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식적 패턴과 '페마주'의 회화 Ornamentic Pattern and 'Femmage' in Painting

김수진展 / KIMSUJIN / 金秀珍 / painting   2015_0311 ▶︎ 2015_0316

김수진_The car No.7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젤 미디엄_80.3×116.7cm_2014

초대일시 / 2015_0311_수요일_06:00pm

김수진 박사학위 청구展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가나인사아트센터 GANAINSA ART CENTER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41-1(관훈동 188번지) Tel. +82.2.736.1020 www.insaartcenter.com

장식적 패턴과 '페마주'의 회화-김수진의 최근 작품을 중심으로 ● 김수진 작가의 작품이 갖는 특별한 속성들 몇 가지를 먼저 지적하도록 해야겠다. 작가의 회화 연작에는 공통적으로 작품의 양식화를 강조하는 요소들인 형태의 단순성, 선과 패턴의 반복성, 화면의 평면성, 색과 패턴에 의한 장식성이 있다. 이들 특징은 고도의 예민한 감각과 치밀한 통제를 전제로 한 작업을 통해서야 비로소 실현될 수가 있다. 색채 추상에 근접하는 작가의 놀랄 만큼 아름다운 작품들은 그처럼 우연과 의지의 통제를 교차 직조하면서 만들어진 것들이다. 더욱이 끊임없는 반복적 수작업은 절대 의식의 끈을 놓치지 않고 긴장과 변화의 조화로운 리듬을 타면서 진행된 것이다. 반복을 통한 차이들을 만들어내면서 생동감을 일으키고, 선과 색 그리고 패턴으로 화려하고 장식적인 이미지와 화면의 균형감, 통일감을 형성해 나가는 과정은 오랜 인류문화사에서 마주칠 수 있는 온갖 여성적 손솜씨의 수공예 작품을 연상시킨다.

김수진_The car No.6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젤 미디엄_65.1×90.9cm_2014

또한 작가의 작품에는 평면성이 뚜렷하다. 화면 공간에는 중앙의 주제-이미지를 제외하면 그림자도 없고 원근법도 없다. 형상과 바탕 사이에서 느껴지는 깊이감도 매우 얕다[이 점은 마이클 크랙-마틴의 색면 회화 작품들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더하여 선과 점의 증식은 이 같은 평면성을 더 부추기는 방식이 된다. 이제 작품의 마티에르를 살펴보기로 하자. 그동안 남성중심의 미술사에서 회화의 화면은 대부분 잘 다듬어져서, 재현된 이미지의 표면은 늘 매끄러웠다. 시각중심의 미술이므로, 화가들이 거친 질감에 의한 촉각성, 신체, 몸, 여성을 연상시키는 촉각성을 배제해온 것이다. 근대와 현대에도 순수한 고급미술, 모더니즘 미술에서는 촉각을 억압하는 현상이 지속되었다. 하지만 20세기 말부터 페미니즘 미술이 등장하면서, 시각중심의 미술에 저항하며 질감을 강조하는 촉각성의 미술들이 대거 출현하고 있다. 미리엄 샤피로의 '페마주' 회화와 로버트 자카니치, 에드 모세스의 '패턴 페인팅'은 시각의 촉각화를 통해 미술작품의 신체적 감각-지각을 촉구한다.

김수진_The car No.2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젤 미디엄_65.1×90.9cm_2014

김수진 작가는 아크릴 물감에 겔 미디움을 섞어 스퀴징(쥐어 짜기)으로 선을 긋는다. 이 제작방식은 손목의 힘에 따라 선의 두께를 조절하게 되며, 결국 화면에서 약간씩 도드라진 부조식 돌출부를 만들어내게 된다. 선의 두께에 나타난 변화로 촉각성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 힘의 흔적들은 곧 라이프니츠가 말한 물질의 주름으로 여겨지며, 무의 공간에서 유의 의미를 제공하는 정신적 주름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여하튼 겔 미디움에 공기가 들어가서 혹은 스퀴징할 때 손목 힘의 차이로 의도하지 않게 선의 모양과 두께가 약간씩 달라지는 현상은 더할 나위 없이 수공예적이다. 공장에서 기계로 대량생산해낸 물건들의 반듯한 외형과 차가운 인위적 규격성과 달리, 촉각적 성질의 색선들은 그 패턴의 반복과 함께 우연한 차이들을 만들어냄으로서, 보다 따뜻한 휴머니즘적 성격과 여성적인 이미지를 강조해준다.

