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달

한연선展 / HANYOUNSUN / 韓然善 / painting   2015_0731 ▶︎ 2015_0809

한연선_두개의 달 1_한지에 목탄, 채색_50×72.7cm_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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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2:00pm~06:00pm / 일요일_12:00pm~05:00pm

갤러리 담 GALLERY DAM 서울 종로구 윤보선길 72(안국동 7-1번지) Tel. +82.2.738.2745 www.gallerydam.com cafe.daum.net/gallerydam

제주 평행 달로의 초대 ● 한연선 작가가 이사 갔다. 단편 정도의 기억이 남은 어릴 적 미국에서의 이사 이후, 줄 곧 서울에 살았던 작가가 제주도로 짧은 이사를 갔다. 그곳에서도 작가는 세상의 사물을 예삿일처럼 스쳐보지 않았다. 한여름 모기에 쫓기며 연 밭에 나가 연꽃 스케치를 하던 작가가 이번에는 선인장을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가시달린 선인장. 가시 달리면 으레 선인장으로 불러 특별한 이름 같은 건 없으려니 했는데, 작가가 더운 날 열심히 들여다본 제주 거리의 그것은 백년초였다. 맥시코를 원산지로 하는 선인장과의 이 백년초를 작가는 이름도 모른 채, 더운 날 열심히 그렸다. 여행지에서 통성명도 없이 찌릿한 교감을 나눈 '무명'의 누군가처럼, 백년초는 작가에게 연락처 없이 헤어진 여행 동무 같았다.

한연선_두개의 달 2_한지에 목탄, 채색_50×72.7cm_2015

한연선 작가가 달에 갔다. 아니 가 보았을 것이다. 백년초와의 짧지만 강렬한 조우 못지않게, 여전히 작가의 관심을 끄는 것은 두 개의 달이다. 여백의 달 하나를 더 그리는 것은 평행 우주와 같다. 요즘 SF 영화의 단골 소재로 등장하는 미래는 우주, 그리고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것과 동시 다발적으로 공존하는 또 다른 우주에 대해서 말한다. 평행 우주다. 방아 찧는 토끼가 산다는 달나라는 이제 좀 유치한 상상이 되어버렸지만, 토끼 거주지 달나라는 평행 우주를 상상하던 시절의 순박한 버전이다. 또 다른 세계가 있다면? 구미를 당기는 이 질문에 작가는 강렬한 태양보다 은은한 달로 대답한다. 두 개의 달은 평행 우주 버전의 평행 달이다. 두 개의 달을 보며 소원을 빌어보자.

한연선_두개의 달 3_한지에 목탄, 채색_30×90cm_2015

한연선 작가는 그곳에서 백년초의 이름과 습성을 매우 잘 아는 식물 박사가 되어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두 개의 달이 아닌 두 개의 태양과 두 개의 은하를 그리고 있을지 모른다. 작가는 '평행 달' 연작을 마주한 손님들에게 말을 건네는 듯하다. '좀 다른 생각을 해 보십시오. 다른 생각은 여비 없이도 즐길 수 있는 의식 여행입니다. 환기 안 된 우리의 의식에 문을 내고, 그 문을 활짝 열어 외계의 공기도 들이켜 봅시다. 좀 상쾌하지 않습니까?' 더운 날이다. 더운데서 선인장이 사는 법은 잎을 가시로 만들어 줄기의 수분 증발을 최소화시키는 것이다. 더운 우리에게도 나만의 사는 법이 있다. 작가의 평행 달은 획일화된 이 세계에로부터 여백 있는 내 세계로의 초대다. 상상하자. 작가의 평행 달을 본 손님들에게 명령이 떨어졌다. 평행 달 행, 우주선으로의 탑승이다. 필수 지참물은 오로지 모험심뿐이다. 셋, 둘, 하나, 발사! ■ 김정현

한연선_두개의 달 4_한지에 목탄, 채색_50×72.7cm_2015

선인장과 두 개의 달 ● 걸음걸음 지나는 길에는 유독 마음에 들어오는 사물들이 있다. 가파도의 선인장이 그러했다. 해안가를 따라 난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선인장과 만나게 되는데, 길가에 자라고 있는 선인장의 모습을 보는 것이 낯설어 그랬는지 모르지만, 자꾸자꾸 눈길이 가게 되었다. 백년초라는 이름으로 불려진다는 것은 나중에 알았는데, 이 선인장은 자세히 들여다보니 선인장의 상징이라 할 법한 가시가 많지 않았다. 식물원이나 화원에서 보던 잘 다듬어지고 상처받지 않은 매끈한 가시가 아니라, 오랜 세월 바닷바람과 뜨거운 햇살을 받은 듯 가시도 많이 꺾이고 닳아서 없기도 하였다. 남아있는 가시들은 꽤나 강하고 단단해 보여, 시간을 견디어낸 단단한 식물의 느낌이다. 화려하고 예쁘지 않아도 그 모습 자체로 눈에 들어왔다. 꽃이 다 지고 난 후의 연꽃밭을 보았을 때 감흥과 비슷하게 시간의 흔적을 품은 대상으로 다가왔다.

한연선_두개의 달 5_한지에 목탄, 채색_50×72.7cm_2015

길가의 선인장이 눈에 들어와 그려보아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처럼, 우리는 이렇게 지금 나의 생각과 눈앞에 보이는 것들에 믿음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이것들은 시간을 보내고 또 다른 경험들을 통해 변하고 바뀌어질 것들이다. 변하지 않을 것만 같던 지금의 생각들은 변화하여 움직이고 달라질 수도 있다. 생각이란 흘러가는 것이며, 긴 세월을 두고 보면 나의 우주는 하나가 아닐 것이라는 생각에서 두 개의 달을 그리기 시작하였다. 달이 하나라는 믿음으로 인해 우리의 사고가 단정지어지는 것은 아닐까. 더 여유롭고 유연한 사고를 통해 모든 것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질 수 있을 것이고, 나 또한 그러고자 하는 기원을 담아 본다. (2015) ■ 한연선

Vol.20150731a | 한연선展 / HANYOUNSUN / 韓然善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