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연화 花樣年華

김진선_노승기_민정옥_안춘희_이승희展   2015_0415 ▶︎ 2015_0426 / 월요일 휴관

김진선_District Series, no. 5-2014. 07. 31 인사동_캔버스에 드로잉_24×33.5cm_2014

초대일시 / 2015_0415_수요일_05:3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가온갤러리 INCHEON EDUCATIONAL AND CULTURAL CENTER FOR STUDENTS GAON GALLERY 인천시 중구 자유공원로 12(인현동 5번지) 2층 Tel. +82.32.760.3425 www.iecs.go.kr

화양연화(花樣年華)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을 표현하는 말이다. 작가들이 이 말을 제목으로 작품전시를 한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현실에 대한 불만족이 그들의 작업의 토대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참여 작가들인 김진선, 노승기, 민정옥, 안춘희, 이승희가 이번 전시에서 드러내고자 했던 화양연화는 지나가버린 어느 특정한 시간들에 대한 그리움이라기 보다는 삶의 어떤 조건이나 생태적 환경을 지시한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은 채우고 싶은 욕망이기도 하고, 이르고 싶은 어느 곳이기도 하며, 꿈꾸듯 만들고 싶은 자기의 모습이기도 하다. ● 사람에게는 욕구와 달리 욕망은 채워지거나 해소될 수 없음을 그 주된 속성으로 한다. 다가갈 수 있을 듯 하지만 결국 미끄러지고 마는, 결코 닿을 수 없는 그 어떤 곳이기도 하다. 예술행위는 끊임없이 반복하는 그러한 다가감에 다름이 아니다. 그렇다고 멈출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무모한 작업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이번 전시의 작품들 속에는 왠지 그러한 간절한 바램이 이루어질 것 같은 묘한 긍정이 담겨있다.

김진선_District Series, no. 8-2014. 08. 15 광화문, 삼청동 일대_캔버스에 드로잉_24×33.5cm_2014
김진선_Color point Series, no. 3-2014. 06. 18 광화문_캔버스에 드로잉_31.9×40cm_2014

김진선은 2010년부터 4년여 동안 거리의 풍경과 사람들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그것들을 재구성하여 스스로 만든 '기억의 광장'에 배치시킨 작업들을 선보인다. 군중 속에 같이 섞여있던 작가는 어느 날 문득 그들과의 거리감을 확보하며 군중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미학적 탐구를 시작하게 됐다. 작품 속의 군중들은 시공간이 뒤섞여 있는 커다란 장에 계절별로, 사건별로, 또는 날짜 별로 재배치되었다. 그리고 어느 특정 지역에서 만난 사람들 또는 어느 특정 공휴일에 만난 사람들로 분류 배치되기도 하였다. 일견 몰개성화된 도시인들로 보이기 쉬운 군상들이지만 작가는 다양한 개성을 가진 사람들 각각의 동작과 복장들 그리고 소지품들을 모두 다르게 그리고 디테일 하게 묘사함으로써 이 시대의 사람들 모두 개별자임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또한 통일적으로 위계화된 배치 대신에 다양하고 불규칙한 리좀rhizome적인 분류방식을 제시함으로써, 사람은 소위 군중이라 불리는 도구적 대상이 아니고 늘 새로운 접속을 통해 무한히 새로운 것을 창조해가는 존재임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노승기_광고150301_캔버스에 유채_91×116.7cm_2015
노승기_광고150401_캔버스에 유채_91×116.7cm_2015
노승기_광고150402_캔버스에 유채_91×116.7cm_2015

