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혐오감

이은경展 / LEEEUNKYONG / 李恩慶 / painting   2015_0828 ▶︎ 2015_0913 / 월~목요일 휴관

이은경_자위_아사천에 유채_116.8×91cm_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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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한국예술문화위원회 주최,기획 / 할아텍

관람시간 / 11:00am~05:00pm / 월~목요일 휴관

갤러리 소밥 GALLERY SOBAB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용담리 69번지 Tel. +82.31.774.4147 facebook.com/GALLERYSOBAB

유년기의 익숙한 혐오감 ● 개인의 소외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가 이은경은 냉소와 자위(自慰)의 이중적인 시선으로 인간 관계를 사적인 영역으로 끌어온다. 그녀의 작업 전반은 전통적인 구상 회화의 맥락에서 볼 수 있는 재현적인 인물 형태와는 구별되는, 왜곡되고 상징적인 신체 이미지의 석판 작업이 주를 이루어왔다. 작가는 그 동안 엇갈리는 위로법에 의해 인간 관계에서 나타난 소통의 부재로 깊어지는 개인의 소외에 대해 불특정한 다수를 그려왔다면, 개인전 『익숙한 혐오감』은 2014년부터 제작된 자화상들로 구성된다.

이은경_2015지옥실_아사천에 유채_53×45cm_2015
이은경_141030일기장_종이에 유채_50×35cm_2014

이은경은 러시아에서 당시 집단에 '유일한' 이방인으로서 약자와 강자의 위치를 경험하는 유년기를 보냈다. 당시 경계를 받지 않고 무리에 어울리는 개인이 되기 위한 어린아이의 '살아남기 전략'은 친절하고 웃어야 하며 상대방을 맞춰 나가야 하는 감정노동이 수반되었다. 그러나 끊임없이 노력해야만 조금씩 얻을 수 있었던 신뢰는 마치 주홍글씨처럼 다시 무너져 내리곤 하였다. 집단에서의 소외와 순수한 어린아이들의 잔인한 괴롭힘을 겪은 시기는 비록 길지는 않았지만 그것이 적지않은 성장통의 일부로 뿌리깊게 자리잡았다. 작가가 겪은 독특한 유년기의 트라우마는 20대에 한국에 귀국하면서 개인 이기주의와 집단주의를 다시 경험하므로 지속되었다.

이은경_시지프의 포옹_아사천에 유채_116.8×91cm_2015
이은경_일요일오후_아사천에 유채_91×116.8cm_2015

한 화면에 등장하는 두 개의 자화상은 몸짓, 태도, 감정 등과 같이 하나의 언어로 읽혀질 수 있는 얼굴의 사실적인 묘사와 나머지의 투박한 표현으로 구현된다. 또한, 비례가 맞지 않은 비현실적인 신체의 왜곡은 몸으로써의 기능만 내포하는 무의미한 대상일 뿐이다. 여기에서 보는 이로 하여금 강력하게 끌어당기는 것은 자화상의 눈일 것이다. 두 자아를 담은 화면에서 한 명은 정면을 빤히 바라보지만 그 시선은 관람객의 어깨 너머를 공허하게 응시하며 다른 한 명은 바라보기를 거부한다. 이것은 마치 표면의 진실을 거부하고 불확실한 위로와 상처로 결집된 시선으로써 고정성과 강렬함이 더해져 인간의 근본적인 욕망을 조심스레 드러내는 것과 같다. 나아가, 자아가 품고 있는 또 다른 자아를 통해 슬픔, 갈망과 증오, 신뢰와 불신, 기만함과 피로, 정직과 거짓, 용서와 분노 등과 같은 모순들이 겹겹이 드러나 개인의 소외와 이중적인 자아의 내면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이처럼,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지점은 러시아 문학가, 도스토예프스키(1821-1881)가 스스로를 리얼리스트라고 언급하듯이, 표면의 진실을 그리는 사실주의가 아닌 인간이 갖고 있는 심연에 깊이 존재하는 층의 현실 너머에 접근한 것과 유사하다. 더불어, 러시아가 갖고 있는 지리 및 기후, 문화적 특징들로 인해 지역인들에게 발현되는 유사함일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기존에 완성했던 캔버스 표면을 사포로 갈아서 그 위에 새로 작업을 하는 반복적인 행위의 수행성과 그 과정에서 고통의 기억들이 누적된 시간성을 내포하는 실천적 행위는 더욱 다양한 층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이은경_충돌_아사천에 유채_45.5×45.5cm_2015
이은경_흑석동비너스_아사천에 유채_90.9×72.7cm_2015

전시 타이틀인 『익숙한 혐오감』은 작가 자신이 느끼는 스스로에 대한 애정과 증오가 오랜 시간 동안 축적되어 익숙한 형태로 자리잡았으나, 자학적인 형태로 응집된 혐오감일 수도 있으며 우리 현대인들의 공통되는 모습일지도 모른다. 보다 풍요로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에서 요구되는 집단주의 안에서 개인과 집단의 충돌과 피상적이고 단편적인 관계들은 점점 소외감과 회의감을 갖고 내면의 여러 갈래의 갈등을 하는 현대인의 자화상일 것이다. 결국, 작가 이은경은 냉소적이지만 자기위로를 통해 유연해지려는 이중적인 태도를 통해 현대인들에게 심리적으로 느슨할 수 있도록 이야기한다. ■ 추성아

Vol.20150828b | 이은경展 / LEEEUNKYONG / 李恩慶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