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시티 고스트-도시풍경 PINK CITY GHOST-city landscape

오경훈(IVEGAKETDON)展 / OHKYEONGHOON / 吳暻薰 / photography   2015_0801 ▶︎ 2015_0808 / 월요일 휴관

오경훈(IVEGAKETDON)_우리의 삶은 여러 사람을 만나고 사귀는데 의미가 있다. 사람을 역에 비유하자면, 역에 정차하지 않는 열차의 차장은 곧 졸기 시작하며 이내 잠이 든다. 그리고 그 열차는 마지막 역을 향해 달리는 의미 없는 폭주기관차가 되어 버린다. 지금 나의 차장은 잠이 깨어 있는가? Our lives are worthy when we meet and hang out with various people. If people may be compared to a station, a train conductor falls into sleep when he or she doesn't stop by any station. And the train becomes a wildcat engine to run to the only last station without meaning. Is my train conductor awake?_C 프린트_73×110cm_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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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주말_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레스빠스71 L'ESPACE71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71길 5(청담동 141-11번지) 중인빌딩 B1 Tel. +82.2.511.7101 www.lespace71.com

도시경관과 비극 ● 오경훈(IVEGAKETDON)의 도시 풍경은 배트맨이 등장하는 영화 다크 나이트(The Dark Knight, 2008)의 고담 시가 발산하는 어둡고, 음산한 도시와 닮아있다. 그의 사진에서는 도시라는 인공적 환경에서 사람의 모습은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가 마주 보는 것은 도시경관의 다양한 패턴, 규칙적으로 디자인된 질서정연한 건물을 엿보게 된다. 카메라의 각도는 대부분 로우 앵글로 처리 되어있다. 작가가 선택한 로우 앵글은 도시를 바라보기 위한 전형적인 수법이다. 그런 이유는 도시가 원경보다는 근경이 더 친근한 경험적 대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즉 시골풍경의 경우 정적인 이미지가 원경으로 다가오는 수평적 경험이라면, 도시의 경우는 시각적 경험이 수직적으로 다가온다. 인간이 도시에서 지각하는 것은 도시의 풍경이 멀리 펼쳐져 있는 것이 아니라 고층건물들이 시선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 작가는 가로막은 도시를 바라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오경훈(IVEGAKETDON)은 도시의 구조를 "도시의 아주 거대한 마천루에는 건물주 혹은 어떠한 기업이 있다. 그 건물을 만들기 위해 건물주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그 노력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피와 땀을 흘렸는지 알아야 한다. 그런 건물들을 만나 사진에 담아 편집을 했다. 굳이 비극이라는 장치가 필요가 없더라. 그냥 마천루 자체가 비극이다" 라고 진술하고 있다. 이처럼 작가는 도시에서 건물을 만들기 위해서 인간의 노동력이 들어가 있는 현실을 비극적이라고 생각한다.

오경훈(IVEGAKETDON)_자신만은 악마가 되지 말자고 다짐한다. 그리고 자신이 악마인줄도 모른다. They make a promise not to be a devil. However, they do not recognize that they are the real devil._ C 프린트_73×110cm_2015

철학적인 의미에서 비극의 기원을 살펴보면 이렇다. 니체(Nietzsche)의 저서 『비극의 탄생』은 표지모델을 프로메테우스를 선택했다. 그는 자신에게 고통을 안겨주던 독수리를 죽이고 쇠사슬에서 풀려난 거인이다. 그에게는 자신의 의지로 사는 것만 남았다. 비극은 슬픈 이야기만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춤추고 노래하고 웃을 수 있는 삶의 의지를 강하게 제공하는 예술작품이다. 고대 그리스는 비극문화와 함께 황금기를 맞이했는데 이것은 몰락의 위기에서 두 번의 페르시아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었기 때문이다. ● 그리스인들에게 비극적 신화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렇다면 전사들은 왜 비극을 원했던 것인가? 그 이유는 전사들이 죽음을 준비하는 마음 때문이다. 비극은 무대에서 배우들이 고통을 감당하는 슬픈 얘기에서 시작해서 축제로 끝나기 때문이다. 이처럼 타인의 고통스러운 과정을 바라보면서 즐거움을 느낀다. 이를테면 우리가 일상에서 드라마를 보면서 주인공이 고생하는 상황을 울면서 끝 가지 보는 것은 그 다음에 얻는 쾌감의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경훈(IVEGAKETDON)의 도시가 지닌 시각적 가치를 생각해 보면, 인간의 모습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도시의 건물을 바라보면서 그 안에 숨어있는 인간의 노동력, 고통, 비극적인 상황을 간접 화법으로 표현한다는 점에서 많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오경훈(IVEGAKETDON)_삶을 잘살기 위한 필요조건 중 한가지는 완벽한 거짓말이다. One of the necessary conditions is a perfect lie to live a good life._C 프린트_110×73cm_2015

