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수집가 Urban Gatherers

박찬민_정희우_최은정展   2015_0813 ▶︎ 2015_0930 / 주말 휴관

초대일시 / 2015_0813_목요일_05:00pm

주최 / 코오롱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주말 휴관

스페이스K_대구 SPACE K 대구시 수성구 동대구로 132(황금동 600-2번지) 2층 Tel. +82.53.766.9377 www.spacek.co.kr

코오롱의 문화예술 나눔공간 스페이스K_대구에서 도시를 바라보는 예술가들의 시선을 조명한 기획전 『도시 수집가(Urban Gatherers)』를 개최한다. 자연과 국적을 잃은 오늘의 거대도시를 주제로 예술가들의 의미심장한 채집이 돋보이는 이 전시는 우리의 도시를 구축하고 형성하는 물질적 바탕을 통해 동시대성을 조망한다. 이번 전시에서 박찬민, 정희우, 최은정 등 3인의 작가들은 우리가 늘 마주하는 도시를 소요하고 관조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를 모티브로 제작한 20여 점의 회화, 설치, 사진 작품을 선보인다.

도시 수집가展_스페이스K_대구_2015

박찬민은 우리 주변의 흔한 주거양식인 아파트를 카메라에 담는다. 외벽의 건물명이나 창문과 발코니는 물론이요 행인의 모습까지 모두 제거한 그의 사진은 레고 블록과 같은 규격화된 조립 부품의 조합처럼 이 도시를 표현한다. 정희우는 주행도로의 차선이나 화살표와 같은 방향 지시 기호, 심지어 강남의 오래된 아파트의 벽들을 탁본한다. 우리에게 보이지 않았던 도시의 과거 그리고 언제 사라질지 모를 도시의 모습을 탁본으로 기록한다. 마지막 작가인 최은정은 작가 자신을 이루고 있는 주변의 일상을 기억의 편린들과 조합하여 그림을 그린다. 잘라내고 붙인 캔버스의 틈과 캔버스 밖에 놓인 여러 가지 사물들을 이용해 객관적 질서를 해체시키고 낯선 도시 풍경을 재현한다. ●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이른바 '도시수집가들'은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한 도시의 면면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안내한다. 과거 보편적 미술 장르 중 하나였던 산수화에 대한 동시대적 응답이라고 할 수 있는 이번 도시 풍경화전은 도시성이라는 현대판 사의(寫意)를 화두로 작가 그들의 '재건축'을 흥미롭게 전개할 것이다.

박찬민_BL105565103104512_E.1/5_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_100×133cm_2010
박찬민_BL2143737671271048329_E.1/5_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_120×220cm_2014

박찬민은 어린 시절부터 아파트로 대표되는 우리나라의 특이한 주거 문화에 의문을 품어오다, 뒤늦게 스코틀랜드 유학길에 오르면서 그곳의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자신의 의문에 대한 연구를 확장하게 되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연작 「Blocks」는 서울과 스코틀랜드의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촬영한 사진이다. 건물 외벽의 건물명이나 창문과 발코니까지 모두 제거함으로써 해당 공동주택의 존재의 이유와 기능 그리고 주변 환경과의 맥락을 생략시킨 그의 작품은 제목 그대로 레고 블록과 같은 규격화된 조립 부품처럼 보인다. 나아가 건물의 질감마저 지우는 등 무언가를 판단하고 상상할 수 있는 감각과 정보가 생략된 그의 사진은 비현실적이며 감정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그의 사진에서 나타나는 이 같은 평면성과 비물질성은 실재와 허구의 경계를 흐리게 하는 기제로 작동한다. 아파트라는 거주공간이 부와 계급의 척도가 되고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이보다 20여 년 앞서 공동주택 건설 붐을 경험하고 이제는 철거대상으로 전락하여 실패한 모더니즘 건축 실험의 유물로 간주되고 있는 스코틀랜드와의 흥미로운 대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요컨대 그의 작품은 실제로 존재하는 현실을 생략하거나 과장하여 허구적인 공동주택을 보여줌으로써 우리에게 주거의 조건과 삶의 가치관 사이의 관계를 묻는다.

