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 사이의 한마디 말

강은지展 / KANGEUNJI / 姜恩枝 / painting   2015_1114 ▶︎ 2015_1129 / 월요일 휴관

강은지_빨간색 그림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33.4×53cm_2015

초대일시 / 2015_1114_토요일_05:00pm

후원 / 서울특별시_서울문화재단_한국문화예술위원회

추승엽 음악공연 / 2015_1128_토요일_06:00pm 공연 입장료_2,000원

관람시간 / 12:00pm~08:00pm / 월요일 휴관

막사(플레이스막) MAKSA(placeMAK) 서울 마포구 연남동 227-9번지 1층 Tel. +82.17.219.8185 www.placemak.com

강은지 작가의 '너와 나 사이의 한마디 말'의 한마디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길이의 한마디의 것보다 훨씬 크거나 뾰족하거나 아주 무겁고 투명하거나 아직 내뱉어진 적이 없는 그러한 한마디이다. 그 한마디는 인간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뱉은 '엄마'라는 말 그리고 첫걸음마 혹은 단말마적 언어에 닿아있는 듯하다. 그 묵직한 언어란 확정적이지 않고 심지어 지독히 주관적이다. 작가 개인의 사적 영역에서 우연의 경험, 경험의 우연으로 얻은 감각과 사고들은 여러 번의 중첩과 변태를 거쳐 원래의 이야기를 온통 숨겨버린 회화로 변신한다. 작가는 각각의 회화에 많은 이야기를 숨겨두었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이미지의 화면 위로는 정제되고 단순한 기호들만 떠나니고 있다. 이러한 이미지는 절대적인 상징으로써 의미를 부여받기를 꺼린다. 그 이유는 회화는 일종의 미디어 장치로써의 기능도 같이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 예를 들자면 '빨간색 그림' 시리즈의 작품은 1년 6개월이라는 장기대여 방식을 통해 관객이 작품을 빌리는 지점부터 반납까지 작가와 일정한 대화를 나누게 될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나누게 될 대화의 내용, 질감 등은 작가에게 고스란히 영감의 일부가 되어 빨간 그림 시리즈는 변화하게 된다. 관객은 수동적 대상에서 영감을 부여하는 주체로 거듭날 수 있는 역할을 열어두고 선택은 관객의 몫이 된다. '사랑 가꾸기'에는 부과된 과제들이 조금은 더 많아 보인다. 하트라는 보편적 기호의 씨앗을 받아가는 과정에서 시작하여 씨를 심고 가꿔내는 것과 키워낸 일정량을 작가에게 다시 건네주는 과정 등이 그러하다. 작가가 느끼는 사랑의 이미지와 몇몇의 낱말을 결정하고 전시장에 열거해 놓는 방식이 아닌 관객들도 전시를 통해 부여된 방법 속에서 각자의 주관적인 의미를 획득하고 오히려 작가에게 무엇인가를 지속적으로 건네야 하는 고귀한 임무를 맡게 된다. ● 소통이라는 진부한 단어는 오히려 소통의 부재를 강조시키거나 재촉하는 낡은 것으로 전락했다. 이제 더 이상 작가들은 소통, 참여 등의 유행 지난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 강은지 작가와 작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도 발설된 적 없던 단어이지만 작업을 가까이에서 볼수록 흡사 '사랑'이라는 단어를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지독한 연애소설같이 모든 작업물과 회화들은 오로지 영감을 나눌 대상, 소통을 위한 그 누군가를 위해 나아간다는 확신이 들었다. 전시를 보게 될 그 누군가 한 사람, 바로 너에게 건넬 한마디 말-은 그래서 특별하다. ■ 김매

강은지_절망이고 희망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연필_97×97cm_2015

"노래를 듣는 것으로 작품에 담고 싶은 메시지, 작업의 근간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한마디 말로 갖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그 말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어느 날에 만난 노래로 시작된 나의 이야기를 적었습니다. 오래전에 산 초록색 기타, 즐겨 듣던 음악, 밴드의 공연 장면 등을 담았습니다. 나의 이야기 속에는 지난 몇 년에 걸쳐 마주한 우연들이 있습니다. 우연은 사진, 영화 및 공연 포스터, 기억하는 장면 등의 이미지들을 누비며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글로 옮기자 반복되는 낱말이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초록색, 오른쪽, 비둘기, 금요일, 감기약, 모두 다섯 가지 낱말을 고르고, 소제목으로 두어 이야기를 구성했습니다. 눈여겨본 순간들을 추적하여 기록한 짤막한 글들을 배열한 것입니다. 이야기 순서는 위의 낱말을 나열한 순서와 같습니다. 이렇게 쓴 나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작품을 제작합니다.

