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재와 가상의 틈 : 한국_러시아 미디어 아트의 오늘

REAL in IRREAL : Russia-Korea Media Art Today展   2015_0725 ▶︎ 2015_0930 / 월요일 휴관

Maxim Kholodilin_당신만의 강을 위한 기도-모스크바 To pray own rivers. Version 2011- Moscow_C 프린트_100×100cm_2011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뮌(김민선+최문선)_박준범_유현미_이명호_천경우_한성필 Maxim Kholodilin_Rauf Mamedov_Vladimir Martynov Alexandra Mitlyanskaya_Vitaly Pushnitskiy_Leonid Tishkov

관람료 / 성인 7,000원(단체 5,000원) / 학생,어린이 5,000원(단체 4,000원) * 단체_20명 이상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입장마감_05:30pm / 월요일 휴관

우양미술관 WOOYANG MUSEUM OF CONTEMPORARY ART 경상북도 경주시 보문로 484-7(신평동 370번지) Tel. +82.54.745.7075~6 www.wooyangmuseum.org blog.naver.com/wymuseum

『실재와 가상의 틈 : 한국 러시아 미디어 아트의 오늘』를 기획하며'미래의 문맹자는 읽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미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The illiterate of the future is not one that can't read but one that can't read image) - 라슬로 모홀리 나기(László Moholy-Nagy) 한러 수교 25주년 기념 『실재와 가상의 틈 : 한국 러시아 미디어 아트의 오늘』전은 2014년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 국립 미술관(Novosibirsk State Art Museum)에서 개최된 제 5회 국제 현대사진 페스티벌의 행사의 일환이었던 한국전에서 출발하였다. ● 당시 우양미술관 중장기 운영방향을 수립하면서 국제적 시선을 제시하는 미술관, 대중 친화적 미술관, 그리고 중진원로작가를 조명하는 미술관으로 자리매김 하고자 방향을 설정한 바, 본 미술관에서는 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한국 작가들의 국내 보고전 형식 역시 자국 내 미술관에서 수행해야 할 역할로 인식하였다. 또한 이듬해였던 2015년은 한국과 러시아가 친교를 맺은 25주년이 되는 해로 거시적 관점의 의미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는 믿음에서 한국작가와 러시아 작가를 함께 소개하는 전시로 확대 논의하였다. ● 스마트 매체를 통해 셀프촬영(Selfie) 후 가상의 세계에 업로드 하여 실시간(Real Time)으로 이미지화된 자신의 모습의 피드백을 감상하는 현대인들은 이미 실재 공간과 가상 공간이라는 두 공간을 거점으로 살아가고 있다. 본 전시에 참여작가뿐 만 아닌 다수의 예술가들에 의해 현실세계의 시각법칙이 교란되는 작품들이 빈도 높게 제시되고 있는데, 이는 삶의 다원화된 가치를 향유하고자 하는 현대인들의 허기를 반증한다. '세상에 존재하지만(existed) 보이지 않는(unseen)' 의미의 세계를 시각화 해내는 예술가들의 탐구정신은, 지역을 초월하여 시대성을 반영하며 미디어 테크놀러지의 형식을 입고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 본 전시는 한국과 러시아의 지역성을 기반으로, 실재(real)와 가상(irreal) 이미지의 틈에서 발생하는 '의미'와 '예술적 효과'들에 관한 전시이다. 사진, 영상, 영화, 설치 등 미디어 매체가 표상하는 기존의 기능적 또는 내용적인 틀을 새롭게 보는 과정에서 의문이 드는 지점들이 작가들의 개성적인 조형언어로 채택되었다. ● 종래의 전통적인 피사체와 촬영 기법에 대한 독특한 시선들이 발견된다. 피사체를 전통적 회화 매체인 흰 캔버스에 의해 사진의 사각형 앵글 속에 중첩 시킨다거나, 현실세계에 직접 그림을 그리고 이를 피사체로 설정하고 사진과 영상으로 다시 남긴다거나, 현존하는 피사체와 이를 찍어 가상의 이미지로 만든 파사드를 함께 담거나, 앵글 속 피사체에 촬영자의 갑작스런 개입으로 인한 이분법적인 엄격함을 깨는 유머 그리고 영화적 연출을 사진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며 다운증후군 모델을 등장시키는 등 피사체에 대한 탐구가 돋보인다. ● 또한 찰나적 시간이라는 사진의 제작 속성에 대한 의문, 러시아 절대주의 말레비치(Kasimir Malevich)의 기하학적 추상회화에 영감을 받아 디지털 기술로 재해석 한다거나, 비디오 카메라 형식을 사용하여 시간의 흐름을 촬영하거나, 프린트 표면을 컷팅하여 입체로 세우는 사진, 디지털 콜라쥬 등 사진의 기능과 형식적 속성에 대한 탐구의 스펙트럼도 넓게 제시되었다.

