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quilibrium-Explosion

홍수연展 / HONGSOOYEON / 洪受沇 / painting   2015_0430 ▶︎ 2015_0704 / 일,공휴일 휴관

홍수연_Equilibrium-Explosion展_갤러리로얄_2015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01113j | 홍수연展으로 갑니다.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로얄&컴퍼니(주)

관람시간 / 11:00am~07:00pm / 토요일_11:00am~05:00pm / 일,공휴일 휴관

갤러리 로얄 GALLERY ROYAL 서울 강남구 논현동 36-8번지 로얄빌딩 2층 Tel. +82.2.514.1248 gallery.iroyal.kr

통제와 균형속의 분출, 그 일탈을 향한 욕망 ● 홍수연의 작업 과정은 크게 세 단계로 나눌 수 있다. 먼저 화폭에 물감을 몇 겹이고 올려 한 치의 흠집이나 붓 자국마저도 허용하지 않는 바탕색을 다지는데 몇 겹의 레이어는 묘한 중간 톤의 바탕색을 만든다. 그 다음, 추상적 형상을 배치한다. 형상들은 무작위로 섞이어 어울리기 보다는 등가적인 힘으로 긴장감 있는 균형을 유지하도록 철저한 계산아래 치밀하게 배치된다. 마지막으로 몇 겹의 물감을 구축하는 과정을 거쳐 처음의 평면적 형태를 부피와 음영을 가진 입체적 형상으로 서서히 변모시키며 구체화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완성된 홍수연의 그림은 현실을 벗어난 미지의 공간을 부유하는 추상적 형상을 창출한다. 그것은 특유의 색감을 풍기는 블루, 그린, 그레이 계열의 채도와 명도가 경감된 색채들과 단순한 조형미가 은은히 빛을 발하는 단정한 회화적 공간 위에 펼쳐짐으로 모호한 이중성을 띤다. 하나의 느낌으로 규정되지 않는 모호함은 홍수연 작품 전반에 나타나는 중요한 서정이다.

홍수연_equilibrium_acrobat-2015-4_캔버스에 혼합재료_152×122cm_2015
홍수연_equilibrium_membrane-2015-2_캔버스에 혼합재료_130×100cm_2015

초현실주의적 공간에 공존하는 낯섦과 친숙함 ● 홍수연의 그림은 단색의 배경에 정확히 규정할 수 없는 비정형의 형상들로 이루어져 있다. 형상들은 비현실적이고 신비로운 무중력의 공간을 부유한다. 무채색의 바탕위에 무채색으로 이루어진 형상들은 마치 진공의 상태에 있는 듯 아득하다. 이러한 무중력성은 중력으로 밀착된 레이어가 쌓여 조성된다. 물감의 층이 켜켜이 쌓이면서 각 층의 중력의 힘은 감춰지고 초현실주의적인 무중력의 공간을 조성한다. 이 기이한 형상과 공간이 작가의 어떤 사고와 경험에서 기인하는지 보는 이는 궁금하다. 그러나 그 기원을 묻고 규정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낯설음과 친숙함을 동시에 제공하는 형상을 즐기면 된다. 고유의 절제된 조형미로 표현된 그의 형상들은 인물 같기도 하고 신체의 일부나 생명체의 원형 같기도 하고, 사물이나 풍경 같기도 하다. 각각의 형상들은 고유의 영역을 확보한 채 외부와 단절되어 보이는가 하면 경계에서 아슬아슬하게 접촉하려 하거나 중첩되어 밀접한 관계로 보이기도 한다. 신체의 일부를 떠올리면 성적 판타지를 불러일으키고 때론 서정적인 풍경이나 우주나 자궁과 같은 근원적인 공간을 떠오르게 한다. 친숙한 균형과 조화, 초현실적인 낯선 혼돈이 혼재한 특유의 형상이 자아내는 이러한 다각적인 느낌은 감상자에게 집중과 긴장감을 자아낸다. 비회화적 회화 ● 회화가 일반적으로 화폭위에 물감을 뭍인 붓으로 손으로 형상을 그려내는 것이라면, 홍수연의 회화는 상당부분 비회화적이다. 그는 간결한 선으로 형상의 윤곽을 잡은 후, 붓으로 세부를 그리기 보다는 주로 안료를 붓고 말리는 과정의 반복을 통해 형상의 미세한 부분을 완성한다. 작가가 작품제작 초기 단계에 그려낸 원형질과도 같은 유동적인 형태는 물감을 붓는 행위와 공기와 온도와 수분의 우연성에 내맡겨 말리는 행위를 반복함으로써 점차 조각적인 형태를 갖춘다. 그리기, 붓기, 기울이기, 흘리기, 말리기의 과정의 반복은 미세한 입체적 효과를 더하여 마치 조각가가 형상을 빚어내는 과정과 같이 서서히 형상의 양감을 구축한다. 지극히 평면적인 회화의 형식을 띤 그림 속 형상들은 움푹 들어가거나 튀어나오며 층을 이루어 저마다 조각과 같은 덩어리로 다가온다. 이는 단색화 군의 몇몇 화가들이 이룬 비회화적 전통을 연상케 한다. 면과 색이 부드러워 몽환적이거나 여성적이라는 차이를 보이지만 회화의 전통을 벗어난 그리기라는 점에서 한국 단색화의 비회화적 맥락에 닿아있다.

