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시대

제 7회 投影展   2015_1125 ▶︎ 2016_0122 / 일,월,공휴일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 송희정_이만나_황원해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월,공휴일 휴관

(재)한원미술관 HANWON MUSEUM OF ART 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 2423 (서초동 1449-12번지) 한원빌딩 B1 Tel. +82.2.588.5642 www.hanwon.org

2015년『공간의 시대』전은 정보와 물질이 범람하는 현대사회에서 마비되는 감각, 획일화되는 사고에 문제를 제기하는데서 시작한다. 1827년 조세프 니엡스(Joseph N. Niepce)가 현상의 사실적 재현을 위해 사진을 발명한 이후 인간은 시각에 의한 기록을 더 많이, 더 정확히, 더 다양하게 기록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기에 현미경, 내시경 같은 보조 장치까지 포함하면 이제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은 없을 정도로 우리의 시각은 상당 부분 기계화되었다. 모든 것을 '가시화'하려는 인간의 끊임없는 노력은 영상매체의 눈부신 발전으로 이어지고 마침내 인간은 시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새로운 현실을 창조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게 된 것이다. ● 이 결과 오늘날 우리의 일상은 물리적인 실 공간보다 가상공간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사이클로 돌아가고 있다. 업무는 물론 여가생활까지 컴퓨터, 스마트 폰을 통한 사이버공간에서 활발히 이루어진다. 오프라인 친구보다 온라인 친구 숫자가 인맥의 폭을 말해주고, 초단위로 SNS 뉴스피드에 뜨는 방대한 양의 소식은 진위여부의 진정성을 떠나 우리의 사고를 획일적으로 굳어지게 하는 부작용을 낳는다. ● 기계에 의존하여 24시간 내 세계 어디든 직·간접적으로 도달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이렇게 세계가 가속화될수록 인간의 실질적 공간은 축소되어 간다. 기술문명에 대해 비관주의적 입장을 견지하는 폴 비릴리오(Paul Virilio)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영상매체는 이용자의 눈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눈을 멀게 만드는 것이며 현실에 대한 마비감과 비현실감을 강화하는 것'(강진숙,「탈문자시대의 미디어 문화와 이용자에 관한 이론적 연구 - 포스터, 플루서, 비릴리오의 입장을 중심으로」, 『한국출판학연구』, 제 51호, 2006, p. 26.)이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제 대안은 보다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장소, 일상의 공간에서 생체감각을 회복하는 것이다.

송희정_Blanket Armor(Bararian)_디지털 프린트_64×45cm_2013
송희정_kick(step I)_디지털 프린트_84×75cm_2014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3명의 작가는 모두 우연한 순간에 익숙했던 것을 낯설게, 혹은 전혀 새롭게 인식하는 경험을 통해 일상의 공간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한다. 송희정은 자신의 꿈을 데이터화함으로써 축적된 무의식의 의식적 기록을 작업의 바탕으로 삼는다. 꿈은 현실너머의 세계를 표현하고자 하는 많은 예술가들에게 매력적인 소재로 수 세기에 걸쳐 다뤄져왔다. 그러나 작가는 꿈을 일상에서 억압되고 결핍된 것들이 혼재된 또 다른 형태의 현실세계로 인정하고 그 어느 때보다 진솔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투사 장치로써 인식한다.

송희정_Birth of the Muse_디지털 프린트_140×109cm_2015
송희정_Some links_디지털 프린트_113×169.5cm_2015

그는 무의식의 경험인 꿈의 세계를 의식의 표면으로 드러내기 위해 '이불'이라는 상징체를 활용한다. 자신이 디자인한 이불로 만든 갑옷을 입고 퍼포먼스한 연출사진으로 무의식의 세계를 형상화한다. 작가에게 이불은 잠을 취하기 위한 도구일 뿐만 아니라 외부의 위험요소로부터의 보호막이자 안식처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이것이 그가 이불 갑옷을 입고 자신이 경험한 꿈의 장면을 재현하기 위해 스스로 그 주체가 되는 까닭이다.

