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린 시간

이진희展 / LEEJEANIE / 李眞喜 / painting   2015_0826 ▶ 2015_0913

이진희_바람결에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오일스틱_130.3×162.2cm_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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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5_0826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30am~06:30pm / 일,공휴일_11:30am~06:30pm

갤러리 도올 GALLERY DOLL 서울 종로구 삼청로 87(팔판동 27-6번지) Tel. +83.2.739.1405~6 www.gallerydoll.com

순수한 상태의 정지된 화면 ● 이진희의 작품에서 꽃잎이 반복적으로 흩날리거나 공간상으로 밀착되어 나타나는 꽃의 형상들은 구체적이면서 동시에 그렇지 않은 추상성을 지닌다. 무엇이다 라고 설명되지 않는 다소 무의적이라 볼 수 있는 이미지들은 갈수록 해체되는 양상으로 촉발적인 물감층의 조형적 요소는 실재하는 것과 실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형태를 확인하고 있다. 강렬하면서도 차분하고 정적이면서 동적인 느낌의 작품들은 하나같이 모호하며 신비감을 선사한다. 관찰되는 형상들과 그렇지 않은 다양한 물감층의 공존은 작가의 관찰된 기억과 경험이 감각화 되어 돌아오는 작용으로 경계를 오가는 작품들은 매력적이다. 초기작부터 여전한 소재인 꽃잎의 형상은 하늘과 땅으로 구별 짓는 원근법적인 묘사가 생략되고 공간으로 부유하듯 흩날리는 꽃잎은 선명함 보다 살며시 번지는 듯한 색을 만들어 아련함을 선사한다. 붓을 사용하지 않고 손가락을 문질러 완성하는 색감들은 작가가 대상을 관찰하면서 떠오르는 기억과 생각들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고자 한 행동이며 기호화 된 형상들은 이야기로 쉽게 열리지 않는다. 기억의 잔상과도 같은 내면이라 볼 수 있는 작품들은 자연의 범주 안에서 소재들을 연관시켜 내용상으로 구체적이나 내러티브적 요소가 잘 관찰되지 않는 추상의 공간을 보이고 있다. 구체성과 함께 점과 선, 자유로운 물감층이 돋보이는 조형적 요소는 작가의 의도 보다 즉물성에 가까운 상황으로 한 순간에 정지 된 듯한 화면이 찰나적 인상을 남긴다.

이진희_잠시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오일스틱_80.3×100cm_2015
이진희_당신의 기억을 위하여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오일스틱_80.3×100cm_2015

동양화를 전공한 작가에게 특히나 동시대 범주로 처해 있는 주체자로서 자연이란 어떤 존재인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경계 영역이 공존 한다는 생각으로 다양한 것들이 범람하는 시대 안에서 단순히 외형으로 정의 내리기엔 쉽지 않다. 낯익음으로 외형이 주는 명확함이 있으나 동시에 그 안은 고정되지 않는 끊임없이 흐르는 거대한 생명 순환의 매개체 임을 작가는 인식 해야 하고 자신 또한 그 안에 일부임을 확인하는 자리로 대상과 마주해야 한다. 동양에서 말하는 물아일체物我一體의 마음으로 생명의 기운을 느껴 체험화 되고 기억하는 행위로서 형이상학적인 작품들은 작가의 본능적 감성으로 충실히 이행되는 것들이다. 실재 대상을 어떻게 표현하는가로 형성되는 비가시적 공간에서 가시적 공간으로 이행되는 재현의 풍경화, 정물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려는 전제하에 무엇을 확인하려는 시도가 분명했다. 참과 거짓을 구별하고 방법을 구현해 정의 내리는데 목적을 이루는 방식은 관찰과 기억을 반복하며 지속적인 관점에서 대상을 어떻게 명확하게 표현하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그러나 동시대의 재현은 문화 사회 전반에 걸친 성향이 거대해 지고 다양화 되면서 개인, 주체자로서 작가 또한 동시대 안에 일부임을 확인하는 자리로 작품의 표현방법 역시 다양화 되고 모호해 지는 양상이다. 동양은 참과 거짓에 구별이 없었다. 관찰되는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가 은유의 대상들로 비 실재하는 관념적 시선이 자리한다. 도교나 유교의 사상이 학습화 되고 기억이 되어 표현되는 산수화로서 자연은 그 자체로 다양한 시점이 공존하는 자리였다. 내면을 가다듬고 평면화 된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형태들은 격물치지格物致知에 입각하는 대상의 본질 찾기와 유사하다.

이진희_반짝반짝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오일스틱_97×130.3cm_2015
이진희_일어나고 스러지는 것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오일스틱_130.3×194cm_2015
이진희_별들과 물결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오일스틱_97×145.5cm_2015

작가는 이러한 동서양의 경계 지점에서 자연을 대하고 있으며 특히나 꽃은 생명력을 느끼는 작용으로 그 무엇이 되어 돌아오는 운기雲氣로서 기운생동氣韻生動의 한 장치이다. 또한 평면화 된 공간의 무한 소재 이고 조형적 장치로서 적용된다. 일련의 전개 과정 보다 화면 안 구성 방법이 선택 사항으로 귀결되는 대상들은 그래서 쉽게 이야기로 설명되지 않는 연출로 작가에게 창작의 모티브로 작용된다. 소재로서 자연이 작가의 생각으로 변화 되어 형성되는 표현 점과 선, 부유하듯 살며시 번지는 물감층의 장면들이란 찰나적 인상으로 오랜 시간 자연을 관찰한 결과이다. 그곳을 감각으로 느끼고 기억하는 오랜 시간을 확인하는 순간으로. 형상을 간략화 하고 내면의 표출로 생명의 운동감을 표현한 프란시스 베이컨 회화와도 닮았으며 회화의 흔적이 은은하게 조형을 띠고 있는 에바헤세의 작품과도 유사하다. 장자의 무위자연無爲自然 처럼 어떠한 것으로 정의 되지 않고 스스로 형성되는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는 자연적 감성으로 회화를 완성 시킨다. 내러티브의 사건을 특정화 하지 않는 작품들은 작가 자신 또한 그의 일부로 나아가 현재의 삶에서 고정화 되지 않는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려는 노력이기도 하다. 작품들은 회화에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경계에서 대상을 관찰하고 작품을 완성한다. 의식화 된 표현으로 공간에 결과물은 기억과 감성으로 그 무엇이 되어 돌아오는 찰나이고 지속되는 시간과 함께 순수성을 갖는다. 시공간적 흐름에서 정지된 듯한 화면으로 당연히 유동적이다. ■ 신희원

Vol.20150826h | 이진희展 / LEEJEANIE / 李眞喜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