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의 기억 The Memory of Absence

지석철展 / JISEOKCHEOL / 池石哲 / painting   2015_1014 ▶︎ 2015_1030

지석철_부재의 기억-메콩, 캄보디아 The Memory of Absence-Mekong, Cambodia_ 캔버스에 유채_92.4×122.4cm_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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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5_1014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노화랑 GALLERY RHO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54(관훈동 103번지) Tel. +82.2.732.3558 www.rhogallery.com

나는 언제나 회화의 '재현'을 생각할 때 눈과 손이 옮기는 정치(精緻)한 묘사력은 그저 시작에 불과할 뿐, 대상과 이미지를 응시하는 개인적인 취향을 바탕으로 어떻게 각색되고 연출되었는가에 '재현'의 의미를 두고 싶었다. ■ 지석철

지석철_부재의 대좌(對座)-카사블랑카, 모로코 Contemplative Encounter of Absence-Casablanca, Morocco_캔버스에 유채_92×137cm_2014

'부재'의 서사, 리얼리즘의 새 장(章)-지석철 근작전1. 지석철은 부재의 '서사'(narrative)를 다루기 위해 자신의 아이콘이자 분신인 미니 의자를 지속적으로 등장시켜왔다. 미니 의자는 애초 1970년대 『반작용』에서 다루었던 쿠션을 대물림해서 등장하였다. 1980년대는 『반작용·체험-이미지』에서 미니 의자를 등장시켜 작가의 아이콘으로 삼았으며 1990년대는 『부재의 사연』이라는 평면과 입체의 통합적 연출을 시도하였다. 2000년대는 이의 연장선상에서 『부재』의 명제적 전개를 시도한다. ● 그의 '부재'(不在, absence)는 우리 시대의 상실의 아픔을 은유적으로 나타낸다. 구체적으로는 당연히 있어야 할 게 있지 않음을 지칭하는 뜻으로 사용된다. 주인없는 미니 의자를 등장시켜 힘주어 묘사하는 건 이 일환이다. 그의 미니 의자는 1960년~70년대 산업화시대, 물질주의의 만연으로 우리 모두가 영혼을 상실했던 시대의 표상이다. 쿠션의 등가물로 등장했지만 1990년대를 전후로 금속성을 띤 미니 의자로 탈바꿈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 쿠션이나 의자는 본래 사람과 사람이 만나 대화를 나누는 데 사용되는, 이른 바 사회적 산물이다. 사람들에게 대화의 안락함을 허용하는 게 주기능이다. 그러나 거기에 있어야 할 사람이 사라졌거나 앉을 수 조차 없는 명목상의 텅빈 미니 의자는 있어야 할 사람들의 부재를 나타내는, 이를테면 비극의 시대의 상실을 시사하는 상징물로서만 기능하게 된다. 이 때문에 부재는 상실(喪失, loss)의 또 다른 이름이다. 지석철에게 있어 비어 있는 미니 의자는 요컨대 부재와 상실의 표상이다. 부재의 허다한 사연을 내재하고 있는 기표라 할 수 있다. 그가 이를 자신의 아이콘으로 의인화(擬人化)하고 있는 건 특이한 데가 있다. 다음 두 가지를 내포한다.

지석철_부재의 기억-부다페스트, 헝가리 The Memory of Absence-Budapest, Hungary_ 캔버스에 유채_78×101.6cm_2014

부재라는 명제는 존재의 기억, 만남과 이별,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밀려오는 고독, 희망의 메시지들, 속내 깊은 흔적들에 잠재된 애착과 연민, (...) 그렇게 나의 '의자'는 오랜 세월 의자가 아닌 또 다른 존재의 표상으로 읽혀져 왔다(「작업노트」 2012에서 번안). 스쳐 지나치는 이미지나 사물들이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올 때 나는 이것들을 수집하거나 소중히 간직하곤 한다. (...) 이것들은 모두 반작용의 산물이다. 부재는 그곳에 존재했었음을 전제로 다시 만나리라는 기대와 희망의 윤회 속에서 야기된다(「작업노트」 2013에서 번안). ● 그가 다루는 부재는 이렇게 해서 '미니 의자'를 주인공으로 빌림으로써 서사를 발한다. 미니 의자가 그의 분신(아바타)으로 등장하는 '서사적 풍경'(prosaic landscapes)에는 작가 자신의 실존의 연민과 고뇌의 정경이 있는가 하면, 자신과 타자 간에 이루어지는 반작용의 윤회가 공존한다. 이렇게 보아, 미니 의자가 갖는 스펙트럼은 미묘하다. 이 스펙트럼은 초기의 『반작용』에서 서서히 가닥을 잡다가 1990년대 이후 의미망이 확실해졌다. 이에 기반해서 2천 년대 그 만의 리얼리즘이라는 새 장이 마련되고 있다.

