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 Out - 인식의 변환 2부

서호미술관 2015 Art project展   2015_0814 ▶︎ 2015_0930 / 추석당일 휴관

초대일시 / 2015_0912_토요일_05:00pm

참여작가 강선구_송은주_안경수_유봉상_유정현_조환

오프닝 이벤트-'화음'과 함께하는 가족 음악회 2015_0912_토요일_05:00pm

관람료 / 2,000원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추석당일 휴관

서호미술관 SEOHO MUSEUM OF ART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 북한강로 1344 1층 Tel. +82.31.592.1865 www.seohoart.com

『인식의 전환 : IN and OUT』 기획전 1,2부에 부쳐 - 언어학적 인식의 과도함에서 벗어나 생태론적 인식을 만나다1. 서호미술관의 『인식의 전환 : In and Out』展은 1, 2부로 나뉘어 진행되었고 진행 중이다. 1부 전시에서는 강인구, 양태근, 이길래, 정정엽, 차종례 다섯 작가의 작품을 만났고, 2부에서는 강선구, 송은주, 안경수, 유봉상, 유정현, 조환 여섯 작가들의 작품을 만난다. 정정엽, 송은주, 안경수, 유봉상, 유정현이 회화를, 그리고 강인구, 양태근, 이길래, 차종례, 강선구, 조환이 조각을 장르적 형식으로 채택하고 있지만, 이들은 각각 조정과 중재(유봉상), 교란과 혼란(유정현), 은유(강인구, 양태근, 이길래, 정정엽, 강선구), 조사와 기록(차종례, 송은주, 안경수), 시각화하기(조환)의 다양한 작업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그렇다면 열 한명의 작가들이 '인식의 전환'이라는 결코 가벼울 수 없는 주제로 한데 모일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일까?

강선구_The Collection 만들어진 유물_밤나무에 시멘트캐스팅, 혼합재료_52×41×6cm_2015

20세기 초 '언어 내적 존재'로서의 인간에 대한 인식에 기초하여 인문·사회이론 전반에 걸친 패러다임(인식틀) 전환이 강력하게 요구되었는데 이를 가리켜 '언어학적 전환Linguistic Turn'이라고 불렀다. 자신을 시각언어, 표현언어로 인식한 미술도 언표된 세계(in)와 언표되지 않은 세계(out) 사이에 놓인 불통의 심연을 발견하면서 '사이'를 잇기(and) 위하여 보이게 하는 표현과 보이게 만드는 언어를 창조하고 사용하는데 몰두하였다. 미술작품은 의미의 절대성과 보편성 그리고 의도의 고정성을 거부하고 새로운 시각적 경험, 또는 감각적 경험의 텍스트가 되고자 하였고, 미술가들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도록 미술언어의 다양한 규칙들의 발견에 집중하거나, 대중매체와 스펙타클 사회에서 오염된 언어들을 세탁하고 형상들을 탈신화화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불변의 존재 또는 진리를 표현해야 한다는 전통적인 미술담론에서는 참된 실재와 동형적인 이미지를 창출하는 것이 미술가의 의무였으나, 20세기 미술가들은 정태적 존재를 기반으로 하는 '이미지' 대신 동적인 상황 개념에 바탕을 둔 '기호'를 선택한 것이다. 미술언어의 상대적 고유 법칙성이 강조되었고, 미술은 하나의 자율적 체계로서 자기 규정성에 대한 논의를 활발히 전개했다. 심지어 개념미술가들은 미술작품을 아예 시각적이지도 감각적이지도 않은 언어 자체로 탈바꿈시켜 '작품'의 개념을 소통의 새로운 형식이라는 의미로 바꾸어버렸고, 관습적·제도적 틀 밖에서 '정신'이나 '규범' 같은 개념을 수반하지 않고서도 지적 경험의 장을 펼치기도 했다.

