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것, 보이는 것 to see, to be seen

오흥배展 / OHHEUNGBAE / 吳興培 / painting   2015_0411 ▶︎ 2015_0503 / 월요일 휴관

오흥배_to see_to be seen_캔버스에 유채_116.8×50cm_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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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2015 Thinkartkorea 선정작가 기획초대展

주최 / (주) 신한화구 www.thinkartkorea.co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포네티브 스페이스 ponetive space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34 Tel. +82.31.949.8056 www.thinkartkorea.com/gallery

익숙한 것과의 결별 ● 사진보다 더 사진 같은 그림, 실재보다 더 실재처럼 보이는 그림을 일컬어 흔히 하이퍼리얼리즘(Hyper-realism) 예술이라 부른다. 하이퍼리얼리즘은 1970년대 미국과 유럽에서 하나의 예술 경향으로 떠오른 뒤 점차 세계로 퍼져나갔다. 일부에서는 극사실주의 회화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이는 올바른 용어 선택이 아니다. 극사실주의가 사실주의, 즉 리얼리즘을 극한으로 추구하는 데에 반해 하이퍼리얼리즘은 현실보다 더 현실처럼 보이게 할뿐 사실은 (현실이 아니라) 현실, 즉 리얼리즘을 초월한 어떤 가상의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 오흥배의 작업도 넓게 보면 하이퍼리얼리티 회화이다. 선인장, 구상나무, 행운목, 편백나무, 여인의 발과 구두... 오흥배는 가능하면 주관과 작가의 감성을 배제하고 사물과 인체의 일부를 객관적인 입장에서, 마치 카메라를 가까이 들이대고 대상을 복제하듯이, 아니 아무 의미도 부여하지 않은 것처럼 중립적인 위치에서 사진보다 더 극명한 화면을 구성하고 있다. 겉으로 보면 그의 회화는 그림이라기보다는 완벽에 가까운 사진 같다. 그러나 그의 작품은 유화 물감으로 사물을 그린 (사진처럼 생긴) 그림이다. (아무리 회화적인 사진이라 해도 그것의 본질은 그림이 아니라 사진이듯이) 그의 작품은 한없이 사진적이지만 분명히 회화이다.

오흥배_to see_to be seen_캔버스에 유채_91×91cm_2015
오흥배_to see_to be seen_캔버스에 유채_80.3×100cm_2015

시작 이론 중에 '낯설게 하기'라는 방법이 있다. 1930연대 러시아 형식주의자들이 주창한 이론으로, 대표적인 사람으로 문학 이론가 쉬클로프스키(1893-1984)를 들 수 있다. 낯설게 하기란 누구에게나 익숙하고 친근하여 참신하거나 새롭지 않은 일상 언어를 교란하여 낯설고 창조적인 문학적 언어를 얻는 방법을 말한다. 한 마디로 시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하여 일상 언어를 새롭게 직조하고 이상하게 만들어 문학 언어로 새롭게 창조하는 것을 일컫는다. 비유하자면 오흥배의 작업은 일종의 (회화적) '낯설게 하기'이다. ● 그가 어디선가 본 듯한 나무가 있는 풍경화를 그렸다면, 문학이론에 비유하면 그것은 우리가 늘 친숙하게 사용하는 '일상 언어'가 될 터이다. 그러나 그는 나무의 일부나 선인장을 마치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정밀하고도 낯설게 표현하고 있다. 생각해보라. 사람들 중에 일상적으로 선인장을 세밀하게 관찰하거나 편백나무와 구상나무의 아주 작은 부분을 접사 사진처럼 확대하여 인지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그런데 오흥배는 현미경처럼 사물을 인지하고 접사 사진처럼 이미지를 구성한다. 그러므로 그의 그림은 낯설고 비일상적이다. 그의 그림은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비현실이고, 실재보다 더 인상적인 가상의 이미지이다.

오흥배_abstract scape_캔버스에 유채_72.7×116.8cm_2012
오흥배_abstract scape_캔버스에 유채_60.6×60.6cm_2014

이즈음에서 질문을 던져보자. 그렇다면 작가는 왜 주관적 감성을 일부러 배제한 채 사람의 눈으로 직접 관찰하고 체험하는 것보다 더 극적이고 강렬한 회화적 비현실성을 추구하는 것일까? 예술은 우리가 보지 못한 것을 보게 해주고, 듣지 못한 것을 듣게 해주고, 미처 인식하지 못한 것을 깨닫게 해주는, 일상의 강 건너편에 있는 새롭고 낯선 언어이다. 이 말에 의지해 보자면, 오흥배의 작업은 독자에게 던지는 낯선 질문이자 대화를 요청하는 부드러운 신호이다. 우리의 고정관념과 상식적 믿음을 환기시키는 미적 질문인 동시에 '다시 생각하기'를 권하는 회화적 요청이다. 작가는 우리가 믿는 보편적 진리에 대해 회의해 보기를, 우리가 옳다고 믿는 가치 체계를 문제적 시각으로 다시 성찰해 보기를 조용히 권유하고 있다.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대화하듯 제안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사진보다 몇 배는 더 강렬한 이미지로 묻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당신이 보고 듣고 느끼는 감성은, 당신이 믿고 추구하고 행동하는 의미와 가치는 '참'인가요? 그의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이제, 우리의 몫이다. ■ 유명종

Vol.20150411c | 오흥배展 / OHHEUNGBAE / 吳興培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