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바스찬씨의 열반 Nirvana of Mr. Sebastian

임동승展 / LIMDONGSEUNG / 林東昇 / painting   2015_0421 ▶︎ 2015_0510 / 월요일 휴관

임동승_미국 건달 American Bum_캔버스에 유채_72.7×53cm_20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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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신교 GALLERY SHINGYO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81(신교동 52번지) 2층 Tel. 070.8239.8936 blog.naver.com/shingyoart www.facebook.com/shingyoart

전시를 앞두고, 작업에 대해 짧게나마 글을 써봐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특히 『세바스찬씨의 열반』을 그리면서 생각했던 것들을 정리해보고 싶었는데, 그러다보면 함께 행해졌던 다른 작업들 역시 다시 살펴보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임동승_구양의 초상 Portrait of Koo-Yang_캔버스에 유채_46×55cm_2014~15
임동승_오사카 Ohsaka_캔버스에 유채_53×33.3cm_2013~15
임동승_잭슨폴록 보기 Looking at Jackson Pollock_캔버스에 유채_33.3×53cm_2012~15
임동승_양수리에서 At Yangsuri_캔버스에 유채_33.3×53cm_2014~15

『세바스찬씨의 열반』(이하 (열반))을 최초로 구상한 것은 2011년 여름이었다. 당시 나는 성 세바스찬을 비롯해 순교자들을 그린 그림들에 등장하는 수난, 고통, 잔혹성이라는 주제와, 그에 대한 감상이 종종 도달하는 가학적/피학적인 에로스의 매혹, 그리고 인간의 욕망과 현상계를 초극하는 경지에 대한 동경과 상상을 뒤섞으며 어떤 장면을 떠올려 보았다. 그렇게 그려진 다소 엉성한 드로잉을 토대로 본격적으로 페인팅 작업을 시작한 것은 그로부터 약 3년이 지난 뒤였다. 작업과정에서 나는 배경 혹은 무대구실을 하는 풍경을 발견·선택·조합했고, 다양한 출처의 이미지들을 이용해서 내가 원하는 인물상을 만들었다. 또 연극이나 영화에서처럼 소품들을 넣거나 빼거나 하기도 했는데, 이 모든 고려들은 화면의 만족스런 구성에 대한 것이기도 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구체적인 기법적 문제들 역시 늘 고민거리였다. 많은 기존의 회화작품들을 참조하기도 했는데, 특히 얼마 전에 다녀온 이탈리아 여행에서 본 15~16세기 그림들이 이 작업의 현재 상태에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이 작업을 해 가면서 나는 19세기 화가 마네의 작품들을 자주 생각했다. 특히 「풀밭 위의 점심」이나 「올랭피아」, 「죽은 그리스도」 등에서 전통적인 도상을 이용한 방식에 대해서. 예를 들어 「풀밭 위의 점심」은 티치아노의 「전원에서의 연주회」로부터 두 젊은 남성과 두 나체의 여인, 그리고 자연 풍경이라는 요소들을 가져온다. 그런데 티치아노의 그림에서 여인들은 전원 풍경과 조화를 이루는 둥근 형태와 부드러운 색조, 그리고 연주회라는 문맥 속에서 실제 인간이라기보다는 뮤즈, 즉 시와 음악적 영감에 대한 상징으로 받아들여진다. 반면 마네의 그림에서 등장하는 여성 이미지는 특유의 강한 명도대비를 통해 배경과 분리되고 실제 인물의 초상임을 직감하게 되는 개성적인 얼굴로 그려져 있어서 우리는 그들을 뮤즈 같은 상징과 관념의 영역 속에 안전하게 가둬 놓을 수 없다. 실제로 다양한 해석들이 존재하는데, 이는 오히려 단일하고 최종적인 해석이 있을 수 없으며, 그 의미가 열려있음을 보여준다. 「열반」 작업을 하며 내가 크게 공감한 부분은 바로 이 열린 해석의 태도와 탈문맥/재구성의 방법론 같은 것이었다.

임동승_매드 사이언티스트 Mad Scientist_캔버스에 유채_31.8×41cm_2013~15
임동승_아차산 Achasan_캔버스에 유채_160×112cm_2014~15
임동승_둔굴 Dun-Gul_캔버스에 유채_100.5×80.5cm_2015
임동승_네바다 Nevada_캔버스에 유채_91×116.5cm_2015
임동승_세바스찬씨의 열반 Nirvana of Mr. Sebastian_캔버스에 유채_190×190cm_2014~15