김수진_The motorcycle No.2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젤 미디엄_40.9×53cm_2014

지금까지 다채로운 색상의 아름다움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던 것은 어디까지나 필자의 잘못이다. 그런데 실상 김수진 작가의 작품은 색의 배열과 조합에 매우 예민한 색채 중심의 회화이며, 다양한 색들로 짜여진 정연한 네트웍 질서의 회화이다. 더욱이 기하학적 도형의 패턴들이 반복되면서, 화면은 화려한 장식성의 여성적 이미지 즉 페마주(femme image-femmage)의 회화로 식별이 된다. 일반적으로 페마주의 회화는 미리엄 샤피로의「여인의 집」작품에서부터 시작됐던 것으로 확인되며, 이후 1980~1990년대에 널리 확산되면서 패턴 페인팅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샤피로의 '페마주' 화화와 '패턴 페인팅'은 모두 공통적으로 장식성과 유희성을 갖추고 있다. 이 점은 김수진 작가의 작품들 안에서도 명확히 드러나는 특성들이다. 김수진 작가의 경우 장식적인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듯, 기하학적 도형의 패턴들을 오방색에 가까운 화려한 색선들로 반복하며, 패턴들 사이마다 점을 찍어놓기도 한다. 물론 그의 장식적 패턴은 화면의 양식화의 결과이기도 하며, 화면의 평면성을 초래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밝고 화려한 색채와 단순한 선들의 패턴으로 장식성을 부추겼던 선행 작가는 앙리 마티스이다. 마티스가 또한 미국 색면추상회화의 선구자임을 염두에 둔다면, 김수진 작가의 작품들이 보여주는 평면성과 양식화 그리고 패턴의 장식성은 현대 미술사의 맥락 안에 정당한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김수진_The motorcycle No.3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젤 미디엄_45.5×53cm_2014

'페마주'의 회화에서 반복은 대체로 인류문화사에서 인용되는 직조 즉 옷감을 만들기 위해 직각으로 실(날실과 씨실)을 교차하여 짜는 행위로 자주 비유되곤 한다. 오디세이아 서사시에서 트로이 전쟁을 위해 남편 오디세우스가 떠나자 혼자 남은 여인 페넬로페가 베틀로 피륙을 짰다가 푸는 작업을 반복한 이야기가 있다. 수없이 떴다 풀었다 다시 뜨는 베짜기의 이 반복 행위는 직조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여인들이 강박적으로 공간을 채워나간 사실을 암시하기도 한다. 공간을 채우는 이 반복 작업은 여인이 너울로 얼굴을 가리거나 혹은 자신의 주제(남근)가 텅 비어 있음을 가리고 은폐하기 위한 강박적 행위라고도 설명한다. 하지만 이런 설명은 쿠사마 야요이의 편집증적 강박의 반복과 증식의 행위에 적합할 뿐, 김수진의 작품에는 그다지 적합하다고 할 수 없겠다. 왜냐하면 김수진의 작품에는 넉넉한 무위의 유희성과 충족가능함에 대한 예기된 만족감, 행복감이 밝고 화려한 색채, 풍성한 화면의 패턴들로부터 비추어져 나오기 때문이다. 작가의 수작업은 늘 반복되는 수고로움에도 불구하고 즐거움의 원천으로 정의된다. "작업하는 것은 놀이처럼 재미있다. 생각이 복잡할 때, 뜨개질을 하며 생각을 정리하듯이, 단순한 반복 작업으로 생각을 풀고 마음을 비우면 편안해지고 행복해진다."는 작가의 말이 그 사실을 입증한다.

김수진_The rose No.24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젤 미디엄_30×30cm_2014

작가의「장미 시리즈」는 2013년부터 시작되어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연작이다. 무려 100 송이의 장미꽃을 그리는 작품들인데, 그 100 점의 회화작품들 중 단 한 점도 색의 조합이 중복된 것은 없으며, 선과 패턴도 제각각 상이하다. 그야말로 다양한 색채 형상(The figural)들의 연작으로서, 여성적 소재와 여성적 이미지의 반복 연작인 점에서 '페마주'의 회화로 주목되는 사례라고 여겨진다. 앞으로도 김수진 작가의 작품은 양식의 수정과 변화를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방향으로 모색이 이루어질 것으로 여겨진다. 그 과정에서 색과 선, 패턴의 반복 뿐 아니라 매체의 변화도 예견되는 바이다. 이 모든 미래의 작업들에 대해서도 필자는 장식적 패턴이 주는 탈 모더니즘의 '페마주' 방식의 장점들이 더 확대되고 그를 통한 작가의 표현력이 더욱 더 생생해지기를 기대해본다. ■ 서영희

Vol.20150310e | 김수진展 / KIMSUJIN / 金秀珍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