Rauf Mamedov_피에타 Pieta_C 프린트_151×505cm_2005
Vladimir Martynov_골든 토템 Golden Totem_C 프린트_169.5×126.5cm_2011

전시는 크게 두 공간으로 구성되었다. 전반부는, 연극적 설정 요소가 시각적으로 먼저 감지된다. 유현미 작가의 미술관 시리즈 2탄으로 사비나 미술관 지킴이 시리즈에 이어 「미술관 No.2 (우양미술관, 관람자)」 편을 선보인다. 입구 정면에 미술관에 설치된 작품을 관람하는 관람객을 설정하여 벽과 바닥 및 남자모델에 페인트 칠을 하는 프로젝트 후 영상과 사진 작업이 진행되었다. 「그림이 된 남자 Bleeding blue-A man」 영상과 사진을 통해 극적 내러티브가 강한 작업도 함께 선보인다. 라우프 마메도프의 「피에타 Pieta」는 영화 연출의 미장센을 통한 연극적 요소가 사진으로 극대화되었으며, 알렉산드라 미틀랸스카야는 러시아인이 사랑하는 작곡가 차이코프스키 음악을 배경으로 한 「협주곡 Concerto」 과 스트라우스의 음악과 함께 스틸사진과 유사한 영상미를 전달하는 「카프리치오 Capriccio」 등이 상영된다. 이어 천경우 작가의 본인의 성 '천'씨 선조의 군의를 재현하여 입힌 후 긴 시간 노출을 통해 흔들리는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낸 「천 Thousands」 시리즈, 마지막으로 박준범 작가의 「점거 2 The occupation 2」 비디오 작품 외 4점은 정면과 바닥, 브라운관 TV와 LED TV를 활용하여 작품을 바라보는 다양한 겹의 시선을 경험하게 된다. ● 후반부는, 실재하는 장면을 그대로 담아내되 우리가 미처 발견해내지 못한 실재와 가상의 틈에서 발견되는 색다른 서정성을 담고 있는 작업들 위주로 구성이 되었다. 시작은 뮌(김민선, 최문선) 작가의 실제 커튼과 흡사한 「서브텍스트 Subtext」이다. 다양한 천의 재질에 대한 실험 및 빛과 커튼 뒤로 섬세히 보이는 은은한 물체까지 고려하여 촬영된 본 작품은 실재와 가상의 경계로 대표되는 표상인 연극무대 커튼과 같은 혼돈을 암시한다. 이어 한성필 작가의 경주 감은사지 3층 석탑을 촬영한 「환영 Illusionary Pagoda」은 2015년 쿠바 하바나 비엔날레 메인전에서 소개된 「조화로운 하바나 Harmony in Havana」과 함께 두폭(diptych)형식으로 나란히 소개된다. 이어 레오니드 티쉬코프의 북극과 타이완의 실재의 자연과 현대 산업사회의 모습을 배경으로 한 프로젝트의 「사적인 달」 시리즈는 동화의 한 장면인 듯 하다. 이명호 작가의 근작으로 칠레 파타고니아 지역을 배경으로 사막의 마른 덤불 후면에 캔버스를 연못처럼 설치한 「신기루 Mirage #5_patagonia」가 기존 「나무」 시리즈 작업과 함께 선보인다. 그리고 블라드미르 마르트노프의 디지털 프린트, 흑백 애니매이션 작업을 통해 디지털 시대의 제 3의 리얼리티(Third reality)가 제시된다. 마지막으로 막심 홀로딜렌의 신체의 일부의 근접 촬영 이미지를 배경으로 각국의 기호화된 지하철 노선 이미지 콜라쥬를 통해 우리의 삶을 순환하는 유기체에 비유하고 있으며, 장엄한 음악과 함께 상영되는 「대칭 Symmetry」 작품에서는 단편영화 형식으로 러시아 특유의 정서를 직감적으로 감지할 수 있다. ■ 박지향

