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고한 라스트 씬 the last first scene

지안展 / GIAN / painting   2015_0416 ▶︎ 2015_0425

지안_Untitled_캔버스에 유채_130×162cm_2015

초대일시 / 2015_0416_목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8:00pm

915 인더스트리 갤러리 915 INDUSTRY GALLERY 서울 강남구 신사동 517-4 M space 지하 1층 Tel. +82.2.545.0625

숭고한 라스트 씬 ● 캔버스 위에 떨어진 희석된 아크릴 물감은 스스로 꿈틀댄다. 얇은 막으로 얼룩진 흔 적은 우연적으로 보이지만, 사실 중력과 삼투의 법칙이 적용된 지극히 필연적인 흡 수의 결정체다. 시간의 지속성과 운동의 연속성을 머금은 이 컬러풀한 문양 속에서 당신의 기억 아래 침전된도식적 형상들의 앙금을 연상하는 일은 덧없다. 동공을 끊 임없이 움직이게 만드는 유령같은색채의 입자들, 그것들이 어느 지점에서 숨을 멈 추었는가를 목격하는 것이 올바른 그림읽기이다. ● 색채와 형태의 삶과 죽음을 한 화면 안에서 추적할 수 있다는 것은 회화를 고정되고 박제된 이미지의 무덤에서 해방시키는 기쁨이 된다. 해체와 소멸을 지향함으로써 생 명력을 얻는패러독스의 드라마가 지안의 화면 속에 있다. 그것이 철저히 추상적으 로 보인다 해도 일종의 내러티브와 플롯 구조를 지닌 것처럼 보인다는 얘기다. 그것 은 그림의 시작과 끝이 그대로 기록되는 회화이며 따라서 회화의 구조와 제작과정 이 결합되어 있다. ● 지안은 자신의 작업의 우연적인 요소를 초현실주의자, 특히 에른스트(Max Ernst) 의 자동기술법(Automatism)과 같은 유래를 지니고 있는 것처럼 생각한다. 유기 적이고 불확정적인 형상의 생명성, 유동적이고 자발적인 색채의 비합리성은 자동기 술의 효과와 생태를 상당한 정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작가가 선택하는 색 상과 안료의 농담을 어찌 전적으로 반이성적이고 무의식적으로 운용했다 할 수 있 겠는가. 개념의 집합인 말(words)을 구성적 요소로 하는 문학과 달리 색채와 형상 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고수하는 회화에서 자동기술적인 '의식의 흐름(stream of consciousness)'을 전면적으로 표현하긴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오히려 형식적으로 보아 지안의 화면은 헬렌 프랑켄탈러(Helen Frankenthaler) 나 모리스 루이스(Morris Louis)의 얼룩지고 스며든 형상의 스테인 페인팅(stain painting)에 닿아 있다. ● 폴록(Jackson Pollock)의 공격적인 촉각성, 뉴먼(Barnett Newman)과 로스 코(Mark Rothko)의 명상적인 상징성을 벗어난 의미에서, 실질적인 '평면성'을 획 득한 탈(脫)회화적 추상(Post Painterly Abstraction)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 것 이다. 나염기법에 의해 캔버스의 올에 스며들며 밀착하는 안료는 물질(현실)이면서 동시에 이미지(초현실) 그 자체가 된다.

지안_Untitled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130cm_2013
지안_Untitled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16.8×160.6cm_2014
지안_Untitled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16.7×80cm_2012
지안_Untitled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퍼미스 젤_130×130 cm_2014
지안_Untitled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130cm_2012
지안_Untitled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162cm_2012~13

그래서 지안의 얼룩그림은 자동적이기 보다는 자연적이다. 더 깊게 말하면 자생적 이다. 지안은 하나의 마당을 장악하는 사제가 되어 모든 업보의 씨앗인 색채를 던 져 놓는다. 인연의 동인이 되는 색채는 정해진 시간과 공간의 인과율 속에서 자신 의 제의를 펼쳐간다. 색채는 스스로 변화하고 생성하면서 삶의 궤적을 그려간다. 여 기서 작가가 하는 일은 어떤 일이 벌어지는 상황을 마련하고 그 사건의 벌어짐을 같 은 시공간 속에서 체험하는 것뿐이다. 그리고 있는 그대로 남겨진 형상과 색채의 존 재론적 음성을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는 감각적 언어로 번역하고 해석해주는 일이 다. 작가의 사제적 행위가 형상과 색채 스스로의 카타르시스와 정화를 화면 위에 만 들어 놓고 있다. 지안의 화면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자유로운 색채의 유영(游泳)과 유희는 고정하려 하고 구분지으려는 모더니즘의 틀을 해체하려는 의도를 지닌다는 점에서 포스트모 던적이다. 형상의 지속적인 변형은 육신화(incarnation)를 거부하는 색채의 정신 을 역동적으로 드러낸다. 형상이 색채가 되고, 색채가 형상이 되었던 마티스(Henri Matisse)의 위대한 평면성을 경계 없는 뒤섞음으로 풀어 놓고 있다. 양 극단의 중 간적 수치로서의 서양적 중용(中庸)이 아니라 따뜻함과 차가움, 멈춤과 나아감, 생 겨남과 사라짐, 카오스와 코스모스, 무위(無爲)와 유위(有爲)의 가변적이고 다이내 믹한 중용이 얼룩져 빛난다. ■ 이건수

Vol.20150416c | 지안展 / GIAN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