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없는 세대의 작업실

김정훈_노영효_박에스더_손은경_채원지_최인석展   2015_1107 ▶︎ 2016_0228 / 월요일 휴관

김정훈_3차적관계의 발현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5:00pm / 월요일 휴관

킴스아트필드 미술관 KIMS ART FIELD MUSEUM 부산시 금정구 죽전1길 29(금성동 285번지) Tel. +82.51.517.6800 www.kafmuseum.org

한 세대를 일컫는 명칭은 그 시대상을 반영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안정적 사회에서 급격히 늘어난 인구변화를 보여준 베이비 붐 세대((Baby Boom Generation)나 캐나다 소설에서 유래한, 정의하기 힘든 X세대(Generation X)와 이어지는 Y, Z세대 그리고 라디오세대, 신문세대, TV세대 그리고 인터넷(컴퓨터)과 SNS세대 등 친화적 매체에 따라 불리기도 한다. 이러한 분류는 한세대의 성격과 특정한 성향을 특징적으로 규정하며 정치, 사회, 경제적 지표로 여러 분야에서 활용된다. ● 이와 같은 세대별 호칭은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경우도 있고, 욕망에 관심을 두지 않는 일본의 '사토리 세대'처럼 특정 국가의 현상을 반영하기도 한다. 한국도 마찬가지로 세대를 칭하는 여러 용어들이 있다. 전쟁 이후 베이비 붐 세대, 80년대 민주화 운동을 경험한 386세대, 개인적 성향이 강한 90년대의 X세대처럼 어떤 세대를 지칭하는 용어는 단지 그 세대의 특성만이 아니라 시대의 사회적 현상을 투영하고 있다. ● 최근 한국에서 통용되는 세대 명칭은 실로 암울한 젊은 세대와 사회적 관계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힘든 취업과 비정규직과 같은 경제 상황을 반영하는 '88만원 세대'에서부터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3포 세대', 여기에 인간관계나 주택, 차, 나아가 꿈과 희망마저 포기해야하는 7포 세대라는 조어에서 급기야는 'N포 세대'라는 말까지 나오기에 이르렀다. 헤아릴 수 없는 포기에 직면 할 수밖에 없는 세대, 즉, 희망이 없는 세대라는 것이다. ● 미술계는 어떤가. 사실, 미술계는 이러한 사회 일반적 현상을 접목하거나 동일시하여 파악하기는 어렵다. 경제활동에 관한 조사에서 예술인들의 연간수입과 일반인들의 수입을 비교해 보면 그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또, 이전 세대부터 많은 예술가들은 취업, 결혼, 출산 등 불확실한 미래는 예술가가 마주해야 할 당연한 문제처럼 여겨왔다는 점을 상기하면 사회일반의 현실과는 기본적으로 거리가 있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테면 예술을 위해 일반적 삶의 형태를 포기해 온(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예술계의 현실이라는 것이다. ● 물론 이러한 문제를 일반화 할 수는 없다. 작가 개인의 예술을 대하는 태도도 다르고 작가간의 지향점, 경제력, 인지도 등의 편차도 매우 크다. 오늘날 젊은 작가세대와 이전세대간의 환경과 관점에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이는 시대의 변화에 따른 작가와 예술/사회와의 관계에 대한 여러 견해, 예술성과 상업성사이에서 발생하는 문제 등등을 포함한 여러 논의들을 경유하여 다루어져야 한다. 물론 여기에는 정치/경제를 포함한 시대적 변화와 예술을 바라보는 사회적 분위기 그리고 교육/지원정책 등의 예술과 연관된 시스템에서 오는 구조적 문제들도 자리하고 있다. ● 말하려는 것은 작금의 시대(세대)에 대한 문제들은 미술을 전공하는 젊은 세대들에게도 분명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특별히 혹은 갑자기 찾아온 위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의 환경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라는 것도 아니고 더 좋은 환경에 놓여 있다는 의미도 아니다. (실제로 젊은 작가들의 태도는 과거 세대와 다를 수 있겠지만 오늘날의 현상 속에서 젊은 작가들이 시도하는 개별적 혹은 집단적인 실험들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는 비록 삶의 방식과 조건, 환경, 세대는 변화했을 지라도 내용 즉 예술과 관련한 근원적 고민들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적어도 예술을 하는 세대에 있어 '포기'라는 단어는 기본적으로 새로운 것이 아니거나, 적절하지 않다.

노영효_시선-나를 보다(상처)
노영효_시선-나를보다(쉼)

