란 원 안에서 안전하게 보호받고 휴식을 취하며, 성장하고 날아오른다. 매체를 떠나 허은오가 지속적으로 추구 해 오던 작품 세계 그대로를 섬세하게 입체로 구현한 이 작품들은 허은오 작품이기에 가질 수 있는 다양한 의미와 가치를 갖는다. ● 타인의 평가나 변화하는 미술 경향에 휩쓸리지 않고 온전히 본인의 작품 세계를 구축하며 머무름 없이 발전시키고 있는 허은오 작가는 위에서 언급한 日日新과 又日新의 대명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번 전시를 위해 오랜 시간 뛰어난 작품을 준비 해 온 작가에게 감사와 경의를 표하며, 앞으로 허은오 작가가 보여 줄 행보와 작품을 벅차고 설레는 기쁨으로 기대하려 한다. ■ 김나영

허은오_Capturing the Moment of Fantasy Land_인탈리오 프린트_56×54cm_2013

앵무새가 있는 해저풍경 ● 전통사회에서 이루어진 그림들은 대부분 그들이 꿈꾸었던 이상향을 가설한 그림들이다. 이른바 유토피아의 시각적 구현이다. 신화와 종교에 관한 모든 도상들 역시 행복을 추구하는 열망으로 수놓아져 있다. 동양인들에게 그 세계는 주어진 자연 속에서 적극적으로 추구되었다. 물론 천상과 바다 속도 신들이 거주하는 곳이자 매혹적인 공간으로 상상되었지만 그 세계보다는 자연계에서 궁극적인 이상향을 찾고자 하는 의지가 보다 앞선다. 산수화는 그러한 인식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그림에 해당한다. 문사적 취향과 결부된 특정한 가치와 이념을 지닌 사물(자연)의 '신'을 대상과 합일된 '마음'으로 체득하고 그 형태를 빌려 나타냈던 사군자나 화조화 또한 동일한 맥락에서 제작되었다. 비록 현대미술이 전통사회의 주술적 이미지와는 분명 다른 길을 걸어갔지만 작품을 통해 한 개인의 행복이나 위안을 추구하며 치유의 기능을 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사실 모든 미술행위에는 그와 같은 근원적인 욕망이 도저하게 자리하고 있다.

허은오_Capturing the Moment of Fantasy Land_인탈리오 프린트_75×56cm_2013

허은오는 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다고 하는데 근작은 모두 유채로 그려진 그림이다. 더러 판화기법도 곁들였는데 그것은 사진과 회화가 절충된 양식이다. 비록 다루는 매체는 다르지만 그림의 내용은 전통적인 동양화 화목을 강하게 연상시킨다. 이른바 산수화와 화조화의 흔적이 혼융되어 있다는 느낌이다. 동양화에서 다루던 소재와 전통에 대한 향수를 바탕에 깔고 진행되는 이 그림은 유화로 그려진 전통화이자 실제와 가상이 뒤섞인 그림이고 편집에 의한 구성이며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짙게 우려내면서 유토피아적 풍경화의 계보를 잇고 있다고 말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 그림은 여러 의도를 지니고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현실계에서 상처받거나 피로한 자신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차원에서 작동하고 있어 보인다. 무한경쟁의 사회에서 벗어나 그림 그리는 시간 자체에의 몰입이 자신에게 '안전한 휴식처'를 제공해준다는 작가의 언급에 따르면 그렇다. 그래서 그림은 자기만의 환상적인 이상향으로 구현되고 있다. 그것은 '현실도피의 통로'이자 사회와는 다른 자신만의 은밀한 시공간을 제공해준다. 물론 그림이 도피나 휴식, 치유로 기능할 수 있을 수만은 없을 것이며 그림 그리는 일(과정) 또한 미술계의 치열한 경쟁구조에서 살아남거나 인정받아야 한다는 엄연한 현실적 상황을 죄다 덮어주지는 못할 것이다. 그렇지만 작가는 그림 그리는 그 순간만큼은 냉혹한 현실을 망각하고 오로지 그리는 일의 즐거움, 자유로움에 몰입하게 된다고 말한다. 그렇게 믿고 있다.

허은오_Capturing the Moment of Fantasy Land_유채_60.6×72.7cm_2014

짙고 어두운 바탕 면에 한 마리 앵무새와 꽃 그리고 수중 생명체들이 부유하는 장면이 사실적으로 재현되어 있다. 화려하면서도 비의적인 분위기를 짙게 풍기는 색채가 홍건하다. 어둡고 환한 색채의 대비와 추상적인 물과 빛의 처리에 반해 정교한 묘사로 그려진 꽃과 새의 대조가 그림을 강렬하게 만들고 있다. 매우 '영상적'이라는 느낌도 든다. 숭고하면서도 신비스러운 바다 속 풍경인 셈이다. 그런데 그 바다 안에 새와 꽃이 자리한다는 것은 역설이다. 물론 그것은 그림에서나 가능한 세계다. 아마도 앵무새는 작가 본인의 상징일 것이고 물속은 더없이 고요하고 아름다운, 이상적인 공간을 은유할 것이다. 작가는 지상과는 상이한 공간으로 설정된 이 수중세계, 수면 아래 깊숙이 자리한 공간에 매료되어 그 안에서 고요히 자족하는 자신의 초상을 은유화 하고 있다. 동양 사람들은 애초부터 가시적인 자연의 대상세계를 눈에 보이는 대로 화면에 수용하려 하지 않았다. 이상적인 가상세계를 설정하고 자연의 형상을 심의적으로 왜곡하고 분절시켜 화면 형상으로 끌어들였다. 이 해저풍경 역시 가상적 세계다. 실체적 자연을 그리는 게 아니라 가상의 이미지들을 조합했다. 현실을 넘어선 초자연적인 세계이며 작가의 적극적 개입에 의해 지상과 혼거하고 있는 수중세계다. 몽유도원도가 아니라 '몽유수중도'라고나 할까? 아마도 작가에게는 아름답고 신비스럽다고 여겨지는 물속이 가장 이상적인 풍경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사실 그 세계는 시각적으로 확인가능 한 세계이면서도 부단히 가려지고 볼 수 없는 세계이자 현실계 바깥에 위치한 영역이다. 인간의 삶이 가능하지 않은 곳이고 무거운 침묵과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무한의 공간이자 지상계의 극단에 위치한 움푹 패인 공간이다.

