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 공간

현대공간회 48년 1968-2015展   2015_0704 ▶ 2015_0715

초대일시 / 2015_0704_토요일_05:00pm

참여작가 권석만_김건주_김민억_김승환_김용진_김진석 류훈_박영철_박찬용_서동화_신경진_신년식 안경진_안병철_오창근_옥현철_유승구_이동재 이범준_이상길_이성민_이수정_이윤석_이훈 윤주_조태병_하도홍_홍승남_황영애

기획 / 벨라정

관람시간 / 11:00am~07:00pm

스페이스 비엠 SPACE BM 서울 용산구 용산구 장문로 36(동빙고동 309-3번지) Tel. +82.2.797.3093 www.spacebm.com

전시제목, 『사이 공간』은 탈식민주의 이론가인 호미 바바(Homi Bhabha)의 '사이 (in-betweenness)' 라고 부른 상태에서 참조 되었다. 호미 바바는 오늘날 '문화(가 자리한)위치'를 혼종성 과정이 생산되는 사이-내 공간, 제 3공간이라고 지칭했다. 제 3의 공간은 기존 문화의 정체성을 깨뜨려서 새로운 문화적 정체성을 만들어 가는 공간이다. 다시 말해, 억압되고 보이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였던 것을 보이게 하며, 보이지 않아서 없다고 생각했던 것을 창조하는 활동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작가들은 이 '사이의 공간'에서 경계, 전이 혹은 그 둘간의 상호작용을 고려할 수 있다. 즉, 떠나온 장소와 이주한 장소에 대한 감정적 연결 고리를 유지하면서 이주한 장소의 물리적 환경과 문화적 기후를 이용해 새로운 혼성적 정체성을 서서히 만들어 가는 것이다.

조태병_리커버15-6_2015 / 이훈_2011. 11_2011
홍승남_기억의 선반_2015 / 오창근_Portrait VIII –transition_2012 유승구_Nobody knows 2015
이범준_난 구름을 만들고 있다_2008_부분 / 박찬용_박제-찬란한 아름다움(silver)_2013
옥현철_Make-Vanish_2013 / 서동화_의자처럼_2015 / 신경진_무한회전원뿔_2015
김건주_무언_2012 / 이성민_Bird-8_2013~15
신년식_Bands_2012 / 안경진_업보_2014

이는 '신시대를 증언하는 사명감을 가지고 새로운 조형언어로써 참신한 공간을 창조한다'는 현대공간회 (Modern Space Club)의 창립선언문과 맥락을 같이한다. 현대공간회는 서울대학교 조소과 동문들이 주축이 돼 설립한 작가들의 커뮤니티다. 90년대 초반부터는 동문회로써는 이례적으로 문호를 개방했다. 올해로 48주년을 맞이하는 이 느슨한듯하면서도 팽팽한 커뮤니티에는 40여명의 작가들이 결속되어 있다.

김승환_유기체_2015 / 이상길_Breathing_2015
이수정_연_2015 / 박영철_The man in 2015_2015
이윤석_cognitive space_2015
하도홍_생명나무열매_2015 / 안병철_Life Reflexion XV-II_2015

이 중 29명의 작가들이 이번 『사이 공간』전시에 참여한다. 몇몇은 같은 장소를 공유했고, 또 몇몇은 같은 시대를 살았지만, 기본적으로 참여 작가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다. 따라서 작품들은 형태적, 의미론적 제약에서 자유롭게 제작되었다. 기획자가 제시한 간단한 가이드라인은 다음과 같았다. 1. '사이 공간'은 자신의 창작 방법론을 지향, 혹은 변이를 근간으로 한다. 2. '사이 공간'은 형태적 문제로 제한되지 않는다. 3. '사이 공간'은 의미론적 개념이며, 이를 구현하는 그 어떤 매체/크기의 문제에서 자유롭다. 4. '사이 공간' 전의 모든 작품은 무채색 (Black, white, neutral color)으로 한다. 5. 참여 작가들의 작품을 '시간의 사이'와 '공간의 사이'라는 카테고리로 분류한다. - 시간의 사이: 권석만, 김건주, 김승환, 김진석, 류훈, 박영철, 박찬용, 신년식, 조태병, 안경진, 옥현철, 이동재, 황영애 - 공간의 사이: 김민억, 김용진, 서동화, 신경진, 안병철, 오창근, 유승구, 윤주, 이범준, 이상길, 이성민, 이수정, 이윤석, 이훈, 하도홍, 홍승남