킴스아트필드 미술관은 지속적으로 젊은 세대 작가들을 지원해 왔다. 이번 전시도 신진작가를 지원하는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졌고 김정훈, 노영효, 박에스더, 손은경, 채원지, 최인석 등 여섯 명의 젊은 작가들이 참여하였다, 이들은 현재 지역 내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 과정을 거치며 신진작가로 나가가는 과정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다양한 시도들과 고민을 하고 있다. ● 먼저, 김정훈은 개인의 권리를 담보하기 위해 스스로가 구성한 현대사회의 규칙들이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통제하게 되는 개인과 시스템 사이의 모순적 관계에 관심을 가져왔으며 주로 빛과 어두움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 이번 작업은 원래의 의미에서 분리된 상업적 목적의 간판들이 새로운 형상의 조형물로 재구성되고 불빛 또한 하나의 형상처럼 전체가 점멸을 반복하도록 설치되어 있다. 간판의 해체된 텍스트들이 혼재하는 입체 조형적 조합, 그리고 동일한 하나의 덩어리로 흡수해 버리는 빛의 점멸을 통해 작가는 간판이라는 특정한 대상이 가지는 상징과 본질이 전환되고, 왜곡되고, 모호해지는 다각적인 인식의 관계를 탐구한다. ● 노영효는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 속에서 예술의 치유 가능성에 관심을 두고 작업을 한다. 과거 자작나무가 있는 풍경을 통해 명상적이고 편안한 감성을 전하는 그림을 그려온 그는, 최근 치유의 개념을 적극적인 방식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번 설치작업에서는 관객과의 물리적인 교감을 시도하고 있다. 관객 앞에 놓인 찢겨진 거울의 파편 위에는 글자가 새겨진 퀼트조각이 붙여져 있다. 관객은 작가의 메시지가 있는 천 조각을 가져가고, 그 빈자리에는 자신의 이름과 글을 남기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는 관객이, 마치 상처받은 듯 깨진 거울 속에 투영된 스스로의 분절적 이미지를 극복하고. 알지 못하는 타인으로부터 받게 되는 쉼과 용기와 같은 희망적 메시지를 교환하는 장치로 작동된다.

손은경_A Journey of Happiness
손은경_A Journey of Happiness_부분
박에스더_시편 119편
박에스더_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박에스더는 이미지와 텍스트의 결합과 혼용을 시도하고 있다. 그의 작업은 꽃 형상을 문자화 하여 원고지 위에 쓰여 지기도 하고, 꽃 이미지 자체가 해독 가능한 기호들로 이루어진 평면 회화형식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꽃송이와 줄기 등으로 치환하여 만들어진 이미지화 된 문자 그리고 문자화 된 이미지는 기호 혹은 형상만으로 머물지 않고 부가된 의미를 생성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는 상징과 문자의 시대를 거치며 전개된 인류와 예술사에서 발생되어온 텍스트와 이미지 사이의 흥미로운 관계를 보여준다, ● 손은경은 포커게임에 쓰이는 카드를 그의 작업에 도입한다. 카드 속 여러 이미지들을 변형 혹은 의인화하거나 다른 이미지를 조합하기도 하고 빛을 이용하는 것과 같은 다양한 설치방식으로 인간세계의 특정한 관계와 상황을 카드이미지에 투영하여 상징적으로 제시한다. 그의 작업은 카드놀이가 가지는 일회성, 유희성, 욕망 등을 개인과 사회에 결부시키며 다양한 상상을 이끈다. 카드놀이의 속성과 카드 속 이미지를 통해 존재와 행복 등 인간이 가지는 근원적인 문제들을 해학적인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채원지_수상한 취미 사물 아카이브2015
채원지_no.2
최인석_사법체계를 피하는 방법
최인석_사법체계를 피하는 방법_부분

채원지는 마주하는 어떤 사소한 물건이나 상황, 심리를 다양한 매체의 표현을 거쳐 다중적 의미를 발생시키는 것에 관심을 둔다. 신경증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TV에 대한 여러 해석을 통한 심리적 현상을 제시하거나, 풍선껌으로 말과 소통의 문제를 말하기도 하고, 일상의 오브제가 놓인 묘한 상황에 주목하여 회화, 영상, 설치 등의 방식으로 표현해 왔다. 이번 작업도 그의 시선을 끄는 다양한 일상의 사물들을 수집, 조합하여 아카이빙한 것으로 개별적 오브제가 가지는 특성과 자신의 관심이 결합되어 생성되는 새로운 관계와 의미를 조명하고 있다. ● 최인석은 사회구조 특히 권력구조의 부조리함에 관심을 두고 있다. 욕망과 소유의 속성, 사법체계의 문제 등과 같이 우리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들을 설치작업으로 표현해 왔는데 주로, 상징적 레디메이드 오브제들과 조명 등을 결합하는 방식을 쓴다. 이번 작업 '사법체계를 피하는 방법'은 법의 집행에 있어 고위 인사들에게 특별한 혜택이 주어지고 있지 않은지를 질문한다. 미디어를 통해 자주 접하는 장면으로, 재벌 총수 등 특정 인물들이 검찰 조사를 받으러 들어갈 때 애용하는 교통수단인 휠체어를 탄 모습에 빗대어 휠체어, 조명, 레드카펫 등 화려한 시상식과 같은 장면을 연출하여 비판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 이 여섯 명은 아직 명확한 작업에 대한 생각이 구축되지 않은 경우도 있고 또 앞으로 얼마든지 변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번 작업과 전시로 쉽게 평가하기는 힘들다. 사실 긍정적인 부분만이 아니라 부족한 면이 포착되기도 했고 작업의 개념과 표현 등 여러 면에서, 제도 교육의 장을 벗어난 이후에도 더 많은 고민과 자기 발전이 필요하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것은 '포기'가 난무할 수밖에 없는 오늘날과 같은 상황에서 이들의 시도는 '포기 없는 작업실'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의 행보를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 킴스아트필드 미술관

Vol.20151115h | 포기없는 세대의 작업실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