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usion bite 환상깨물기

구성연_김범수_마저_이원철_장승효展   2015_0812 ▶︎ 2015_1030 / 주말,공휴일 휴관

구성연_g06_라이트젯 C 프린트_80×160cm_2007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주말,공휴일 휴관

갤러리 오차드 GALLERY ORCHARD 서울 강남구 학동로41길 23(논현동 106-17번지) Tel. +82.2.540.8901 www.theocd.co.kr

시각예술이 주는 여러 기능 중 환상이 주는 상상과 아름다움은 매우 중요한 속성 중 하나다. 사실 환상이란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현실적인 기초나 가능성이 없는 헛된 생각이나 공상이다. 그러나 오늘 갤러리 오차드에서 만나는 시각예술들은 가장 현실적 범주 안의 요소들을 발탁해 새로운 체계로 사실을 목격했거나, 대상을 둘러싼 기존 개념 이외의 상황을 재인식해 내어 가장 현실적인 동시에 가장 환상적으로 화면을 이끌어 냈다.

구성연_p05_라이트젯 C 프린트_98×80cm_2007

아름다운 꽃, 달콤한 사탕. 구성연의 뷰파인더에 담긴 화면들은 마냥 좋은 어감의 단어들을 나열하기 좋은 가치들이다. 그러나 작가가 담은 것은 시들어 버릴 꽃과 녹아 사라질 사탕이다. 인생의 화려한 면모와 유사한 규칙을 담고 있는 적절한 소재를 선택하여 탁월한 기법으로 가짜와 진짜 사이를 오가며 환상을 통한 현실인식이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보는 이에게 사고의 체계를 전개토록 유도한다. 속임수와 환상사이의 미묘한 교집합이 구성연의 벚나무와 사탕꽃들로 찬란하게 가득하다.

김범수_beyond description_영화필름, 아크릴, LED_100×112×10cm_2014
김범수_LOVE_영화필름, 아크릴, LED_30×30×10cm_2015

사랑은 그 대표성을 띤 독특한 구조의 감성인 동시에 환상이 아닌 현실 속 실존이다. 그것을 가시화시키는 작업은 비단 작가가 아니라도 많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기호화하거나 명문을 만들어 표기했다. 김범수의 표기는 이와 좀 다른 방식이다. 필름을 통해 찍힌 기록물인 영화필름의 장면, 장면을 모아 원래의 이미지나 스토리를 속에 숨긴 후 거시로 보았을 때의 색감만으로 사랑을 구현했다. '100 Kinds of Love'시리즈는 삶 속의 다양한 사랑. 그 중 작가적 선택을 받은 100가지의 사랑이다.

마저_아가마가_캔버스에 유채_30×30cm_2015
마저_아가마가_캔버스에 유채_30×30cm_2015

공업용으로 개발된 플라스틱이 환상의 소재가 될 수 있는 가장 현대적 장치는 조립용 블록이다. 그것으로 만들어진 새. 인공의 쨍한 색감마저 그것의 현실성을 철저히 배제시킨다. 그렇다고 해서 플라스틱 블록이 환상으로서의 온전한 의미를 획득할 수는 없는 일. 작가 마저는 연약한 실을 엮어 인공의 새에게 감정을 부여했다. 가느다란 실로 형성된 관계성은 생각보다 큰 역할을 화면에서 제공한다. 습관화되어 딱딱해진 감정들(플라스틱 새)의 제반사항은 어쩌면 연약한 관계로 이루어진 일상에 부재된 소통(실)일 수도 있다. 그리하여 얻어진 환상은 아이러니하게도 현실과 현상. 즉 일상의 우리 모습이 된다.

이원철_Time London United Kingdom_플렉시글라스에 C 프린트 페이스마운트_91×75cm_2014
이원철_Time Praha Czech_플렉시글라스에 C 프린트 페이스마운트_75×96.4cm_2014

사진으로 기록된 실제 상황.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시계나 풍경을 이원철은 전혀 반어법을 사용하지 않은 채 약간의 사진적 장치를 통해 시각적 결과물을 흔들어 놓는다. 장노출을 통한 시계의 시침과 분침이 사라진 시간의 껍데기인 시계를 통해, 존재하지만 목격할 수 없는 시간이란 개념적 사실을 분명히 짚어내 준다. 역사성을 지닌 세계의 시계탑들의 사라진 지시어인 시침과 분침은 현실 속에서 불가능한 과거와 현재의 공존이라는 환상과 지금도 흐르고 있는 영원한 개념인 시간이라는 환영에 가까운 사실을 지시한다.

장승효_Metamorphosis No.7_3D 이미지 콜라주, 피그먼트 프린트_75×75×6cm_2014
장승효_Metamorphosis No.9_3D 이미지 콜라주, 피그먼트 프린트_75×75×6cm_2014

보이는 것은 생명체인 나비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온전한 이미지는 없다. 파편화된 이미지의 조각들은 모두 나비와는 전혀 연결고리가 없는 제작된 다른 개체의 부분이다. 무언가를 창조하기 위해 없음에서 시작하는 기타의 창조적 방식과 전혀 다른 시작점이다. 완성된 무언가를 부스는 행위가 장승효 작업의 시작이다. 이미지를 잘게 쪼개어 나열한 후 새롭게 조합해 나간다. 수많은 동어반복적 행위가 거듭되며 얻어진 결과물은 기억과 경험을 추출해 내어 새로운 환상을 제시하는 것. 시각적 결과물과 상관없이 읽어지는 투영된 자아는 사실인 동시에 환상에 대한 거울(reflection)이 된다. ● 환상은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단어다. 그렇다면 존재하지만 눈에만 보이지 않는 인간의 감정은 현실인가 환상인가. 현실에서 얻어온 감정의 조각과 이미지의 파편. 그것을 재료로 오늘의 시각예술가는 다시 말한다. 환상은 오늘이고 사실임을 증명해 낸다. 그들이 담아낸 환상은 그저 막연한 다른 차원의 헛됨이 아닌 현실을 깨물어 나온 일종의 진액이다. illusion bite(환상깨물기)는 바로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과 지금의 감정이 농축된 미감의 결과물이다. ■ 김최은영

Vol.20150812g | illusion bite 환상깨물기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