이만나_눈 성_캔버스에 유채_162×393cm_2013
이만나_달밤Ⅰ_캔버스에 유채_97×130cm_2014

이만나는 길의 모퉁이나 벽, 정원, 눈 오는 밤 등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풍경을 그린다. 작가는 이 '일상의 것들'을 낯설고도 신비하게 포착하여 고요한 울림을 담아낸다. 그의 작업은 언뜻 보면 치밀하게 대상을 재현한 사실주의 풍경처럼 보이지만 우리가 일반적인 시각이나 사진으로는 미처 발견하지 못한, 허나 분명히 존재하는 존재의 본질에 주목한다.

이만나_달밤 II_캔버스에 유채_130×97cm_2014
이만나_기둥_캔버스에 유채_145.5×112cm_2014

그는 유화 물감을 희석시켜 여러 번 반복하여 쌓는 글레이징 기법을 통해 묵직하고 중후한 색채를 발현한다. 긴 호흡을 필요로 하는 이러한 작업 방식은 삶을 대하는 작가의 태도와 중첩된다. 나아가 반복되는 일상의 공간 속에서 작가가 담아내는 신비하고 비현실적인 감동을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해준다.

황원해_Transforming_캔버스에 혼합재료_97×193.9cm_2015
황원해_Extended space_캔버스에 혼합재료_162×112cm_2013

황원해는 과거와 현재가 뒤섞인 혼재된 도시를 건축적인 요소를 이용하여 표현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의 도시에는 새로운 건물이 지어지는 공사현장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초고층의 아파트와 같은 건축물은 서울을 상징하는 요소로 자리 잡았으며 전통 주거양식인 한옥은 이제 일부러 찾아가야 볼 수 있는 관광의 대상이 되었다. 건축은 한 나라의 문화적 정체성을 대변하는 가장 대표적인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급변하는 도시의 생성 속에서 공간이 지닌 본래 색채는 흔적 없이 사라져간다.

황원해_Concrete city_캔버스에 혼합재료_30×150cm_2014
황원해_Extended space_캔버스에 혼합재료_97×116cm_2014

작가는 이러한 현상에 대한 자각을 그림이라는 언어로 소통하고자 하였다. 고건축의 기와나 단청 같은 요소들을 해체하고 현대 건물의 기하학적 형상과 결합하여 꼴라주 형식으로 표현한다. 이러한 해체와 재조합의 과정을 통해 탄생한 다소 이질적인 형상은 역동적으로 어우러져 공간 안에 혼재된다. 이것은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유동하는 도시 서울의 급진적인 변화에 대한 환기이자 전통과 현대가 혼재된 시대성의 독창적인 표현이다. ● 이상 3인의 작가는 일상과 비일상이 다층적으로 혼재하여 관계하는 작품들을 통해 시점의 이동, 감각의 변화, 가치관의 전환을 우리에게 촉구한다. 진솔하게 '나'를 탐구하는 과정으로 무의식 세계인 꿈을 의식적으로 재현하는 송희정, 실재하는 장소의 맥락, 그 외피의 내면을 포착하기 위해 낯선 감각을 확장하는 이만나,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 한가운데에서 소멸되는 공간의 흔적을 끄집어내 새로운 형태로 재배치하는 황원해, 이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공간'은 현실에 대한 환상 같은 것이지만 비현실적인 이상향이 아닌 우리 주변 어딘가에 분명히 존재하는 공간이다. 이들이 경험한 일상에서의 예기치 않은 만남은 현대인의 유랑하는 정신의 안식처를 형성하는 중요한 매개체로 작용할 것이다. ● 이번『공간의 시대』전은 이렇게 지극히 사적인 나만의 공간을 찾기 위한 여정이다. 작품에서 무언가를 애써 찾으려 하지 말고 보이고 들리고 느껴지는 것 자체를 온전히 감각에 맡기고 감상하다 보면 삶 한가운데에서 문득 찾아드는 요연한 은신처에 놓인듯한 시공간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는 것, 나아가 고정된 진실에서 탈피하여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몸짓으로 우리를 질식할 것 같은 갑갑함으로부터 해방시키는 것, 이것이야말로 창조자로서의 예술가의 특권이자 현재의 현상만을 받아들이는 우리의 감각을 변화시킬 수 있는 통로가 아닐까? ■ 이지나

Vol.20151126e | 공간의 시대展