홍수연_equilibrium_membrane-2015-3_캔버스에 혼합재료_91×72cm_2015
홍수연_equilibrium_threshold-2015-1_캔버스에 혼합재료_91×72cm_2015

통제와 긴장 ● 홍수연의 작품은 언뜻 편안해 보인다. 하지만 감상 시간이 길어지면 관람자는 어떤 긴장감에 휩싸인다. 그건 억지로 옥죄어오는 압박의 긴장이 아니라 작품에 내재한 어떤 힘에 의해 자연스레 마음속에 일어나는 이완된 긴장이다. 그것은 홍수연의 작품 제작 과정에 대한 수긍 혹은 인지와 관련 있다. 홍수연의 그림은 예술가의 지난한 기다림과 절제된 신체의 움직임으로 공들인 노동력의 산물이다. 그가 안료라는 질료의 내밀한 형상화를 통해 존재의 깊이 있는 울림을 우리에게 전달한다면 그 이유는 작품의 기저에 깔린 작가의 기다림과 인내 때문이다. 물감을 화폭에 붓고 말리는 것을 반복하는 동안 작가는 표면의 미세한 변화로부터 눈을 뗄 수가 없다. 물감의 침전도를 관찰하며 화폭을 적당히 기울여 주기도 하고, 그렇게 생성되는 층을 얹고 또 얹는 과정은 지난한 기다림을 요한다. 형태를 올리기 전 준비하는 수많은 바탕칠에도 샌드페이퍼로 갈아내는 작업이 들어가고, 그렇게 준비한 바탕위에 물감을 부어 형태를 만들 때도 화폭을 기울여 침전도를 조정한다. 아크릴릭, 수용성 안료, 미디움, 먹 등 서로 다른 재료가 서로의 성질을 밀고 당기는 것을 지속적으로 관찰한다. 이처럼 홍수연의 오감이 집중된 인내의 시간 속에서 작품은 서서히 균형을 잡아간다. 작품제작의 그 지난하고 통제된 과정이 만들어낸 섬세한 표면의 질감은 감상자를 가까이 더 가까이 작품으로 끌어당기는 힘을 가지고 있다. 관람자의 긴장은 그 끌림에 대한 정신적 대응에 다름 아니다. 기술적인 면에 가해진 통제와 긴장은 그의 정신적인 통제와 긴장의 연장이며 표출이다. 환상의 세계를 부유하듯 떠도는 형상들에게서 얼핏 보이는 침잠, 통제하려고 하나 결국 통제하지 못하고 마는 불안과 초조의 흔적들은 홍수연의 내면세계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홍수연은 우연성에 자신을 내던져 지금까지와 달리 통제와 긴장을 벗어나려고 시도하지만 작가의 정신과 작품이 분리될 수 없는 표현의 철리를 벗어날 수는 없다. 홍수연의 작품에 배여 있는 작가의 내적 심리 상태는 관람자가 편안함을 느끼다가도 문득 불안과 긴장을 경험하게 하는 주된 이유다. 놔두기와 우연성, 그리고 균형과 분출 ● 철저한 통제 속에 장인의 노동으로 작품의 정교한 긴장감을 창출하는 가운데에도 홍수연은 인위적으로 우연성을 조절하기보다는 우연성의 방치를 통해 근원성을 확보한다. 놔두기와 우연성은 형상을 다져가는 과정에서 일어난다. 근작에서 홍수연은 조심스럽게 다듬은 입체적 형상 곁에 물감을 과감하게 흘려서 리드미컬하게 풀어놓은 추상적 이미지를 허용하기도 하고 한동안 잘 쓰지 않았던 레드, 그린, 바이올렛 계열의 색채를 사용해 기존의 흑백 단색조 작업으로부터 일탈을 시도한다. 칼날 같은 감각으로 그려낸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무중력의 공간에 형체를 알 수 없는 기이한 형상들을 배치하며 혼자만의 통제와 긴장의 놀이를 해오던 그가 최근의 작품에서는 기존의 방법과 상충되는 과감한 풀어놓기를 시도한다. 홍수연은 자신의 작업 과정을 공중 줄타기로 표현할 만큼 날선 감각과 철저한 테크닉으로 화면의 균형과 긴장을 추구해 왔다. 그러한 그가 흘리기 기법을 주로 사용하여 그 긴장과 균형을 깨거나 터뜨리려는 분출을 시도한 것은 홍수연의 모처럼 만의 일탈이라고 할 수 있다.