지석철_시간, 기억, 그리고 존재-브라이튼, 영국 Time, Memory and Existence-Brighton, UK_ 캔버스에 유채_77.5×51.7cm_2014

2. 이번 근작전은 이 일환으로 리얼리즘에 의한 부재의 서사적 접근을 항목별로 부각시킨다. 미니 의자의 스펙트럼을 사례 별로 분석하고 이를 관객에게 일일이 보고하는 방식을 취한다. 근작전의 압권은 정밀정치한 극사실로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한 낯선 이방의 세계에서 만날 수 있는 부재의 사례를 보여주는 데 있다. 그 방식은 사진작가가 다큐먼터리를 제작하는 데 비교된다. 작가 자신의 아이콘으로서 미니 의자가 목도하는 품목을 일일이 열거하는 건 기본이다. 이를 위해, 미니 의자는 돌연 이방인들이 겪는 고독과 아픔의 상징으로 등장한다. 흔히는 허허한 대지의 바닥에 아무렇게나 내동댕이처져 홀로 나신(裸身)으로 누워있는 처절한 모습으로 등장한다(「부재의 약속」). 그 뿐이 아니다. 핀란드의 케미에서는 풍력발전소의 지척에 있어야 할 중요한 무언가가 빠져 있음을 말하며(「부재의 사연」), 캄보디아에서는 메콩강의 황토 빛 망망대해의 소형 낚싯배에 몸을 실은 어린 낚시꾼의 고독(「부재의 기억」)을 말하기도 한다. 이것들은 단지 작가가 겪는 부재의 한토막일 뿐이다. ● 근작전은 이렇게 미니 의자를 등장시켜 작가를 대신해서 목도하는 낯선 부재의 에피소드를 열거한다. 그 정황은 노르웨이 오슬로의 눈 덮인 싸늘한 대지일 수도 있고 케냐의 나쿠루 황야를 질주하는 카 스펙터클에 쫒기는 순록이기도 하다. 나아가서는 영국 브라이튼 해변에 앉아 있는 여인, 모로코 카사블랑카의 성전 주두에 기댄 여인, 한국의 감포 해변의 검은 물결의 위용,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전통가옥의 가녀린 능선, 페루의 나스카 광장의 텅 빈 일루, 이집트 카이로의 스핑크스가 내려다보는 휑한 광장, 그리스 산토리니 달동네의 고독한 정경, 인도의 외줄 타는 소년, 아테네, 에든버러 같은 불특정 지역에서 언제나 재연될 수 있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상실의 품목들이다.

지석철_부재(不在)의 사연-오슬로, 노르웨이 The Story of Absence-Oslo, Norway_ 캔버스에 유채_112.4×170cm_2015

그가 그리는 부재의 편린들은 다큐먼터리 작가가 세계를 돌며 카메라를 들이대는 데 비교된다. 그의 근작들은 자신의 아이콘이 등장하는 장소와 그곳의 환경은 물론 아이콘이 정좌하거나 버려지는 아픈 정황을 치밀하게 묘사한다. 보통 리얼리즘은 주어진 상황을 그리는 것으로 만족하나 지석철의 경우는 화면에 자신의 분신이자 아이콘인 미니 의자를 화자(話者, speaker)로 등장시켜 서술의 품목을 일일이 열거함으로써 이루어지는 다중리얼리즘이자 확장된 리얼리즘이다. 그의 엄밀정치한 재현은 극사실을 넘어 초극사실적 리얼리즘의 전형이다. 예컨대 인도의 고아에서 하늘과 바다의 수평선을 배경으로 어린 소년이 외줄 타는 위험한 정경을 묘사한 작품에서 보여주듯이, 작가의 아이콘인 미니 의자가 처절한 눈초리로 이를 지켜볼 뿐 아니라 멜랑콜릭한 파도가 밀려와 부재의 아픔을 증폭시키는(「예사롭지 않은 날 –고아, 인도」) 장면을 절절히 묘사하는 건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 미니 의자들은 보통 하나지만, 산더미처럼 포개어져 더미를 이루기도 하고, 국제회의장에 도열한 정상들처럼 좌우로 도열해 있는 경우도 있다. 이는 부재가 단칭적인 데서 시작해서 점차 농도를 증가하면서 부재의 가중성이 커진다는 걸 시사한다. 작가는 부재를 정치적인 의미로부터 자연과 인간 개인에 이르는 세계의 도처에 편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갈해서, 그의 부재는 종교⋅정치⋅자연⋅개인 등 어디서나 편재하고 있는 보편적 현상이라는 걸 설파한다. 그는 이 세계란 존재가 아니라 부재가 지배한다는 걸 작품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설득한다. 마치 채워져 있어야 할 게 일체 상실되었거나 탈취당함으로써 부재가 세상을 지배한다는 걸 설득하는 것 같다.