정희우_담지도_종이에 먹_144×74cm×3_2013
정희우_Peeling The City_천천히_종이에 먹_340×250cm_2012

언제부터인가 우리 주변 여기저기에 가림막을 드리우고 요란한 공사 끝에 새 건물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손쉽게 옛 것을 허물고 새것을 들이는 과정의 반복 속에서 정희우는 언제 사라질지 모를 공간을 한 순간이라도 붙잡아 보고 싶었다고 한다. 이렇게 시작된 그의 「강남대로」 연작은 강남대로를 지도처럼 기록하듯 그려내는 프로젝트였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Peeling The City」 시리즈는 「강남대로」 연작을 제작하면서 거리 사진을 찍기 위해 이 일대의 옥상에 올라 내려다봤던 차선과 도로의 화살표 등을 탁본으로 뜬 것이다. 눈에 보이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사진과는 조금 차별화된 매체를 찾던 작가는 그대로를 표현하되 현실성에 집중하며 시공간의 역사를 부각시킬 수 있는 탁본의 매력을 발견했다. 「담지도」 연작의 경우 강남의 오래된 아파트의 벽에 새겨진 시간의 흔적을 탁본으로 담아냈다. 당시에는 유행했지만 지금은 낯선 문구와 디자인의 그래픽들은 마치 과거의 시간을 벽에 압착해놓은 듯하다. 어릴 때 강남으로 이사 와 30년을 넘게 살아 온 작가에게 이곳의 주거환경은 이제 고향 같은 풍경이다. 그가 탁본한 대상은 대개 1970년이나 80년대에 지어진 아파트로 지금으로부터 불과 반세기도 지나지 않았건만, 이제 재건축의 열풍 속에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유물처럼 느껴진다. 그의 작업은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도시의 과거를 제시하고 그 과거와의 접촉을 유지하며 기록을 이어나간다.

도시 수집가展_스페이스K_대구_2015
최은정_Blue room theatre_캔버스에 유채_162×260cm_2014
최은정_Deliberate rhythm_캔버스에 유채, 혼합재료_가변크기_2015 최은정_Confrontation landscape_목재, 천, 형광등 등_가변크기_2015

최은정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사진이나 이미지를 자신이 평소에 구상해온 드로잉과 조합하여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한다. 따라서 그의 작품은 작가 자신을 이루고 있는 주변의 일상과 기억의 편린들의 조합이라고 할 수 있다. 자연 풍경이 건축적인 구조와 함께 등장하는 화면 배치는 자연과 인공의 모순된 양식의 나열로 표현된다. 한편 그림 속의 직선과 사선이 만드는 격자무늬와 기하학적 요소들은 화면에 공간감을 부여하는데, 여기에 철거 혹은 건설 중인 건축물 골조들이 지속적으로 함께 등장하여 도시성을 암시한다. 최근 들어 그의 작품은 점차 다양한 색의 물감들이 화면을 점령하면서 점점 규정할 수 없는 공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캔버스의 사각 틀에서 벗어나 설치작업으로 전개되는 그의 작품은 캔버스의 수많은 이미지들의 공간과 시간이 화면 밖으로 넘나들며 그 잔상을 화면 밖 사물들에게까지 잇는다. 그림 속의 여러 조형 요소들을 캔버스 밖으로 꺼내기 위해 작가가 배치한 사물들은 그림 속 세상과 그림 밖 공간에 애매하게 걸쳐있다. 화면 속 이미지들이 관람자의 공간으로 자연스러운 이동이 이루어지는 그의 작품은 이렇게 객관적 질서를 해체시킴으로써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잠재된 욕망이 떠도는 도시풍경을 재현한다. ■ 스페이스K_대구

Vol.20150813g | 도시 수집가 Urban Gatherers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