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 워크 Fine Works

이정형展 / LEECHUNGHYUNG / 李政炯 / installation.mixed media   2015_0430 ▶︎ 2015_0521 / 월요일 휴관

이정형_우리_디지털 프린트_8.3×12cm_2015

초대일시 / 2015_0430_목요일_06:00pm

아티스트 토크 / 2015_0516_토요일_04:00pm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시간 / 12:00pm~07:00pm / 월요일 휴관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SPACE WILLING N DEALING 서울 서초구 방배동 777-20번지 2층 Tel. +82.2.797.7893 www.willingndealing.com

이정형 개인전 『형태와 색채』에 부쳐 ● 스페이스 윌링앤딜링의 이정형 개인전의 전시 제목인 "파인 워크 fine works"는 '순수예술'로 번역되는 'fine art'의 'fine'과 '일/노동'의 영어인 'works'를 결합하여 만들어낸 단어이다. 전시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진행되는 예술작업과 별도로 진행해야 하는 노동의 현장 자체를 예술의 소재로서 차용한 사진 작업 「우리(디지털 프린트, 2015)」는 작가가 이번 전시의 대표이미지로 제공한 것인데, 2014년도에 '공장미술제' 전시장을 조성에 참여, 그 공사 현장에서 배출되는 목재 부산물 위에서 널브러져 있는 인부들의 모습을 찍은 사진이다. 이 사진만으로는 일반적으로 떠올릴법한 회화나 조각 등의 완결성과는 거리가 있는 거친 현장의 설치작업을 떠올리게 하지만 실제 이 사진은 조그맣게 프린트되어 알루미늄 프레임의 깔끔한 유리액자에 넣어진 채 가장 긴 하얀 벽에 덩그러니 걸려있다. 이정형 작가가 생계를 위하여 일하는 목재/철재 등을 사용하는 공간 조성 작업 과정에서 발견하는 여러 가지 날것의 요소를 사용했음이 틀림없음에도 이번 전시에서 보여지는 작품들은 이러한 반전의 연속이다.

이정형_4×8 MDF 가루 18T_MDF 가루_1.8×244×122cm_2015
이정형_페인터_페인트 재료_200×130×122cm_2014
이정형_위대한 손가락_시바룰 모루, 페인트_144×9×9cm_2015

MDF 판재를 잘라내는 과정에서 생기는 부산물인 MDF 가루를 모아서 전시장 가운데에 이를 정확히 합판 규격 사이즈만큼 펼친 「4X8 MDF 가루 18T(MDF 가루, 2015)」는 전혀 다른 물성을 가지게 된 새로운 오브제이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촉각적 시각적 자극이 강화된 그 무엇으로서 놓여있다. 또한 현장에서 도색작업을 한 후 버려지는 페인트통과 롤러 등을 쪼개진 받침대 위로 툭툭 놓아본 「페인터(혼합재료,2014)」 역시 현장의 도색 도구를 통해 '도색공'을 지칭하기도 하고 '화가'를 지칭하기도 하는 '페인터'라는 용어를 제목으로 붙임으로써 이 설치 작품이 전달하고 있는 이중적 메시지를 드러냈다. 작업용 면장갑의 손가락을 조각 형식으로 만든 「위대한 손가락, 2015」은 여느 추상 조각 못지않은 아우라를 내뿜는 동시에 제법 사실적 면장갑 묘사를 통하여 연상하게 한다.