시간의 색깔-순간적인 아름다움 ● ""당신의 정체는 무엇인가요?" 그러자 그녀는, 머뭇거리지 않고 말했다. "나는 방황하는 영혼이에요."" (앙드레 브르통, 『나자』 중에서) ● 오경훈(IVEGAKETDON) 사진의 특징은 사진이 모두 핑크 색으로 설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핑크는 여성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색채로 작용한다. 작가는 "핑크색 하면 사랑이라는 것이 떠 오른다"고 설명한다. 이런 사고는 색채가 지닌 일반적인 의미의 '스테레오타입(stereotype)'에서 출발하지만 핑크색은 원색이 아니며, 마젠타 계열의 어떠한 다른 색을 섞어서 만들어 낼 수 있는 색이 핑크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의 자기규정은 핑크색을 불완전한 색채로 정의하고 있다. 작가는 여기서 더 밀고 들어가서 자신이 불안한 사람이기에 불안한 핑크색이 만들어 졌다고 설명한다. 작가는 핑크색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기는 무엇일까? 그에 의하면 "군대의 아침 점호 시간에 연병장 바닥 사람들의 옷, 서 있는 나무, 돌 하나하나가 전부 핑크빛이 물들어 있었다. 그 장면을 좀 더 눈에 담고 싶었는데 아주 잠깐이었고, 5분도 안돼서 그 빛이 사라졌다."고 말한다.

오경훈(IVEGAKETDON)_뜬 구름을 잡으려 하는 것이 자신의 삶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인 것 같다. To catch a floating cloud seems to be a minimum of courtesy to our lives._ C 프린트_73×110cm_2015

작가가 추구하는 것은 순간적인 색채의 아름다움에 매료 된 것인데, 이 부분은 초현실주의자 앙드레 브르통(Andre Breton)의 저서 『나자』에 등장하는 화가의 태도와 유사하다. "비유포드 부두에서 해 지기 직전에 어떤 화가가 저물어 가는 빛을 놀랄 만큼 세심하게 빠른 속도와 능란한 솜씨로 화폭 위에 담으려고 애쓰는 것을 할 일 없이 관찰한 적이 있었다. 햇빛과 일치하는 색채는 해와 함께 조금씩 아래로 내려갔다.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고 사라졌다. 그는 벽에 비친 붉은 빛을 사라지게 했고, 물 위에 남아있던 한두 줄기 희미한 빛도 지워버렸다. 그에게도 나에게도 세상에서 가장 미완의 형태로 끝난 그의 그림은, 내게 대단히 슬프고 또 대단히 아름다워 보였다." 『나자』에 등장하는 화가의 태도는 자연에서 사라지는 빛의 흔적을 그림으로 표현하려 했지만, 그 순간의 모습을 표현하지 못하고 미완성으로 작품이 남게 되었지만, 그 그림이 대단히 아름다워 보였다고 생각한 것이다. ● 『나자』에 등장하는 화가처럼 자연의 '순간성'을 붙잡고 싶은 작가는 디지털 작업을 통해서 자신이 경험했던 짧은 시간을 다시 재구성한다. 사진에 색이 입히고 도시의 형태가 완성되는 순간 작가의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불안과 함께, 작품의 제작과정에서 희열이라는 이중적인 감정이 동시에 발생한다. 또한, 이 순간은 작가의 내면에서 어떤 말 할 수 없는 감정을 표면화 시키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그가 작품을 창조하는 에너지가 되기도 한다. 이 부분은 오경훈(IVEGAKETDON)의 사진이 비현실적인 성격을 지니면서 동시에 음산하고, 불안정할 수밖에 없는가를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단서가 된다. 인간의 감정을 한 단어로 정의 내리기 힘든 것처럼 작가의 복잡한 심리는 오랜 시간 동안 고민을 거듭한 후에 사진으로 재현된 것이다.

오경훈(IVEGAKETDON)_썰물은 밀물을 때린다. Ebb tide hits rising tide._ C 프린트_73×110cm_2015

오경훈(IVEGAKETDON) 사진의 또 다른 특징은 텍스트의 활용이다. 사진 아래에 있는 텍스트는 사진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다. 이를테면 "인생의 허망함과 인연의 무상함이 느껴졌을 때 영원할 줄 알았던 행복은 끝이 났다. 다들 느끼는 건데 나는 그게 너무 일찍 찾아왔던 것 같다", "다들 죽음으로 가는 길 위에 서 있다", "삶은 결코 원하는 대로 되지 않더라." 등이다. 사진의 이미지는 서울 도시의 최첨단 건물의 화려한 외양이 드러나는데 반해서 작가의 텍스트는 자기 고백적인 성향이 강하게 드러나 있다. 이것은 앞서 말했듯이 순간적으로 매료된 시간의 색깔(핑크)을 디지털로 재구성했듯이 자신의 일상에서 떠오르는 순간적인 상념이 사라지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마음에서 사진 아래에 기록한 것이다. 순간의 본질적인 의미는 사라짐이다. 순간은 사라지지만, 미래를 도래하게 한다는 점에서 자신의 임무를 수행한다. 이것은 작가의 말처럼 "다들 죽음으로 가는 길 위에 서 있다"는 텍스트와 맞닿아 있다. 오경훈(IVEGAKETDON)의 사진이 의미하는 지점은 어떤 한 순간을 지속으로 확장하고 있으며, 타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자신만의 독특한 외로움을 관객과 교류하고 싶은 마음이 드러나 있다. ■ 김석원

Vol.20150802b | 오경훈(IVEGAKETDON)展 / OHKYEONGHOON / 吳暻薰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