강은지_내일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청금석_33.4×19cm_2015

'감기약' 글 중 일부 발췌. 「 2014년 1월 1일 1시.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이 영화를 보다가 비행기가 나의 바로 앞을 지나가는 장면을 만났습니다. 영화 속 주인공이 초록색이 적힌 빨간색 비행기(air greenland)를 타고, 초록색 나라를 향해 오른쪽으로 갑니다. 비행기에서 내린 후, 자동차를 빌립니다. 직원이 빨간색과 파란색 중에 어느 것인지 물었고, 주인공은 빨간색 자동차를 탑니다. 」 영화 속 주인공에게는 찾고 싶은 것이 있고, 만나려는 사람이 있습니다.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요?', 영화 속 질문에서 찾은 다른 표현의 질문입니다. 질문에 답하려는 순간, 얻고 싶은 것이 명확해집니다.

강은지_빨간색 그림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33.4×53cm_2015

「빨간색 그림」 대여. "강은지, 나는 알맞지 않은 이름을 가지고 있는 듯합니다. 아니, 임의로 붙여진 이름이고, 정확히 지시하는 이름이 아닙니다. 그 이름에 담겨있는 생각들이 누구의 생각이고, 그 생각 자체는 또 무엇인지가 보이지 않습니다. '나'를 형성하는 세상에서 이제껏 겪지 못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랬기에 그 충격이 나 자신을 되돌아 보고 굳건히 하는 순간이 아니라 흩어지게 했습니다. 다시 모아서 '나'를 구성할 수도 없겠지만,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나'가 분리된 상황에서, 자신에게 초점을 맞출 수가 없는 것이 당연합니다. '너'로서 '나'의 존재를 알고 싶습니다. 그러나 '나'를 찾아 나아가려는 것이 아니라 '너'를 만나고 싶습니다."

강은지_'한마디 말, 퍼즐 조각들 중' 안녕, I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2.7×15.8cm×2_2015
강은지_'한마디 말, 퍼즐 조각들' 중 비둘기, 너와 나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2.7×15.8cm×2_2015

"나는 말하지 못하는 한마디 말이 있습니다. 그 말에 담긴 이야기가 많습니다. 그 말을 할 수 없어서 이야기할 것을 포기할까 고민합니다. 그 말에 담긴 마음의 바람을 먼저 이룬다면, 말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갑자기 하는 말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고, 그 말을 해도 좋은지 물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얼마나 많은 물음을 담은 말인지 모릅니다. 그 말을 하고 싶은 만큼 할 수 없어서, 대신 그 말을 가리키는 것들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표현이 될 걸 압니다. 아직 맞추지 않은 퍼즐 조각이라고 생각해주면 좋겠습니다. 서로 말할 준비가 되면, 함께 퍼즐을 맞 추고 싶습니다. 그 말을 나누고 싶습니다."

강은지_지금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33.4×45.5cm_2015

'사랑 가꾸기', 사랑 탐구. 사랑에 관한 낱말을 제목으로 하고, 생각을 이미지로 옮긴 작품. "나는 나 자신이 사랑을 가꿀 수 있는 사람인지 모르겠습니다. 사랑 모양의 무언가라도 가꾸고 싶어서, 사랑 모양의 씨앗을 심기로 했습니다. 씨앗에 사랑과 연결지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낱말을 부여하고 가꿉니다. 해마다 거듭해서 가꾸고, 낱말을 늘립니다. 사랑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고 싶고, 혼자서 생각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사랑과 연관 깊은 낱말을 물어보고 싶습니다. 낱말을 많이 모을수록, 사랑에 관한 많은 생각을 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렇게 사랑 모양의 무엇인가를 가꾸다 보면, 어느새 사랑을 가꾸고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 강은지

Vol.20151114e | 강은지展 / KANGEUNJI / 姜恩枝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