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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민정_이선경 2인展   2015_0502 ▶︎ 2015_0531 / 월요일 휴관

초대일시 / 2015_0502_토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아쉬 헤이리 GALLERY AHSH HEYRI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55-8 Tel. +82.31.949.4408 www.galleryahsh.com

이선경 ● 우리 자신의 모습을 실질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도구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것은 거울이다. 거울은 반사되는 또 다른 나의 반영을 보며 옷매무시를 가다듬는다 던 지, 얼굴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대상을 비추는 능력을 가진 거울은 다양한 장르 속에서 여러 가지의 소재로 쓰였다. 특히나 역사적으로는 신성한 물건으로써 제(祭)를 지낼 때 쓰이기도 했으며, 공포와 두려움의 존재로서 수많은 이야기에 등장하기도 한다. 왜 우리는 거울이라는 물건에 신성과 공포 그리고 두려움을 느꼈던 것 일까? 그것은 '나'라는 존재를 가감 없이, 아무 말 없이 비추고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그대로의 나를 비추는 거울을 보며, 나의 마음 또한 비출지 모른다는 생각, 나의 영혼까지 보여질지 모른다는 느낌... 이러한 감정들이 단순한 도구로서의 거울이 아닌 내면을 반사 시키는 매개체로 인식하게 만든 것이다.

이선경_두려움없이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16.8×91cm_2015
이선경_mask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72.7×60.6cm_2015

자기 자신을 그리고 초상을 그리는 작가들은 오히려 반사되는 거울이 비추지 못하는 내면을 투영하기도 한다. 과거에 왕을 그리는 사람들은 왕의 단호한 기품과 매섭고 단호한 눈빛에 온화한 미소까지 조화롭게 그려야 했을 것이다. 보는 이의 눈이 아닌 마음의 감성에 닿아야 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실제의 모습이 조금은 왜곡이 되어도 중요한 매력들은 결코 누락되어선 안되는 것이다. 하지만 자화상은 조금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조금 더 멋지고 아름다운 모습보다는 오히려 연약하고 투박한 느낌으로 표출될 때가 많다. 자기 자신에 대한 연민과 불만 그리고 스스로도 설명하기 힘든 자신의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뒤섞여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그림도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 될 수도 있다.

이선경_두려움없이_종이에 콘테_140×84cm_2014
이선경_두려움없이_종이에 콘테_140×84cm_2014

이선경의 작품에 등장하는 작가 자신은 마치 종이 위에, 캔버스 위에 자신을 바라보는 듯하다. 때때로 그림의 눈빛들은 보는 이를 오히려 훔쳐보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 나 자신의 작은 감정들을 알고나 있는 듯이 그림이 나에게 사리 살짝 눈을 돌린다. 신체의 비율이 왜곡되었다 느낄 수도 있지만, 사람과 주위를 바라보는 그 눈빛들은 한결같다. 눈빛 뿐 아니라 거울에 다시 거울을 덫 비추어 끝없는 반사를 일으키듯 모습들의 겹이 감정을 깊이의 끝을 알 수 없는 어느 곳으로 이끈다. 작가는 이러한 자신의 모습과 마음을 비치는 그림 속에서 어떠한 감성의 연결고리는 만들어가는 것은 아닐까? 무엇이든 각각의 그림들이 가지고 있는 감정들의 음낮이들이 하나의 악보를 만들고, 수많은 감정이 복잡미묘하게 한데 뒤엉켜 노래한다.

이선경_두려움없이_종이에 콘테_140×84cm_2014
이선경_두려움없이_종이에 콘테_140×84cm_2014

미생물은 우리 주위에 항상 존재해 왔지만, 그 존재가 밝혀진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맨눈으로 형태를 볼 수가 있어야 인정되는 인간의 본능으로 인해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존재의 증거들은 이제 현미경을 통해 실체를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도 유명하고 화려한 것들이 먼저 눈에 띄게 되듯 미생물들도 발효를 돕고 인간이 우선적으로 필요로 하는 것이 더욱 특출나게 보인다. 하지만 자연과 우주라는 커다란 관점으로 본다면, 우리에게 해를 주는 균들과 부패를 돕는 미생물들 모두 하나같이 그 삶의 이유 속에서 사람과 공존해 가는 것이다.

이선경_두려움없이_종이에 콘테_140×84cm_2014

이선경은 우리 마음속에 살아있는 미생물들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우리의 생각과 감정으로 그 존재를 느껴왔지만, 대면 할 수 없었던 수많은 내적 갈등을 그의 작품 속에 바라볼 수 있다. 불안하고 무서운 감정 속에서 두려움을 느끼지만, 하나의 소우주로서의 인간의 마음을 생각해본다면 분명히 느끼고 간직해야 할 소중한 감정들이다. 때로는 불타는 열정과 끝을 알 수 없는 좌절, 하늘을 솟을듯한 행복과 어디인지 모를 불안감 그리고 이 모든 감정 간의 메꾸어 질 수 없는 간극으로 인한 슬픔까지... 작은 감정 하나하나가 볼 수 없는 곳에서 자신들의 이유를 외치고 있다. 모두가 함께 안고 나아갈 마음들이다. ● 그의 작품이 하나의 현미경이 되어 나의 마음속 깊이 내려다보고 있다.

