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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진展 / KIMEUNJIN / 金銀鎭 / painting   2015_0827 ▶︎ 2015_0906 / 월요일 휴관

김은진_냉장고 The refrigerator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45×560cm_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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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진 홈페이지_www.kimeunjin.kr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금호미술관 KUMHO MUSEUM OF ART 서울 종로구 삼청로 18(사간동 78번지) Tel. +82.2.720.5114 www.kumhomuseum.com

김은진 작가의 작업실을 방문한 몇 시간 동안 나는 그에게서 '죽음'에 대한 방대한 양의 생각을 듣게 되었다. 작가는 죽음에 대하여 집요하리만치 들여다보고, 상상하고, 떠올리며 자신의 화면을 채워나가고 있었다. 작가가 경험한 죽음에 대한 이야기 중 하나는 어머니에 대한 것이었다. 워낙 친했던 모녀사이였기 때문에 어머니가 암 선고를 받았을 때 받은 충격이 몹시 컸던 것은 물론이오, 작가는 스스로의 삶을 어떻게 지탱해 나갈 것인지가 막막할 정도로 큰 상실감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이는 곧 살아남은 자의 삶에 대한 혐오와 의문, 그리고 호기심 등으로 이어지는데 이러한 계기로 타인들의 삶을 관찰하는 계기가 되었던 듯하다. 그리하여 현재 살아있는 자들의 삶을 지탱해 나가는 모습, 즉 먹고 자는 아주 원초적인 모습에서부터 개인의 삶을 형성하는 수많은 활동들까지 이 모든 것조차 죽음과 연관한 -죽음을 피하기 위한- 행위로 읽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김은진은 삶과 죽음의 기억을 재생하는 이미지들이 뒤얽히면서 수많은 상징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바라보는 관객을 향해 현재의 삶에 대하여 묻는다.

김은진_냉장고 The refrigerator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45×560cm_2012_부분
김은진_냉장고 The refrigerator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45×560cm_2012_부분

「냉장고」 화면의 배경은 언뜻 어떤 마을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내장과 배설물로 뒤덮인 폐쇄된 공간처럼 보이기도 하다. 그 속에는 살육하고, 뒹굴고, 배설하고, 전쟁하고, 잔치를 벌이는 절단된, 헐벗은, 폭력적인, 잔혹한 모양새의 사람들 혹은 절단된 신체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는 냉장고 냄새가 역겹다고 얘기했다. 냉장고 속에 뒤얽힌 음식물들은 사람의 몸을 지탱하는 양분들이고 이를 먹고 내 몸을 유지하겠다는 욕망의 창고로서 비추어지자 그에게는 역겨움의 대상이 되었다.

김은진_6:40pm_캔버스에 유채_130×193cm_2013
김은진_8:27am_캔버스에 유채_130×193cm_2013
김은진_celebrate now!_캔버스에 유채_112×146cm_2014
김은진_의자 The chair_캔버스에 유채_130×193cm_2013

작품 「의자」에서 작가는 탑골 공원에 놀러 나온 노인 한분을 섭외하여 모델로 삼았다. 노인이 앉아있는 방의 벽면에는 검은 비닐봉지들이 걸려있는데, 이 검은 비닐봉지는 작가의 작업 속에서 종종 발견할 수 있는 상징적인 오브제이다. 이 작업을 지배하고 있는 색채인 검정색은 작가의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 돌아가게 하는데 이 기억이 사실 죽음이라는 개념을 정면에서 맞닥뜨린 최초의 트라우마가 되고 있다. 시골 할머니 댁으로 놀러갔을 때 작가가 산 속에서 목격한 것은 동네 아저씨들이 개를 잡는 장면이었다. 그들은 멍석에 말아서 죽도록 때린 개를 매달아 통째로 불에 구웠다. 까만 잿 덩이처럼 변한 개의 모습이 딱딱한 검은 바위 같다는 느낌을 받았을 찰라, 그들 중 한명이 그 일부를 도려내었을 때 보인 선홍빛의 속살은 어린 작가의 뇌리에 두고두고 남게 되었던 것이다.

김은진_the nap_캔버스에 유채_117×180cm_2014
김은진_내려 오는 길 On their way down_캔버스에 유채_118×90cm_2014
김은진_내려 오는 길 On their way down_종이에 채색_130×90cm_2015

정겨웠던 시골 풍경 속 바위들이 왠지 동물의 시체를 떠올리게 한 이 기묘한 경험의 충격에서 채 벗어나기도 전에 그는 할머니 댁으로 돌아와 손녀인 자신을 위해 준비하고 있던 보신탕의 날 재료를 그대로 마주치게 된다. 그것은 마당에서 놀고 있던 개였으며, 토막 낸 몸의 순서가 뒤바뀐 채 마루 위 바구니에 담겨져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기억은 어머니의 죽음을 기화로 그림 속에서 재생되어 오고 있었다. 그림의 곳곳에 등장하는 신체의 절단된 이미지를 비롯하여 검은 물체들 사이로 벌겋게 드러나는 선홍색 속살은 검은 죽음과 붉은 생명의 이중적인 상징기호처럼 여러 작품 속에서 드러난다. ■ 김인선

Vol.20150827b | 김은진展 / KIMEUNJIN / 金銀鎭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