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빛나는 밤 (The Starry Night)

김경수展 / KIMKYOUNGSOO / 金炅秀 / photography   2015_0415 ▶ 2015_0420

김경수_The Starry Night #02_디지털 C 프린트_70.9×99.5cm_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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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페이스북_www.facebook.com/chemiology

초대일시 / 2015_0415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가나아트 스페이스 GANA ART SPACE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56(관훈동 119번지) Tel. +82.2.734.1333 www.ganaartspace.com

꽃과 별 그리고 상상 여행 ● 어떤 자극으로부터 실제 경험하지 않은 현상이나 사물을 마음속으로 그려보는 것을 "상상(想像)"이라고 한다. 그러나 추상적인 형태로 모호하고 불분명한 조짐으로 드러나는 상상(想象)도 있다. 이때의 상상은 어원적으로 "코끼리를 상상한다"라는 말에서 유래한 형이상학적인 것으로 중국 한나라의 한비자가 쓴 글에 나온다. 어떤 이유에서 인지 몰라도 당시의 코끼리는 용이나 해태와 같은 상상의 동물이었고 사람들은 한 번도 보지 못한 코끼리의 형태를 땅에서 발견된 뼈를 보고 각자 나름대로 상상했다고 한다. ● 이러한 상상은 "어떤 형태의 구조(structure)를 집어치우고 근본화되고 추상화된 형태를 가지면서 잠재적이고 예언적인 또한 예견치 않은 무엇(numen 라틴)"을 말한다. 다시 말해 그것은 꿈이나 환상, 음악의 인상(impression)과 같이 의식의 영역 밖에서 부유하는 알 수 없는 감각의 조짐을 지칭하는데, 재현의 영역 특히 순수예술에서 이러한 형이상학적인 상상이 예술적인 매체로 전이될 때 우리는 이를 작품이라고 하고 또한 이러한 행위에 예술의 근본적인 가치를 부여한다. ● 전이(轉移)는 정서적으로 부담을 지는 대상을 다른 대체물로 옮겨놓는 행위이다. 예컨대 닭싸움에서 한 닭을 다른 닭으로부터 멀리 떼어 놓으면, 이 닭은 자기 범위 안에 있는 아무 대상에 마구 쪼며, 사람의 경우 싸움을 말리면 말린 사람에게 행패를 부리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이와 같이 전이는 무의식에서 어떤 공격성 혹은 지향성으로 다른 대체물을 선택하는데 이때 선택된 대상을 전이물(轉移物)(전이 오브제)이라고 한다. 특히 프로이트는 우리가 의식에서 무심코 하는 실수나 유아적인 행동, 미친 사람의 이상한 짓이라 할지라도, 이러한 행위들은 단순히 우연한 행동이 아니라 무의식의 욕구와 지향성으로부터 전이된 행위라고 한다.

김경수_The Starry Night #04_디지털 C 프린트_61×45.7cm_2013
김경수_The Starry Night #05_디지털 C 프린트_50.8×76.2cm_2013
김경수_The Starry Night #17_디지털 C 프린트_76.2×101.6cm_2015

마찬가지로 우리가 작품이라고 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전이물을 지칭하는데, 재현 예술에서 이미지는 최초 작가의 형이상학적인 상상이 전이된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사진예술에서 전이 현상은 분명히 나타난다. 왜냐하면 사진은 대상을 번역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선택을 통해 대상을 지시(index)하기 때문이다. 그때 사진은 자신의 경험담을 쓰듯이 적어도 자신의 체험이 투영된 자기반영(自己反影) 혹은 그러한 상상을 대체하는 대용물이 된다. ● 여기 보이는 작가 김경수의 꽃 사진들은 바로 이러한 자신의 경험이 반영된 전이물로 간주된다. 유명 과학자인 그는 평범한 작가들과는 다른 삶을 살아가면서 예술의 새로운 영역을 넘나드는 독특한 경력의 작가다. 대부분의 시간을 실험실에서 보내는 작가는 작은 현미경을 통해 드러나는 현란한 미시세계를 직접 체험하면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투영되는 특별한 장면을 만든다. 거기서 실험실은 곧 끝없이 반복되는 삶의 무대이자 미지의 세상을 보는 유일한 창이 된다. ● 작가는 실험실에서 대상을 측정하듯이 촬영도구를 세심하게 다루면서 특히 꽃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가진다. 그는 우선 꽃이 보이는 유리판에 물방울을 뿌려 놓고 세심하게 물방울의 모양과 빛을 조절하면서 예견치 못한 환상적 장면을 촬영한다.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나타난 꽃은 현실의 단순한 꽃이 아니라 꿈에서 본 몽롱한 이미지로 나타난다. 장면은 치밀히 계산된 구성과 우아한 색조 그리고 그 미묘한 추상으로 더 이상 현실이라고 믿기 힘든 환상을 보여준다. 또한 빛의 산란 효과들이 빚어내는 이미지는 단숨에 놀라움과 감탄을 넘어 보는 이로 하여금 사진 그 자체를 의심하게 한다.