허은오_Capturing the Moment of Fantasy Land_인탈리오 프린트_48×45cm_2013

작가 자신의 의인화로 그려진 앵무새는 깊고 적막한 바다 속에 홀로 고독하게 자리하고 있는데 꽃나무 위나 산호 위에 앉아있다. 그 새는 바다 속 풍경을 관조하고 신비스러운 풍경을 시선에 담아 두며 은거하고 있다. 흡사 '고사관수도'에 유사한 구성이다. 그러니 앵무새는 산수화속에 등장하는 옛선비들의 은거정황과 유사한 패턴 아래 위치하고 있다. 작가 또한 그런 삶을 동경하고 있어 보인다. 그래서 이 앵무새는 자화상의 변주인 셈이다. 새를 빌어 자신의 내면과 이상적인 삶의 자세를 은유하고 있는 그림이라는 얘기다. 강한 부리와 갈고리 모양의 발, 높은 나무위에서 무리를 지어 살며 과실과 곡물을 먹고 사는 앵무새는 소음이 크고 물을 좋아 하는 새로 알려져 있다. 목욕을 즐기는 이 새는 또한 예로부터 뱃사람들의 오랜 항해로 인한 무료함과 외로움을 달래주던 새였다고 한다. 그만큼 물, 바다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작가는 "병약해 보이는 앵무새의 형상을 통해 이상적인 세계에서 휴식하고 있는 사람을 투영"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와 동시에 치열한 경쟁과 혹독한 생의 욕망이 충돌하는 현실계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만의 안식처에 좌정하고 있는 자신을 표현하고 있다.

허은오_Capturing the Moment of Fantasy Land_은 도금한 황동_120×112×37cm_2014

이 바닷속 풍경은 작가의 스킨스쿠버 다이빙 경험으로 인해 그려진 것이라고 한다. 바다 밑의 실제 상황을 눈으로 확인한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허구적 연출이다. 직접 목도한 해수면 아래에서 벌어지는 비경은 무척 감동스러웠다고 한다. 그곳은 지상과는 다른 특별한 공간으로 세상의 모든 소음과 관계를 단호하게 끊어내고 절대적인 침묵과 가뿐 수압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는 자신만이 홀로 거주하는 밀폐된 영역이었을 것이다. 더러 '슬로우 모션'으로 헤엄치는 형형색색의 물고기들과 아름다운 산호들이 자리하고 있다. 물방울이 떠오르고 낯이와 해파리가 부유한다. 이 천연의 순수한 자연환경, 억겁의 세월을 거치며 유지된 고유한 생태계에서 작가는 일상의 공간에서 벗어난 안도감, 고립감을 느꼈기에 그 느낌을 시각화하고자 했다. 그렇게 해서 수중생물이 서식하는 깊고 푸른 바다 속에 꽃나무와 앵무새가 출현했다. 작가에 의해 그려진 이 앵무새와 꽃이 있는 해저풍경은 물리적으로 있을 수 있는 바다 밑의 생태계를 그린 것이라기보다는 무의식의 심연에 설정해 놓은 심상풍경이자 내밀한 몽환의 세계를 그린 것이기도 하다. 동시에 전통적인 산수화와 화조화라는 오랜 화목을 유화기법으로, 디지털 편집과정과 유사하게 연출해 만든 그림이다. 허은오가 그린 이 가시적인 것과 비가시적인 것, 가상과 실체가 혼연 융합된 해저풍경은 알 수 없는 깊은 외경심과 막막한 무한함을 자아내주고 있다. 그 안에서 고요히 은거하고 있는 황홀한 고독이 은밀한 빛을 발하고 있다. ■ 박영택

허은오_Capturing the Moment of Fantasy Land_유채_53×45.5cm_2014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듯, 우리는 사회적인 동물이다. 우리는 사회구조 속에서 존재하며, 태어나는 순간부터 지속적으로 사람들과 소통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때로는 사회적인 억압을 받기도 하는데, 바로 이 순간이 사람들이 자유를 갈망하는 시간이다. 나는 지상과 바다 속의 공존으로 표현된 작품, 즉 동일한 공간에 함께 할 수 없는 것을 그림으로써 현실과 동떨어져 우리의 마음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이상향을 그려 내었다. 이는 내 자신 스스로 현실의 나에게서 벗어나지 못하고 마음으로만 동경하는 공간인 안식처, 내지는 도피처를 표현한 것으로, 살아있는 생명력을 찾고 나아가 환상적인 이상향을 화폭에 이끌어 낸 것이다. 상상의 세계 속 자연과 동물의 모습은 또 다른 생명력의 신비로움을 표현하고 있으며, 그 속에서 안정과 휴식을 취하는 새는 이상적인 세계에서 휴식을 갈망하는 사람을 투영한다. 상처받기 쉽고 연약한 존재는 작품 속에서 안전하게 보호받고 휴식을 취하며, 성장하고 날아오른다. 그 새는 바로 나, 당신, 우리 자신이다. ■ 허은오

Vol.20150214e | 허은오展 / Eunice Hur / ??? / mixed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