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gments

정정호展 / JUNGJUNGHO / 鄭正呼 / photography   2015_0829 ▶︎ 2015_1018 / 월,공휴일 휴관

정정호_Tension in Black IV_피그먼트 프린트_64×80cm_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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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호 홈페이지_www.jungjungho.com

초대일시 / 2015_0828_금요일_06:00pm

주최 / Australian Centre for Photography(ACP) 후원 / Australian Government of The Visual Arts and Craft Strategy Australia Council for the Arts_NSW Government of Trade and Investment Art

관람시간 / 10:00am~05:00pm / 일요일_12:00pm~05:00pm / 월,공휴일 휴관

호주사진센터 Australian Centre for Photography 257 Oxford Street, Paddington NSW 2021 Australia Tel. +61.2.9332.0555 www.acp.org.au

흑백의 카오스모스에 대하여 ● 우선 주목할 것은 흑과 백의 형태의 변화이다. 시원(始源)의 소리 '옴'(Ohm)을 연상시키는 날렵한 검은 점을 필두로 하여 검은 타원 형태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면서 급기야는 다소 구체적인 형태의 나무 모습으로 변한다. 정정호 사진의 전반부에서 드러나는 이 과정은 우연치 않게 혹은 공교롭게도 '도(道)'의 기본적인 움직임에 따른다. "道生一 一生二 二生三 三生萬物(도는 일을 낳고 일은 이를 낳으며 이는 삼을 낳고 삼은 만물을 낳는다)" (노자, 도덕경, 42장)

정정호_Tension in Black VII_피그먼트 프린트_40×100cm_2012

아무 것도 없는 본바탕(無)을 도(道)라 할 경우 한 개의 동심원은 一의 출현, 두 개의 동심원은 二의 생성과 확장 그리고 세 개의 동심원은 三의 출현과 확장이다. 이 三이 다양한 물리적 양상, 즉 삼라만상의 변화(物候)로 나타난 결과가 그 다음에 이어지는 나무 형태의 이미지이다. 無에서 생성된 有가 가득해지면서 이미지는 이제 검은 빛으로 가득 찬다. 여기서 반전(反轉)이 일어난다. "反者道之動(되돌아가는 것이 도의 움직임이다)"(도덕경, 40장) 黑에게 밀렸던 白의 반격이 시작된다. 黑의 영역에 서서히 白이 침투하면서 결국 전체는 白의 천지로 화한다. 이제 백색의 향연이 시작된다. 본바탕인 백의 세계로 복귀하면서 백색끼리 자아내는 선의 유희가 전면에 흐른다.

정정호_The State of All Things_피그먼트 프린트_64×240cm_2012

정정호의 이번 전시작품들은 형이상학이고 존재론적인 추상체이다. 특히 전반부의 작품들에게서 나타나는 백과 흑의 무채색의 역학관계는 無와 有의 상관관계로 읽을 수 있으며, 후반부의 작품들은 형태를 결여한 채 순전히 백과 백이 원근으로 접촉하여 구성하는 추상적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물질적으로는 강에 쌓인 눈(白)과 얼음(黑)의 대비 그리고 온통 눈으로 덮인 구릉들에서 비롯하는 희미한 선의 형상만이 시선에 들어온다. 백과 흑의 경계가 이동하며 백과 백이 만나 다양한 곡선을 이룬다. 존재계의 생성은 有와 無의 인력(引力)과 척력(斥力)에서 비롯한다는 헤겔 변증법의 테제를 끌어들이지 않더라도 생성의 현상에는 항상 '有와 無의 삼투' 즉 있음과 없음의 상호투쟁과 상호인정이 자리잡고 있으며 그 결과는 白으로 귀일(歸一)한다는 사실을 정정호의 작품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정정호_White Utterance I_피그먼트 프린트_100×130cm_2013

"있을 것인가 없을 것인가? 그것이 문제다!"라고 외치는 햄릿의 절규는 바로 경계에서 흔들리는 인간존재의 원초적 실상을 그리고 있다. 흑과 백 사이에서 '흔들리는 경계'는 혼돈(chaos)도 아니고 질서(cosmos)도 아니지만 또한 이 양자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것은 카오스 속의 코스모스를 의미하는 '카오스모스(chaosmos)'라 부를 수 있다. 경계 혹은 카오스모스가 힘의 역학관계에 의해 이동하면서 한 쪽은 삶의 방향으로 다른 한 쪽은 죽음의 방향으로 움직인다. 정정호의 작품에서 이는 白과 黑의 상호침투와 역학관계에 따른 형태상의 불균형으로 나타난다.

