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주(變奏)의 파노라마(panorama)

이계원展 / LEEKEWON / 李桂園 / painting   2015_0513 ▶︎ 2015_0531

이계원_Allotropism(同質異形)_캔버스 보드, 파인우드에 아크릴채색_91×117cm_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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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5_0513_수요일_05:00pm

기획 / KISS GALLERY www.kissgallery.co.kr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갤러리 롯데호텔&리조트 GALLERY LOTTE HOTELS & RESORTS 서울 중구 을지로 30 롯데호텔 서울 본관 1층 Tel. +82.2.759.7152 www.lottehotel.com

변주(變奏)의 파노라마 : 회화의 표면에 대한 성찰 선명(鮮明, clearness) ● 이계원의 작품은 선명하다. 색이 선명하고, 동일한 형상과 반복되는 구조가 선명하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가서 작품을 면밀하게 관찰하면 그 선명함은 치밀한 계획에 따른 정교하고 섬세한 손작업의 소산물(所産物)임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선명함을 구체화(materialization)하기위해 손작업을 고집하는 일에 대해 작가는 “작품 속에 숨겨진 손의 가치를 내밀하고 소중하게 간직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것은 1950-60년대 미국의 후기회화적추상(Post-Painterly Abstraction) 및 하드에지(Hard-Edge) 계열의 작품들이 더 이상 환원될 수 없는 회화의 본질적인 조건, 즉 최소한의 것으로 최대한의 것을 창조하고자 했던 야심의 아이러니한(ironical) 태도와 비견(比肩)된다. ● 작가는 작품제작의 전 과정을 손에 의해 이루어내지만 특히 채색작업은 손의 흔적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수번 혹은 수십 번 반복하고 중첩시켜 채색면을 조성한다. 그렇게 실행되는 표면의 붓질은 겹겹이 쌓여 일정한 톤을 유지한 물리적 표층으로 마감된다. 작가가 수작업을 강조하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작가의 현존을 내포(內包)하면서 회화의 주체가 누구인지에 대한 문제의식을 품는 의지와 함께 작품의 명료한 형식적 어휘가 화가의 주관적 표현성을 드러낼 수 있는 개성적인 붓 터치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조형적 신념에 따른 것이다. 그래서 이계원의 작품에서 선명함은 곧 의미파악의 명료함을 강화시킨다.

이계원_Allotropism(同質異形)_캔버스 보드, 파인우드에 아크릴채색_91×117cm_2015
이계원_Allotropism(同質異形)_캔버스 보드, 파인우드에 아크릴채색_116.7×91.1cm_2014

다른 환영(幻影, another illusion) ● 허구(虛構)와 유사한 의미를 갖는 일루전(幻影)을 일찍이 랑게(Conrad Lange, 1855-1921)는 “예술창작에 있어서 그 목적인 미적 쾌감은 의식적인 자기기만으로서 일루전의 유희에 바탕하고 있다”는 '예술 환상설'을 주장했다. '의식적인 자기착각-혹은, 자기기만-의 심적 과정'을 불러일으키는 뜻을 갖는 일루전은 일반적으로 전통적인 서구회화의 본질로써 받아 들여왔다. 이계원 역시 예술의 환상설을 부분적으로 수용하는 입장을 취하면서 자신이 고안해 낸 새로운 형태의 일루전을 indexical illusion (지표적 환영)이라고 제안하고 명명했다. 이 환영은 일종의 상관적 환영(relative illusion)으로써 마치 찰스 퍼스(Charles S. Peirce, 1839-1914)가 스냅사진이 제공하는 대상과 닮을 수 밖 에 없는 재현과정을 물리적 연관성에 의해 인덱스(index)로 명명한 기호의 범주와 유사한 것이다. 전통적인 일루전은 '본래는 실재하지 않는(無) 형상을 마치 실재하는 것처럼 지각하도록 유도하는 형상'을 일컫지만, 지표적 환영은 '실재하는(有) 사물과의 물리적 연관성에 의해 생성된 일루전을 지시한다. 일루전(illusion)과 실재(the real)는 서로 상반되는 개념이다. 그렇지만 이계원의 작품에서 이 둘은 서로 상보적으로 작용하여 일루전을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일루전이 지표적 환영이며 관람자들은 이것을 의식적으로 '자각적 유추'를 발휘함으로써 경험 할 수 있다.

