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

2015_0709 ▶︎ 2015_1004 / 월요일 휴관

초대일시 / 2015_0709_목요일_05:00pm

참여작가 강요배_권광칠_이만수_신철균_임은수_김재석 허달용_박현효_김학일_류영재_최복룡_박종범 박정열_곽동효_김길후_홍창룡_이태호 정철교_이철량_강운_이명복_최진욱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월요일 휴관

포항시립미술관 POHANG MUSEUM OF STEEL ART 경북 포항시 북구 환호공원길 10 1,4전시실 Tel. +82.54.250.6000 www.poma.kr

우리가 사는 도시가 그만의 색깔과 감수성을 갖기까지는 여러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녹아들어 오랜 시간 동안 축적되어야 만이 그 도시의 개념이 형성되어 진다. 포항시립미술관에서 마련하는 『지금, 여기』展은 현재 진행형의 지역성을 표출하는 주제의 전시이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지역을 지키며, 자신이 속한 사회와 영토에 관해 질문하고 스스로 답을 찾고 있는 작가들로 구성되었으며, 작품들은 지역사회의 개별성과 다양성을 지키고 타 지역과 호흡해 나아가는 방식을 보여주고자 마련되는 전시회이다. 즉 자연과 예술, 작품과 작품, 작가와 작가들의 교류를 통해 깊숙한 작업적 읽기와 소통을 찾아내고 동시대미술의 성과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만듦으로서, 실질적인 지역의 힘과 의미를 찾아볼 수 있는 전시이다. ● 문화는 둘 이상이 공유했을 때 가능하고 아이덴티티는 서로 달라야 가능한 개념이다. 문화는 그 지역에 사는 지역민들이 주어진 환경과 정신성을 경작하여 사람다운 생활을 위해 지혜와 아름다움을 가꾸고 만들어 가는데 목적이 있다. 『지금, 여기』展은 지역과 지역의 다양한 시각과 표현방식을 다룬다. 또한 다양한 시선으로 도시를 바라보는 참여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동시대 지역에 대해서 사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지역 그 속에 사는 사람과 사람에 대해 주목하여 한 단계 더 밀도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담론을 이끌어내고자 하는 전시이다. 작품들은 각 지역의 독특한 도시의 정체성도 엿 볼 수 있으며, 다양한 공간해석의 작업적 읽기를 통한 새로운 소통의 과정도 보여준다. 즉 지역에서 산다고 하는 것은 분명한 중심도 경계도 없으며 다양한 방식과 시각으로 도시의 일상적인 요소들을 담아냄으로서, 지역 간의 경계를 허물고자 하는데 이번 전시에 의미가 있으며, 참여 작가들의 교류를 통해 지역 문화에 대하여 새롭게 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보는 전시이다. ● 모든 문화는 지역문화이다. 인간은 누구든 지금 여기의 문화 속에 엉켜들어 살 수 밖에 없는 지역 문화적 존재이다. 예술작품들은 일정한 가치에 관계된 본래적인 의미의 정신적 존재로서 문화의 특수한 영역 중 하나이다. 또한 그 시대의 집합적인 의미체계와 정서구조 및 시대정신을 가장 선명하게 반영하고 표출해 주는 매개체이며 인간의 경험과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무한한 능력을 반영 한다. 곧 지역문화란 지역민의 전통적인 정신성과 가치가 충분히 녹아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예술인도 마찬가지로 지역사회 공동체와 연대성을 지닐 수밖에 없으며, 제작된 작품은 그 지역의 문화를 보여주는 지표가 된다. 이번 전시는 지역을 지키며 작업을 해온 22인의 참여 작가들에게서 지역정신과 정체성이 담겨있는 지극히 개인적인 예술적 성향을 보여 줌으로서, 그 지역의 정서와 문화를 반영하는 특성을 읽을 수 있으며, 예술은 지역민들의 공동체를 위해 존재함을 잘 보여 주고 있다.