이동재_Untitled_2012 / 황영애_그리고...시_2015
김진석_Dot-People 150602-1_2015 / 류훈_Oneday_2014
윤주_Airplant_2015 / 김용진_Mamas_2012
김민억_Complex_2015 / 권석만_발아_2014

전시장안으로 하나 둘씩 들어오는 작품들을 보며 기획 단계에서 참여 작가들의 예전 작업들을 보며 나눈 두 개의 카테고리 (시간의 사이, 공간의 사이)가 무의미해지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작품이 물리적 공간과 비물리적 시간을 함께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공간에 시간의 개념을 개입시키거나 시간의 개념을 공간으로 풀어내는 식이다. 사실, '공간'은 태생적으로 추상적인 개념이다. 지리적 개념에 뇌의 인지작용이 더해진 '인식(cognition)'된 장소(place)이기 때문이다. 즉, '공간'은 평면적 차원의 '장소'의 개념 위에 기억, 경험, 시간 같은 추상적 개념이 더해진 입체적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시간과 공간의 경계가 모호해진 대표적 작품들을 예로 들어본다. ● 조태병 작가는 지나간 시간을 다시 끌어내는 작업의 일환으로 「리커버 15-6」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그가 입던 모시메리 내의에 심어진 잔디가 그가 평소에 앉던 의자에 설치되어 자라고 있다. 작가에 따르면 전시 기간 동안 잔디가 자라거나 죽거나 하는 모든 과정이 작품의 일부라고 한다. 언뜻 보기에 이 작품은 시간과 생명의 소멸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전시장 창문 밖에 설치되어 있는 결과물은 의자에 앉아있는 작가의 자화상으로 보이며, 관람객은 그의 존재가 여기 실제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을 정도다. 이렇듯 작가는 그만의 공간을 창조해 놓고, 그의 존재 일부분을 이 공간에 남겨 놓음으로써 관람객과 시간을 공유하고 있다. ● 오창근의 실시간 영상 설치작품 「Portrait VIII –transition」은 카메라에 포착된 관객의 모습이 일정한 시간 속에서 중첩되다가 사라져버리는 역설적 상황을 표현하고 있다.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은 더 먼저 공간 속으로 사라지고 움직이지 않는 사물들은 그대로 남아있게 된다. 움직이는 사물의 잔상과 멈춰있는 장소는 흑백의 카메라 화면에 실시간으로 기록되어 큰 화면으로 변환되어 보여진다. 이처럼 오창근의 작품 또한 공간에서 일어나는 시간을 기록하면서 새로운 가상의 공간을 만들어 내고 있다. ● 서동화의 작품 「의자 같은」은 의자가 아니며 아무도 앉을 수 없다. 계란 2개 무게인 283g에 불과하고 매우 연약하며 천정에 매달아 설치되었다. 의자는 주기적으로 회전하면서 공기를 움직이면서 시공간을 점유하고 있다. ● 김승환의 작품은 퇴적층에서의 생성된 가로방향의 겹쳐진 무늬들을 재현하고 있다. 그것이 순식간에 혹은 오랜 시간 동안의 퇴적물들의 적층에 의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 형태에서 작가가 조형적 카타르시스를 느낀것은 분명해 보인다. 적층되거나 풍화작용에 의해 일부분만 남게 되어 서 있는 형상들은 자연이라는 마술사의 마술의 결과라고 표현하는 것이 오히려 적당하겠다. 이 작품은 그러한 무한의 시간을 상당히 가볍고 부서지기 쉬운 재료로 형상화 하고 있다. ● 이처럼 29명의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들이 각자의 추상의 공간을 배회하다가 비로소 전시장이라는 장소에 정착했다. 그리고 개인의 기억들이 장소에 축적되면서 집단의 기억이 형성되었다. 그 기억들이 겹겹이 쌓여 역사가 될 것이고 새로운 혼성적 정체성을 만들어 낼 것이다. 마치 『사이 공간』전이라는 올해의 역사가 나무의 나이테처럼 『현대공간회』라는 커다란 나무에 한 줄 새겨지듯이 말이다. ■

Vol.20150706b | 사이 공간-현대공간회 48년 1968-2015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