이정형_예술의 전당_패브릭 가벽, 페인트_66×85cm_2015
이정형_shrine 청계천_가변설치_2015
이정형_벽돌 위에 벽돌_페인트, 벽돌_30×22×11cm, 25×34×11cm_2015

「예술의 전당(혼합재료, 2015)」은 언뜻 보면 멀쩡한 추상화이지만, 이는 전시 전 현장으로서의 예술의 전당의 벽면을 재현한 것이다. 투박한 마티에르의 천벽지 재질의 벽 표면이 매 전시 때마다 백색으로 칠해지며 점점 두꺼워지고 이를 긁어내었을 때 그 쌓인 물감이 벗겨지면서 원래의 벽면 재료 때문에 만들어지는 무늬들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다. 「shirine 청계천(혼합재료, 2015)」은 인도의 신이며 부의 신으로 여겨지는 '가네샤'상을 중심으로 작가가 평소에 청계천 지역에서 구입하거나 주어 온 도구들을 재물 삼아 쌓아 놓은 설치 작업이다. 사업가이기도 한 이정형 작가가 노동 현장에서의 결과물의 보다 나은 환산을 기대하고, 현장에서 쓰인 여러 가지 물건들을 재단 주변으로 주섬주섬 늘어놓고 쌓아 놓은 것이 꽤 직설적이면서도 이것이 작가들의 은근한 바램을 대변함을 짐작케 하는 위트도 볼 수 있다. 그 외 「벽돌 위에 벽돌 (벽돌위에 채색, 2015)」을 비롯, 다른 작업들 역시 공사 현장에서 줍거나 버려진 것들, 그리고 실제 사용 중인 것들을 변형하거나 재구성 하여 전혀 새로운 이미지로 만들어진 오브제들을 볼 수 있다. ● 이정형의 작품의 재료는 현장에서 남겨진 잔해들이 대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이 결과물들은 키치적인 취향으로서의 싸구려 오브제가 아닌 꽤 세련되고 정갈한 모습으로 전시장에 조심스럽게, 신중히 놓여진다. 이들은 속세의 물질 중에서도 그 부산물의 특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동시에 마치 모더니즘 작가들의 추상화와 추상조각들처럼 보여지기도 한다. 그것은 아마도 설치 방식에서 오는 공간과 작품 간의 정갈한 관계에서도 기인된 듯하다. 설치 기간 내내 작가는 그 위치를 선정하고 작품 간의 간격과 각도는 치밀하게 고려하였다. 그것은 객관적인 기준이나 매뉴얼에 의거한 설명적 방식이 아니다. 여러 번 배치를 바꾸어보며 공간에 대한 감각을 발휘하고 있었다. 하나의 공간 속에서 각각의 작품들은 독립적으로 바라 볼 수 있는 각자의 공간을 생성하고 있다. 그들을 서로를 방해하지 않되 전체적 풍경으로 자연스럽게 시선이 흘러 갈 수 있는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공간을 점유하는 방식에서의 이러한 장치는 작품이 모두 개별적인 성격을 유지하게 하면서도 전시 전체를 하나의 풍경으로 유지할 수 있는 작가의 공간 감각을 부각시키고 있다. ● 이정형 작가는 크고 작은 전시 행사의 공간 연출을 위한 현장 조성 작업을 생업으로 삼고 있었고, 주변 지인의 정보에 의하면 재료나 상품에 관한 한 그 누구보다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일(work)과 자신의 삶으로서의 예술(art) 활동을 구분하며 고민하였던 시기를 거쳐 현재 이 두 가지를 서로 교차시키며 일과 예술의 범위를 확장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래서 전시장에서의 작가는 재료와 매체를 다루는 방식에 대한 자신감이 있고, 공간 연출에 대한 감각이 뛰어나다. 나는 이정형의 작업 방식을 보면서 현대미술의 무거운 이야기 속에서 빠져나옴을 느낀다. 그의 작업은 흔한 재료들이 배치되면서 서로 관계를 만들어가면서 교차하며 새로운 콘텐츠와 외관을 재생산하고 있다. 어찌 보면 무거운 개념적 설명이 덧칠 된 트랜디한 설치 방식으로 치부될 수 있는 형식일 수 있으나 오히려 이정형 작가는 이를 가볍게 다룸으로써 간결하고 명쾌한 시각 언어를 들려주고 있다. ■ 김인선

Vol.20150430i | 이정형展 / LEECHUNGHYUNG / 李政炯 / installation.mixed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