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Y SPACE - 幽亭秀木

박수정展 / PARKSUJEONG / 朴수정 / painting   2015_0401 ▶ 2015_0406

박수정_작은 정자_비단에 수묵 담채_114×116cm_2015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가나아트 스페이스 GANA ART SPACE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56(관훈동 119번지) 1층 Tel. +82.2.734.1333 www.ganaartspace.com

한 겨울 거리의 플라타너스를 마주하면 형용하기 어려운 묘한 감정이 생긴다. 언제나 바쁘게 오가던 길 위에 멈춰 서서 한 그루 한 그루 천천히 눈을 마주쳐 본다. 홀연 지나가는 긴 바람소리는 그 길을 더욱 텅 비고 고요하게 만든다. 그러다 문득 화의가 생겨 주섬주섬 화첩을 펴고 조용한 대화를 나눈다. 소리 없는 플라타너스는 나에게 큰 것을 주었다. 우주宇宙라는 두 글자가 드러내고 있듯이 무한은 유한 속에 있다. 무한은 한 그루의 나무, 한 떨기의 꽃, 한 포기의 풀 속에 있다. 거대한 아름다움이 아니더라도 작은 나뭇잎 하나 속에 세계의 원리가 들어 있다. 탁월함과 위대함을 위해 정신을 집중해 초월할 필요가 없다. 바로 내 속에 구비되어 있다. 내적 평화가 외부적 쟁탈을 대체하고, 미세한 생명의 체험이 조잡하고 관능적인 향수를 대체한다. 관능적 쾌감은 단지 눈 앞을 스쳐 지나가는 연기 같은 것이다.

박수정_가상의 공간1_비단에 수묵 담채_78.5×102cm_2015
박수정_작은 벤치_비단에 수묵 담채_114×116cm_2015
박수정_또 다른 작은 벤치_비단에 수묵 담채_114×116cm_2015

예찬은 "만리 강산을 바라보는 눈이 한 정자에 요약된다."고 했다. 사람의 협소한 시.공간적 숙명을 광활한 우주-다함이 없는 시.공간- 속에 놓아두고 살펴본다. 사람이 점유하는 시간은 결코 짧지 않지만 사람이 스스로 짧다고 여기므로 짧아진다. 사람이 점유하는 공간은 결코 작지 않지만 이 역시 사람이 스스로 작다고 하므로 작아진다. 동굴 속 사유를 벗어나면 초정이 건곤이 된다. 정자가 아무리 작다고 해도 몸 하나는 수용할 수 있으며, 세계가 아무리 크다고 해도 마음으로 포용할 수 있다.

박수정_낮_비단에 수묵 담채_60×78cm_2015
박수정_밤_비단에 수묵 담채_60×78cm_2015
박수정_우주선_비단에 수묵 담채_114×116cm_2015

본래 많고 적은 것이 없고, 구할 것도 서운해 할 것도 없다. 점유의 관점에서 보면 언제 어디서나 모든 것이 작기만 해 결핍감을 참을 수 없다. 이 것은 마치 회색 안개가 잔뜩 낀 흐린 날의 어두운 골짜기 같다. 담담하게 자족하면 일체가 있는 그대로 뚜렷이 드러난다. 마른 나뭇가지는 운명을 탄식하지 않는다. 어찌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생명을 위해 싸울 뿐이다. 일체의 세상 고뇌가 모두 차가운 겨울 바람에 가려 물러가버렸다. ■ 박수정

Vol.20150403e | 박수정展 / PARKSUJEONG / 朴수정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