강요배_적벽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130.3cm_2011

강요배는 철저한 제주의 자연과 정신을 꿰뚫는 작업을 하는 작가로서, 그리기의 본질에 대한 답을 보여 준다. 그의 그림은 단순한 붓놀림에 드러나는 형상에서 사람들의 마음과 머리를 흔들어 놓는데, 그림이란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며, 그 지역에서 살아 보아야만 진정한 예술이 성립된다는 그의 예술철학에서 그리는 행위에 대한 경건한 마음의 태도와 의지의 중요성을 보여 주고 있다. 이명복은 현실은 사회적 풍경이며, 사회적 풍경은 인간을 중심에 놓고 작가가 속한 환경을 재해석한다는 의미를 은유적으로 보이고 있다. 제주의 신비로운 자연을 환상적인 이미지로 표현하여 실존에 대한 작가의 심경을 대변해 보여주고 있다.

이태호_물-결_2012 water-ripple_2012_종이에 먹_150×215cm

이태호의 바다는 물결이 순환되는 형상을 보여준다. 이 형상들은 시간적 존재의 특성을 일상과 자연 사이에서 보이는 의미와 무의미의 양면성에 대한 물음을 보여주고 있다. 바다의 물결이 만들어 내는 주름은 영원한 자연 생명력의 순환을 느끼게 해 준다. 정철교는 배경이 없는, 특정한 공간과 시간이 배제된 자신의 모습을 사진에서 따낸 작업을 보여 준다. 묘사를 통한 재현에 뜻이 있지 않다는 자신의 모습은 압도될 만큼 화폭에 크게 그려 개인의 심리를 전달해 준다. 사진들은 시간적 차이가 있는 것들이다. 그러나 지난날의 사진을 본다는 것은 지금의 문제이며, 그 지난 시간이 지금이라는 새로운 시간으로 다가온다. 그의 작품은 지역에서 오랫동안 생활해 온 사람에서 느껴지는 사람과 바람 냄새가 어우러져 독특한 리얼리즘의 향기를 진하게 느껴지게 해준다.

류영재_겨울소나무-고가교에서_한지에 수묵담채_162.2×112.1cm_2013~5

류영재, 박정열, 박종범은 소나무, 어선, 내연산 등 경북의 전통적인 脈의 양상이라 할 수 있는 구체적인 자연물의 대상에 상징성을 부여하여 지금 여기의 삶에 대한 질문과 답을 보여주고 있다. 류영재는 도심 속 공해나 질병으로 신음하는 소나무의 위태로운 화면을 보여주고 있는데, 고가도로 옆에서 힘겹게 버티고 있는 소나무는 지적 혼돈과 권위 부재의 현 사회에서 뒤틀린 현대인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박정열은 주변의 풍경을 바탕으로 이분법적인 면 처리와 시원한 붓질로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작가의 풋풋한 심성을 엿볼 수 있다. 박종범은 자신의 의식이 내재한 풍경 속에 감상자의 시선을 개입시킨다. 섬세한 붓 터치는 마음을 닦는 행위로서, 공(空)의 마음을 관람자와 함께 교감을 유도한다. 최복룡의 산은 삶의 근원적인 물음과 답을 오색의 분분한 흩날림 속에 자신을 단련하는 대상으로 존재한다. 산을 경배하고 그 속에서 옛 선인들이 유유자적하는 자연인의 태도로 삶을 관조하고 있다. 김재석은 일상 속 가족과 이웃들의 모습에서 리얼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는데 소소한 생활이야기가 보여주는 작가의 해학적 설정은 살아있다는 힘을 느끼게 해준다. 박현효, 김학일은 경남의 자연의 숨결을 엿볼 수 있는 청아한 환경과 사대부 선비의 정신, 그리고 도기문화의 전통을 엿볼 수 있는 경남의 정신을 보여주고 있다.