노승기는 광고의 문법으로 화면을 구성하며 이 시대의 문화생태가 사람들의 주체형성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탐구한다. 작가는 광고이미지의 각인효과가 익숙한 이미지와 새로운 이미지 그리고 언어-이 세 요소간의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파악하고, 이를 외부대상이 주체에 권력으로 내면화되는 전형적인 구조로 간주하고 작업을 해오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그 익숙한 이미지로 달리(Salvador Dali)와 베이컨(Francis Bacon)의 회화작품을 차용하였다. 그 작가들의 회화작품들은 시각적 식별성이 크기 때문에 차용된 이미지들은 화면에서 다른 두 요소와 상호작용하며 풍부한 상상의 자극을 준다. 그러므로 관람자에게는 그림을 보며 드는 생각이나 느낌이 무엇이든 간에, 자신이 왜 그런 생각이나 느낌을 갖게 되었는지를 스스로 살펴보는 것이 관람의 포인트가 될 것이다.

안춘희_메두사의사랑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72.7×91cm_2013
안춘희_메두사의사랑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60.6×72.7cm_2015
안춘희_메두사의사랑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1×72.7cm_2015

안춘희는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사랑의 희구로 표현하는 회화작업을 계속 해 오고 있다. 화면은 어둡지만 화려하다. 작가는 영원한 사랑에 대한 갈망을 흐느적거리듯 부유하는 육감적인 색상으로 형상화했다. 뱀으로 변해버린 메두사의 머리카락인 듯 그 형상들의 유혹적인 몸짓은 기이하고도 몽환적이다. 또한 행성의 차가운 지표면 같은, 때로는 심연의 바닷속 같은 그래서 생명이 살 수 없을 것 같은 분위기의 배경처리는 오히려 에로틱한 분위기를 더욱 더 고조시킨다. 작품은 생로병사의 순환 속에서도 생명은 사랑으로 인해 결코 생생함을 잃지 않는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민정옥_흐르는 풍경 1501_캔버스에 유채_72.7×181.8cm_2015
민정옥_흐르는 풍경 1502_캔버스에 유채_90.9×218.1cm_2015
민정옥_흐르는 풍경 1503_캔버스에 유채_116.8×182cm_2015

민정옥은 대상에 집중하며 대상 안에 있는 분열된 자아의 응시鷹視를 통해 타자화된 자신을 화폭에 옮기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고층아파트의 옥탑건물들을 화면 가득 반복하여 나열하는 방식으로 도시인들의 삶을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건물들은 모여 있는 듯 하지만 각기 다른 곳을 향해있고 뚜렷한 외곽선이 강조되어 분리된 채 소통하지 못하는 이 시대 사람들의 소외를 상징적으로 시각화했다. 왜곡된 도시주거 형태인 아파트가 거칠고 투박하게 표현된 배경위에 회색조로 밋밋하게 그려진 화면은 불안한 정서로 그득히 채워져 있다. 아무리 소비에 열중해도 도시인들의 정서적 허기는 채워질 리 만무하다. 작품들에서 드러나는 도시인들의 정서는 작가의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작가는 이번 전시의 작품들에도 한 켠에 희망의 단초를 심어놓는 것을 잊지 않았다.

이승희_자생공간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53×72.7cm_2015
이승희_자생공간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65.1×90.9cm_2015
이승희_자생공간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65.1×90.9cm_2015

이승희는 왜곡된 형상으로 도시의 모습을 그려 평평한 공간이라는 자연과학적인 설명도 편견 중 하나일 뿐이라고 주장하며, 너무도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오늘날의 많은 관념들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가히 예술적 박력이 넘치는 시도라 할 수 있다. 화면의 색상은 강하고 생생하다. 또 유선형의 형상들은 무한히 변화할 수 있는 에너지를 머금고 있는 듯 탄력적이다. 그래서 작품은 작가의 관심이기도 한 '시원始原의 순간'을 염두에 두고 그려진 듯하다. 탈 코드화를 갈망하는 이 시대 사람들의 잠재된 욕망을 대변하는 듯 비계통적인 진화를 꿈꾸는 작가의 상상력은 작품을 통해 관람자에게 세계를 자유롭게 지각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 노승기

Vol.20150415f | 화양연화 花樣年華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