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s New Vision展

2015_0402 ▶ 2015_0430

초대일시 / 2015_0402_목요일_06:00pm

참여작가 김태호_박영남_오수환_유병훈_윤동천 이석주_주태석_지석철_차우희_한만영 한운성_황인기_황찬수

관람시간 / 10:00am~06:00pm

이브갤러리 EVE GALLERY 서울 강남구 삼성동 91-25번지 이브자리 코디센 빌딩 5층 Tel. +82.2.540.5695 www.evegallery.co.kr blog.naver.com/codisenss

'작가주의' 정신과 세계화의 대두 ● 한국 현대미술사상 1970년대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볼 때 획기적인 '전환의 시기'로 묘사된다. 무엇보다 두드러진 것은 '근대화'의 문제이다. 60년대 에 들어서 군사정권에 의해 시도된 '새마을 운동'은 이의 대표적인 경우로서 국민의 의식 개혁과 함께 근대적인 제도의 도입이 범정부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대대적인 농지정리와 함께 초가집을 슬레이트 지붕으로 바꾸는 작업이 농촌에서 벌어지는가 하면, 경부고속도로의 건설과 공업단지의 지정 등 경제부흥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속속 실천에 옮겨졌다. ● 문화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전통과 현대의 갈등이 두드러진 양상이었다. 이른바 전통적인 '삶의 양식'이 송두리째 부정되고 도전을 받는 상황에서 새로운 근대적 삶과 가치들이 서서히 자리를 잡아갔다. ● 전통과 현대 사이에서 벌어진 정신적 갈등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분야는 무엇보다도 예술이었다. 미술의 경우, 그러한 갈등은 '보는 방식'을 비롯하여 표현의 방법, 재료, 매체 등 다양한 국면을 통해 나타났다. 어떤 의미에서 전환이란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 즉 '세계관의 패러다임의 변화'라고 할진대, 이처럼 근본적인 시각의 변화는 과거의 삶을 현재적인 상황에서 재조정해야 하는 중요한 문제를 야기했던 것이다. ● 서구의 미술 사조가 이 땅에 도입된 것은 구한말 무렵이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근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70년대 들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이 무렵, 서구의 이른바 'modern'을 두고 이를 '근대'로 번역할 것인가 아니면 '현대'로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첨예하게 대두되었지만, 이는 현재까지도 명쾌하게 결론에 도달하지 못한 상태에 머물고 있다. 이는 번역의 문제가 단지 말의 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생활세계 혹은 '삶의 양식'에서 비롯되는 의식의 차원과 직결돼 있다는 사실을 암시하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말이 지닌 다양한 문화적 함의를 고려한다면, 어떤 경우든 언어의 '번역'은 곧 '체화(體化)'의 문제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그것이 예술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타나고 있느냐 하는 문제를 검토하는 일은 부단히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

김태호_Internal Rhythm 2014-42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5×131cm_2014
박영남_달의 노래(diptych)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13×145cm_2011
오수환_대화(Dialogue)_캔버스에 유채_227×363cm_2014
유병훈_숲, 바람 - 默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27.5×162.1cm_2014
윤동천_무제_색지 (총 20쪽)_22×28cm_2014
이석주_사유적 공간_캔버스에 유채_130.3×162cm_2014