Alexandra Mitlyanskaya_협주곡 Concerto_영상_00:03:30_2005
Vitaly Pushnitskiy_아라베스크 No7-2 Arabesque No7-2_피그먼트 프린트_120×105cm_2015
Leonid Tishkov_타이완의 사적인 달 Private Moon in Taiwan_C 프린트_100×123.5cm_2012

실재와 가상의 틈은 창조적 공간 ● I. 현대는 이미지의 시대다. 두 팔 안의 공간은 컴퓨터와 모바일 폰이 토해내는 다양한 이미지로 채워져 있다. 거리에는 벽걸이용 텔레비전과 LED 모니터가 이미지를 쏟아내고, 빌딩에 부착된 대형 광고판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거대한 영상을 발산한다. 과연 현대는 미디어 이미지 폭력의 시대로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이미지가 일상을 지배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현대인들이 세상을 보는 관점도 변화하고 있다. 미디어 이미지는 대개가 광고를 목적으로 계획된 것이며 현실과 환상이 교모하게 뒤섞인 정보로 가공되어 있기 때문이다. 명품 가방이나 자동차 광고 이미지는 실용적 기능을 소개하는 차원을 넘어서 있다. 이러한 사정은 관능적 눈빛을 지닌 화장품 광고속의 여인 이미지에서도 다르지 않다. 심지어 텔레비전 뉴스마저도 실재와 허구가 뒤섞인 모호한 정보 이미지를 방출해 낸다. 장 보드리야르의 초과실재(Hyperreality) 이론은 실재 자체가 사라져가는 현실을 대변하고 있다. ● 이미지의 시대는 실재와 가상 사이의 경계를 예술로 시각화하는 작가들을 탄생시키고 있다. 예술이 시대의 아들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지극히 자연스런 현상이다. 이른바 디지털 미디어 시대를 사는 작가들은 실재와 가상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역설적 풍경'을 드러내는데 관심을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역설적 풍경의 조각들을 자신의 다양한 미디어 마당에 끌어들여 새로운 이미지로 조합하고 재구성한다. 사진, 디지털프린트, 비디오, 영상설치, 영화 등의 미디어로 표상된 이미지들은 현대적 삶을 반영하고 있다. 일례로 카메라가 포착한 공간은 실제 공간이면서도 명백한 가상의 공간이다. 롤랑 바르트의 표현처럼 '존재하는 동시에 부재하는 공간, 실재하면서도 환영인 공간'인 것이다. 관점을 달리하면 이미지 시대의 작가들은 이미지 자체의 허구성을 드러내며 그것을 예술표현의 새로운 개념으로 사용하려 한다.

뮌_기억극장 Auditorium(Template A-Z)_ 5 책장, 오브제, DMX 콘트롤러, LED 조명, 모터_700×600×320cm_2014
박준범_점거 2 The occupation 2_단채널, DV_00:04:30_2008