지석철_예사롭지 않은 날-고아, 인도 Unusual Day-Goa, India_캔버스에 유채_77.5×49.5cm_2014

근작들은 도시의 역사와 자연의 바다, 그리고 황야를 가로지르는 삭막한 대지는 물론 우리의 주변 곳곳에 편재해 있는 부재의 정황을 폭로한다. 이를 방법적으로 주도하는 냉엄한 다큐먼터리 양식은 가히 일품이다. 미니 의자를 빈틈없이 묘사하는 건 부재의 현장을 찾아나서는 작가 자신의 아바타이기 때문이며 그가 이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그는 미니 의자가 있어야 할 위치와 정황을 자세히 묘사할 뿐 아니라 거기서 전율하는 미니 의자의 세세한 자태를 묘사함으로써 부재를 폭로하는 신종 리얼리즘을 창도한다. 마치 연극 연출가가 배역을 다루 듯이 아이콘을 연출해서 부재의 다큐먼터리 회화를 제작하는 격이다. ● 그의 부재의 서사는 어느덧 리얼리즘 양식의 스타덤을 노크한다. 한 세대의 연륜을 여과하면서 마침내 새로운 리얼리즘의 장(章)에 당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천 년대의 중후반기를 맞아 그는 보다 성숙한 그 자신의 리얼리즘 양식을 과시한다. ■ 김복영

지석철_예사롭지 않은 날-아테네, 그리스 Unusual Day-Athens, Greece_ 캔버스에 유채_130×90cm_2015

With respect to the reproduction of paintings, it was my belief that the delicate and meticulous depiction, using one's eyes and hand, was merely the beginning, and the significance of the 'reproduction' depended on how the work was adapted and produced based on the personal perspective of the target work and image. ■ JISEOKCHEOL

