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앤비 프로젝트 DUMBnB project

임경수展 / YIMKYUNGSOO / 林慶洙 / painting   2015_0401 ▶ 2015_0414 / 일요일 휴관

임경수_덤앤비프로젝트12_패널에 아크릴채색, 스테인리스 스틸_83×63cm_2014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40421b | 임경수展으로 갑니다.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요일 휴관

스페이스 두루 SPACE DURU 서울 강남구 신사동 619-8번지 1층 Tel. +82.2.783.1354 www.spaceduru.com

임경수의 작품은 인간 각각이 운명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그 운명을 접속할 수 있는 보이지 않은 영적인 존재를 하그멜리온으로 지칭하는 가상의 스토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는 인간과 인간을 둘러싼 삶, 어떠한 신적인 존재를 포함하는 운명론적 대우주를 나타내고 있다. (IAP Festival 2013) 프롤로그 ● 이 세상에는 인간이 도저히 알지 못하는 기이한 일들이 수없이 일어난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무수히 많은 것을 지나친다. 하지만 인간의 기억은 모두 사실이다. 오늘도 곳곳에서 알 수 없는 놀라운 일들이 벌어진다. 그러나 세상 어디에도 우연은 없다. 오직 그곳을 접속하는 하그멜리온이 있을 뿐이다. 인간이 확인할 수 없어도 하그멜리온은 존재한다. 그럼에도 아주 특별한 인간은 그들과 마주쳤고 무덤까지 하그멜리온을 이야기했다. 이것이 전해지며 인간의 상상 속에 그들은 요정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그러나 실제로 상상 밖에는 셀 수 없이 많은 하그멜리온이 있다. 다시 돌아볼 수 없어도 인간의 기억은 정확하다. 하그멜리온은 전부 다르고 시작도 끝도 없다. 아무리 설명해도 인간은 그들을 알지 못한다. 인간이 아는 것은 단지 상상 속의 요정에 불과하다. 세상은 그렇게 돌아간다.

임경수_덤앤비프로젝트16_패널에 아크릴채색, 스테인리스 스틸_83×63cm_2014
임경수_덤앤비프로젝트11_패널에 아크릴채색, 스테인리스 스틸_83×63cm_2014

로로플라이의 빛나는 선과 한스 ● 푸른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자동차의 소리가 유난히 쿨럭인다. 여기에서 저기까지 펼쳐진 도로 위를 움직이는 것이라고는 한스의 낡은 트럭 한 대뿐이다. 라디오 볼륨을 높였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 머릿속은 온통 가엾게 죽은 암소 생각으로 가득 차있다. 그것이 무슨 병인지 알아낼 시간조차 없었다. 어제 아침 한스의 소중한 암소는 스스로 일어서지 못했고 코와 입은 전부 허옇게 말라 있었다. 이제 그의 귀에는 요란한 음악이 들리지 않았고, 정지된 눈으로 어두운 도로를 달린 지도 한참이 되었다. 그저 멍하니 앉은 한스 앞에 코끼리가 지나가도 피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그렇지만 앞에 나타난 건 코끼리가 아니었다. 저 멀리 밤하늘에 가느다란 선이 휘어지며 빛나고 있었다. 그것은 떨어지는 유성도 아니었으며 오히려 아래서 위로 올라가며 빛을 내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 마술처럼 사라졌다. 하늘 위를 바라보던 한스의 눈이 도로에 놓인 물체를 감지한 건 바로 그때였다. 여행용 가방만큼 묵직한 것이 코앞에 있었다. 한스는 생각할 여유도 없이 순간적으로 잡고 있던 운전대를 꺾었고 낡은 트럭은 도로 밖으로 퉁퉁거리며 나가떨어졌다. 그래도 천만다행으로 그곳은 넓은 평야였다. 그리고 쿨럭이는 오래된 트럭 덕분이었다. 조금 더 빨리 굴러갈 수 있었다면 지금쯤 낡은 트럭과 함께 한스는 엉망이 되었을 것이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운 좋은 날을 생각하며 죽은 암소가 끔찍한 사고를 막아 주었다고 믿었다. 그러자 암소에 대한 슬픔도 서서히 승화되었다. 한스의 막연한 상상은 인간으로서 당연한 일이었다. 그것들이 달리 무슨 생각을 할 수 있을까? 그러나 세상 어디에도 우연은 없다. 그곳을 접속하는 하그멜리온이 있을 뿐이다. 한스는 하찮은 인간에 불과했지만, 동물과 자연을 한없이 존중했고 평생을 그렇게 살아온 노인이었다. 그의 눈에서 빛나던 선이나 갑자기 나타난 커다란 물체는 모두 로로플라이였다. 사실 하그멜리온이 그의 불행을 막아 준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젊은 시절 한스가 무례한 대립의 도시 소울에 갈 수 없게 했고 또한, 어린 한스의 침몰하는 머리를 더러운 물에서 밀어낸 것도 하그멜리온이었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한스와 함께 그의 모든 기억도 사라졌다. 그러나 항상 그랬듯이 로로플라이는 세상에 남아 그를 기억했다.

