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된 환영 Taxidermied Illusion

오원영展 / OHWONYOUNG / 吳元榮 / sculpture.installation   2015_1105 ▶︎ 2015_1223 / 주말 휴관

오원영_박제된 환영展_스페이스K_광주_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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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원영 블로그_blog.naver.com/owy99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주최 / 코오롱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주말 휴관

스페이스K_광주 SPACE K 광주광역시 서구 죽봉대로 72(농성동 460-17번지) 2층 Tel. +82.62.370.5948 www.spacek.co.kr

박제된 환영 속으로 ● 미술의 최초의 개념은 기록의 문화에서 비롯된다. 이후 미술은 일종의 기술(techne)로 분류되다가 오늘날처럼 감성이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으로서의 미술의 개념은 불과 얼마 되지 않았다. 같은 맥락에서 박제 또한 기록이나 영구보존의 목적으로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다. 의료용, 기록, 전시 목적 등 다양한 수단으로 널리 사용된다. 우리는 더 이상 시각예술을 단순한 기록의 기술적인 그림으로 분류하고 있지 않지만 조각가 오원영은 이번 개인전에서 신화적 환영과 기억들을 박제라는 표현법을 통해 연극적 해석을 재현한다.

오원영_Taxidermied Princess_알루미늄 호일_165×120×120cm_2015

전시장에 들어서면 금속성의 반짝이는 조형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은빛을 발하는 이 금속재는 자세히 들여다보면 알루미늄 포일이다. 이 얇고 섬세한 재료의 속성과는 정반대로 악어떼를 비롯하여 독수리나 표범과 같은 맹수, 그리고 산양과 코뿔소 따위의 짐승들이 소조되어 있다. 그리고 그 무리의 중심에는 묘하게도 공주의 전신상과 흉상들이 놓여 있다. 어쩌면 누군가에겐 어릴 적 선망의 대상이었을지 모를 아름다운 공주, 그리고 포악한 맹수와 섬뜩한 동물 뼈의 그로테스크한 조합. 작가는 이질적이며 이중적인 이미지의 결합으로 존재의 환영에 대한 지각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적 구성을 드러낸다.

오원영_Princess01_알루미늄 호일_60×40×28cm_2015 오원영_Princess06_알루미늄 호일_47×31×16cm_2015 오원영_Princess03_알루미늄 호일_53×30×27cm_2015

더구나 이 공주는 혈통이 있다. 오원영은 유럽의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스페인 화가 벨라스케스(Diego Velazquez)를 불러들인다. 그의 공주 전신상은 흡사 벨라스케스의 작품에서 흔히 등장하는 파딩게일(farthingale) 을 갖춰 입은 소녀의 전형적인 모습을 띠고 있다. 서구 미술의 역사상 가장 화려하고 장식적이라고 평가를 받는 바로크 예술에서 벨라스케스가 탄생시킨 공주의 전형은 오원영에게 감성적인 형상 이미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매력적인 모델이다. 나아가 벨라스케스가 왕실 가족의 초상화를 그렸던 궁정화가였다는 점 또한 이 '박제 공주'의 공주스러움을 더욱 부각시켜준다.

오원영 Taxidermied Bear_알루미늄 호일_95×140×37cm_2015
오원영_Taxidermied Rhinoceros_알루미늄 호일_203×193×48cm_2015 오원영_Taxidermied Goral_알루미늄 호일_213×110×20cm_2015

여기에 오원영은 대상을 캐스팅하고 순간적으로 형상화하는 가장 직관적인 재료로 알루미늄 포일을 선택했다. 박제된 알루미늄 포일의 막은 대상의 환영적 이미지를 표출한다. 작가는 프랑스의 철학자 들뢰즈(Gilles Deleuze)를 인용하면서 "이러한 이미지는 물체의 표면에서 일어나는 사건으로, 반짝이는 대상의 욕망은 하나의 사건으로 인식되어 현실화 되지 않는 상태이며 그것은 잠재적으로 존재하게 된다"고 말한다. 그는 "꿈틀대는 사건의 막으로 이루어진 표면의 이미지가 차이를 반복하며 대상의 환영을 창조하며, 사람의 눈을 현혹 시키는 알루미늄 특성의 반짝거림은 현실적이지 않은 환영을 표출한다"고 설명한다.

오원영_박제된 환영展_스페이스K_광주_2015

박제란 대상이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재현하는 기법이다. 가죽을 벗겨 부패하지 않도록 처리한 뒤 충전재를 넣어 만드는데, 오원영은 대상의 표피를 떠내는 행위에서 알루미늄으로 대상을 물리적으로 박제함과 동시에 그 대상이 서사하고 있는 허상까지도 박제하고자 했다. 신화적 존재의 공주와 동물들의 이미지를 형상화하는 작가는 이러한 극적인 상황 연출함으로써 관람객에게 환영을 주시하게 한다. 껍질만 남은 이야기 속 주인공들은 어떤 허상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기보다는 박제라는 다른 방식으로 재생산된 새로운 작업의 제안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오원영_박제된 환영展_스페이스K_광주_2015

이번 오원영의 개인전을 구성하는 공주 입상을 비롯하여 그 주변을 호위하듯 놓인 맹수들을 보노라면 마치 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의 한 장면에 속에 들어 온 듯한 느낌이다. 꿈과 환상의 세계를 표방하는 월트 디즈니식의 동화 세계가 아닌, 그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구전되어 온 가공되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설화의 세계에 가깝다. 고르지 않아 거칠며, 때로는 금기가 난무하고, 때로는 잔인하기 이를 데 없는 날 것의 이 세계엔 '그 후로도 오래 동안 행복하게 살았다(happily ever after)'는 진부하고도 닫힌 결말은 결코 있을 수 없다. 결국 공주와 맹수들이 이뤄내고 있는 환영은 표피라기 보다는 비어있는 그 속에 무언가를 담을 수 있는 하나의 틀(frame)로 재탄생되어 우리에게 이야기의 결말을 열어 둔다. 오원영이 의도하는 예술적 환영은 이러한 허상 안에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그 너머에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관람객의 연극적 지각과 인식 안에서 생성되고 소멸된다. ■ 신사임

Vol.20151103k | 오원영展 / OHWONYOUNG / 吳元榮 / sculpture.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