김경수_The Starry Night #18_디지털 C 프린트_101.6×76.2cm_2015
김경수_The Starry Night #19_디지털 C 프린트_76.2×101.6cm_2015

그러나 장면은 단순히 심미적인 관점에서 아름답고 황홀한 사진으로 이해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사진의 이해는 그 이미지를 만든 작가의 의도를 올바로 이해하는데 있기 때문에 그의 눈에 비친 꽃은 상징적인 아름다움이 아니라 밤하늘 상상의 별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면들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결정적 장면이나 시각적인 기록을 넘어 음유시인이 던지는 주술과 같이 자신의 은밀한 욕구임과 동시에 응시자 각자의 상상을 자극하는 일종의 자극-신호(signes-stimulis)로 이해된다. 바로 여기에 사진을 다른 매체와 구별하는 가장 큰 이유가 있을 것이다. ● 작가의 의도는 자신의 사진적 행위(acte photographique)를 통해 분명한 어조로 드러난다. "저는 제 눈에 보이지 않는 대상, 즉 제 내면의 모습을 촬영합니다. 어두운 작업실에서 제 눈에 보이는 것은 검은 공간과 작은 조명뿐입니다. 검은 공간에 그려지는 작은 불빛은 저를 표현하는 가장 훌륭한 도구입니다. (...) 카메라의 조리개가 열려있는 순간 저는 그 별빛 속에서 저만의 꿈을 꿉니다." 이처럼 작가의 꽃 사진은 밤하늘 별들의 환상으로부터 전이된 감각의 대용물로 이해된다. ● 결국 작가 김경수의 꽃과 별 그리고 상상 여행을 통해 우리에게 던지는 무언의 메시지는 꽃의 구체적인 대상과 그 아름다움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넘어 응시자 각자의 열린 공간에서 은밀히 진행되는 상상의 부유물이다. 삶의 긴 굴곡을 지나면서 침전된 경험적인 것과 세상을 관조하는 작가의 냉정한 눈에 비친 것, 그것은 반사하는 감정의 여운을 따라 그려진 또 다른 자신의 모습임과 동시에 이루지 못한 미련과 삶의 부조리가 만드는 무언의 외침일 것이다. ■ 이경률

김경수_The Starry Night #16_디지털 C 프린트_76.2×101.6cm_2015

어둠이 온 우주에 잦아들 때 문득, 추억 하나 차가운 물방울을 타고 온다. 그 추억이 이끄는 곳에 홀로 핀 꽃 한 송이 내 가슴속에 피는 꽃이다. 나의 가슴에 사뿐히 내려앉은 한 조각의 빛은 꽃잎에 맺힌 눈물에 기억되니 꽃을 보는 마음은 애달파한다. 세상에 빛이 꺼지면 그동안 눈에 보이지 않았던 작은 존재들이 자신을 드러낸다. 그렇게 어둠 속에 빛나는 존재들은 어린아이의 동심에도, 젊은 여인의 연정에도, 중년 신사의 회상에도 그 빛을 발한다. 그래서 별이 빛나는 밤은 우리의 꿈이며, 희망이고, 고향이다. ● 어둠이 내 주위에 잦아들 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검은 공간에 홀로 선다. 손끝에 긴장이 느껴지는 순간 카메라 셔터를 열면 비로소 나의 작업이 시작된다. 손에 든 조명을 허공에 휘저어 검은 베일에 가려졌던 꽃을 새롭게 그려낸다. 영롱한 물방울을 투과한 빛은 하얀색, 노란색, 붉은색 그리고 파란색의 별빛으로 다시 태어나고, 꽃잎을 투과한 빛은 그의 고운 속살을 드러낸다. 물방울이 빛으로 태어난 꽃을 담아낼 즈음 물방울에 반사된 작은 빛은 밤하늘의 별을 만든다. 형형색색의 별빛들이 찬란히 그 빛을 발하면 마음속에 숨겨 놓았던 이야기들이 하나씩 드러난다. 어린 시절엔 높은 산동네에서 살았다. 지금은 높은 아파트에서 산다. 그때나 지금이나 별과는 좀 더 가까운 곳에서 사는 셈이다. 이제는 서울에서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을 상상하기 어렵지만, 그 시절엔 나를 향해 무수히 쏟아지는 별들을 볼 수 있었다. 어릴 적 붉은 노을을 보고 하늘에 불이 났다고 겁을 먹은 적도 있었다. 노을이 아름답다고 느낄 즈음 천체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천체 망원경으로 별과 별, 그리고 보이지 않은 공간으로 내 상상의 나래를 펼쳤었다. 대학에서 노을과 별의 빛깔을 수학적으로 계산할 수 있게 되었고, 어느 순간 밤의 신비는 잊혀 버렸다. 그리고 30여 년이 지난 지금 밤하늘에 그려진 별을 다시금 꿈꾸게 되었다. 나는 어릴 적 보았던 환상적인 밤하늘의 아름다움을 다시 보고 싶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유리판에 맺힌 물방울로 빛나는 별빛을 만들 수 있었고, 이 별빛을 통해 지난 시간의 꿈과 추억을 다시 떠올릴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꿈과 추억을 카메라 센서에 그려 넣었다. 물방울의 모양과 크기를 조절하고, 조명의 종류와 빛의 방향, 조도량을 조절하면서 다양한 라이트 페인팅(light painting)을 시도했다. 모든 작품은 카메라의 노출계에 의존하지 않고, 어두운 공간에서 오로지 감각에 의존하며 작은 조명의 불빛으로 1 내지 2분 동안 그려내는 방식을 이용했다. 이렇게 해서 나만의 '별이 빛나는 밤'이 만들어졌다. 나는 작품을 통해 3가지 이야기를 보여주고자 한다. 내가 보고 싶었던 동심속의 별빛과 그 별빛에 담겨진 나의 꿈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그리고 마지막은 내가 꿈꾸는 판타지로의 초대이다. 나의 프레임 속에 보이는 '별이 빛나는 밤'은 어릴 적 가졌던 순수한 동심이며 사랑하는 여인에 대한 동경이고, 내 삶에 대한 회상이다. 지금 나는 '별이 빛나는 밤'을 만들고, 그 안에 살고 있다. 그래서 '별이 빛나는 밤'은 나의 꿈이며, 희망이고, 고향이다. ■ 김경수

Vol.20150415a | 김경수展 / KIMKYOUNGSOO / 金炅秀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