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장소 1 – 환영의 풍경

권혜원展 / KWONHYEWON / 權慧元 / video.installation   2015_0904 ▶︎ 2015_0923 / 월요일 휴관

권혜원_죽은 친구와 꿈 속을 거닐다_단채널 HD 비디오_00:06:22_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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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혜원 홈페이지_hyewonkwon.net

초대일시 / 2015_0904_금요일_06:00pm

낭독 퍼포먼스 / 2015_0904_금요일_06:00pm 작가와의 대화 / 2015_0908_화요일_06:00pm

기획 / 손세희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미디어극장 아이공 I-GONG Alternative Visual Culture Factory 서울 마포구 서교동 330-1번지 B1 Tel. +82.2.337.2873 www.igong.org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억을 잃어버린다는 것에 대해 두려워한다. 내가 누구인지 기억하지 못한다면 어떨까? 어떤 사람들은 추억을 만들기 위해서 위험한 도전을 마다 않기도 한다. 좋은 기억을 갖는다는 것이 왜 그렇게 중요한 걸까? 그러나 한편으로는 우리가 모든 것을 다 기억할 수 없는 것은 행복한 일이라고 한다. 언제나 기억하고 싶은 일들만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들은 흐려지고 조금씩 변하기도 한다. 우리는 이 자연스러운 기억 상실을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기억하기 위해 기록하고, 흔적을 보존하고, 반복하고, 재현하고, 기념한다.

권혜원_8명의 남자가 사는 방_뉴스단채널 HD 비디오, 스테레오_00:05:57_2010

얼마 전 길을 가다 우연히 위를 올려다봤는데 낯익은 카페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언제였더라, 마지막으로 간 게 10년도 더 된 일이지 싶다. 한동안 거기서 자주 만났던 친구의 얼굴이 떠올랐다. 저마다 그런 곳들이 있지 않을까. 평소에는 잊고 있었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장소들. 『기억의 장소 Spaces of Memory』는 시리즈의 전시를 통해 기억과 장소의 관계성을 바탕으로 기억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의미를 살펴보는 연구 프로젝트이다. 『기억의 장소』라는 제목은 프랑스의 사회과학자 피에르 노라Pierre Nora의 책 제목에서 빌려온 것으로, 이 책에서 말하는 '기억의 장소'는, 간단히 설명하자면 중요한 사건이 일어났던, 중요한 기억이 남아있는 장소들을 말한다. 이 장소는 물리적 공간뿐 아니라 아카이브, 노래, 책 등 다양한 형태를 포괄한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는 한 나라의 문화와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한 피에르 노라의 개념에 제한되지 않고 기억의 재구성, 재현, 반복, 기억과 환영, 상상의 교차, 물질성 등 기억을 둘러싼 다양한 생각들을 다루며 이러한 생각들이 미술작품 안에서 어떻게 나타났는지 탐구한다.

권혜원_8명의 남자가 사는 방_뉴스 설치 장면

그 첫 번째 전시인 '장소의 연대기'에서는 권혜원의 영상작품 세 편을 보여준다. 영상과 사운드 설치, 조각으로 구성된 시리즈의 작업 「8명의 남자가 사는 방」은 국가기록원에서 발견한 어느 흑백 뉴스 영상에서 시작되었다. 그 '뉴스 편'은 서울 영등포 근로자 합숙소의 완공을 알리는 45초짜리 뉴스 영상을 반복해서 보여주는데 1962년부터 1999년까지 있었다는 이 장소에 대한 다른 영상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작가는 신문과 잡지, 소설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기록이 부재한 기억을 더듬어 근로자들의 보금자리라는 희망의 집이 가난과 범죄자들이 사는 곳이 되어 결국 철거되기까지 36년간의 세월을 재구성한다. "우리는 과거에 대해 알거나 모를 선택권을 스스로 갖고 있는가",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작가의 질문은 의미 있다.

권혜원_8명의 남자가 사는 방_영화세트_2채널 HD 비디오, 스테레오_00:02:51_2011
권혜원_8명의 남자가 사는 방_영화세트_2채널 HD 비디오, 스테레오_00:02:51_2011

「8명의 남자가 사는 방」의 '영화세트 편'은 작가가 자료조사 과정에서 찾은 「몰락한 시민들」이라는 문학작품에 근거한다. 실제로 근로자 합숙소에서 살았던 경험을 담은 이 글은 당대의 모 유명잡지 문예 공모전 논픽션 부문에 우수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권혜원은 이 글의 내용을 바탕으로, 한 방을 쓰던 이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애조띤' 유행가를 불렀던, 근로자 합숙소의 재숙자였고 후에 문학가가 된 저자의 기억을 재현한다. 근로자 합숙소의 방을 실제로 만들어 촬영한 2채널 영상작품 '영화세트 편'은 조명과 카메라 움직임, 배경음악을 통해 마치 실제처럼 느껴지게 하는 영화적 재현과 재현된 가상의 공간을 그대로 노출한 사실적 영상을 나란히 배치한다.

권혜원_죽은 친구와 꿈 속을 거닐다_단채널 HD 비디오_00:06:22_2013
권혜원_죽은 친구와 꿈 속을 거닐다_단채널 HD 비디오_00:06:22_2013

「죽은 친구와 꿈속을 거닐다」는1939년 한 소설가가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출발한다. 소설가는 꿈속에서 죽은 친구 시인 이상을 만나 함께 경성거리를 돌아다녔다고 썼다. 권혜원에게 죽은 친구와 꿈속을 거닌다는 것은, 사물과 공간을 통해 과거의 시간들을 들여다보고자 해왔던 그의 오랜 시도를 잘 묘사하는 말이었다고 한다. 「죽은 친구와 꿈속을 거닐다」는 서울의 오래된 한옥마을 익선동을 배경으로 한 소설가의 꿈 이야기를 재현한다. 카메라는 24시간을 사람이 걷는 속도로 움직여, 마치 죽은 시인 이상과 함께 거닐 듯, 도시 개발, 요정들이 늘어선 환락가, 그리고 게스트하우스와 작은 셋방들의 공존을 목격한 고풍적인 골목길을 맴돌아 기억과 상상의 미학적 교차점을 찾는다. ■ 손세희

Vol.20150906f | 권혜원展 / KWONHYEWON / 權慧元 / video.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