정정호_White Utterance IV_피그먼트 프린트_100×130cm_2013

그런데 작품에 나타난 '白'과 '黑'의 해석이 문제가 된다. 흰색은 칸딘스키에 따르면 "가능성으로 찬 침묵으로서, 시작하기 전의 無이며 태어나기 전의 無"인데 반해, 검은색은 "가능성이 없는 無이며, 미래와 희망이 없는 영원한 침묵"이다. 흰색과 검은색에 대한 이러한 설명은 정정호의 작품에 대한 앞의 해석과 거의 일치한다. 無로서의 흰색은 생명과 형태의 무정형적인 근원이고 無로서의 검은색은 형태 지어진 것으로서 소멸을 향해 나아간다. 요컨대 흰색에는 무한이, 검은색에는 유한이 상응하면서 白에서 黑을 거쳐 白으로 복귀하는 과정은 白 안에서의 黑의 운명을 그린다는 점에서 작품 전체를 존재적인 선후(先後)관계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정정호_Ice Chaosmos II_피그먼트 프린트_73×100cm_2014

하지만 흑과 백의 선후관계를 다른 시각에서 파악할 수도 있다. 黑에서 출발하여 서서히 白에 의해 침투되면서 결국 白으로 마감하는 과정이다. 앞의 해석이 동양의 도가적 세계관에 입각해 있다면 지금의 해석은 서양의 기독교적 세계관에 입각한 해석이라 할 수 있다. 성서 창세기 1장의 '혼돈'과 '흑암'은 無, 즉 黑으로서 하나님의 말씀인 빛(白)에 의해 축출되는 부정적인 것이다. 다시 말하면 黑은 시초의 혼돈(어둠)일 뿐 생명의 출처가 아니며 白은 빛과 연관되어 시초의 黑을 부정하여 생명을 낳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두 경우 모두 白이 생명의 원천이라는 점에서는 같으나 존재의 시원을 白으로 볼 것인지 黑으로 볼 것인지는 어떤 세계관으로 접근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정정호는 과연 어떤 관점에서 세계의 시원을 보고자 한 것일까?

정정호_Ice Chaosmos IV_피그먼트 프린트_100×73cm_2014

전체적으로는 黑과 白의 대립적이면서 상호침투하는 경계의 긴장과 그에 따른 울림에 주목하게 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黑 안에서의 자기 균열과 白끼리의 상호관계 또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 정정호는 黑이 지닌 색채론적인 의미와 존재론적인 의미를 혼용하고 있는 듯하다. 그가 黑을 단순히 암흑과 죽음으로만 파악하고 白을 순전히 생명의 근원으로만 파악했다면, 黑에서는 사실상 움직임이 없거나 순전히 부정적인 의미체, 이를테면 악(惡)이 드러나야 한다. 그런데 그의 작품에 드러난 黑 안에서는 균열 혹은 파열(破裂)을 통한 생명의 율동이 보인다. 黑 자체가 생명의 긍정적인 가능성을 획득하는 순간 白은 수동적인 객체로 전락하여 존재론적인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정정호_Ice Chaosmos XIV_피그먼트 프린트_73×100cm_2014

白의 수동성은 전시작품 가운데 후반부 작업이 주로 눈(雪)의 백색에 의존하면서도 눈 덮인 구릉들의 희미한 경계만 드러날 뿐 눈 자체는 아무런 미동도 보이지 않는다는 데에서 알 수 있다. 여기서 정정호는 자신도 모르게 黑의 색채론적인 의미를 떠나 존재론적인 의미로 갈아타고 있다. 존재론적으로 흑색은 '속을 알 수 없는 무규정체(카오스)'로서 자체적으로 생명을 잉태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이는 현대 물리학의 블랙홀 이론이나 카오스 이론에도 부합하기 때문에 사실관계에서 틀린 것은 아니다. 다만 흑과 백을 어떤 의미에서 사용할지에 대해 숙고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다.

