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MMING POOL

이진명展 / LEEJINMYEONG / 李珍明 / painting   2015_0821 ▶︎ 2015_0903

이진명_Swimming Pool_캔버스에 유채_45.5×53cm_2015

초대일시 / 2015_0821_금요일_06:00pm

관람시간 / 12:00pm~06:00pm

갤러리 175 Gallery 175 서울 종로구 안국동 175-87번지 안국빌딩 B1 Tel. +82.2.720.9282 blog.naver.com/175gallery

좋은 것은 겉으로 드러난다. 강남의 높은 빌딩 거리에 가면 하늘 앞에 서 있는 건물들의 위용에 눈이 부실 지경이다. 하지만 사람의 눈은 한계가 있다. 아무리 가까이에 있어도 무언가에 가려지면 보지 못한다. 그 높다란 건물들이 강렬히 빛나는 동안, 뒤에는 태양빛을 받지 못하고 하늘 대신 벽을 바라보는 낮은 건물들이 빼곡하다. 어찌 보면 조용하고 평화로운 풍경이다. 모두가 똑같은 관심을 받지 못해도 각자 나름의 삶에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는 탓이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 지구의 곳곳은 마치 자연의 순리라도 되는 듯 점점 더 진한 색의 겉면과 이면으로 채워지고 있다. 그리고 수 많은 진실들이 가려지고 왜곡된다. 도시에서 값 싼 청바지가 팔릴 때, 그 옷이 만들어지기까지 소요됐던 누군가의 희생과 망가진 자연은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있다. 따듯한 털 옷을 위해 어떠한 생명은 처참히 찢겨졌을지도 모른다. ● 하지만 사람들은 당장의 따듯함과 화려함, 편안함 등이 주는 유혹을 쉽사리 떨치지 못한다. 인간의 욕망은 먼 곳을 바라보지 못하고, 눈 앞의 좋은 것에 쉽게 마음을 내주고 마는 것이다. 그런 인간의 심리를 잘 아는 매체들은 현실성 없는 사진과 과연 진실인지 알 수 없는 유명인들의 인터뷰를 싣는다. 그것들은 너무 쉽게 감탄을 자아내고, 감탄은 선망, 그리고 욕망으로 이어진다. 실재하는 삶의 감정들 속에서 완벽한 행복이란 이상일 뿐인데, 사진 속 사람들과 화려한 공간들, 아름다운 자연은 이상하게도 완벽하다.

이진명_몰디브-에메랄드빛 파라다이스_캔버스에 유채_112.2×145cm_2013

이진명 작가의 허구적 세계는 이 지점에서 문을 연다. 인간의 얇은 감각으로 인지하지 못한 채 스쳐 지나고, 일상에 머물러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이지 않는 이면의 것들을 드러내는 것이다. 매끄러운 종이 위에 얄팍하게 놓인 사진과 글은 연출되고 편집된 한 순간일 뿐이다. 실상 또한 그처럼 매끄럽기만 할 리 없지만 눈에 보이지 않기에 의도된 사진보다도 비현실적이다. 작가는 무엇보다도 진실될지 모르나 상상 속에 존재할 수 밖에 없는 그 공간을 시각화 한다. 현실과는 다른 형태로, 논리보다는 감성으로 화면 위에 형상을 채운다. 오래 걸리는 작업이다. 마치 무의식의 세계가 의식의 공간보다 무한하듯, 시각이 인지할 수 없는 이면의 공간을 감성에 담아 조금씩 무한히 확장 시킨다. 시작은 있으나 끝은 알 수 없고, 이미 채워진 부분조차 또 다른 무엇으로 가려질 수 있는 불확정적인 것의 반복이다. 이렇게 불분명한 작가의 표현 방식은 불확실한 무언가를 오히려 진솔하게 담아낸다. ● 이 과정에서 흘러나오는 큰 줄기의 감정은 불안이다. 푸르스름한 공포, 초록 빛 그로테스크가 작품 전반을 휘감았다. 경험에 의한 논리로는 연결되지 않는 상황, 어긋난 공간을 채울 정보의 부재가 필연적으로 불안감을 일으켰을 것이다. 그 불분명한 상황에서 작가는 혼란스럽고 어두운 이미지의 근원을 제목에 명시했다. 신혼여행지로 유명한 몰디브와 발리, 누구나 한 번쯤은 사진으로 본 적 있을 법한 휴양지다. 찬란한 해변, 최고급 호텔과 멋진 요리는 모두를 꿈꾸게 하는 지상 낙원 그 자체인 듯하다. 바로 그 낙원이 작가의 화면에서는 공포감으로 휩싸였다. 공포의 궁극적인 근원은 죽음임을 아는 듯, 죽음을 연상케 하는 이미지들이 캔버스 곳곳을 지배한다. 하지만 끝까지 작품의 제목은 '몰디브'고, '발리'이다. 무언가 굉장히 뒤틀려 있다.