이계원_Allotropism(同質異形)_캔버스 보드, 파인우드에 아크릴채색_91×73cm_2015

정지한 움직임(靜止, quiescent movement) ● 이계원의 작품에서 지각할 수 있는 또 하나의 환영은 움직임의 환영이다. 움직임은 시간을 품는다. 그리고 시간의 궤적은 또 다시 움직임을 암시한다. 이와 같이 움직임과 시간은 본성적인 유기적 관계에 있다. 우리가 이계원의 작품에서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 조건에서 비롯된다. 하나는, 화면에 부착된 육면체 입체와 그것의 궤적으로 유인되는 색표면 과의 상관성에 의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러한 궤적들로부터 축적된 시간의 편차를 추정하는 것이다. 관람자가 이계원의 작품에서 감지하는 움직임들은 단색화가 일반적으로 내포 수 있는 고요함이나 명상적인 감성보다는 활력과 변주다. 작가에게 활력과 변주는 호흡하는 세계를 정지된 화면에 담아내려는 자신만의 방식에 대한 모색으로부터 추동된 것이다. 움직임의 환영은 일종의 추론(追論)된 환영이다. 이것은 움직임이 완료된 상태와 완료되기 전(前)의 과정적 단계에 의해 생겨난 흔적으로 추정되는 이미지와의 연관성을 통해 움직임의 궤적으로 가정된 환영을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의 환영은 화면에 부착된 육면체를 중심으로 구성되고 구체화된다.

이계원_Allotropism(同質異形)_캔버스 보드, 파인우드에 아크릴채색_130.3×162.1cm_2015
이계원_Allotropism (同質異形)_캔버스 보드, 파인우드에 아크릴채색_25×210cm_2014

색채 와 표면(color&surface) ● 이계원의 작품은 표면(surface)으로 구성되고 그 표면의 특질을 강화시키고 있는 것은 바로 색채(color)이다. 그의 작품을 구성하고 있는 표면은 이차원 평면과 삼차원 입체가 함께 공유하는 외피(外皮,표면)이다. 그의 작품에서 볼 수 있는 선명하고 윤곽이 뚜렷한 색 표면이 반복과 교차의 방식으로 만들어낸 기하학적 궤적(軌跡 track)과 부분적으로 솟아오른 육면체 표면의 색채는 모두 작품의 핵심적인 주제가 '표면'임을 강조한다. 그가 표면을 작품의 주제개념(subject matter)으로 삼는 목적은 회화의 본질을 재고하고 응용하여 새로운 종류의 표현의 어휘를 찾기 위한 것이다. 절제된 붓의 운용으로 이루어 낸 고른 색채, 간결하고 기하학적인 직선과 사각형, 바탕과 색채의 물리적 표면과의 변별성 등 깔끔하게 처리된 마감상태는 모두 회화의 본성이 표면임을 확인시킴과 동시에 그것에 의한 새로운 조형적 어휘의 발견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계원_Allotropism(同質異形)_캔버스 보드, 파인우드에 아크릴채색_50×90.2cm_2015

부가적 추상(integrated abstraction) ● 20세기 이후 모더니즘 추상미술은 이미지, 형상, 이야기, 내용이 없는, 즉 '부정적 사고'로부터 출발하여 자기를 순수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이와 같은 추상은 그림 내부에서의 부정과 관련을 맺는 것으로써 그린버그적인 모더니즘 회화가 도달하게 되었던 '텅 빈 캔버스'라는 회화의 순수주의 관념과 맞닿아 있는 추상이다. 그러나 이와는 다른 사유방식으로부터 나온 새로운 추상은 '부정'을 통해서만 도달할 수 있다는 기존의 추상적 관념이 불가능하다는 관점으로부터 출발한다. 이를테면, 들뢰즈(G. Deleuze)가 강조하는 새로운 추상은 '외부의 긍정'과 관계된 것을 말한다. 그것은 이미 벌어졌던 기존의 사실들로부터 추상의 작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기회를 허용하는 것이다. 그래서 기존의 사실들을 '혼합'이나 '합성'을 통해 새로운 공간을 창출하는 것이 '그리고 and'의 세계로 규정한 들뢰즈 추상이론이다. 추상적 사유의 관점을 전환시킨 들뢰즈의 이론은 '부정'의 관념을 '부가'의 관점으로 이동시킨 것이다. 이계원의 회화에서 추상은 바로 이 '혼합'이나 '합성'을 통한 형식에 관련되어있어서 시지각과 촉각을 탄생시키고 관람자의 정면시점-전통서구회화를 감상하는 방식-뿐만 아니라 위치를 이동하면서 관람-전통 서구조각을 감상하는 방식-함으로써 변화되는 시각적 경험을 얻는 혼성의 추상화이다. 이러한 특성은 들뢰즈의 추상적 개념, 즉 '그리고 and'의 세계를 떠 올린다. 이계원의 회화는 이미지나 형상이 없으며, 형상과 배경이라는 고전적인 구성 원리로 부터도 탈피해 있다. 거기엔 존재하는 환영은 무(無)로부터 시작된 고전적인 환영주의를 벗어나 물리적이고 부가적인 환영이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작품은 들뢰즈가 진척시켜놓은 추상의 상(想), 즉 혼성(complication)의 중첩(folds)으로 이루어내는 부가적 추상의 이론과 연결된다.