안민정_자화상_디지털 프린트_210.3×88cm_2007

안민정 ● 우리가 처음으로 그림을 그렸던 때의 기억을 되짚어 올라가 보자. 세모난 모양의 지붕이 얹혀 있는 네모난 집을 그리고 그 안에서 생활하는 사람을 그리기도 하며, 그 모든 것을 비추는 태양을 그리기도 한다. 각자의 여러 가지 상황들에 따라 그림의 들어가는 내용은 천차만별일 것이다. 하지만 그 시절 처음 그림을 그리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 무엇' 그것이 도드라지게 보여야 한다. 배경의 비율, 실제적인 명암, 안정된 구도 등의 이야기는 그다지 어린 우리를 설득시키지 못하였다. 그 무엇보다 어린 우리가 중요시했던 관점은 내가 좋아하는 거북이가 구름 위를 걸어가는 것과, 태양이 웃으며 세상을 비추는 것 그리고, 파란 우주인이 손을 흔드는 것 정도일 것이다.

안민정_가화만사성 六人家族圖: 家和萬事成_디지털 프린트_91×91cm_2008

고대 이집트인들은 자신들이 중요시하는 것들을 정확히 그림에 넣었다. 사람의 신체적인 비례가 깨어져도 본인들의 표현을 위해 감수하였다. 신과 왕들은 가장 커다란 모습으로, 그보다 조금 더 작은 신하들에게 향해있으며, 평민과 노예들은 그들의 밑에서 각자의 맡은 일들을 행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특징들은 고대 이집트인들이 말하고자 하는 의미가 뚜렷이 내포된 것이다. 정면성의 원리라는 그림의 요소요소들은 각각의 이콘(icon)으로 전달하려 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안민정_뽀뽀의 힘_디지털 프린트_68.4×73.2cm_2008
안민정_문제: 삐짐을 증명하시오._디지털 프린트_54×77cm_2008

안민정의 작품은 유년기의 미술과 고대 이집트의 미술이 말하고자 하는 요점들이 형식을 이룬듯하다. 그의 작품은 수학적 공식으로 처리된 이미지들로 가득하다. 집으로 표현된 건물은 마치 설계도의 단면을 보는 것 같고, 사람들은 로봇의 형태를 닮아있다. 또한, 집은 집으로서 사람은 사람으로서 여러 물건은 각각 물건으로서 간결하며 단호한 뜻으로 전달된다. 비슷한 형태의 조각을 다르게 배치함으로써 의미를 부여하고 개성을 표현한다. 정연한 규칙 속에서 외치는 비상한 음성이 들린다. 나아가 작가는 마치 각주를 붙이듯 주요한 장면들과 시선 그리고 그 눈빛이 머무는 곳에 설명을 보탠다. 벡터이미지 속에 이러한 부연 설명은 자연스럽게 작품속 일부분이 되어 있다.

안민정_나의 집(1981~2015)_디지털 프린트_91×245cm_2015
안민정_메뉴얼1-나의 피아노를 사용하는 방법_디지털 프린트_89.4×168.9cm_2012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직설적으로는 말하자면, 인간의 가시적인 한계는 100㎛에 불과하다 한다. 한낮의 하늘 위에 떠 있는 수많은 별과 밤의 어둠 속에 존재하는 생명체를 우리가 보기란 쉽지 않다. 세상에 그 무엇하나 의미 없는 삶은 없지만, 그것을 확인하고 인식하기 위해서는 크고 작은 노력이 필요할지 모른다. 그렇게 우리는 확실한 형태를 갖추고 실재하는 것들조차 일상에서 볼 수 없다. 그것은 때론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신체적 능력의 한계이기도 하며, 보이는 것만 보려 하는 심적인 능력의 범위이기도 하다.

안민정_콩깍지에 관한 연구_디지털 프린트_107.5×237.5cm_2014

안민정의 작품은 소소한 그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매일 숨 쉬는 공기를 우리가 눈으로 확인할 수 없듯이 작품의 내용 속 이야기들은 때때로 너무나 일상적이어서 나의 주변 또는 다른 이의 주변에서 한 번쯤 일어난 일인 것만 같다. 하지만 작가는 특별할 것 없을듯한 나날들의 에피소드를 이야기 화하고 그 속의 내면적인 감정을 가시화하여 무엇보다 특별한 작품을 만들어낸다. 유형의 것들조차 볼 수 없는 우리에게 삶의 감성과 동시에 사람의 감정이라는 무형의 것을 보여 주고 있다. 게다가 형상과 형체가 있는 것들을 재단하는 정확하고 수치화되어있는 수학적 이미지들로 소소하며 수수한 감정들을 표현한다. 또한, 가늠할 수 없는 것을 가장 각진 틀로 재어나가는 아이러닉함이 잔잔한 미소를 불러오기도 한다. 우리는 그동안 크고, 높고, 무거운 주제들을 오히려 쉽게 마주해왔던 것은 아니었을까? 마음의 여유에 정확히 반비례하여 커다란 이야기에만 귀 기울여진 것은 아닐까? ● 거친 파도의 모습 보다는 잔잔한 물결과 같은 삶의 이야기에 주목 해야 할 이유가 그의 작품 속에 남아있다. ■ 김승환

Vol.20150502i | in-visible-안민정_이선경 2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