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물다

김지연展 / KIMJEEYEON / 金志姸 / sculpture   2015_0808 ▶︎ 2015_0830 / 월요일 휴관

김지연_다물다_혼합재료_각 36.5×36.5cm_2015

초대일시 / 2015_0808_화요일_04:00pm

전시연계 프로그램 「나만의 기억 속 향기나는 풍경」 만들기 2015_0822_토요일_03:00pm 2015_0823_일요일_03: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공휴일_01:00p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토스트 GALLERY TOAST 서울 서초구 방배로 42길 46(방배동 796-4번지) 3층 Tel. +82.2.532.6460 www.gallerytoast.com

불안하지 않은 표류 ● 김지연의 작품 「여물다」는 몽글몽글한 물체가 평면 가운데 솟아있는 듯 보인다. 멀리서 보면 그렇게 보이는 평면 회화겠거니 하며 다가갔을 때 놀라는 이유는 낮긴 하지만 실제로 솟아 있는 부조작업이라는 점이다. 흥미로운 놀람을 넘어서 본격적으로 이 작업을 바라보며 관람자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여러가지 생각을 떠올릴 것이다. 구름일까, 털인 것 같은데 양일까, 제목이 여물었다니 포도를 위에서 본 걸까. 우선 이야기하자면 정답은 없다. 아니, 중요하지 않다. ● 김지연은 정(해진)답과 결과를 강요하는 오늘의 극단적인 모습에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환기를 권유한다. "편안히 생각해보아요" 라고. 김지연의 작업에서 드러나는 형상에는 반드시 '이거다' 라고 이야기할 정답은 없다. 작품은 명확한 형태를 내비치지 않으며 무언가에 덮인 듯 뭉글뭉글하기도, 주름이 잡혀있기도 하다. 제목 역시 지시적이거나 명확치 않은, 추상적인 동사들이다. 오늘날의 직관적이지 않고 난해한 미술작품 앞에서 제목은 이해를 위한 첫 번째 단서이다. 이런 상황에서 모호한 제목은 감상자에게 '상상해보라'라는 열린 해석을 위한 제스처로 다가가기보다는 작가의 방관자적 태도와 소통 거부라는 모습으로 다가와 상당히 불쾌한 반응을 불러 일으키기 쉽다. 하지만 김지연의 작품은 추상적이지만 막막하거나 불편하지는 않다. 지점토라는 거칠지 않은 재료와 자극적이지 않은 색, 부드러운 곡선은 우선적으로 시각적 편안함으로 관객과 만남의 첫 장을 연다. 단지 1-2mm에 불과한 저부조 융기이지만 신기할 정도로 잘 드러나는 형상은 생경하면서도 알 듯 말듯한 단서를 던진다.

김지연_드리움_혼합재료_110×110cm_2015
김지연_수줍음_혼합재료_72.7×53cm_2015

김지연은 작업을 통해 고정된 발판에서 우리를 해방시킨다. 우리를 안심시키기도, 괴롭히기도 하는 목적성의 바닥에서 잠깐 벗어날 수 있는 부유감으로 이끈다. 스스로 무언가를 애써 판단하고 특정 짓지 않아도 되는 모호함의 유영중에 무심코 떠올릴 수 있는 기억의 단초들, 어린 시절 친구의 단발머리일수도, 일상 속 자주 사용했던 소품이나 뒷동산 뒤통수가 멋진 바위일지도, 예뻤던 동네 언니의 어깨선 일수도 있는 심상들은 그녀에 의해 꺼내어져 한겹 한겹 갈아내고 다시 쌓아 올려져 형상이 된다.