A Narrative of 'Absence', A New Page of Realism-The Exhibition of JI, Seok Cheol's Recent Works1. Ji, Seok Cheol, to deal with a 'narrative' of absence, has constantly presented small chairs, which are nothing but his own icon or his alter ego, in his paintings. Originally, small chairs were first shown in succession of cushions which he had employed in his work 『Reaction』 in 1970s. He started showing a small chair in his painting 『Reaction·Experience – Image』 in 1980s as his icon, and in 1990s, he tried an integrated expression of 2D and 3D in 『the Story of a Absence』. In 2000s, in line with his endeavors in the past, he propositionally presented the series of 『Absence』. ● 'Absence' which he presents, is a metaphorical expression of the pain of the loss of our times. It also refers to non-existence of what are supposed to be there specifically. Depicting unattended small chairs is his way of emphasising on this loss. The small chairs are the symbol of the era when we all have lost our soul with prosperity of industrialism and materialism in the 1960s and 1970s. Cushions were also used as a symbol corresponding to the chairs, but around 1990s, cushions were replaced by metallic small chairs up to now. ● Cushions and chairs are so-called social products mainly used by the people when they have conversations with others. But in his paintings, the chairs in his paintings are unable to be used, or substantially unattended. The users of the chairs are disappears, or they are chairs just nominally. These chairs represents the absences of the people supposed to be sat on. They function only as symbols indicating the loss in the era of the tragedy. That is why absence is another name of loss in his works. For Ji, an empty small chair is the representation of absence and loss. One may say that it also is a signifiant connoting numerous stories of absence. There are something unique about the fact that he impersonifies it as his own icon, and they are as follows ● The proposition of 'absence' is a memory of an existence, encountering and separation, the solitude that rushes to you just because you are being, messages of hopes, attachment and compassion latent in the traces of thoughtfulness, (...) Just like that, my 'chairs' has been interpreted not as chairs but as a symbol of the other existences for long (Adapted from 「Artist Notebook」 2012). When images or things, passing me by, feels fresh and new to me, I ofthen collect them or cherish them. (...) These are all results of reaction. Absence, with the precondition that it was there before, is brought about in the anticipation of reunion or samsara of hope (Adapted from 「Artist Notebook」 2013). ● The absence which he shows, becomes a narrative by putting 'small chair' in the position of title role in this way. In the prosaic landscapes where the small chairs appear as his avatar, there are compassion of existence and the scene of anguish of the artist. And there also coexists samsara of reaction which takes place in between Self and Others. Considering this, the spectrum which his small chairs have is delicate. This spectrum began to take its shape from his early works 『Reaction』, and its network of implication became clear in 1990s. Based on this, a new page of realism of his own were arranged from 2000s. 2. This Exhibition of his recent works, highlights narrative approaches to absence by realism according to categories. He took the form that he analysis the spectrum by cases and report the results to the viewers one by one. The climax of his exhibition is his presentation of specimens of absences which we may be able to encounter in the world of strangeness which we cannot know. One may compare his method with a photographer producing a documentary. Basically, the items that the chairs, the icon of the artist himself, witness are enumerated one by one. To do so, his small chairs suddenly appear as the symbol of solitude and pain that strangers experience. Often they are depicted as thrown away on the vast earth miserably lying down naked all by themselves (「the Promise of Absence」). There are more. In Kemi, Finland, he says that something important, which is supposed to be there around a wind power plant (「the Story of Absence」), and in Cambodia, he says about solitude of a little fisherman on a small fishing boat sailing on the vast expanse of ocher Mekong river (「the Memory of Absence」). These are nothing but a part of absence that he has experienced. ● In this exhibition, Ji enumerates the episodes of unfamiliar absence that his small chairs witness in behalf of him. It can be the cold earth covered in snow in Oslo, Norway, or a reindeer chased by a car spectacularly running across a wilderness of Nacuru, Kenya. A lady sitting on a beach of Brighton, UK. a lady leaning on a capital of a sanctum in Casablanca, Morocco, a majestic black wave in a beach of Gampo, Korea, a slim ridge of a traditional house in Budapest, Hungary, an empty line on Nazca, Peru, an empty square in front of Sphinx in Cairo, Egypt, A lonely scene of a hillside village in Santorini, Greece, a boy walking on a tightrope in India... There are many more item of loss which can be reenacted in Athens, in Edinburgh and in anywhere in the world. ● As aforesaid, the parts of absence which he paints can be compared with a documentary photographer traveling around the world and shooting things. His recent works meticulously and precisely describe not only locations where his icon appears and environment around, but also painful situations in which the icon is located or thrown away. Normally, realism paintings just depict given situations as they are, but Ji puts a small chair, his icon or his alter ego, in the scene of his painting as a speaker, so that the chair enumerates what must be described. It is multi-realism or expanded realism. his meticulous and precise representation is beyond hyper-realism. It is a typical of conquest-realism. For instance, as in the painting of the boy in Goa, India walks on the tightrope dangerously against the backdrop of the horizon, it is just an example that his chair watches the scene with heartbreaking sight, and the melancholic wave comes in and amplifies the pain of absence (「Unusual Day-Goa, India」). This is only one specimen of his conquest realism. ● Small chairs normally appear alone, but sometimes they pile up, or line up like summits of different countries in an international conference. It refers to the fact that absence starts singularly, and gradually thickens itself and the weight of absence gets heavier and heavier. The artist describes that absence is omnipresent in every corner of the world from politics to the nature, mankind and individuals. In short, he elucidates that absence is a universal phenomenon omnipresent everywhere from religion and politics to the nautre and individuals. He persuades that it is not existence but absence which dominates this world with his painting. In other words, it seems that he is trying to say that absence dominates this world when what must be there are lost or taken away. ● His recent works expose the presence of absence in the history of cities, the oceans of the nature, vast wilderness of Mother earth, and around ourselves. His employment of grim documentary method in describing the situation is surely a masterpiece. Small chairs are elaborated because they are avatars of himself, and to show that he is doing his best in doing so. To initiate a new kind of realism exposing absence, he depicts not only the places and situations of the chairs in details, but also the postures and figures precisely of the chairs shuddering in the situations. Like a director of a play deciding roles of each character, he directs his icons and produces documentary paintings of absence. ● His narrative of absence knocks on stardom of realism. He shows that he has finally reached to a new page of realism as he walks through a generation with his paintings. Now, as he meets with the 2000s, he shows off more mature realism of his own. ■ KIMBOK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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