이번 우양미술관의 기획전 『실재와 가상의 틈』은 미디어 이미지들을 보여주는 전시회다. 이른바 실재와 가상이 혼재되어 있는 디지털 미디어 공간을 담은 작품들이 소개된다. 출품작들은 실재와 가상의 틈에서 이원론적 경계를 허무는 작가들의 고유한 방식을 보여준다. 우리가 말하는 틈이란 어떤 것들이 만나는 공간이자 접점을 의미한다. 성질이 다른 공기의 흐름이 서로 만나 비를 만들고, 음극과 양극이 만나 전기를 만들듯이 틈은 생산의 공간이자 창조의 공간이다. 실재와 가상이 접점에서 작가들이 사용하는 기법은 매우 다양하다. 어떤 이는 카메라의 셔터 속도를 늦추어 윤곽이 모호한 이미지를 얻어내고, 어떤 이는 피사체의 배경에 캔버스를 설치해 사진의 독특한 프레임 효과를 강조하며, 어떤 이는 공사 중인 건물의 정면에 가림막을 설치해 존재와 부재의 경계를 혼란시킨다. 어떤 이는 그림과 조각의 틈에서 시각적 착시를 유도하며, 어떤 이는 영상 이미지에 다시 인위적 행위를 가해 이중환상을 시도한다. 그리고 어떤 이는 탑처럼 쌓아 올린 라이트 박스를 통해 빛과 그림자가 중첩된 다차원적 공간을 연출한다. 이렇듯 출품 작가들의 작품은 실재와 가상의 틈에서 새로운 의미를 드러낸다. 가상의 이미지를 통해 실재의 세계를 기억해 내거나, 실재로 변주된 가상의 세계에서 제3의 의미를 생산해 내는 것이다. 디지털 미디어 시대가 무르익으면서 복제기술로 표상된 실재와 비실재의 틈은 새로운 삶을 위한 인식의 공간이 되고 있다. ● 이번 기획전에는 사진, 디지털프린트, 비디오, 영상설치, 영화의 영역에서 활동하는 12인의 작가들이 참여한다. 한국작가 6명과 러시아작가 6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러시아는 풍부한 문화적 자원과 굴곡의 역사를 지닌 나라이고 우리나라와 수교를 맺은지도 25년이 되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에게 미지의 세계로 남아있다. 따라서 이번 전시회는 양국 작가들의 세계관 및 예술관을 비교해 볼 수 있는 최초의 미디어 작품전이자 한국과 러시아 사이에 문화 교류의 물꼬를 트는 통로가 되기를 기대한다. 디지털 미디어가 지구촌 전체의 환경을 바꾸고 있는 현실에서 실재와 가상 사이의 간극을 넘나드는 독특한 시선과 표현방식을 비교해 보는 전시회가 되길 바란다. 한편 새로운 조직과 과감한 투자로 경북지역의 문화발전소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우양미술관이 특정지역을 넘어 국제미술계와 네트워크의 기회를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유현미_그림이 된 남자 Bleeding blue-A man (Bleeding Blue series)_C 프린트_180×249cm_2009
이명호_신기루 #5_파타고니아 Mirage #5_Patagonia_종이에 잉크_91×271cm_2013

II. 『실재와 가상의 틈』은 디지털 미디어를 둘러싸고 작가들이 펼치는 예술의 방식과 전략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 실재와 가상의 경계에서 '존재하지만 존재하는 않은 역설의 공간'을 드러내는 예술가들이 노력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그렇다면 그들의 작품에서 사용하는 어법과 이를 통한 창조와 긍정의 알레고리란 어떤 것일까. ● 이명호의 「Tree」 시리즈는 야생의 나무 한 그루 뒤에 대형 캔버스를 설치하고 촬영한 것이다. 그의 작업은 실재하는 대상과 사진 이미지 사이의 관계를 혼란시켜 색다른 차원의 시각 체험을 관객들에게 선사한다. 작가는 나무 배경의 공간을 프레이밍 해 촬영하고 촬영된 이미지를 다시 프레이밍 함으로써 사진적 행위의 중심이 되는 프레임의 기능에 대해 물음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사물의 현존성은 사진적 행위로써 피사체의 선택과 그 행위를 주관하는 작가의 기획의도에 따라 강화될 수 있다는 점을 관객들에게 일깨워 준다. 이번 전시에서 이명호는 사막 프로젝트를 함께 선보인다. 광대하게 펼쳐진 모래벌판 웅덩이에 수평으로 대형 캔버스 천을 펼쳐 놓아 바다의 일루전을 표현한 것이다. 현실과 비현실 사이의 경계에 주목하는 작가의 의도는 사막 프로젝트에서 2라운드를 맞고 있다. ● 유현미의 사진은 조각과 회화와 영상을 융합한 미장센의 기법에서 출발한다. 그녀는 우선 실내공간에 의자나 테이블 같은 가구를 배치하고 사물의 표면에 거친 붓질로 채색을 가함으로써 회화적 속성을 덧씌운다. 이 작업이 마무리된 후 작가는 적절한 뷰포인트와 프레임을 정해 사진을 찍고 프린트해 작업을 완성한다. 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하고 사진과 회화 그리고 영화와 단편소설의 영역을 아우르는 그녀의 작업은 실재와 환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미장센 기법에 내러티브 요소를 첨가하기도 한다. 이번 전시에 출품한 「그림이 된 남자」는 연출된 실내 풍경에 사람을 포함시킨 것이다. 일상적 현실을 그림으로 변모시키고 이를 다시 사진적 행위와 영상으로 기록하는 과정을 통해 작가는 현실 속에 존재하는 비현실적 요소들이 우리의 삶을 즐겁고 풍요롭게 해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 천경우의 사진은 장시간 노출을 통해 얻어낸 이미지라는 점에서 이색적이다. 카메라의 열린 눈은 앞에 자리한 인물의 형상을 천천히 흡수해 필름에 흐릿하고 불명확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그의 작업은 '결정적 순간의 포착'이라는 사진의 근대적 기능에 의문을 제기한다. 열린 시간을 살아가는 존재물의 양태를 파악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깔려 있다. 천경우의 작품에는 시간이 존재한다. 이러한 특성은 실행하는 다양한 퍼포먼스에서도 엿볼 수 있다. 공공의 장소에서 마주한 인물이 서로 어깨를 맞대고 앉게 하는 퍼포먼스는 교감의 시간에 대한 작가의 관심을 드러낸다. 이번 전시회에 출품한 「General」 시리즈는 시간의 길이를 역사적으로 확대한 작업이다. 1592년 임진왜란에 원군으로 참전한 명나라 장군이자 천경우 작가의 16대 선조인 천만리 장군을 재현해 촬영한 것이다. 인물의 상은 작가의 장시간 노출 기법에 의해 흔들리며 숨쉬는 인물처럼 보인다.