임경수_덤앤비프로젝트07_패널에 아크릴채색, 스테인리스 스틸_83×63cm_2013
임경수_덤앤비프로젝트06_패널에 아크릴채색, 스테인리스 스틸_83×63cm_2013

다시 온 덤비 그리고 추락하는 여자 ● 칠십칠 일째다. 77일이 되었다. 지금 에덴은 11층 아파트 위에 있고 거기에 들어간 지 77일이 지났다. 세상을 훅훅 내리 짓누르는 뜨거운 태양과 그녀의 생각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 에덴이 몇 달 만에 스스로 높다란 창을 열어 밀치니 오히려 찬 대기가 눈을 파고든다. 삼십 년 전의 그것이 오늘까지 이어질 줄은 아무도 짐작하지 못했다. 어쩌면 그날의 에덴을 아는 것은 그녀 혼자일 수밖에는 없다. 그때 거기에는 그녀뿐이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사흘 동안이나 같이 지내던 캠프 친구들과 헤어져야만 했던 여름의 마지막 순간이 그녀의 창백한 눈에 다시 떠오른다. 따뜻한 집과 다정한 가족이 있었지만, 순식간에 찾아온 허무가 먼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에덴은 앞으로의 긴 시간을 어떻게 살아갈지 도무지 생각하지 못했다. 어떤 욕망도 의지도 심지어는 공포도 없었다. 차라리 이것이 고통이었으면 했다. 하지만 거기에는 순전한 허무 말고는 존재하지 못했다. 투명하고 공허한 얼굴 위로 아주 짧은 시간에 살아있는 눈물이 흘렀지만 그건 무가치한 물질에 지나지 않는다. 에덴에게는 이 세상을 살아갈 하나의 의미도 그리고 세상에 살려져 갈 기회마저도 사라졌다. 모든 것이 허무였다. 그리고 이렇게 완전한 허무는 인간을 가만 놓아두지 않는다. 에덴은 죽어지길 희망했다. 그러나 며칠 후 에덴은 좋아졌고 마음속 깊은 곳에 그날의 일을 비밀로 감추어 두었다. 오늘까지 아주 가끔 옴짝도 할 수 없는 그것이 에덴을 찾아왔지만 이내 지나곤 했다. 그녀는 활달했고 특히 다른 사물에 대한 이해와 배려는 누구보다 뛰어났고 훌륭했다. 지난 세월에서 에덴은 사려 깊은 착한 여자였다. 하지만 77일 전 소리 없이 찾아온 허무는 시간이 지나도 그녀를 놓아주질 않는다. 이제 더는 견딜 수가 없다. 차분히 에덴이 창문 난간을 벗어나자 빠르게 그녀가 아래로 추락한다. 인간들은 그녀가 용기 대신 죽음을 선택했다고 말하겠지. 항상 인간은 그런 식이다. 에덴은 진정 잘 살고 싶었다. 다만 허무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너무도 처절하고 또한 절실했다. 이제 다시는 버틸 수가 없다. 절대 어쩔 수가 없다. 눈을 찌르던 차가운 공기는 사라지고 따스한 기운이 온몸을 감싼다. 뼈와 살을 녹여내던 허무도 순간 사라진 듯싶다. 에덴이 처음으로 완전한 허무를 맞이했을 때 덤비는 그곳에 있었다. 에덴은 불과 아홉 살이었고 세상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아이였다. 그런데 무언가 잘 못되기 시작했다. 그 허무를 보아야 할 아이는 에덴이 아니었다. 그렇더라도 에덴은 인간에 불과했고 이미 결정된 일이었다.

임경수_덤앤비프로젝트15_패널에 아크릴채색, 스테인리스 스틸_63×83cm_2014
임경수_덤앤비프로젝트02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7×130cm_2013

지금 그녀에게 모든 것이 아주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10. 9. 8. 7. 6층을 스칠 무렵 에덴이 기억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시간이었지만 아파트 외벽에서 재미있고 고집스럽고 신기하고 친근한 모양의 무엇을 본 것 같기도 하다. 그와 동시에 그녀는 아름답게 보일 정도로 완벽하게 추한 폐허를 보았다. 그건 절대적인 폐허였다. 마치 위대한 예술가의 배설물 같았다. 절대적인 폐허는 바로 인간이 만든 빛나는 도시였다. 그것을 눈으로 보면서 갑자기 에덴은 절대 폐허와 맞서 싸우고 싶은 욕망에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그러면서 집요한 허무와 두통이 아침 안개처럼 사라졌다. 에덴은 살아야 하는 분명한 이유를 보았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너무 늦은 일 아닌가? 추락하는 3층에서 에덴은 또다시 그것을 보았다. 정확히 말하면 거꾸로 떨어지는 에덴의 몸이 어떤 힘에서 위로 당겨지며 똑바로 서는 바로 그 찰나였다. 에덴의 몸이 바람에 의해 풍선처럼 부드럽게 그리고 아주 서서히 돌아가고 있었다. 에덴은 잠이 들 때면 찾아오는 나비와도 같이 땅 위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그리고 에덴은 고개를 들어 아파트 위를 올려다본다. 에덴 앞에 붙었던 덤비는 그녀의 환한 미소를 처음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날은 확실히 여름이었다. 무례한 도시 아틀란의 아침이었다. ■ 임경수

Vol.20150402a | 임경수展 / YIMKYUNGSOO / 林慶洙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