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니지 Personage

이헌정展 / LEEHUNCHUNG / 李憲政 / sculpture   2015_0416 ▶︎ 2015_0512 / 월,공휴일 휴관

이헌정_self portrait_세라믹, 장작가마소성, 철조_160×95×46cm_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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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5_0415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공휴일 휴관

갤러리 아트사이드 GALLERY ARTSIDE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6길 15(통의동 33번지) Tel. +82.2.725.1020 www.artside.org

이헌정 작가는 흙을 굽는다. 가장 자연스러운 재료인 흙을 만져서 형태를 내고 뜨겁게 달구어 단단하게 만든다. 일상적인 그릇에서부터 형태를 알지 못할 추상적인 오브제와 설치에 이르기까지, 작업의 범위를 규정하기 힘들다. ● 무심하게 놓인 그의 도자기를 보면 매일 보는 가족과 같은 정겨움이 있지만 보면 볼수록 우아한 맛이 난다. 손끝에서 만들어진 도자기는 무언가를 거치지 않고 표출된, 화가의 드로잉 같다. 감성과 영감을 거르지 않고 하얀 바탕 위에 시원스럽게 목탄으로 그려낸 굵은 선 같은 느낌이다. 반복적으로 신체를 움직이고 시간을 들여 구워낸 도자기들은 그래서 오히려 즉흥적이고 순수하다. 그릇은 이헌정의 작품의 가장 근간이 되는, 시작과도 같은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 그릇을 만들 때 작가적 의지를 잠시 접어두었다면 규모 있는 설치 작업에서의 작업태도는 또 다르다. 작가의 말을 빌어 보면, 그는 '도예라는 단순한 노동을 필요로 하는 공예적 행위를 통해서 체험적 명상성을 학습하고 상대적으로 표현성이 확대된 설치미술의 형식을 통하여 좀 더 구체화된 상징적 상황을 표현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릇을 굽는 것이 관념적이고 철학적이라면 설치작업에서는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작업태도로 임한다는 것이다. 그의 이런 양면적 성향을 논할 때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과 동심에 기초한 자유 의식' (장동광,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2004) 에서 그 동기를 찾기도 한다. ● 상반된 작업 태도 사이에서의 변화와 균형, 그리고 조형적인 다양성을 두고 작가 이헌정을 유목민적 여행자로 부르는데 이의를 제기하기는 힘들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보이는 그릇과 항아리, 인물상과 설치 작업들을 보면 그간의 여정에서 얻은 수집품과도 같은 작업들이 망라되어 있는 듯하다. 특히 2004년 아트사이드 개인전 이후 더욱 발전시킨 인물상과 동물상의 도예작품들, 건축적 이미지의 도자와 설치가 눈에 띈다. 하지만 그렇게 다채로운 심리적, 실제적 여행을 통한 작업이라고는 해도 그 중심을 꿰는 무언가가 있을 것 같았다.

이헌정_animal_세라믹, 장작_95×42×90cm_2014
이헌정_animal_세라믹, 옻칠, 나전_45×54×36cm_2014

"나는 사람에 관한 작업을 해왔어요. 작업을 하다 돌이켜보니 사람과 사람 주변의 것들에 몰두해 있더라고요. 처음부터 의도한 대로 작업을 하기도 하지만 그 작업들을 통해 나중에 저의 의중을 알게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또 그것을 바탕으로 마음을 가다듬어요. 어떤 마음으로 작업을 하는가는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헌정) ● 처음 작가와 만나 전시에 대해 의논하던 날 무심코 들은 말이었는데 작품을 들여다 볼수록 두고두고 생각나는 말이다. 어떤 마음으로 만드는지, 마음속에 무엇이 있는지에 따라 비록 결과물이 비슷한 것이 되더라도 의미는 다를 수 있다는 것.