김길후_The Wise Man_캔버스에 혼합재료_227×182cm_2014

김길후는 검은 단색조에서 느껴지는 정신성과 숭고한 노동력으로 온몸을 물감에 투신한 듯 두터운 회화의 두께와 마띠에르는 방법적인 면과 자유를 만끽하게 하는데, 이미지의 잔흔殘痕을 남기면서 힘찬 브러시워크의 유영遊泳으로 회화 표현의 자적自適을 보여준다. 깊이감과 중후한 울림을 내포하고 있다. 홍창룡은 별에 대한 이미지를 쾌활한 색채와 오브제를 병행하여 재미있는 회화를 시도해 왔다. 우연히 밤하늘에 수많은 별과 빛나는 불가사리를 보고 별에 대한 이미지를 그려왔던 작가는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신라 토기전에 불가사리 장식을 보고 난 후 별에 대한 신비로움은 과거와 현재가 동일 시 하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입체, 부조, 재료에 대한 실험으로 신구상과 추상을 통합하거나 세분화하여 회화의 새로움에 열중하고 있다. 곽동효는 색채에 대한 탐색을 중요하게 여긴다. 색채이미지야말로 그 자신의 조형세계를 실현하는 방법임을 확신하고 있다. 그는 색채이미지를 통해 세상을 보는 자기만의 방식을 만들어내는데 그의 누드화는 마치 방금 피어난 꽃들처럼 싱싱하고 화사하며 건강미가 넘치며 자연미의 아름다움을 해석하였다.

신철균_산운1_한지에 수묵_90×180cm_2013

신철균은 감흥과 울림이 있는 산의 정서를 마음껏 뿜어내 보이는 추상성이 느껴지는 작품을 보여 준다. 모든 것을 눌러버릴 기세로 오직 그것만 보라는 듯이 웅장한 먹의 번짐은 팽팽한 긴장감을 전해준다. 먹의 번짐 속에는 산이 품고 있는 수많은 이야기를 군더더기 없이 감동의 덩어리들을 무모하게 토해내는데, 생략하고 단순하게 처리한 거침 없는 산의 기운을 전시장에 그대로 옮겨다 놓았다. 권광칠은 커다란 연꽃잎에 보잘것없는 작은 생명체들을 작품 속 공간에 대비시켜 회화의 멋을 보여준다. 넓거나 좁은, 혹은 세밀하거나 그렇지 않은 면과 선이 만나고 색감과 색감으로 어우러지며 상징물들과 호흡하는 양상은 우리가 인지해 마지않는 습관적인 시각관념을 넘어선 자유로운 양식을 보여 준다. 작은 생명체를 통해 삶과 자연, 인간에 대한 사유를 유도하게 한다. 이만수는 한국 문화의 특성을 보여주는 마당이라는 장소를 표현하고 있다. 마당이란 작가에게는 "모두에게 열려 있는 공간이며, 생겨나고 사라지는 삶의 욕망뿐 아니라 자연의 모든 것들이 관찰되고 사유 되는 거울과 같은 장소"이다. 마당을 쓴다는 느낌으로 화면에 붓질-빗질을 하면서 쓰는 것은 "무엇인가를 씻어내는 일이자 그곳에 묻혀 있는 인연들을 반추함과 동시에 끊임없이 솟아나는 삶의 욕망과 집착의 반복에서 벗어날 수 있는 마음의 행위"를 의미한다. 지극히 평면적이면서 긁어서 생긴 상처들 때문에 생긴 화면은 섬세한 요철효과 탓에 공간감은 땅 위에 새긴 무수한 인연과 삶의 얼룩의 잔상들이 아롱진다. 이철량의 '수묵화'는 거대한 생물체로 발전해 가는 도시의 생태적인 형태를 또 다른 하나의 자연적 질서로 수용한 채 그것을 풍속적 표현으로 해석시키는 작업을 보여주고 있다. 검은 추상적 이미저리의 중간마다 구상적으로 서술되는 인간상과 그 절묘한 투입과 배치들은 도시의 복합적 이미지의 생산구조를 설명한다. 작품들은 인간상과 도시에서 찾을 수 있는 수많은 관념적 정서와 의미를 절제시키며, 국내 수묵화에서 볼 수 없는 먹 자체의 색다르고 독특한 서정성의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임은수_지나가다 passing_한지에 안료__2014