김지연_여물다_혼합재료_36×36cm_2015
김지연_여물다_혼합재료_90.9×72.7cm_2014

그녀는 그 형상 위에 베일을 덮는다. 찾아낸 형상을 낮게 펴내며 그를 천으로, 비닐로, 포장용 뽁뽁이로 감싸 안는다. 그리고 그 형상과 이를 덮은 물체를 함께 섬세하게 묘사해낸다. 그런 과정 중에 김지연은 그녀의 물건이 무엇이었는지, 우리의 눈앞에 펼쳐진 것이 무엇인지를 추측해 볼 수 있는 조그만 단서-예컨대 실루엣이나 한 켠의 주름을 살짝 남겨둔다. 이 표식은 좌표 없음에 불안할 수 있는 우리를 안심시켜주는 등대이다. 하지만 반드시 의도한 무언가로 읽어내어야 할 숙제로서 제시하지 않는다. 단서를 제시하지만 이 단서들은 반드시 정답을 찾아내라는 지시가 아닌 '함께' 놀아보자는 조심스러운 손 내밀기이다. 요즈음 모 요리연구가 겸 요식사업가의 요리프로그램들이 인기가 있는 이유는 그의 요리법이 그저 손쉽거나 맛있기 위한 정답을 제시하기 때문이 아니다. 물론 그 이유도 있지만 그 이전에 "괜찮아"라고 우리들에게 말해주기 때문이다. 짧은 시간을 들여 여느 냉장고에나 있을 친근한 재료를 이용해 그럴듯한 '고급 진' 맛의 요리를 만들어 낼 수 있게 해 주는 것도 그렇지만, 그의 레시피 자체가 정답이 아니며, 절대적인 판단 기준 아래 고하를 따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각자만의 요리를 만들 수 있게 격려하고, 선뜻 시도할 수 있게 마음을 다독이며 판을 깔아주는 것이 그 인기의 중요한 지점일 것이다. 김지연의 작업 역시 강렬한 목적의식이나 어떤 기준선이나 감정선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다. 편안히 시선을 이끌면서 우리 안에서의 사유를 시작할 수 있는 편안함이 체험의 시작 지이다. 이를 위한 재료 역시 여느 집 냉장고에 있을법한 식 재료와 같은 우리의 일상 속 이미지이다. ● 김지연의 하얗고 부드러운 작품들은 우리를 새벽녘 안개 속으로 이끈다. 모든 것이 희미한 공간을 유영하면서 느끼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촉각적인 심상이다. 몽글몽글한, 이도 저도 아닌 것과는 다른, 이것도 저것도 가능한 편안한 유영의 상황에 있는 것이다. ■ 허대찬

김지연_웅크리다_혼합재료_130.3×89.4cm_2013
김지연_포근_혼합재료_162.2×112.1cm_2015

각각의 화면에는 흰색 물체가 나올 듯 말 듯 놓여있다. 마치 뒤에 무언가를 숨기는 듯, 이 물체들은 형태를 특정 지을 수 없을 만큼 마모되어 있거나 무언가로 덮여있는 듯이 보인다. 이렇게 나열된 물체들을 보는 이들은 각자의 기억 속에서 가장 유사한 형태를 찾아 대입하게 될 것이다. 개개인이 작품 속에서 읽어낼 이 도식적 형태들은 각자에게 가장 상징적인 경험적 형태일 것이다.

김지연_여물다展_갤러리 토스트_2015

이렇듯 세상은 항상 모든 것을 「어떤 것」으로 정의하려 한다. 이 포화된 정의들로 인해 모든 대상은 정해진 무언가가 된다. 그래서 나는 "대상을 규정함"에 대하여 중의적인 표현들을 제시 하고자 한다. 그 무엇도 아닌 상태로 고착된 '화면'을 만들어 보여주려는 것이다. 정의된 형태들을 중의적인 표현으로 화면에 가둬 무엇도 아닌 상태로써 고착시키고자 한다. ● 희지도 검지도 않은 화면에 물체가 놓인다. 중성적 색채로 채워진 화면은 안에 놓인 흰색 물체가 무엇인지 유추할 만한 단서를 주지 않는다. 이는 흰색 물체의 형태를 온전히 바라볼 수 있게 하는 '무의미한 색' 으로 역할을 하게 된다. ● 또한 본 작업은 저부조의 기법으로 형상의 덧붙임을 엷게 한다. 형상의 형태적인 특징을 잡아내지만 그 뒤에 있는 원근을 감춤으로서 뒤에 형태적인 정확성을 떨어트려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화면구성의 방식은 형태에 대한 구체성을 저하시켜 시각적인 형태의 암시성을 낮춘다. 이는 정의내리고자 하는 행위, 현상에 대한 반론이며, 표면의 절대적 완결성을 통해 정의되지 않고 종결됨을 보이는 것이다. 그리하여 다른 무엇을 닮은 것이 아닌 '그것'이 '그것'인 대로 온전히 앉아 있는 것을 응시하고자 한다. ■ 김지연

Vol.20150808f | 김지연展 / KIMJEEYEON / 金志姸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