이번에 이브갤러리가 주최하는 60's Appreciation전은 바로 이러한 측면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번 전시에 초대받은 작가들은 대부분 70년대에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논의의 대상이 되고 있다. 연령적으로는 50대 후반에서 60대 후반에 이르는 이 작가들은 70년대의 소위 '모더니즘'의 터널을 통과했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이들은 70년대의 모더니즘과 80년대의 민중미술, 그리고 80년대 후반 이후의 소위 포스트모더니즘으로 대변되는 대격변의 시대를 견디고 살아남았다는 점에서 한국 현대미술의 산증인들이라 할 수 있다. 작가로서 이들의 존재감이 두드러지는 이유는 바로 이점이다. 김태호, 박영남, 오수환, 유병훈, 윤동천, 이석주, 주태석, 지석철, 차우희, 한만영, 한운성, 황인기, 황찬수 등 13명의 작가들은 한국 근현대사의 축소판이랄 수 있는 미술의 영역에서 오로지 '작가주의'의 정신으로 무장하여 자신의 미술사적 위상을 공고히 한 사람들인 것이다. 대략 30-40년의 화력(畵歷)을 보유하고 있는 이들은 70년대 이후의 활동을 통해 뚜렷한 화풍을 수립함은 물론 나름대로 화단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작가들이다. 구상에서 추상, 그리고 개념미술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이들의 작품세계는 소위 'modern'의 번역에 따르는 작가 나름의 고뇌와 예술적 실천의 문제를 온전히 그리고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것은 모두에 언급한 것처럼 문화적 전통과 이의 현대화의 문제를 둘러싼 의식의 길항관계를 배면에 공통적으로 깔고 있다. 그렇다고 볼 때 최근에 국제미술계에서 한국의 작가들이 주목을 받고, 또 국제적인 장(場)에 나아가 과감히 도전하여 나름의 입지를 굳히고 있는 현실은, 이들이 구축해 놓은 미학적 토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해석도 나올 법하다. ● 나는 이 자리에서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한 이 작가들을 특정한 범주에 묶어 각자의 작품이 지닌 예술의 독자성을 훼손할 생각은 없다. 범주화하는 위험을 피하는 대신 이들이 작업이 지닌 한국 현대미술사의 위상에 대한 간략한 서술을 통해 이번 전시의 의의를 새겨보자고 한다.

주태석_자연-이미지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80.9×116.7cm_2010
지석철_부재(Nonexistence)_캔버스에 유채_150.5×100cm_2012
차우희_Homage to Jung Sun2_혼합재료_150×180cm_2011
한만영_Reproduction of time-Kumgangsan_박스에 아크릴채색, 와이어_218.2×333.3cm_2004
한운성_일출봉_캔버스에 유채_112.1×162.2cm_2015
황인기_오래된 바람-금강전도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크리스탈_300×217cm_2008
황찬수_Morning Walk-120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50×50cm_2012

작가의 구성에 있어서 우선 눈에 띄는 것은 70년대 모더니즘 미술의 쟁점이 되었던 극사실주의(이석주, 주태석, 지석철, 한운성), 단색화(김태호, 유병훈), 추상(박영남, 오수환, 차우희, 황찬수), 개념적 전략(윤동천), 인용 혹은 포스트모던적 풍경(한만영, 황인기)들이다. ● 물론 이들의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이렇게 분류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을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분류가 또 다른 범주화의 오류를 낳을 수 있을 수 있는 오해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이 범주화 그 자체를 위한 것이 아니라 이들의 작품이 보여주는 경향을 서술함으로써, 과거 40여 년에 걸친 한국 현대미술의 풍경 속에서 이들의 작업이 차지하는 위상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면 정당하리라 믿는다. ● 다시 말하면 이들은 70년대 이후 모더니즘 대 민중미술이라는 양분된 화단구도 아래서도 꿋꿋한 의지로 자신의 세계를 가꿔온 성공적인 케이스인 것이다. 그러나 그런 한편 이들에게 있어서 국제화 내지는 세계화의 문제는 하나의 화두가 아닐 수 없다. 이제 남은 문제는 어떻게 하면 이 지구촌의 시대에서 작가로서 국제적인 위상을 확보하느냐 하는 문제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비단 작가 자신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비평을 비롯하여 미술사, 그리고 미술관과 갤러리 등 미술계를 이루는 다양한 구성 인자들의 문제이기도 한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이브갤러리의 이번 전시는 그 의의가 매우 크다 하겠다. ■ 윤진섭

Vol.20150404g | 60's New Vision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