임은수의 '한지(韓紙)' 위에 한국화 안료로 그린 드로잉 작품들은 화면을 긋는 붓의 이동이라기보다 공간을 나르는 퍼포먼스이며 오토마티즘이라 할 수 있다. 그의 드로잉은 시간이 흘러가고 연속되는 현상의 표현으로 보이며, 화면 속의 선의 동작들은 움직임과 휴식 그리고 계속해서 진행되는 행위가 일어나는 공간을 보여주고 있다.

최진욱_서울의 서쪽_캔버스에 유채_91×117cm_1995

최진욱은 서울 근현대사의 숲에서 가려져 있는 소외된 지역의 흔적들을 화폭에 담았는데 그의 붓질은 소시민들의 삶의 터전을 거친 풍경으로 담고 있다. 그림이 그림이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작가는 생각이 그림에 갇혀 있는 것을 거부한다. 생태위기의 시대, 회화의 종말의 시대에 대한 화가의 필사적인 기록이라는 또 다른 리얼리티를 보여주고 있는데 「서울의 서쪽」은 3년에 걸쳐 반복적으로 고쳐 그렸던 작품으로 인제 그만 그리겠다고 분홍색 터치를 내려 그은 것은 디지털 시대의 시각문화에 대한 회화적 대응과 도전의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강운_공기와 꿈_캔버스, 염색 종이에 한지_112×162cm_2014

강운은 어려웠던 시절 고향의 바람과 하늘빛과 물빛이 작가에게 는 무한한 영감을 제공해 주었던 것을 기억한다. 바람이 소유하는 푸른 하늘의 생생한 결에 몸을 담고, 구름이 열어주는 추상적인 순수함에 마음을 자유롭게 풀어놓는다. 캔버스 위에 한지의 겹침에서 우러나오는 백색을 무한공간이자 여백으로 설정하고 조용히 아름답게 피었다 지는 이름 모를 작은 야생화의 낙화를 보면서, 바람의 비가시적인 자연의 에너지와 작가의 조형의지가 시적이며 명상적인 공간을 열어 보여준다. 허달용은 기존의 리얼리즘적인 외형의 묘사보다는 정신의 표현에 중점을 두는 수묵화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연리지' 연작을 통해 일상과 현실성을 철저하게 추구하는 한편, '밖으로는 자연의 조화를 배우고 안으로는 그 심원함을 터득하는(外師造化 中得心源)' 정신적 경계를 넘보고 있다. 즉 그의 그림은 얼추 불가능해 보이는 물질과 정신, 현실과 이상 사이의 조화나 균형을 꾀하고 있다. ● 포스트모더니즘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다양성'과 '개별성', 그리고 '융합'이다. 정치·경제·사회의 모든 영역과 관련되는 한 시대의 이념인 포스트모더니즘은 21세기 예술이 지향하는 다양성과 개별성 그리고 통섭하는 현실적인 방안의 특성을 강하게 보여 주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이념이 지속하여지는 느낌을 보여주고 있다.『지금, 여기』전은 지역 간의 경계를 허물고 지역미술에 대한 편견 없이 진솔하게 바라보기를 위하여 마련된 전시이다. 참여하는 작가들은 자신의 작업 스타일과 관심을 기울이는 주제가 각기 다르고 그것을 전달하는 방식도 다양하다. 전시에 참여하는 22명의 작가는 50대에서 60대 초의 작가들로 지역성과 그림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에 대한 성숙한 작업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들의 개성 넘치는 작품은 지역 회화를 다각적으로 조명하고 소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 박경숙

Vol.20150710j | 지금, 여기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