이계원_Allotropism(同質異形)_캔버스 보드, 파인우드에 아크릴채색_130.3×162.1cm_2014
이계원_Allotropism (同質異形)_캔버스 보드, 파인우드에 아크릴채색_25×350cm_2015

물리적, 지각적 인식 (Physical&Perceptual recognition) ● 이계원의 작품은 이차원 평면에 삼차원 육면체가 결합된 형태로 이루어져있다. 그로인해 환영공간은 실종되고 물리적인 실재공간이 생성된다. 이 물리적인 실재공간은 육면체로부터 비롯된 것이지만 이것을 보다 현실적이고 촉각적으로 강화시킨 것은 물질적 상태가 부각된 채색된 물감의 '표면'이다. 이 표면은 전통적인 회화에서와 같은 어떠한 종류의 환영적인 이미지를 구현해 내지 않고, 그 자체가 표층으로서의 질료적 특성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이계원_Allotropism(同質異形)_캔버스 보드, 파인우드에 아크릴채색_117×91cm_2015

배열과 변주 (arrangement&variation) ● 배열과 변주는 이계원의 회화의 구성 원리를 규정짓는 대표적인 특징이다. 배열은 변주를 성립시키기 위한 조건이고, 변주는 시각적 리듬의 파노라마를 연출한다. 이러한 배열과 변주는 과거 1960-70년대 미니멀리즘(Minimalism)과 팝 아트(Pop Art)의 구조를 형성시켜주는 반복과 차이의 논리와 비교될 수 있는데, 이것의 형성은 당시의 연속적인 생산의 체계와 소비문화의 등장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미니멀리즘은 관계적 구성과 환영적 공간을 피하고, 비계층적 배치와 공간에 대한 즉자적 해석을 유지하기 위해 '연속적인 구조'로 작품을 배치했다. 연속적인 구조는 작가의 이성적, 논리적, 주관적 구성 체계를 배제한 작품 구성법으로서 「하나 다음에 또 하나 one thing after another」라는 기계적이고 객관적인 배열 방법과 같은 것이다. 이 방법은 전통적으로 예술작품의 가치를 보증해왔던 유일성의 상실을 조장했고, 단지 기계적인 구조로서 지각되어 작품은 임의의 물체와 구별되지 않는 상황으로까지 내몰렸다. 이와는 다르게 이계원의 작품에서 채택되고 있는 '배열과 변이'는 연속적인 생산논리에 대한 인식보다는 무엇보다 동일한 형태와 조건 속에서 차이를 표출 해 내는데 그 목적이 있다. 연속적인 생산방식이 미술작품의 기술적인 생산방식으로 통합되어 이용된 대표적인 사례가 미니멀아트이다. 그래서 미술가의 주관성과 재현적인 것이 배제된 미니멀아트는 연속적인 생산양식에 따른 것이다. 이계원의 작품에서 배열은 작품을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의 동질성을 반복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조건이고, 변이는 동질성을 갖는 요소들이 파생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변화들을 체계 안에서-동질성이 유지될 수 있는 한도 내에서-생산해 낼 수 있도록 채택된 것이다. 그리고 배열과 변이의 수행은 논리적이거나 기계적인 객관적 방식에 의존하지 않고, 감각적이고 즉흥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배열과 변주는 작품제작의 초기구상단계보다는 작품이 완성되는 최종단계에서 구체적으로 고려된다. 작품완성의 최종단계 이전 까지는, 이성적, 논리적, 주관적 혹은 수학적이고 기계적인 계획과 방법에 의해 작업과정이 진행되지만 완성 단계에서는 감각적이고 즉흥적으로 배열과 변주의 최종단계를 실행한다. 이와 같이 작품제작과정을 종합해보면 배열과 변주는 동질성과 차이를 균형 있고 선명하게 표출하는 조절방식이다. ■ 갤러리 롯데호텔&리조트

Vol.20150513e | 이계원展 / LEEKEWON / 李桂園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