정정호_Junction 5928_피그먼트 프린트_18×12cm_2015

자연현상을 추상적으로 포착한 사진 앞에서 관객은 무한한 시적 상상력을 펼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번 정정호의 사진처럼 즉흥성이 강하면서도 고도의 추상성을 띤 작품의 경우, 어떻게 주관적인 해석의 여지를 줄이고 객관성을 확보할 것인지, 그리고 우연적인 사건을 얼마나 필연으로 전환시킬 것인지는 추상적인 사진작가의 숙제가 아닐 수 없다. '사진'은 다른 예술장르에 비해 외부의 우연적인 조건에 의존하는 정도가 높은 만큼 우연 속에서도 필연과 객관의 의미를 구현하는 작업은 불가피하면서도 항상 어렵다. 그런데도 정정호는 그간의 개인적인 삶의 체험과 사고를 바탕으로 자연에서 포착한 추상적인 이미지를 객관적이고 필연적인 형이상학의 형태로 승화시키는 데 중대한 일보를 내딛었다. ■ 유헌식

On the Chaosmos of Black and White ● What we above all take note of is change in black and white forms. Starting from a black agile dot reminiscent of 'ohm', the primal sound of the universe, Jung Jung-ho's work features black ovals, and finally shows concrete tree shapes. The transition in Jung's photographic work coincidently follows the basic movement of Tao, or way, or principle: "The Tao produced One; One produced Two; Two produced Three; Three produced All things." (Chapter 42, Tao Te Ching by Laozi) ● If we define Tao as nothingness, one concentric circle refers to the emergence of One; the two circles to the creation and expansion of Two; and three circles to the emergence and expansion of Three. Diverse physical aspects of the Three, that is, the results of change in all things are subsequently appearing in his tree images. As being derived from nothing becomes enriched, the imagery is filled with black. Reversal occurs here. "The movement of the Tao by contraries proceeds(反者道之動),"(Chapter 40, Tao Te Ching by Laozi). White defeated by black launches its counterattack. As white infiltrates gradually into the territory of black, the whole turns into white. From now on, the feast of white begins. Returning to the world of white, the original ground, the amusement of lines stemming from white flow throughout his scene. ● Jung's works on display at the show are metaphysical, ontological abstract forms. The dynamics between black and white monochromes in the first part can be read as the correlation between nothing and being. Works in the second part are composed of abstract images rendered through contact between white and white up close or far away. The dim lines derived from the contrast between snow(white) and ice(black) and hills capped with snow emerge. Diverse curves are formed through the movement of the border between black and white and encounters of white and white. Even if applying the theme of Hegel's dialectic: that the creation of being derives from the attractive and repulsive forces of being and nothing, Jung's work symbolically displays the fact that there is always inter-infiltration between being and nothing, mutual struggle and mutual recognition between something and nothing in creation, and the result returns to white. Hamlet's shout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 refers to the primal nature of human existence. The 'shaking border' between black and white is neither chaos nor cosmos, but the two. This thus can be called 'chaosmos'. As the border or chaosmos moves depending on the dynamics of forces, one orients to life, and the other to death. In Jung's work this appears as morphologic imbalance according to inter-infiltration and dynamics between black and white. ● Interpretation of black and white in his work is an issue. According to Wassily Kandinsky, "White is an absolute silence full of possibility. This is nothingness before inception and birth." By contrast, "Black is nothing without possibility, an eternal silence without future or hope." This description on ● black and white almost corresponds to the above interpretation of Jung's work. White as nothing is the formless source of life and form whereas black as nothing proceeds to extinction as form. As white corresponds to the infinite and black to the finite, the process of returning to white through black signifies the fate of black within white. In this respect we can understand the ontological order of his oeuvre. ● The order of black and white can be grasped from a different perspective however: a scene starts from black, and finishes with white as gradually infiltrating white. While the interpretation above is based on the Taoist world-view, this is anchored to the Christian world-view. In Genesis Chapter 1 'chaos' and 'darkness' is nothing or black as the negative ousted by light(white), Logos. That is to say, black is chaos(darkness) in the beginning and not the source of life, whereas white works as the driving force giving rise to life, denying black in connection with light. The two cases see white as the source of life, but the source of existence can be white or black depending on the world view. What perspective does Jung see within the origin of the world? ● We take note of not only tension and resonance derived from confrontation and interpenetration between black and white, but self-rupture within black and interrelation between white. Jung seems to use black's chromatological meaning mixed with its ontological meaning. If he sees black simply as darkness and death, white as the source of life, no movement appears in black or evil has to emerge from black. However, the rhythm of life is sensed in rupture within black. At the moment black secures the affirmative possibility of life, white loses its ontological meaning, deteriorating to a passive object ● White passivity appears in work of the second part reveals only the vague borders of the hills while relying on the white of snow. Jung Jung-ho unconsciously moves to black's ontological meaning from its chromatological meaning. Black has the ability of bearing new life in itself as 'an unidentified undefined object(chaos)'. This may be correct in that it corresponds to the black hole and chaos theories in modern physics. We just need to seriously consider in what context we use black and white. ● Before photographs could capture natural phenomena abstractly, viewers often used their infinite poetic imagination. Jung's photographs are highly impromptu and abstract however, the task assigned to the abstract photographer is how to attain objectivity, reducing subjective interpretation, and how to convert the casual into the inevitable. As 'photography' relies more heavily on external conditions than other art genres, it is always hard to embody the meaning of inevitability and objectivity in contingency. Jung nonetheless has taken a significant step in raising abstract images captured from nature to objective, inevitable metaphysical forms, anchored to his individual life experience and thought. ■ Yoo Heon-sik

