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그리기 4인 4색

김현정_이만나_이현호_이호인展   2015_0513 ▶︎ 2015_0530 / 일,공휴일 휴관

초대일시 / 2015_0513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09:30am~06:30pm / 일,공휴일 휴관

이화익 갤러리 LEEHWAIK GALLERY 서울 종로구 율곡로 3길 67(송현동 1-1번지) 1,2층 Tel. +82.2.730.7818 www.leehwaikgallery.com

2010년 통의동의 작은 갤러리에서 이만나의 작품을 처음 보았다. 독일에서 공부하고 막 돌아온 작가의 야간 풍경 그림은 마치 고즈넉한 도시의 저녁 시간을 그대로 붙잡아 옮겨놓은 듯 했다. 멀리 보이는 도시의 불빛과 바로 앞 작은 집들에 비친 붉은 조명을 머금고 있는'여름'이라는 제목의 작품에 대한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 후 몇 번 그의 작품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차분하게 일상의 장면을 꼼꼼히 자신만의 방법으로 채워나가는 그의 풍경화는 보는 이의 마음을 순화시키는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눈 나리는 숲 풍경과 저녁 하늘의 경계에서 반짝이는 조명 불빛 사이로 살짝 보이는 캔버스의 표면 앞에 서면 엄청난 힘의 자연 앞에 무기력하게 서있어 그 안으로 갑자기 빨려 들어갈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한편 이렇게 조용하고 고요한 광경에 따뜻한 평안함을 느끼기도 한다.

이만나_기둥_캔버스에 유채_145.5×112cm_2014
이만나_눈성_캔버스에 유채_162×393cm_2013

이호인 역시 풍경을 그린다. 한때 아크릴보드 위에 유화로 미끄러지듯 그려지던 그의 작업은 이제 캔버스로 옮겨졌다. 자유로이 뻗어나가는 그의 필력은 여전히 매력적이면서 한층 밀착되고 정돈된 색감을 통해 작업의 깊이와 보는 즐거움은 확장되었다. 이호인의 풍경은 마치 드로잉 같이 쉽게 그은 듯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조율된 화면의 분위기 위에 슥슥 그은 선들은 어쩌면 바로 그 색깔과 그 터치가 아니면 어딘가 어색하지 않을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자연스럽다. 얇고 두껍게 지나간 붓자국을 노출하면서 지나간 터치 위에 툭툭 놓여있는 꽃잎, 바람, 구름등의 조화는 처음 화장을 곱게 하고 데이트를 나가는 여성의 해맑은 얼굴을 보는 듯 싱그럽다.

이호인_진달래 꽃_캔버스에 유채_40.9×32cm_2015
이호인_한라산 풍경_캔버스에 유채_80×100cm_2015

또 다른 풍경을 보여주는 김현정의 작업은 세밀하게 묘사된 일상속의 장면들이다. 우리가 매일 지나다니면서 보는 흔한 나무, 건물 등 지극히 일상적인 풍경들은 그녀에게 중요한 소재가 된다. 어느날 매일 보던 나무 한그루의 신선한 자극에 이끌려 작업이 시작되었고 그때의 즐거운 기억이 여전히 그녀의 작업에 중요한 동기로 작동하고 있다. 그려지는 대상과의 호흡을 느껴야 비로소 그것을 화면에 옮길 수 있다는 김현정의 작업은 요란하고 화려하게 시선을 끌지는 않지만 보는이로 하여금 이 그림을 통해 무엇을 느끼고 생각해야 할지 짐짓 고민하게 만드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김현정_숨소리를 따라서 Following the breath_캔버스에 유채_90.5×116.3cm_2014
김현정_하얀 The white_캔버스에 유채_60.6×72.7cm_2014

회화에서 표현매체가 작품을 구분하는 기준은 되지 않지만 재료적인 차이로 굳이 나누자면 이현호의 작업은 동양화다. 하지만 그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우리가 흔히 보던 동서양화의 구분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깨닫게 된다. 이현호의 작품은 누구나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풍경의 진득한 회화이다.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의 주변 일상에서 의미있게 와 닿았던 곳은 그의 작업 대상이 되는데 작업전에 틈틈이 그렸다는 드로잉을 보고 있으면 작가의 작업이 그의 일상과 얼마나 공존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다. 하늘을 가로지르는 앙상한 나뭇가지, 멀리 보이는 건물의 일부나 화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호수 등 그의 과감한 스케치는 단순히 익숙한 풍경을 그림으로 옮기는데 그치지 않고 그 대상을 얼마나 관찰하고 자신만의 감각으로 소화해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이현호_붉은나무_한지에 채색_120×120cm_2014
이현호_신공촌_한지에 채색_120×120cm_2013

무엇인가를 그리는 행위는 인간의 본능이자 기본적인 욕구이다. 눈에 보이는 것을 관찰하고 그림으로 기록했던 원시벽화부터 현대미술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그리기 역사는 꾸준하다. 세월이 흘러 의식과 문화수준이 변하였음에도 앞선 세대들의 그리기는 여전히 우리의 가슴을 뜨겁게 한다. 단 시대별 작가별 그들의 환경과 상황의 차이로 지금의 다양성에 이르고 있다. 지금 현재를 살고 있으며 자신들의 일상을 표현하는 이 네 명의 작가들은 정규적인 미술 교육을 충분히 받았지만 그들이 자라온 환경과 나이, 성별 더불어 성격까지 모두 다르다. 동시대, 동지역을 살고 있는 그들이지만 그들 역시 계절, 날씨, 공기 등을 느끼는 감성 차이가 만들어내는 작품들은 똑같은 장면을 얼마나 다르게 보고 느낄 수 있는지 보여준다. 누군가는 매일 반복적으로 지나치던 익숙한 일상을 다른 누군가는 그들만의 감각을 통해 진득한 회화로 옮기고 있다면 그것은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가 크다. 이들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어쩌면 우리는 지나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소중한 시간, 장면들을 얼마나 진정으로 경험하며 느끼며 살고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의 작업은 단순히 그림으로 생각할 문제가 아니라 어쩌면 우리 삶에서 일상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되돌아보게 하는 즐겁고 의미있는 숙제가 될 것이다. ■ 이화익 갤러리

Vol.20150513f | 일상 그리기 4인 4색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