송은주_Sky Aesthetics_삼나무에 혼합재료_25×25×5cm×4_2015

언어학적 전환에 힘입어 기호로서의 미술개념은 소통이론적으로 체계화된 일반 개념이 되었으나, 소통과정에 대한 좀 더 근본적인 질문, 즉 어느 곳에서나 모든 사람들이, 지역적 특수성의 토대에서도 그리고 일상생활의 영역과 분리하지 않고서도 이 소통과정(기호과정)에 접근할 수 있고 참여할 수 있는가? 그리고 소통과정에서 전제되는 담론적 구조에 접근할 수 없는, 자연적이고 비형식적이며 언어 이전에 존재하는 미적 경험들은 어떻게 미술언어의 소통체계(기호체계)와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의 비판을 비껴갈 수 없었다. 이 질문에는 사회나 역사를 미술언어로 환원하거나, 미술언어를 사회나 역사로 환원하는 미술의 언어학적 환원주의가 비언어적 경험과 인지의 필요성, 그리고 생활세계의 자율성과 상호주관적 관계를 강조하는 소통과 상호이해에 대한 관심을 차단시칼 뿐만 아니라, 미술 자체의 부정과 거부로 나아가면서 소외와 심연에 심취하게 한다는 날카로운 지적이 들어있다. '언어학적 전환'으로는 단순하고 일상적인 것들과 소원해진 미술을 더 폭넓고 더 민주적인 미술개념을 향한 지향적 자세를 취하도록 추동시키지 못한다는 반성이기도 하다. ● 얼핏 서호미술관의 『인식의 전환 : in and out』 기획전시에 초대된 열 한명의 작가들도 미술에서 언어학적 패러다임을 적용한 '텍스트로서의 작품'에 집중하고 있으며, 또 일상의 영역과 유리된 미술관에서 이루어지는 시각적 언어의 소통과정을 미적 경험의 특수한 경로로 강조한다는 인상을 받을 수도 있겠다. 아마도 작품 형태가 작품의 내재적 속성, 또는 존재론적 특수성이 그대로 작품 내용 자체로 부각될 수 있도록 매체적 성격을 강하게 드러내기 때문이거나(특히 유봉상과 조환의 경우), 동일한 관습적 코드(기표와 기의를 서로 배열하는 규칙)를 사용함으로써 이러한 코드를 사용하여 메시지를 교환하는 기호과정의 구성원이 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특히 강인구, 강선구, 차종례의 경우). 그러나 미술작품을 객체나 성질로 보지 않고, 미술작업을 시각적 재현에 국한시키지 않고, 미술의 관점을 인간 활동의 고유한 방식인 제작행위 자체로 이동해 보면, 개별적인 차이는 있더라도 열한명의 작가들 모두 '언어 내적 존재로서의 인간'에 대한 관심보다는, '생태계 내적 존재'로서의 인간에 대한 관심에 기초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만나게 된다.

안경수_On Ground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73×91cm_2013

2. '생태론적 전환Ecological Turn'은 '언어학적 전환'과 더불어 20세기 중반 이후 인문·사회이론 전반에 걸친 패러다임 전환을 가져오고 있는데, 특히 이론적인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실천적인 차원으로 폭넓게 확산되어 현재진행형의 상태에서 활발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1960년대부터 환경오염(수질오염, 대기오염, 토양오염 등)과 자원 고갈, 기후변화(지구온난화와 사막화, 오존층 파괴)와 생물다양성 감소 같은 자연환경문제를 지구라는 하나의 '생태계ecosystem'가 처해있는 심각한 위기의 징후들로, 또는 '오래되고 더디게 진행되는 유전적 진화와 초고속으로 진행되는 문화적 진화 간의 분열'에서 발생하는 '생태적 불균형'(Edward Wilson)으로 인식하게 되면서 기존의 지배적 인간 문화에 대한 비판과 성찰이 강하게 대두되었다.

유봉상_CATH20140404_나무에 아크릴채색, 못_100×150cm_2014

생태학이 메타이론으로 확장되면서 등장한 '생태계'라는 개념은 인간을 '생태계 내적 존재'로서 규정하면서,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서, 사회 구조에서, 그리고 개개인의 일상생활에서 '생태론적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요구한다. 생태론적 패러다임에 따르면 지구의 모든 생명체와 비생명체는 서로 '연관'과 '순환'의 체계를 이루면서 '생태계'라는 하나의 '복잡계complex system'를 구성한다. 인간이든, 곤충이든, 돌이든, 꽃이나 나무이든 모두가 생태계 내에서 공진화하는 존재들이며 인간 종도 예외가 아니다. 인간은 생태계 외부(out)에 존재하면서 이 체계를 자신의 의지대로 통제·조정하면서 일방적 지배를 행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생태계 내부(in)에서 체계의 복잡성 원리에 따라 한계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근대 사회를 지탱해 온 인간의 자연 지배를 정당화하는 도구적 자연관이나 인간중심주의적 가치관의 단순성이 이면의 복잡성을 숨겨 왔으며, 단순성에 바탕한 지배적 합리성의 선형적 증가가 생태 위기의 심각한 문제와 직면케 했다는 것이다. 위험한 상황의 개선을 위한 노력은 인식의 전환과 직결된다. 생태론적 인식의 전환은 생태학의 개념틀이나 지식틀이 풍부한 관점의 확장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자연생태, 인간생태, 사회생태, 문화생태의 층위에서 그리고 각 층위들을 가로지르면서 이론적 토대(개념)를 세우는 것과 다양한 방식의 실천적 통로(실제)를 마련하는 것이 대립적이지 않다.