"White is a deep, absolute silence, full of possibility. Black is nothingness without possibility, an eternal silence without hope, and corresponds with death." Concerning the Concerning the Spiritual in Art, 1912, Wassily Kandinsky ● Fragments presents a selection of different series by Korean artist Jungho Jung that revolve around the element of water. Liquid, frozen or gas, the artist has captured images that transcend literal representation to reach the poetic. While French philosopher Gaston Bachelard stated that 'more than any other element, water is a complete poetic reality', some of Jung's images could be perceived as haiku for Bachelard's Water and Dreams, An Essay on the Imagination of Matter (1942) in which the waters are animated by the imagination of the philosopher-poet. Clear, deep, violent, cold, from the surface of water with its reflective narcissism to the very depths where water flows into death, Jung's explorations have the poetical aspiration of fluid imagination. ● Articulated around a triptych, The State of All Things, Fragments also suggests that Jung's abstract visual explorations implicitly delve into Taoism, an oriental philosophy that emphasises living in harmony with the Tao. Translating as 'way', Tao denotes the natural order of things that is both the source of and the force behind every living element and object, as well as the entire universe. While the microscopic environment inside an ice cube contains the fragment of a wider universe, Jung is concerned with what exists between the interior and exterior. In this in-between space where the real infiltrates the imaginary, black and white resonate ad infinitum like two consistently opposing entities that could not, however, exist without one another. In this sense, the works Tension in Black, Black and White and White from Black seem to reference the Yin Yang, the concept of duality forming the whole, symbolising how seemingly contrary forces are actually complementary and interdependent in the natural world, and how they give rise to each other as they interrelate. ● From his wanderings into snowfields, around water dams and wonderings about his inner self, Jung's introspective practice is concerned with the tension between the visible and invisible. Through his black and white visual abstractions, Fragments alludes to this intense silence where being and absence coalesce. ■ Claire Monneraye

Vol.20150829b | 정정호展 / JUNGJUNGHO / 鄭正呼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