이진명_발리-신의 축복을 받아 평온한 지상낙원_캔버스에 유채_97×162cm_2013

이 모든 표현의 근본적인 전제는 작가는 주는 대로 받아들이는 수동적인 독자가 아니라는 데에 있다. 직접적인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접하는 이미지는 가보지 못한 세계의 전부를 대변하게 된다. 하지만 그렇게 진실이 왜곡될 위험의 순간에서 작가는 의심하기 시작했다. 과연 그 곳은 정말 아름답기만 할까? 궁극의 행복이 있을 것 같은 곳의 이면에 다른 무엇이 있지는 않을까? 그에 대한 대답은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고통 받는 노동자의 삶에서도, 폐기물로 신음하는 바다에서도, 행복을 꿈꿨던 신혼부부가 맞이하는 현실에서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 그 곳으로 향했지만 미처 도착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야 했던 이들도 있다. 무엇이 되었든, 겉으로 화려할수록 이면의 그늘은 어둡기 마련임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막연히 알고 있다. 그래서 많은 관객들이 작가의 감정에 공감하게 되는 것이다. ● 현대인의 하루의 시작과 끝이 되어버린 SNS에도 행복해 보이는 사진들이 가득하다. 여행이라는 키워드 아래선 특히 강도가 세진다. 호화로운 배경의 사진을 잔뜩 펼쳐놓고 면세점에서 산 기념품과 명품들까지, 마치 여행 자체가 행복의 다른 이름인 것처럼 보일만한 기제들이 사진 위에 널린다. 사진 속 사람들은 의무라도 되는 듯 웃고 있고, 당연한 듯 지어낸 그 웃음을 보는 타자들은 진심의 여부를 구분하기 힘들다. 그 장면이 한 순간에 불과함은 그리 중요치 않다. 시각이라는 자극이 너무 강할 뿐 아니라, 좋은걸 굳이 나쁘게 보기엔 세상이 너무 바쁘다.

이진명_향수-죽음을 부르는 치명적인 향기_캔버스에 유채_181.8×227.3cm_2014

확실한 것은, 사진은 쉽게 사람을 속이고 진실을 가리는 강한 힘을 가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힘을 대중 매체들은 매우 효과적으로 이용한다. 화려한 것들을 보여주고 시각적으로 사정 없이 자극하며 환상을 부추기는 것이다. 결국 현대의 도시인들은 끊임없이 소비한다. 좀처럼 만족이라고는 없는 듯, 소비는 또 다른 소비를 부른다. 사람들은 점점 더 그 소비의 행위로 자신의 정체성을 대신하고, 타인에게 포장된 모습을 보이고, 만족감을 얻는다. 동시에 상대적으로 그러지 못한 사람은 박탈감이라는 지극히 도시적인 불편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 이런 일련의 현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면 좋으련만 커다란 우물 속의 한 구성원으로서 온전히 벗어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이진명 작가의 작업은 그 안에서 최대한 한 발짝 물러나 스스로를 자유롭게 하고, 더 멀리, 깊이 보려는 시도이다. 유명인들의 사진이 욕망을 자극하듯, 이미지 속 세상과 경험하는 현실의 거리에서 오는 불편함이 작가로 하여금 붓을 움직이게 했을지도 모른다. 어찌되었든 이진명 작가는 진실을 감춘 이미지로부터 가려진 세계를 수면 위로 끌어내며 정신없이 돌아가는 사회의 이면을 성찰하였다. 반짝이는 얕은 물은 즐거운 놀이터지만, 사람의 키를 넘어가는 순간 위험해진다. 우리의 일상 또한 한 끗 차이로 발이 닿지 않는 곳에 어둠이 도사리고 있음을 작가의 눈은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그 공간은 깊은 바다처럼 어둡고 무한하다. 바다는 멀리서 바라보면 환상적이지만, 그 속은 너무 차갑다. ■ 김여명

