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Love Love

고아빈展 / KOHABIN / 高雅彬 / painting   2015_0824 ▶︎ 2015_0905 / 일요일 휴관

고아빈_The Gate of Love_순지5배접, 채색_130.3×291cm_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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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빈 홈페이지_www.abinkoh.com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09:30am~06:30pm / 일요일 휴관

갤러리 이마주 GALLERY IMAZOO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20길 12 ANN TOWER B1 Tel. +82.2.557.1950 www.imazoo.com

보편적인 노래, 사랑의 일상성을 그리다 ● 사랑은 인류보편적인 감정이다.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이며, 음악, 영화, 문학, 미술 등 예술 전방위에서 표현되고 다뤄지는 창작의 원천이다. 우리는 흔히 사랑을 떠올리며 설렘 혹은 안타까움이라는 극명하게 다른, 긍정적이거나 부정적 감정의 영역을 연상하게 된다. 하지만 이 두 글자 '사랑' 은 기실 엄청나게 미세한 감정의 스펙트럼을 함축하고 있다.  ● 한국화가 고아빈이 추구해온, 작업의 근간을 이루는 주제가 바로 그 사랑이다. 작가는 그 동안 신화나 설화 속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고귀하고 신성하며 손에 잡히지 않는 사랑의 특별함을 캔버스에 옮겨왔다. 춘화의 형식을 빌려 성의 이중적 속성을 풍자하는 초기작품(혼성동자의 기원 시리즈, 2008)을 시작으로, 새로울 것 없는 사랑이라는 주제를 한국화라는 장르적 성격, 전통적 소재와 결합시켜 재구성하는 독특한 작업을 해왔다. 강렬한 색상과 구도, 작가의 실험적 시도가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고아빈_The wedding thesedays_순지5배접, 채색_91×72.7cm_2015

처용설화를 모티브로 하는 A Tale of Dragon(2008~2012) 시리즈는 전작을 바탕으로 고아빈의 스타일을 구축하는 기반이 됐다. 용의 형상과 연꽃, 백로, 청개구리 등 상징적 요소의 은유를 통해 앞선 작품들과는 상반된 표현방식을 선보이며 사랑이라는 주제를 간접적으로 담아냈다. 세밀하면서도 절제있는 필력은 작가의 노련한 경륜과 완성도를 보여주는 동시에 화면 안 꿈틀거리는 힘과 에너지가 느껴지는 장관을 구현했다. 처용설화를 통해 순수한 사랑, 질투가 아닌 관용을 경험하고 그렇게 사랑의 대범한 얼굴을 만나 본격적인 사랑의 탐구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 The Gate of Love(2013~2014) 시리즈는 사랑의 과정에서 느끼게 되는 다양한 감정을 장대한 스케일과 풍부한 화면 구성으로 흥미롭게 그려낸다. 이 작품은 Hieronymus Bosch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작품을 연상시키기도 하는데, 여기에는 천상의 세계를 상상케 하는 다른 매력이 있다. 사랑의 신비와 그 성스러운 순간을 사랑의 생성과 소멸이 순환되는 서사로 표현하며 종교화 형태로 재구성한 것이다. 작가는 이 과정에서 사랑 숭상의 비등점을 찍고 다시금 일상의 관점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The Gate of Love는 사랑의 일상성을 이야기하는 신작과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이라 볼 수 있다. 

고아빈_Everybody needs somebody #5_순지5배접, 채색_91×72.7cm_2013
고아빈_Kiss Kiss Kiss_순지5배접, 채색_91×72.7cm_2015

작가는 사랑에 대한 육체적, 정신적 판타지를 깨고 허물어가면서, 우러러 보는 사랑이 아닌 우리 곁에 있는 사랑을 발견한다. 그리고 이렇게 찾은 사랑을 일상에서 조우하는 환상의 순간으로 표현한다. 신작 시리즈는 형식적인 면에서 고전 명작을 패러디한 작업이라 할 수 있다. 특정 명화를 배경으로 설정하면서 명화가 가지고 있는 상징적 요소를 차용하거나 대체하며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Gustav Klimt 구스타프 클림트의 'The Kiss 키스(1907~1908)', Jan Van Eyck 얀 반 에이크의'The Arnolfini Portrait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1434)', John Everett Millais 존 에버렛 밀레이스의'Ophelia 오필리아(1852)' 등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명작 속에 주인공 남녀가 등장한다. 내용적인 면에서는 아담과 이브의 시작하는 사랑 (Adam with Eve, 2014), 키스하는 연인의 모습에서 느끼는 사랑의 절정(Kiss Kiss Kiss, 2015), 연인들이 보내는 평온한 한 때 (Happy Afternoon, 2014), 실연의 상처를 보듬는 여인의 애틋함(Ophelia's Bathtub, 2015) 등 삶에서 겪게 되는 사랑의 단상을 담고 있다.  ● 작가는 명화라는 가장 이상적인 배경 안에 지속적으로 '열매'를 그려 넣으며 사랑의 순수성을 흩뿌려놓는다. 하지만 이렇게 특별한 순간을 누리는 평범한 연인의 모습, 그리고 그들의 순수한 사랑은 아이러니하게도 현실 속에서 점점 찾아보기 힘든 사랑의 가치가 됐다. 사랑의 서약을 그린 The Wedding These days(2015)에서는 현실과 이상의 온도 차이, 냉정과 열정 사이에 놓인 사랑의 순수성을 중의적으로 표현하며 그 괴리감을 부각시킨다. 비현실적 풍경 안에 담긴 일상의 판타지를 통해 소소한 사랑이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 것인지 역설적으로 풍자하고 있는 것이다. 

고아빈_Adam with Eve_순지5배접, 채색_72.7×91cm_2014
고아빈_Everybody needs somebody #1_순지5배접, 채색_91×72.7cm_2013

누군가에게는 거대한 산과 같았던 사랑이, 청춘의 언덕을 넘어서면서 저 멀리 높은 산만이 아니라 아파트 화단에 핀 작은 꽃 한 송이에서도 찾을 수 있는 가까운 기쁨이 됐다. 작가는 개인적 삶의 시간 속에서 스스로 경험하고 느꼈던 사랑과 현실의 벽이 사랑을 바라보는 작가의 관점과 작업 방향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귀띔한다. 사소한 것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주변인들과 나누는 마음의 행복을 아는 것은 신에게 보내는 절대적인 신념과 비교할 수 없는 또 다른 종류의 사랑이자, 시간의 성숙이 가져다준 삶의 깨달음일 것이다.  ■ 이진아

Vol.20150824d | 고아빈展 / KOHABIN / 高雅彬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