유정현_Urban Plant-오르는 식물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00×180cm_2011

생태론적 인식과 결합한 미술은 균형 잃은 과도한 언어 중심적 미술이 -너무 많은 미술가들이 예술과 삶의 경계를 파괴하면서까지 언어화의 기회가 되는 작품제작에 몰두하고, 의미와 사용의 맥락이 배제된 재료의 과잉 해석과 타인이 배제된 개인적 진술에 익숙해지고 있다- 가리거나, 왜곡하거나, 위축시키거나, 지워 온 인간의 영원한 욕구, 열망, 제약 조건, 한계, 성취에 관심을 기울인다. 생태론적 인식은 한편으로는 인간의 한계 능력을 수용하고자 하고(죽음, 소멸에 대한 인식), 다른 한편으로는 어떤 존재도 결코 홀로 살아갈 수 없는 공동의 세계에 대한 이해와 공동감을 고양시키고자 하기(삶, 생성에 대한 인식) 때문에, 우리는 생태론적 인식과 결합한 미술에서 한편으로는 겸손과 절제의 윤리적 측면이, 다른 한편으로는 삶을 가꾸고 키워가는 미적 능력 또는 자기조직 능력의 측면이 작품의 이중구조를 이루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런 까닭에 생태론적 인식과 결합한 미술작업에서 중요한 모티브가 되는 것은 자연적 원천이다. 이는 생명활동과 분리되지 않은 타고난 소질이다. 의도적이고, 고안되고, 인간적으로 부과된 것을 끌어들여 인생관을 보다 체계적으로 만드는 능력과 대비된다.

조환_Untitled_스틸, 폴리우레탄_103×263×10cm_2012

닫힌 주체 개념과 본질적으로 다른, 주체 개념을 열린 체계 속에서 보여주면서 존재-존재자-현존재의 관계를 시간과 더불어 떠올리게 한 강인구, 부분들의 계량적인 합이 곧 전체가 될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서 기계론적이고 환원주의적 인식에 대한 비판에서 출발하여 부분과 전체 사이의 유기체적 관계를 다룬 이길래, 생태론적 상상력을 가동시키면 생활세계의 곡식 낱알들은 하나의 메타포가 되어 동시에 생활세계 바깥, 시간에서 뿐만 아니라 공간에서도 매우 멀리 떨어져 존재할 수 있는 다른 것(일테면 섬, 영토)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정정엽, 물질적, 물리적인 자연 세계를 벗어나 심리적이고 정신적인 과정의 세계로 들어감으로써 세계를 좀 더 심층적 생태론적으로 보여주는 양태근과 차종례, 생태적 불균형의 현실을 자연과 문화 간의 분리의식, 또는 자연적인 것이 문화적인 것에 종속되어 있는 관계로 은유한 강선구, 자연의 자동제작(autopoesis)이라는 자연과학 이론과 무작위적인 자연 스스로의 원리를 지칭한 노자적 자연 개념을 결합시켜 생명의 역동성을 보여주는 안경수, 원본에 대한 모사적 관계를 전제로 한 이미지, 서사적 재현에 머물고 있는 이미지를 벗어나 개념과 지성의 작용이 개입되지 않는 비담론적 이미지로서의 형상을 제시함으로써 관람자들에게 감각을 경험하게 한 유봉상과 조환, 압도를 통해 감관의 척도를 능가하는 어떤 탁월함, 낯설음, 기이함을 감지케 함으로써 인간 존재의 유한성을 넘어서 또 다른 생명(삶)에 대한 느낌과 예감을 건네는 유정현, 간접적으로 삶을 촉진하는 감정을 건네는 유정현과 달리 감성의 도야를 통해 감성 자체의 승화를 꾀하면서 직접적으로 생명감을 고양시키는 송은주. ● 위 열 한명의 작가들로 이루어진 『인식의 전환 : in and out』 기획전시는 어떻게 미술과 삶을 생태적 관점에서 보다 광범위한 의미로 이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면서, 우리들과 작가와 미술작업이 자연과 연속선상에 있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 임정희

Vol.20150814h | In & Out - 인식의 변환 2부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