이진명_Hallucinogenic bathroom_캔버스에 유채_162.2×130.3cm_2013

Good things are superficially evident. If one visits a skyscraper-lined street in Gangnam, he or she will witness the radiant majesty of high-rise buildings standing in front of the sky. While those tall buildings fiercely shine, densely packed together behind them are smaller buildings forgoing the privilege of sunlight while staring into walls blocking their view of the sky. It is, in a way, quiet and peaceful scenery. It is because all are living while adjusting to their own lives, despite disparities in enjoyed attention. However, amidst such, various places in our world are becoming filled with progressively more saturated hues of dualities involving external appearances, as if such were a law of nature. Innumerable truths then become hidden and misrepresented. When a bargain-priced pair of jeans is sold in the city, the sacrifices of workers and nature that were involved in their manufacture are placed a step behind where they belong. Some living creatures may have been tragically killed for the purpose of warm, fur coats. ● However, human beings struggle to escape from the lure of immediate warmth, fanciness and comfort. Human desire is myopic, and tends to easily give in to appealing matter at hand. The media, savvy regarding such human psychology, publish unrealistic photographs and unfounded celebrity interviews. They inspire awe with excessive ease, and the awe leads to admiration, which then leads to greed. Perfect happiness amongst life's actual emotions is merely an ideal, but the people, elaborate spaces and beautiful nature in the photographs are strangely perfect indeed. ● The artist, Lee Jin Myeong's fictional world opens its doors at this point. It reveals invisible elements of daily life people pass by without noticing due to their thin senses. The photographs and text shallowly placed on smooth paper is but a moment produced and edited. The actual subject matter could hardly be so smooth, but it is also true that the represented are even less realistic than the intentional photographs due to their invisibility. Lee Jin Myeong materially visualizes the space which may be truer than anything else, but must remain in our imaginations. He fills her picture frames with forms diverging from reality, more aligned with sensibilities than logic. This involves a time-consuming process. Just as if the subconscious world were more boundless than conscious spaces, the artist positions visually imperceptible spaces in sensibilities to gradually expand them infinitely. It is a repetition of the uncertain, where despite there being a beginning, no end is in sight, and parts already filled in, too may become hidden behind some other things. The artist's method of expression, unclear as such, actually holds something uncertain rather honestly. ● The main emotion flowing out from this process is anxiety. A bluish sense of fear and green grotesque circulate around the works in general. The absence of information to account for situations nonconforming to empirical reasoning and divergent spaces would have inevitably aroused the anxiety. In such an uncertain situation, the artist has stated the source of these chaotic and dark images in her works' titles. The Maldives and Bali, famous honeymoon destinations, host vacation resorts anyone would have seen at least once through photographs. The resplendent beaches, top-level hotels and gourmet foods make these places resemble our dream paradises. These very paradises are surrounded by a sense of trepidation in Lee Jin Myeong's canvases. Perhaps in the artist's awareness of death being the ultimate source of all fears, imagery suggestive of death have captured various parts of Lee's paintings. However, the titles of these paintings remain, nonetheless, The Maldives and Bali. Something is very twisted here. ● The fundamental premise of all of these expressions is that the artist is not a passive reader who would accept all that is presented to him. Images accessed without direct experience tend to represent unvisited worlds in their entirety. However, in moments of risking distortions of the truth, the artist started becoming skeptical. Would these places indeed be so purely beautiful? Would there not be an alternative aspect to places where ultimate happiness appears to reside? Answers to these questions could be found in the lives of the working class enduring pains to provide the highest-quality services, the ocean groaning from waste disposal and realities confronting star-crossed newly-weds. There are even some people who started off for these locations without ever having arrived. We are empirically vaguely aware that all external magnificence comes at steep costs. This is why many viewers sympathize with the artist's sentiments. ● Even the world of Social Networking, which has become synonymous with modern life, day and night, is filled with pictures themed on happiness. This becomes more pronounced under hash tags of "travel." Photos of luxurious backgrounds are spread out, and mechanisms that may make travel itself seem like another name for happiness, including souvenirs and luxury goods purchased at duty-free shops, abound in them. The people in the photographs smile dutifully, and few among those viewing these almost-natural smiles would be able to distinguish the real smiles from the fake ones. It is not important that these scenes are of mere moments. Not only is the stimulant of the visual too strong, but the world is also too busy to insistently frown upon something that seems, by all accounts, nice. ● What is certain is that photographs possess an awesome power to easily deceive and hide the truth. Popular media uses this power very effectively. It shows what is elaborate, visually stimulates unabashedly and incites fantasy. Ultimately, modern urbanites ceaselessly consume. As if satisfaction is far beyond the horizon, consumption breeds further consumption. People become content only upon progressively replacing their self-identities with these acts of consumption, and wearing performed appearances for others to see. At the same time, those who more or less fail to do these tend to feel the quintessentially urban sentiment of deprivation. ● To be free from such a series of phenomena would be positive, but complete escape for a member of our giant proverbial well would be nearly impossible. Lee Jin Myeong's work is the artist's best attempt to take a step back, achieve freedom and see the more far-sighted, deeper picture. Just as photographs of celebrities arouse desire, perhaps Lee picked up her paintbrush because of a discomfort stemming from a disparity between the worlds in photographs and her experienced reality. In any event, the artist, Lee Jin Myeong has reflected on the alternative aspect of a dizzyingly fast-paced society while bringing a world obscured behind the truth-hiding image to the surface. The sparkling shallow waters are fun playgrounds, but they become dangerous the moment water grows taller than a person's height. The artist's eye perceives how darkness dwells where our footsteps stop just short of reaching in our everyday lives, as well. That space is as dark and boundless as the deep sea. The ocean is fantastic when viewed from afar, but its insides are cold, far too cold. ■ Kim Yeo-myeong

Vol.20150821b | 이진명展 / LEEJINMYEONG / 李珍明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