그러나 이러한 공통점만큼이나 차이 역시 뚜렷하게 느껴졌다. 마네가 만들어내는 화면은 역사화로 대표되는 전통적 회화에서 주제로 부각시키는 영웅적, 서정적, 시적 정서를 배제하고 대신 대상의 물질적 실재와 순간성을 강조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데, 이는 19세기 후반의 특징적인 리얼리즘적 태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열반」이 「성 세바스찬의 순교」를 다시 그린 것이라고 할 때, ‘순교’라는 주제가 가진 극적인 특성은 배제되거나 억제되는 것이 아니라 이질적인 시대와 문화의 도상들과 뒤섞이면서 중화되거나 변이된다. 예를 들어 전통적으로 아름다운 젊은 남성의 나신으로 그려지는 성 세바스찬의 이미지는 자기도취상태의 요가 강사로 변질되면서 보리수 아래서 깨달음을 얻는 석가모니의 이야기에 대한 반향이 첨부되는 식이다. 이런 식의 혼종성은 우리가 사는 이 시대에는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로 자연스럽다. 그리고 그림의 어떤 부분들은 인용(의 인용)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런 특성은 내가 지금까지 해온, 책의 도판이나 영화의 스틸컷을 이용한 작업들에서 이미 암시되었음을 자각하기도 했다. ● 「열반」에 비하면 다른 그림들에 대해서는 다행히 긴 설명이 필요한 것 같지 않다. 이 그림들은 지각과 기억의 실상과 가상이 뒤섞여 있는 우리의 흔하고 일반적인 경험에 대한 것들이다(물론 이런 큰 틀에서는 「열반」 또한 예외는 아니다). 거기엔 나의 곁에 있는 사람과, 영화 속의 인물과, 영화 속의 TV에 비치는 사람, 또 내가 찾아갔던 곳의 풍경과 TV 등 매체에서 본 풍경에 대한 기억, 등등이 있다. 이들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나의 감성을 건드려서 회화작업으로 이끈다. 그런 한편으로, 이런 존재론적으로 다양한 이미지들을 그리는 것과, 나의 붓질이 모니터상에서 이미지를 확대했을 때 보이는 픽셀을 닮아 있는 것이 모종의 상관관계가 있을 거라고 남의 일처럼 생각하는 버릇이 있다. ■ 임동승

Before this exhibition, I made up my mind to write briefly about my work. I particularly wanted to organize the thoughts that came into my mind while creating Nirvana of Mr. Sebastian, which led me to look at other works that I did in tandem. ● The idea of Nirvana of Mr. Sebastian was first conceived during the summer of 2011. At that time, I was creating scenes inspired by themes of suffering, pain, and brutality in old paintings of martyrs such as St. Sebastian— paintings that conjure Eros’s sadistic/masochistic fascination with which mixed my own expectation of the transcendental state that exists beyond human desire and the corporeal world. It was about three years later that I began to make paintings on canvas based on those somewhat clumsy drawings of mine. In the process, I used landscapes that function as backgrounds or stages, creating a desired figure using images from various sources. Like in a play or movie, I experimented with objects by adding and removing them to build a satisfying pictorial composition. Specific technical issues were always a subject of concern. I also referred to many existing paintings, particularly fifteenth and sixteenth century paintings that I saw during a recent trip to Italy. ● As I worked on this project, I also often thought of the work of Manet, the painter from the nineteenth century, especially about his usage of traditional icons in such paintings as Luncheon on the Grass, Olympia, and The Dead Christ with Angels. For example, Luncheon on the Grass took the concept of two young males and two naked females in nature from TizianoVecellio’s Concerto Campestre. The ladies in Tiziano’s painting, with their round shape and subtle color, are muses rather than human beings—representing a metaphor for poetic and musical inspiration. ● On the other hand, the image of females in Manet’s paintings seem separate from the background by a distinctive strong contrast and are depicted as having distinctive facial features that a viewer recognizes as sourced from real models. In this case, we cannot surely categorize them as a metaphor like muses. Various interpretations exist, which show that a singular and conclusive interpretation cannot exist—creating open ended meanings. This open attitude of interpretation and decontextual/re-compositional methodology were ones that I deeply agreed with while working on Nirvana. ● Yet I also saw as much differences as similarities in it. The picture Manet created excludes subjects of traditional painting exemplifying historical painting, such as heroic, lyrical, and poetic sentiments. Instead it makes an impression that these paintings focused on a materialistic existence and immediacy, which can be interpreted an aspect of realism in the late nineteenth century. On the other hand, provided Nirvana was a re-creation of the Martyrdom of Saint Sebastian, the distinctive facet of martyrdom is neither excluded nor oppressed. Instead it is neutralized or modified by commingling with disparate eras and cultural icons. For instance, St. Sebastian is a figure traditionally depicted as a beautiful young male body, but in my work he is altered as a yoga instructor in a narcissistic state, echoing Buddha’s enlightenment under the bo tree. This kind of hybridity could not be more natural in the era that we live in today. And certain parts of the painting consist of reference to other paintings or movies etc., thereby I realized that this element had already been hinted at by my previous works using book illustrations or movie stills. ● Fortunately, relative to Nirvana, other paintings do not need much explanation. These paintings are about our ordinary experiences mixed with real and virtual perception and memory (needless to say that Nirvana is not an exception in a broad perspective). There exists a person beside me, a character in a movie, a person in a TV within a movie, a landscape of a place that I visited, a memory of the landscape that I saw on TV, and so on. They touch my sensibility in such unexpected ways, leading me to paint. Meanwhile, I tend to wonder if there could be a correlation between this act of painting various images of ontological diversity and the fact that my brushstroke resembles the magnified pixels on a computer monitor. ■ Dong Seung Lim

Vol.20150421e | 임동승展 / LIMDONGSEUNG / 林東昇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