천경우_천 시리즈 1592 #4 Thousands 1592 #4_C 프린트_165×126cm_2007
한성필_환영 Illusionary Pagoda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122×155cm_2011

부부작가 뮌은 이번 전시회에는 『기억극장』이라는 제하의 설치작업을 선보인다. 사각의 라이트 박스 8개를 쌓아 만든 5개의 탑을 부채꼴로 펼쳐 놓은 작품이다. 라이트 박스의 표면에는 그림자로 연출된 다양한 이미지들이 부유하며 관객의 시선을 유혹한다. 기억극장이라는 제명은 르네상스기 이태리 베네치아 궁정에 세웠던 목조극장에서 따 온 것으로 작가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 키워드가 된다. 기억극장은 유럽사회에 유행했던 비학(秘學)을 토대로 인류가 축적해 온 우주의 비밀을 담은 지식의 공간이었다. 그것은 또한 기억극장은 무엇이 어떤 방식으로 기억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모형을 제시하는 권력의 공간이기도 했다. 뮌은 과거로부터 전수된 이 기억의 공간을 현대미술의 언어로 가시화 시켰다. 그의 설치작업은 허구이지만 문화사회적 사실을 지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 한성필의 「Facade」 시리즈는 2004년부터 전개되어 온 프로젝트형 작업이다. 보수공사가 진행중인 건물 앞에 설치된 대형 방진막의 이미지를 촬영한 것들이다. 때로는 자신이 가림막을 제작해 설치하고 작품을 만들어 낸다. 유럽을 포함한 국내외의 여러 도시를 오가며 촬영한 작가의 사진은 실재와 가상 이미지 사이의 시각적 혼동을 야기한다. 그의 작품을 보면 사진이란 '그저 존재했던 어떤 것의 흔적(index)일 뿐'이라는 롤랑 바르트의 말이 떠오른다. 건물의 가림막은 건물의 존재를 감추는 막이다. 그것은 실재를 감추지만 이미지로써 드러낸다. 감춤으로써 드러내는 장치는 그의 작업을 해석하는 하나의 미학적 원리다. 이번 전시회에는 한국의 석탑을 소재로 삼은 작업들이 선보인다. 거기에는 실재와 가상 그리고 시간의 흔적이 오롯이 자리한 채 관객의 시선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 박준범은 영상 비디오의 영역에서 독자적인 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가 시도하는 독자적 어법이란 시간과 공간의 다중적 활용 방식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아울러 그의 작품에는 유희와 놀이에 대한 작가의 관심도 함께 작동한다. 일례로 작가의 대표작 「Parking」은 모니터에 입력된 기존의 영상 이미지 위에 두개의 손을 등장시켜 이미지를 새롭게 재구성한 것이다. 주차하고 발차하는 자동차들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거대한 손은 실재와 가상의 이중적 구조를 하나의 작업으로 통합시킨 경우다. 좀 더 따지고 보면 그의 작업은 삼중의 뒤틀림 구조로 짜여져 있다. 기존의 영상 이미지 위에 오버랩 된 거대한 손은 실재로 보이지만 완성된 작품은 비디오 영상으로 제시되기 때문이다. 박준범이 채택한 어법으로써 실재와 비실재의 틈은 오늘의 세상을 이해하는 하나의 통로다. ■ 김영호

Vol.20150725a | 실재와 가상의 틈 : 한국_러시아 미디어 아트의 오늘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