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재주들

2015_0826 ▶︎ 2015_0831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김유경_김유미_김한권_김해리_나현희 류우연_송민규_이새롬_이소희_주혜수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가나아트 스페이스 GANA ART SPACE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56(관훈동 119번지) Tel. +82.2.734.1333 www.ganaartspace.com

1. 벌거벗은 선생님 ● 재주를 가진 덕에 힘들게 산다. 애당초 그의 잘못은 없다. 굳이 꼽자면 그의 붓질을 기만한 선생의 잘못이다. 지금은 그 짓을 그가 하지만, 배가 부르니 생계형 선생질에 회의가 들기 시작한다. 역시 '흔한 미술가'에게 선생의 직업윤리가 있을 리 없다. ● 폐병 없이 예술을 할 수 없던 때처럼 강박장애는 훌륭한 방호복이다. 알량함이 드러나서는 안 된다. 방어적이고 성찰이 없는 재주가 기회를 찾고 유명세를 쫓는 것은 당연하다. 자신이 흔한 미술가로 살게 된 것은 이런 현실을 외면한 이유가 크다고 생각했다. 이제 너희들은 어떻게 작업을 해야 하는지 알겠지? 그는 돌아가기로 했다. 모른 척 작업하던 때로. ● 미술가의 덕목 중 하나는 뻔뻔함이다. 낯이 두꺼워야 보잘것없는 재주가 빛이 난다. 수 없는 고민들과 작업에 대한 도의적 책임감은 스스로 눈치껏 외면해야 한다. 흔한 미술가인 그는 그렇지 않았다. 이상이라고 해봐야 별것 없지만 아마도 재주로 그것을 얻으려는 노력은 쉽게 미술가에 이르지 못할 것이다. 미술가는 지극히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그가 어떤 결심을 했는지는 모른다. 각오해라. 확실한 것은 다시 붓 마르는 시절이다.

김유경_트슴_종이에 볼펜, 수채_46×109cm_2015
김유미_너를 위해서_종이에 수채_각 30×21cm_2015
김한권_몽상_종이에 연필_30×21cm_2015
김해리_I envy you_종이에 수채_30×21cm_2015
나현희_다소니를위하여_종이에 혼합재료_49.5×32.5cm_2015

2. 작은 재주들-발터 벤야민 ● 훌륭한 작가는 자기가 생각하는 것 이상을 말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 점은 대단히 중요하다. 말한다는 것은 생각하기의 표현인 것만이 아니라 생각하기의 실현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걸어간다는 것이 어떤 목표에 도달하고자 하는 소망의 표현인 것만이 아니라 그 소망의 실현인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 실현이 어떤 종류의 건인지, 즉 그 실현이 목표에 정확하게 합당한 실현이 되는지, 아니면 탐욕스럽고 흐리멍덩하게 소망에 자신을 탕진하는지는 길을 가고 있는 자의 훈련 여부에 달려있다. 그가 자신을 절제하면서 불필요하거나 장황하거나 어슬렁거리는 동작들을 피하면 피할수록, 모든 신체의 자세는 자신에게 그만큼 더 족하게 되고, 그 신체를 더욱더 적절하게 운용하게 된다. 열악한 작가는 착상이 많이 떠올라 그 착상들 속에서 기력을 탕진해 버린다. 이것은 제대로 훈련받지 못한 열악한 달리기 선수가 사지를 맥 빠지게 움직이거나 지나치게 활발하게 움직이느라 기력을 탕진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바로 그러기 때문에 그 열악한 작가는 자기가 생각하는 바를 냉철하게 말할 줄 모른다. 재기발랄하게 훈련받은 신체가 펼치는 연기를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사유에 부여하는 것이 바로 훌륭한 작가의 재능이다. 훌륭한 작가는 결코 자신이 생각했던 것 이상을 말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가 쓰는 글은 그 자신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에만 도움을 준다. (발터벤야민 선집1. 일방통행로/사유이미지「도서출판 길」'사유이미지' 중 훌륭한 작가(227p) '작은 재주들-글을 잘 쓴다는 것'(238p))

류우연_내일의환영_디지털 프린팅, 에칭_30×40cm_2015
송민규_야심적이고 의욕적인_종이에 아크릴채색_120×130cm_2015_부분
이새롬_문득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7.5×20cm_2015
이소희_우리는꽃을심을수있는자유가있다_종이에 수채_70.5×56cm_2015
주혜수_COLOR DOT_디지털 이미지_20×20cm_2015

3. 큐브 ● 정사각의 점, 픽셀의 조합에서 시작한다. 80년대, 조악한 그래픽의 단색 잔상은 아직까지 이어진다. 그는 큐브를 모으는 사람이 되었다. 작업 하나하나를 비닐백에 넣어 담는다. 그렇게 한 조각씩 정돈되지 않은 미술가의 삶을 만들어 갔다. 생계를 위해 학생을 가르치기 시작할 때도 신뢰할 만한 선생은 아니었고 단지 수많은 작업을 가진 사람 중의 하나였다. ● 다행히 큐브의 정합성은 더디지만 명료하다. 그것이 미술가의 성공과 비례하지는 않지만 견고한 기반이 된다. 조립설명서를 제작하듯 필요한 공간을 만들고 모서리를 맞춰간다. 단순하지만 명확하게, 미처 몰랐던 것들의 체계를 세워간다. 그렇게 먹고 사는 일이, 수집가에 가까웠던 그를 입체적인 미술가로 만든다. ● '훌륭한 작가는 자기가 생각하는 것 이상을 말하지 않는다. 그의 큐브는 가장 작은 단위의 소리이자 생각이다. 꾸준하고 미련하게 해오던 작업들이 옹알이처럼 들릴 때가 있었다. 흩어지고 마는 것이 그에게는 최선이었다. 이제야 의미 없는 소리들이 음운이 되고 음절로 이어져 간다. 큐브의 조합, 그는 생각할 수 있는 것을 말하기 시작했다. ■

Vol.20150826e | 작은 재주들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