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호展 / KIMYUNHO / 金潤鎬 / photography   2015_0404 ▶︎ 2015_0531 / 수요일 휴관

김윤호_24,400_플렉시글래스에 람다프린트_1㎡_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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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의 대화 2015_0418_토요일_02:00pm 2015_0516_토요일_02:00pm

주최,후원 / 에르메스 재단 Fondation d'entreprise Hermès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일요일_12:00pm~07:00pm / 수요일 휴관

아뜰리에 에르메스 Atelier Hermès 서울 강남구 신사동 도산대로 45길 7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 B1 Tel. +82.2.3015.3248 maisondosanpark.hermes.com/ko

2013년부터 전국을 누비고 다니며 촬영한 김윤호의『㎡』연작은『사진전』(2010)과『사진전 Ⅱ』(2013), 그리고 좀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지루한 풍경』(2002)과『지루한 풍경 Ⅱ』(2002~2003)에서부터 지속되어 온 그의 오랜 관심사를 반영하는 사진적 탐구의 결과물인 동시에, '땅'이라는 대상을 마주하는 과정, 나아가 땅을 마주하는 작가의 심경이 변화되어 가는 과정을 따라가는 기록물이다.

김윤호_13,500_플렉시글래스에 람다프린트_1㎡_2015

'미술'이라는 것이 서구에서 유입된, 우리에게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이었듯이, '사진'이라는 것도 그 기술과 역사, 그리고 이론 모두 19세기에 서구의 문물과 더불어 이 땅에 유입된 것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던 시각 경험과는 전혀 다른 경험으로서의 역사와 이론을 가진 사진은 결국 그 기술을 체득해 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우리의 것으로 변용되어 서구의 것과는 다른 우리의 관례를 만들어내게 된다. 한국의 사진에서 두드러지는 풍경은 서구의 사진에서 흔히 등장하는 풍경과는 차별화된 양상을 보이는데, 그것은 '나'라는 주체에 대한 '대상'으로서 풍경을 인식하고 재현하는 풍경화의 전통을 이어왔던 서구와는 달리, '나'와 일체가 된 '존재'로서의 풍경을 파악하고 표현해 온 산수화의 전통 속에 사진을 위치시켜 왔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풍경은 나와 동일한 존재이며, 그 속에 등장하는 소재를 통해 나의 정신을 표상해 왔다. 그래서 한국의 풍경 사진에는 나무며 돌, 물, 산과 같은 특정 소재들이 지속적으로 반복되어 왔던 것이다.

김윤호_773_플렉시글래스에 람다프린트_1㎡_2015

이런 맥락에서 보자면, 김윤호의 신작『㎡』역시 우리가 흔히 보아왔던 한국 풍경 사진의 관례를 그대로 따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여타 풍경 사진들이 보여주는 대상에 비해 소박하고 평범한 듯 보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그의 사진에는 산과 하늘과 들판이 등장해 일견 '그림 같은' 장면들을 연출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찬찬히 그의 사진을 들여다보면, 김윤호가 정교하게 계산해 놓은 장치들이 발견된다. 줄자를 구부려 놓거나 주변에서 찾아낸 오브제들을 대충 벌려 놓아 만든 정사각의 형태가 사진에 때로는 또렷이 때로는 희미하게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림 같은 땅의 풍경 속에서 발견되는 바로 이 장치들이 풍경을 바라보는 김윤호의 시선을 관례적인 한국의 풍경 사진과 차별화시키는 지점이다. 다시 말해, '땅'이라는, '농토'라는 대상을 통해 정신적인 무언가를 표상해내려는 것이 김윤호의 목표가 아니었음은 이 작은 장치들에서 증명된다.

김윤호_255,000_플렉시글래스에 람다프린트_1㎡_2015

공시 지가(公示地價). 정부는 매년 전국에서 대표성 있는 토지로 선정된 표준지의 가격을 조사해서 평가하고 토지 평가 위원회의 심의 조정을 거쳐 지가를 공시하고, 이것으로 양도세, 상속세, 증여세, 토지 초과 이득세 등 과세의 기준으로 삼는다. 김윤호의 사진에서 포착되는 정사각 형태는 바로 이 지가를 책정하는 기준이 되는 1 평방미터를 땅 위에 표시해 놓은 것이다. 나와 일체가 된 땅, '그림 같은' 풍경을 구성하던 땅, 그래서 나와 정신적으로, 정서적으로 연결되어 있던 정신적 표상으로서의 땅이 아니라, 단순히 평당 가격으로 환산된 땅을 김윤호는 자신의 사진으로 기록한다. 이렇게 기록된 풍경은 1 평방미터의 면적에 인화되어 그 대상에 대한 객관적인 가치를 기준으로 높낮이를 달리하여 전시장에 배치된다.

김윤호_15,000_플렉시글래스에 람다프린트_1㎡_2015

이렇듯 김윤호의 신작『㎡』는 작가가『지루한 풍경』연작부터 지속해 오던 사진적 탐구를 이어간다. 사진을 자신의 예술적 도구로 끌어들이고 그 활동의 결과물은 늘 풍경 사진으로 귀결되기 때문에, 언뜻 보기에는 관례적인 풍경 사진으로 보이지만, 김윤호의 사진은 '그림처럼 아름다운' 풍경을 구성하는, 혹은 그 풍경 속에 존재하는 어떤 대상이 표상하는 한 순간을 잡아내는 데에 집중해 왔던 전통적인 풍경 사진들과는 달리 우리 사회가 영속시켜 온 은폐된 이데올로기를 드러내는 데에 집중한다. 오래 전 대도시 근교의 국도변에서 한없이 반복되던 풍경(『지루한 풍경』)과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천편일률적인 미인대회를 빙자한 특산물 홍보전의 풍경(『지루한 풍경 Ⅱ』)을 통해 근대화, 산업화, 도시화에 가려진 이데올로기를 들춰내거나, 한국사진사(史)라는 원천(『사진전』), 사진 입문자들의 소통 창구인 온라인 미디어(『사진전 Ⅱ』)가 만들어내는 풍경을 통해 사진의 기술(技術)과 역사, 이론에 가려진 현실을 드러내던 김윤호의 냉담한 태도는 모든 것이 상업적/경제적 가치로 환산되는 이 시대가 반복해가는 또 다른 지루한 풍경을 '땅', 특히 과거 모든 생산의 근원이었던 '농토'를 통해 바라보는 과정에서도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 다만, 땅이라는 대상을 마주하는 과정에서 작가는 이전과는 다른 다소 복잡한 감정을 드러내는데, 이것은 '땅'이라는 대상과 자신을 완전히 분리할 수 없었던 것에서 기인한다. 땅에 대해,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어느덧 아버지가 되어버린 작가가 바라보는 감정적/정서적 가치와 이 시대가 인식하는 상업적/경제적 가치 사이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게 되는 불편함.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또 다시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어가는 삶의 흐름'과 '보다 확장된 담론을 생산해내는 실천으로서의 시각장치를 발생시키는 행위'가 사진을 찍는 김윤호의 행위를 통해 어떤 아이러니한 현실을 들춰낼 수 있을지 주목해 보자. ■ 아뜰리에 에르메스

Vol.20150403a | 김윤호展 / KIMYUNHO / 金潤鎬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