홍수연_equilibrium-explosion(night-sky)-2015-1_캔버스에 혼합재료_200×140cm_2015
홍수연_equilibrium-explosion-2015-3_캔버스에 혼합재료_130×100cm_2015

홍수연은 홍수연이다. ● 그러한 일탈은 작가 자신의 숨통을 터주고 보는 이에게는 신선한 즐거움을 준다. 그러나 일탈을 꿈꾸며 어떠한 새로운 시도를 하더라도 홍수연은 홍수연이다. 다양한 시도들은 그의 작품에 더 풍부하고 깊이 있고 다채로운 느낌을 더하지만, 홍수연 그림에는 변하지 않는 그 무엇이 있다. 작가와 작품의 순수한 일치, 이것이야 말로 홍수연 작업의 진정한 힘이자 매력이자 남다른 가치이다. 작품이 본인의 존재와 고스란히 닮아 있는 것, 홍수연이 아닌 것은 결코 담을 수 없는 것, 작품에 한 치의 군더더기도 허용할 수 없는 단호함, 그 순수한 일치와 집중도 속에서 탄생한 그의 작품은 언제나 변함없는 진한 존재감을 발한다. 그 존재감은 은은하고 고요하고 느리고 풍부하게 발산된다. 홍수연의 그림 앞에 서면 관람자는 모처럼 화가의 그림을 보는 맛을 한껏 향유하게 된다. 작가는 자신의 그림에 타협 없이 자신만의 세계를 고집스럽게 담아내지만 감상자에게 부담스럽게 강요하는 것은 없다. 강렬함 대신 세미한 바람에 이는 물결처럼 잔잔한 느낌을 일으킨다. 감상자는 어떤 느낌이던 생각이던 자유롭게 할 수 있고 그 느낌과 생각의 한 가닥을 홍수연의 그림과 연결 지어 자신만의 체험을 할 수 있다. 홍수연의 그림은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집중했던 작가의 인내와 긴 시간의 의미를 천천히 그러나 고스란히 전하면서 감상자를 고요하게 만들고 조금씩 더 가까이 다가서게 한다. 예술의 존재와 근원을 담은 그림 ● 홍수연의 그림은 보면 볼수록 더 많이 보이는 그림이다. 그의 그림 속에는 기이한 형상과 아름다운 색채간의 긴장과 통제, 그 속에 살짝살짝 허용하는 놔두기와 우연성, 화폭에 물감의 층을 찰싹 달라 붙인 중력의 힘에 의해 형성된 무중력의 공간, 기나긴 노동과 기다림의 시간을 통해 쌓인 레이어의 축적이 들어있다. 이를 통해 홍수연이 제시하는 것은 초현실주의적 낯선 공간이자 미지의 친숙한 공간이다. 단순한 구도와 절제된 조형미 안에 숨어 있는 색조와 레이어와 미세한 디테일의 향연은 관람자를 조금씩 가까이 끌어당기는 묘미가 있다. 감상자는 화가의 감각과 사고의 집중이 탄생시킨 순도의 공간속에서 은밀한 일탈을 꿈꾸게 하는 기이하고 아름다운 판타지의 공간속으로 빨려든다. 형식미와 미적 가치를 논할 수 있는 작품이 흔치 않은 이 시대에 홍수연의 작품은 예술 개념의 가파른 변화와 동시대의 주도적 비평 언어를 초월하여 예술작품의 존재론을 상기 시킨다. 예술작품의 존재로서 거기 있음이, 자신만의 빛을 발함이 왜 진부한 말이던가. 작가가 그것을 통해서 관람자에게 아무것도 강요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홍수연의 그림에는 감상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빠름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며 억눌러 왔던 느린 서정적 감각을 끄집어내는 미덕이 있다. 그는 아름답고 몽환적인 초현실주의적 세계를 제시함으로써 우리에게 예술의 존재를 상기시키고 그 근원지로의 귀환을 꿈꾸게 한다. ■ 이필

Vol.20150430d | 홍수연展 / HONGSOOYEON / 洪受沇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