이헌정_vase_세라믹, 장작가마소성_25×28cm, 29×24cm, 3×2.3cm_2014

'쳐다보든 안보든 그릇이야 시간이 가면 자연히 마를 텐데……혹시 그릇이 마르는 것이 바람과 햇살이 아닌 눈에 의하여 그리고 마음에 의하여 되는 것이 아닌지……'(『The Journey』, 2001) ● 독백과도 같은 그의 말처럼, 작품을 통해 느끼게 되는 조용한 명상의 기운은 그렇게 만드는 이의 기운과 이어져 있는 것일까? 비슷하게 보이는 달항아리라도 만드는 사람의 기운이 다르고 그들이 속한 시대의 정신과 풍류가 다르다면 그것들은 모두 다른 오브제로서 서로 다른 기운을 전하는 통로가 될 것이다. 오랜 시간 동안 이헌정 작가의 비롯한 많은 문인과 음악가들이 특별한 애정을 가지고 거의 사명감과도 같은 태도로 달항아리를 담아낸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 시대별로 다른 달항아리처럼 얼핏 비슷해 보이는 형상들이 서로 다른 주제를 담아낼 수 있듯이, 반대로 다양한 그의 작품의 성격이 어떤 공통된 특징으로 귀결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그릇, 테이블, 의자, 옻칠을 한 도자기 합 등의 생활도자는 물론이고 자기로 구운 소파나 오브제를 활용한 작품을 보면 거의 모두가 실제사이즈이다. 다시 말해 사람이 곁에 두고 사용하기에 좋고 감상할 수 있는 규모라는 것이다. 항상 그 존재를 염두하고 만들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 사람을 중심으로 그 주변의 것들에 대해 사색하고 깊이 들어가는 성향은 사실, 알게 모르게 그의 무의식에 자리해온 작업관이자 인생관이다. 뒤늦게 건축을 공부하며 작업의 범위를 넓힌 것도 어쩌면 삶을 영위하는 공간으로서의 구조물에 대한, 그리고 그 장소를 영위할 사람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이렇게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해보지 못한 것을 개척하는 작업 방식 가운데 보이지 않게 중심을 차지하고 이끌어왔던 힘은 결국 '사람'에 대한 애정과 관심에서 나온 게 아닐는지……

이헌정_백자항아리_세라믹, 장작가마소성_40×45cm_2014

'여행은 나에게 있어서 작업의 원천인 동시에 작품활동의 목적이 되기도 한다. 눈과 가슴 그리고 작업을 통한 나의 여행은 주로 과거 인간들의 자취가 남아있는 공간과 시간 안에서 이루어지며 그 과정 속에서 나는 역사라는 긴 여정의 여행을 경험한다. 그 행위는 나에게 이 문화의 한 구성원으로서의 소박한 존재가치와 기능을 부여해 주기에 충분한 역할을 한다.' (『The Journey』, 2001) ● 사람과 그 주변을 둘러싼 공간과 시간이 오래 전부터 그를 사로잡아왔다는 고백은 구슬을 꿰는 가는 실처럼, 흩어져 있던 개별적인 작업들의 성격과 본연의 위치를 찾도록 해 준다. 공간적으로는 사람과 그 주위를 둘러싼 대상으로 작품의 주제를 삼았다면, 시간적으로는 그 대상에 시대의식을 담아내는 것으로 구체화될 수 있을 것이다. 스스로 자신을 찬찬히 들여다보다 시선을 돌려 세상을 바라보면서 더 깊고 의미 있는 여행이 되었듯, 그 여행에서 가져온 선물 같은 작품 사이에서 우리는 자연스레 어우러지며 하나의 새로운 공간과 시간을 경험하게 된다. 작품의 형식과 주제를 관통하는 사람에 대한 관심으로 우리는 짧은 순간이나마 그 여행의 가장 중요한 손님이며 동반자가 되는 것을 느낀다. 작품도 그리고 초대 받은 이도 모두 그렇게 중요한 사람이 된다. 그래서 그의 이번 전시를 Personage 라고 이름 붙여보았다. ● 사람, 사람의 형상, 소설, 영화 등에서 중요한 캐릭터,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람. ■ 정성희

Vol.20150416d | 이헌정展 / LEEHUNCHUNG / 李憲政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