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

김정선展 / KIMJEONGSEON / 金貞善 / painting   2015_0701 ▶︎ 2015_0714 / 일요일 휴관

김정선_여행자-마들렌상점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21×213cm_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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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선 블로그_blog.naver.com/lamseon

초대일시 / 2015_0701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30am~06:30pm / 일요일 휴관

에이블 파인 아트 엔와이 갤러리 서울 ABLE FINE ART NY GALLERY SEOUL 서울 종로구 윤보선길 69(화동 127-3번지) 1층 Tel. +82.2.546.3057 www.ablefineartny.com

감각의 확장과 시각적 경험의 새로운 지평 ● 김정선은 사실주의 회화에 대한 기량이 매우 돋보이는 작가이다. 그러나 사실주의라고는 하되 말 그대로 대상의 겉모습을 캔버스 표면에 옮겨놓는 것이 아니라, 단색조의 상태를 유지, 비현실적인 화면효과를 창출한다. 그래서 사실 김정선의 그림은 대상의 재현 그 자체에 대한 질문이 아니라 자연을 통한 정서의 구현이라는 표현이 가능할 정도로 독자적인 표현술을 낳고 있다. 화가에게 있어서 독자적인 표현술의 획득은 그 자체 생명과도 같거니와 다소 낭만주의 예술론에 근접한 이러한 해석이 시대착오적으로 들릴는지도 모르나 역시 현실은 현실인 것이다. 김정선은 엉겅퀴 꽃이 피어있는 강가나 드넓은 바다에 외롭게 떠있는 섬 등을 예의 치밀한 묘사를 통해 적막감에 감도는 자연의 정취를 전달하고자 했다. 그는 가령 핑크색조를 띤 엉겅퀴 꽃을 제외한 나머지 자연물은 연록색의 단색으로 처리, 비현실적인 느낌을 극대화하고자 했다. 그의 그림자 시리즈는 물을 중심으로 대칭적인 구조를 지닌 자연 풍경을 화면에 옮긴 것이다. 여기에서 핵심을 이루는 요소는 물에 비친 달의 그림자이다. 캔버스에 나타난 달은 두 개인데 물속에 비친 것은 한결같이 어둡게 처리돼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김정선은 몽환적인 느낌을 배가시키고자 했다. 이처럼 일련의 초현실적인 화풍을 통해 김정선은 작가로서 두드러진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던 것이다.

김정선_여행자-나 따라해봐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45×53cm_2015
김정선_여행자-모녀의여행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61×73cm_2014
김정선_여행자-가족여행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73×91cm_2015
김정선_여행자-아-행복해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73×91cm_2015

그림자 시리즈와 혹은 그 전에 잠시 시도했던 명품 시리즈, 장쾌한 물줄기가 허공에서 떨어져 하얀 포말이 솟구치는 폭포 시리즈 등 김정선의 과거 작품들을 관류하는 정서는 욕망이다. 욕망은 어떤 것에 대한 결핍으로부터 나온다. 그의 화면은 분출하는 욕망에 대한 거침없는, 그러나 때로는 은유적인 표현 에 다름 아니다. 명품 시리즈는 가짜를 통해 기표만이 떠도는 사회의 암울한 현실을 풍자한 작품이다. 'PRADA'라는 명품 라벨이 선명하게 그려져 있는 핸드백의 아래에는 '29000'원 이란 가격표가 붙어있다. 저 멀리 고층건물이 즐비한 도시의 모습-그것은 얼핏 선남선녀의 소망의 대상인 뉴욕을 연상시킨다. -이 보이고 그 위와 아래에는 두 개의 달이 떠 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달은 반대의 모습으로 물 위에 비쳐 있다. 서로 등을 돌리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작가는 이런 형태의 반어(反語)를 통해 현실의 부조리를 고발하고자 했던 것이다. 김정선의 이처럼 예리한 비판의식은 루이뷔통의 명품을 소재로 한 다른 작품들에서도 그대로 분출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류의 작품들은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폭포 시리즈로 진입하게 된다. 폭포 시리즈에는 'Allegro e Largo' 등 음악의 지시어들이 붙어있다. 그는 작품을 제작할 때 반드시 음악을 듣는데 그 순간의 감정이 작품에 반영되는 것이 아닌가 짐작해 본다.

김정선_여행자 drawing4_종이에 펜_42×30cm_2015
김정선_여행자 drawing4_종이에 펜_30×42cm_2015

이번 개인전의 주력 작품인 여행자 시리즈는 낭만과 환상의 섬으로 잘 알려진 그리스의 산토리니 섬을 소재로 한 것이다. 청색 단색조로 이루어진 건물들과 골목길, 바다, 하늘, 사람들을 묘사하면서 작가는 풍경의 일부를 사실에 가까운 색조로 옮기고 있다. 말하자면 현실과 비현실이 한 화면 안에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화면이 청색 단색조로 채워져 있다고 해서 그것이 비현실적이란 우리의 인식과 판단은 일종의 편견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때로 눈 안으로 강렬한 빛이 쏟아져 들어올 때 순간적으로 자연의 고유색을 인식하지 못하는 시각적 경험을 하게 된다. 그처럼 강렬한 체험 아래서 때로 거기에 걸맞는 예술작품이 탄생한다. 강렬한 햇빛 때문에 살인을 하게 되는 카뮈의 소설 '이방인'이 그렇다. 김정선은 예술 표현의 주체인 작가의 입장에서 느낀 감정을 낯선 회화적 기법을 통해 전달하고자 한다. 관람객들은 그의 이 시리즈를 통해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낯선 풍경을 대면하게 될 것이다. 김정선의 청색 단색조의 풍경은, 풍경은 풍경이되 작가의 독자적인 눈을 통해 재해석된 풍경이다. 청색은 작가의 예술적 비전을 화면 위에 풀어내는 매개물이다. 청색을 통해 관람객은 김정선의 예술적 시선과 만난다. 김정선의 청색 단색조 회화는 관람객의 시각적 경험의 지평을 확장시키는바, 그의 작품을 통해 관람객은 보다 풍부한 예술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될 것이다. ■ 윤진섭

Vol.20150703c | 김정선展 / KIMJEONGSEON / 金貞善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